정당방위 불 붙는 ‘도둑 뇌사사건’

밤손님과 한밤중 결투…제압한 주인에게 실형

최유리 기자 | 기사입력 2014/11/03 [11:20]

정당방위 불 붙는 ‘도둑 뇌사사건’

밤손님과 한밤중 결투…제압한 주인에게 실형

최유리 기자 | 입력 : 2014/11/03 [11:20]
일명 ‘도둑 뇌사사건’ 판결을 두고 정당방위와 과잉방어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최근 한 청년이 자신의 집에 들어온 도둑을 때려 뇌사에 이르게 한 이 사건은 법원이 청년에게 ‘과잉방어’로 실형을 선고하면서 불을 지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총 8가지 기준을 갖고 있는 모호한 정당방위 요건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당방위란 상대를 다치지 않게 하는 범위 안에서 자신을 방어하는 데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정작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은 외면한 채 재판부가 부당한 판결을 내린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편집자주>

집에 온 도둑 제압 집주인 ‘과잉방어’로 감옥행

누구를 위한 정당방위론…보호 대상은 ‘나몰라’


판결에 냉담한 ‘여론’…사회적 통념과는 먼 법치

 
[주간현대=최유리 기자] 도둑과 결투를 벌여 뇌사상태에까지 이르게 한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집주인에게 징역형을 내리면서 이를 두고 ‘뜨거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 집주인의 실형으로 드러난 '도둑 뇌사사건'은 현재 정당방위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 주간현대




















도둑 때리고 징역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3월8일 최모(21)씨는 입대를 앞둔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새벽 3시쯤에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자신의 집으로 귀가했다. 집에 도착한 최씨는 2층 거실로 가던 중 서랍장을 뒤지고 있던 도둑 김모(55)씨와 마주쳤다.

그는 도둑을 주먹으로 수차례 가격하고 도망가던 김씨가 넘어지자 10분간 알루미늄 빨래 건조대와 허리띠를 이용해 제압하는 등 격투를 벌였다. 이후 경찰에 직접 신고해 범인을 잡았다. 그러나 문제는 최씨에게 맞은 김씨가 식물인간이 되면서 수면위로 올라왔다.

당시, 제압과정에서 뇌를 다쳐 의식을 잃은 김씨가 응급실로 후송됐으나 깨어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된 것. 이에 검찰은 흉기 없이 도주하려던 도둑을 과도하게 폭행했다는 점을 들어 최씨를 기소하기 이르렀다.

이에 지난 10월24일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최근 자신의 집에 침입해 서랍장을 뒤지던 도둑을 빨래 건조대와 벨트, 주먹으로 수차례 폭행해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제압이 된 이후에도 최씨가 김씨에게 보인 행동이 과하다는 것이 판결 이유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흉기 등을 전혀 소지하지 않고 피고인을 만나자 그냥 도망가려던 피해자를 최씨는 머리 부위를 발로 여러 차례 걷어차고, 주위에 있는 빨래 건조대로 등 부위를 가격했으며, 허리띠를 풀어 때렸다”며 “피해자를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행위는 절도범에 대한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서 정당방위나 방위행위가 초과된 경우에 해당한 경우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가 절도범이라는 사정을 아무리 고려하더라도 범행에 대해서는 비난 가능성이 결코 적지 않다”며 “피해자의 보호자 역할을 한 피해자 형은 당시 피해자의 병원비 등에 책임을 느끼고 자살을 했고, 피해자 유족은 피고인의 엄벌을 원하고 있으므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하며 최씨에게 실형을 내렸다.

이에 최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인터뷰한 최씨의 누나 말에 따르면, 8월이면 입대를 할 예정이었던 최씨는 새벽 세시에 불이 켜진 2층 집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김씨가 엄마와 누나가 생활하는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강간범’으로 오인했다는 것.

‘과잉방어’라는 법원의 판결이 언론에 보도되자 인터넷에서는 사건에 대한 ‘정당방위’를 두고 말이 많다.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을 잡아 표창장은 주지 못할망정 징역을 받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냐”부터 시작해 “나라도 강도가 어머니와 누나가 쓰는 방에서 나오면 그렇게 할 것이다” 등 최씨의 입장을 두둔하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과잉방어 논란’은 현재 정당방위의 범위로까지 번진 상태다. 지난 2011년 3월부터 시행된 경찰의 ‘폭력사건 정당방위 처리지침’에 따르면 정당방위를 인정받기 위한 요건은 8가지 정도로 알려졌다.

먼저, 침해행위에 대해 방어하기 위한 행위, 침해행위를 도발하지 않았을 것, 먼저 폭력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 폭력행위의 정도가 침해행위의 수준보다 중하지 않을 것,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 침해행위가 저지, 종료된 후에는 폭력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 상대방의 피해정도가 본인보다 중하지 않을 것, 치료에 3주 이상을 요하는 상해를 입히지 않았을 것으로 밝히고 있다.

정당방위는 8가지 기준에 부합되어야 인정이 되는데 실제 최씨의 사건으로만 보면 해당하지 않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최씨는 도둑 김씨를 보고 먼저 폭행을 했고 그 결과 역시 김씨가 식물인간이 될 정도로 중한 상태다.

또한 법원이 판결 이유로 밝힌 바와 같이 도둑이 제압된 이후에도 폭력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법원이 최씨의 행동을 ‘정당방위’가 아니라고 언급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논란이 거세지자 법원 측은 10월27일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피해자가 최씨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50대였고, 제압을 한 뒤에도 20여 분 동안 발로 머리를 걷어차고 빨래 건조대로 내리치는 등 닥치는 대로 폭력을 휘둘렀다”며 “피해자가 피를 흘린 채 쓰러졌는데도 폭행을 멈추지 않아 정당방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힌 것.

법원은 최씨가 과도하게 폭력을 행사했고 그가 폭행 때 사용한 건조대를 위험물건으로 보았다. 이에 최씨의 국선 변호사는 도둑을 제압하는 것은 일반적인 생각이고, 알루미늄 빨래 건조대는 흉기나 위험한 물건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해명과 정당방위에 대한 기준 제시에도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정당방위로 인정되는 요건들의 기준이 높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범죄자가 먼저 공격을 하기 전까지는 폭행을 할 수 없고 흉기 등의 사용 역시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대가 다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을 방어하라는 정당방위의 골자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

여론에게는 ‘범죄자 중심의 법’으로 보이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실제로 법에서 논의되는 지점과 여론이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지점이 상이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정당방위 범위 논란

한편, ‘정당방위’ 허용 범위에 대해 미국은 수용 범위가 넓어 가택침입을 한 사람에게는 총기를 겨눠도 무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국 오클라호마 주에서 아이와 단둘이 있던 여성의 집에 총기를 들고 있지 않은 남성 둘이 들어왔고 여성이 총으로 한 명을 쏴 사망했지만 ‘정당방위’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이 그 사례다.

dbfl64580@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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