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하는 로봇이다” 로봇 활약 현장 2곳 르포

객실 누비는 ‘호텔리어 로봇’…인간 빼닮은 ‘아바타 로봇’

심지혜·윤정민(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23/05/12 [14:28]

“우리는 일하는 로봇이다” 로봇 활약 현장 2곳 르포

객실 누비는 ‘호텔리어 로봇’…인간 빼닮은 ‘아바타 로봇’

심지혜·윤정민(뉴시스 기자) | 입력 : 2023/05/12 [14:28]

제주신화월드 ‘똣똣’, 초속 1미터로 승강기·객실 오가며 척척 전달

주문 접수부터 배송 마친 뒤 사무실 돌아오기까지 평균 15분 걸려

 

배준범 UNIST 교수팀이 개발한 로봇, 세계 아바타 로봇 대회 6위

드릴 집어들어 나사 풀거나 조이고 거친 돌과 매끈한 돌까지 구분

 

▲ ‘똣똣’이 주문받은 물품 전달을 위해 호텔 객실로 이동하는 모습.  

 

1. AI 실내배송 로봇 ‘똣똣’

 

“객실에서 편의점 한 번 가기 꽤 어렵겠는데?” 기자가 최근 찾아간 제주신화월드에 대한 첫인상은 이 질문으로 시작했다. 부지 면적 250만㎡, 객실 수만 2000여 개 이상이라고 하니 첫 방문 투숙객으로서 밤에 간단하게 맥주 한잔하러 편의점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파란색 턱시도 차림인 1미터 크기의 로봇이 사람 걷는 속도만큼 움직이며 기자의 옆을 지나갔다. 무슨 로봇인가 궁금해 따라갔다. 엘리베이터에 스스로 탄 로봇. 엘리베이터는 로봇의 목적지인 3층에 섰다. 로봇은 엘리베이터를 나와 특정 객실까지 이동했다. 로봇이 객실 앞에 도착하자 투숙객이 나와서 로봇 맨 위 서랍에 있던 마른 오징어와 맥주를 꺼냈다. 이 로봇이 호텔리어를 대신해 음식을 배달한 것이다.

 

배달을 마친 로봇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내려가더니 다른 객실로 향했다. 해당 객실 투숙객이 나오더니 로봇의 두 번째 서랍을 열고 감자칩과 사이다 캔을 꺼냈다. 음식 배달을 마친 로봇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더니 G층(지상층) 체크인 데스크 앞으로 돌아갔다.

 

이 로봇의 이름은 ‘똣똣’, 따뜻하다는 뜻의 제주 방언에서 따온 ‘똑똑한 로봇’이라는 뜻으로 KT가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실내배송 로봇이다.

 

KT는 최근 제주 서귀포 제주신화월드에 ‘똣똣’ 5대를 보급했다. KT는 이 로봇이 클라우드 기반 로봇 통합관제 플랫폼 아래 최대 3곳의 객실에 호텔 어메니티(편의용품), 편의점 물품 등을 한 번에 배송하는 멀티 배송 기능을 수행한다고 전했다.

 

로봇 배송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로봇이 엘리베이터, 자동문 등과 연동해 건물 내 곳곳을 누빌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로봇 주행에 필요한 지도를 그리고 로봇 운행과 원격 관제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건물 내에 구축해야 한다. 건물 내 네트워크 음영을 파악해 해소해야 하고 어떤 제조사 로봇을 활용하더라도 다수의 기기들끼리 연동할 수 있어야 한다.

 

KT는 이러한 기술적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자 엘리베이터, 주문·결제 애플리케이션, 출입문, 인터폰, 저온 유통체계 등 로봇 사용에 필요한 인프라를 하나로 연결할 클라우드 기반 로봇 통합관제 플랫폼 ‘로봇 메이커스’를 구축했으며 제주신화월드에도 이 플랫폼을 적용했다.

 

▲ 제주신화월드에서 활약하는 AI 실내배송 로봇이 편의점 물품을 투숙객에게 전달하는 모습.  

 

제주신화월드가 ‘똣똣’을 도입한 이유는 인력난 때문이다. 제주신화월드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현상) 급습으로 여행객 수가 줄어들면서 직원들도 줄지어 퇴사해야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엔데믹(Endemic, 감염병 주기적 유행) 시대로 접어들자 호텔 측이 대규모 채용에 나섰으나 예전만큼의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음료·주류, 과자류 등 식료품을 객실에 배달하거나 호텔 어메니티 추가를 요청하는 등 호텔 투숙객들의 수요가 늘고 있는데 현재 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KT와 제주신화월드는 투숙객 수요를 반영해 편의점 주문 및 호텔 어메니티 배송 서비스에 우선 로봇을 도입하기로 했다.

 

서비스 방식은 다음과 같다. 투숙객이 객실에 있는 객실별 고유 QR 코드를 인식하면 로봇 편의점 안내창이 뜬다. 음료·주류·과자류 등의 상품을 고른 후 결제까지 마치면 주문 정보가 호텔 사무실에 전달된다.

 

호텔리어가 주문 목록에 있는 물품을 ‘똣똣’ 서랍에 담으면 ‘똣똣’이 주문한 객실로 출발한다. ‘똣똣’이 초속 1미터의 속도로 이동해 장애물을 피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 문 앞으로 이동한다. 도착 시에는 객실 안에 있는 전화로 배송 도착을 알린다.

 

물품 수령이 끝나면 또 다른 배송을 위해 다른 객실로 이동하거나 충전 및 다음 배송 서비스 대기를 위해 사무실로 돌아간다. 

 

이상호 KT AI로봇사업단장은 주문 접수부터 ‘똣똣’이 배송을 마친 뒤 사무실까지 돌아오는 데 평균 15분이 걸린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 엘리베이터 제조사와 로봇 연동 기술을 표준화해 올해 안에 더 빠른 속도의 실내 배송 로봇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이러한 멀티 배송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지난 3월부터 랜딩관에서 204회, 메리어트관에서 14회의 시범 운영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배송 거리만 총 130.5㎞다.

 

KT와 제주신화월드는 투숙객 수요를 바탕으로 F&B 물품 배송, 룸서비스, 액티비티 물품 배송 등 맞춤 로봇 배송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배송 서비스 수요가 늘면 ‘똣똣’ 추가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KT는 제주신화월드 로봇 배송 서비스 등으로 로봇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해 스마트빌딩, 스마트시티 구축에 기여할 계획이다. 방역·청소·순찰 등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로봇이 수행해 건물, 도시의 디지털 전환(DX)을 이끌겠다는 뜻이다.

 

이상호 단장은 우선 조만간 일부 방역로봇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단장은 “TV 화면으로 지금 방역 로봇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고 운영되고 있는지, 공기의 질 상태는 어떤지에 대한 것들을 통합 관제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단장은 KT가 국내 최대 서비스 로봇 선도사업자로서 로봇 플랫폼만큼은 국내 어느 기업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단순히 로봇을 출시하는 걸 넘어 ‘KT 로봇은 믿고 쓸 수 있다’는 소리를 듣는 게 목표”라며 “(고객사가 요청한) 기능 중 미비했던 부분을 개선하는 등 전사적인 품질 검증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취재/윤정민(뉴시스 기자)>

 

2. 상 받은 ‘아바타 로봇’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공상과학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인 제이크 설리는 해병대 출신 퇴역군인으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하지만 다른 행성 원주민 아바타에 의식을 주입하면 걷거나 뛸 수 있다. 행성 여전사와 사랑도 나눈다.

 

또 다른 영화 <써로 게이트>에서는 대리 로봇이 인간의 삶을 대신 산다. 의식을 주입한 로봇이 대신 직장생활을 한다.

 

영화에서만 가능했던 인간을 대신하는 로봇이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로봇이 사람의 동작을 그대로 똑같이 구현한다. 사람의 팔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한다. 물건을 집는 섬세한 동작도 가능하다.

 

최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확인한 ‘아바타 로봇’이 손을 들고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과 함께 방문한 기자들을 환영했다. 이 로봇은 상반신까지는 사람과 비슷하다. 사람의 골격구조와 유사하게 설계됐다. 어깨·팔꿈치·손목 그리고 손가락에 다 관절이 있다. 얼굴에는 눈이 있다. 동그란 눈을 깜박이면서 사람이 시키는 대로 고개를 들고 현장을 방문한 기자들을 살펴봤다.

 

배준범 UNIST 기계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이 로봇은 지난해 엑스프라이즈(X-PRIZE) 세계 아바타 로봇 대회 6위 성적을 거두는 등 글로벌 업계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 배준범 UNIST 기계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아바타 로봇’이 엑스프라이즈 아바타 로봇 대회에서 세계 6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조종자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쓰고 가상현실(VR)로 로봇이 보는 현장을 그대로 확인한다. 여기에는 스피커와 마이크가 있어 소통도 가능하다. 손은 관절마다 센서가 부착된 장갑을 끼고 있다. 팔의 움직임 신호는 손목에 연결된 기계를 통해 전달한다.

 

로봇이 보고 들을 뿐만 아니라 직접 집어 드는 물체의 무게, 심지어 감각까지 전달한다. 떨어져 있지만 사람이 마치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현장에서 본 로봇의 손은 정말 사람과 비슷했다. 손바닥은 비록 좀 투박한 직사각형 모양이었지만 함께 붙어 있는 손가락은 사람의 관절과 유사했다. 또 손에 있는 지문을 대신하기 위해 손바닥과 손가락에는 고무 같은 패드가 붙어 있었다.

 

조종자가 팔을 뻗어 손을 쥐는 행동을 하자 로봇이 앞에 있는 인형을 집어들었다. 이후 인형을 내려놓고 조금 더 무거운 드릴을 집었다. 사람은 쉽게 하는 행동이지만 로봇이 하기에는 섬세한 손동작과 악력이 필요하다.

 

로봇은 실제 사람이 물건을 잡을 때 손가락을 오므리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다. 무게가 있고 표면이 좀 더 매끄러워서 쉽게 못 잡을 것 같았는데 이는 오산이었다. 조금 느리게 움직였지만 로봇은 드릴을 집어 앞에 있는 기자들에게 내밀었다.

 

움직임 속도는 일부러 느리게 설정해 놨다고 한다. 빠르게 움직일 경우 균형이 흔들리거나 지시하는 동작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수 있어 제한해 놨다는 설명이다.

 

▲ UNIST 연구팀이 개발한 ‘아바타 로봇’은 앞에 놓인 물건의 무게를 가리거나, 드릴을 집어든 뒤 나사를 푸는 임무를 척척 해냈다. 

 

이날 본 로봇의 손가락은 엄지·검지·중지 3개밖에 없었다. 지난해 출전한 세계 대회에서 조종자가 실수로 새끼손가락을 망가뜨려서 빠진 게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물건을 집거나 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영향이 크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해당 대회에서 이 로봇은 앞에 놓여 있는 물건의 무게를 가리거나, 드릴을 집어든 뒤 앞에 있는 볼트를 푸는 임무를 수행했다. 마지막으로 앞에 있는 여러 공의 표면을 만져서 느낀 후 거친 돌과 매끈한 돌을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대회에는 100여 개 팀이 등록했는데, 다양한 검증을 통해 총 17개 팀이 결승전을 치렀고 최종 6위라는 성과를 거뒀다.

 

배준범 교수는 “이 로봇은 움직임뿐 아니라 실제 만지는 물건에 대한 느낌을 사람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며 “로봇이 물건을 들었을 때의 무게, 압력 등을 사람이 같이 느끼고, 물건 표면의 느낌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이어 “사람은 이런 감각을 전달받음으로써 로봇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기술이 더 정교하게 발전하면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재난 현장이나 심해 또는 우주 탐구 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취재/심지혜(뉴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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