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밸런스’ 이운성 대표…샐러드 & 스타트업 스토리

“매출이든 가치든 1조짜리 회사 만들고 싶다”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23/05/26 [14:34]

‘스윗밸런스’ 이운성 대표…샐러드 & 스타트업 스토리

“매출이든 가치든 1조짜리 회사 만들고 싶다”

송경 기자 | 입력 : 2023/05/26 [14:34]

샐러드를 주식으로 먹는 인구가 늘고 있다. 최근 강남·여의도 등 직장인들이 즐비한 동네에서는 고개만 돌리면 샐러드 점포 2~3개가 눈에 들어오는 건 특별한 일도 아니다. 수많은 샐러드 가게가 생겨나고 있지만 167억 원(시리즈B)의 대규모 투자를 받고, 1700평의 공장을 보유한 스타트업은 ‘스윗밸런스’뿐이다.

 

“우리는 샐러드를 돈 주고 사 먹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는 두 남자가 ‘샐러드계의 코스맥스’를 표방하기까지, 시장의 가능성과 문제점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반복된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분석과 보완, 재도전을 반복하며 ‘업사이드(성장)’를 고민해왔던 스윗밸런스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샐러드를 돈 주고 사 먹는 것 이해 못 하던 두 남자 뭉쳐 창업 도전

“원가·인력 구조 ‘대량생산’으로 풀어…1700평 공장 보유한 스타트업”

 

▲ 이운성 스윗밸런스 대표가 지난 5월17일 서울 영등포구 ‘스윗밸런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운성(33) 스윗밸런스 대표는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처음 창업할 때 감당할 수 있는 실패를 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할 수 있다”며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데, 무모했던 일들이 많았다. 리스크가 생길 지점들을 잘 챙겨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처음 이운성 대표와 장지만(36) 공동대표가 샐러드 사업을 접한 건 서울대학교 재학 중 창업동아리에서 실시한 ‘10만 원 프로젝트’에서였다. 초기 자금 10만 원으로 더 많은 돈을 벌어오는 팀에게 수상하는 대회였는데, 당시 무용을 전공하며 식단 관리를 하던 이 대표의 아내가 교내 샐러드 판매를 제안했다.

 

이들은 샐러드를 만들어 이른 아침부터 점심시간까지 지하철, 버스정류소, 교내 등지로 장소를 옮겨가며 판매에 나섰다. 처음에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지만, 점심 시간 근처에 자리잡은 자하연 호수 주변에서는 달랐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오자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려지면서 시선이 옮겨오기 시작했고, 50개의 샐러드가 팔려나갔다. 결국 그 자리에서 2주간 샐러드를 판매한 결과 매출 180만 원, 수익 80만 원을 얻으며 시장의 가능성을 엿봤다.

 

이후 본격 창업에 뛰어들었을 때는 투자유치를 위해 전략적으로 정보기술(IT) 사업에 도전했지만 실패를 맛봤고, 다시 돌아온 곳이 ‘샐러드’였다. 시작은 점포 사업이었다. 2015년 점포를 오픈할 당시 농산물 전처리 시장은 10년 사이 2배가 커졌고, 미국과 유럽의 샐러드 시장은 연 30%씩 급격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사업을 시작하면 무조건 대박이 날 줄 알았지만 결과는 ‘쪽박’이었다. 두 공동대표와 이 대표의 아내까지 3명이 일했지만 첫날 매출은 7만 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후 메뉴와 플레이팅, 메뉴판 등의 개선 작업을 여러 차례 거치면서 한 점포에서 월 매출 5000만~6000만 원, 순 수익 1000만~2000만 원을 낼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사업을 이어가며 깨달은 건, ‘야채를 썰어 토핑을 올리고 먹으면 되는’ 단순해 보이는 샐러드가 사업적인 관점에서는 그리 까다로울 수 없다는 점이었다. 원재료 가격의 변동성이 커서 원가구조가 쉽게 무너졌고, 인적 자원을 무제한 투입해야 한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었다.

 

특히 점포 비즈니스를 뛰어넘는 성장을 위해 ‘샐러드 자판기’에 도전하면서 이 같은 어려움을 여실히 느꼈다. 당시 자판기 운영법상 제조시설에서 만들어진 제품만 유통이 가능했고,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서 고객들이 발길을 돌린 것이다.

 

이때 스윗밸런스는 오히려 샐러드 제조업으로 눈을 돌렸다. 아직 이 분야에서 잘하는 업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샐러드 사업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를 케파(생산능력)를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당장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가맹사업’을 택했다. 동시에 65평 남짓 되는 공장을 짓고, 그 속에 최대 50여 명까지 투입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샐러드 전처리와 유통에 대한 노하우를 익혀갔다.

 

이 대표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예를 들어 단호박은 원물 당도가 매번 다르고 수분도 매번 다르다. 채소의 품종과 시듬 정도도 다르고 유통 환경도 냉장이 아니었다”며 “원재료를 다 버리기도 하고 상인들과 품질로 다투기도 하면서 그런 문제들을 계속 풀어갔다”고 설명했다.

 

이후 전처리 제조 역량이 어느 정도 길러지자 공장 자체 케파를 확보하며 수익화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마켓컬리를 비롯해 오아시스, SSG 등 대부분의 신선식품 온라인 마켓에 입점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온라인 시장 자체가 크지 않았고 신선식품의 온라인 침투율도 높지 않았다. 특히 물류비 부담으로 회사가 망하기 직전까지 가게 됐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샐러드 구매하는 시대가 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버틴 결과 ‘코로나19’라는 기회가 열렸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2.5배 늘어났다. 물류비가 안 나오니 다른 회사들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우리는 온라인 채널에 다 들어가 있었다. 그러면서 제조·유통 방면에 엄청난 성장을 했다”고 언급했다.

 

이후 쿠팡의 샐러드 자체 브랜드(PB)를 외주 제조를 하면서 3개 제품으로 월매출 4억 원까지 올렸다. 쿠팡 PB 카테고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대표는 기존에 농업법인에서 채소 기반에 토핑 하나를 넣어 판매하던 것을 스윗밸런스는 ‘식사에 가까운’ 형태를 제시하며 수요를 많이 가져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투자유치가 이어졌고, 2021년 5월에는 1700평짜리 성남 공장으로 이전하기에 이르렀다. 전 공장 규모가 65평에 창고까지 합쳐 약 170평 규모였다면, 10배를 확장한, 사실상 ‘무모한 도전’에 가까운 베팅을 한 것이다.

 

이전 후 대형 유통 거래처 확보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우선 도전한 대상은 품질관리 수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삼성 웰스토리였다. 웰스토리에 입점하기 위해 5개월간 공사 작업과 인적 자원 투입을 통해 내부 품질 수준 강화에 집중했다.

 

이 대표는 “3만 개 정도를 70명이서 생산하던 것을 2만 개~2만5000개에 220명까지 3배의 인력을 투입해가며 품질만 강조했다. 이물이 하나도 안 나오게, 오로지 품질에만 신경썼다”며 “웰스토리의 실사를 통과하자 다른 대형 거래처도 통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케파를 늘리면서 재고관리도 자연스레 효율화됐다. 이 대표는 “채소는 하루 1.2톤 정도가 소진되고 있는데, 회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폐기율을 거의 없앴다”며 “처음 공장 이전 이후 폐기율은 30~40%였지만 변동성이 높은 문제들을 모든 이해관계 대상과 협의와 조율을 통해 만들어 나갔고 2년 정도 쌓이니 운영 노하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단계적으로 내실을 단단하게 다져온 스윗밸런스지만 처음부터 투자 유치가 쉬웠던 것은 아니다. 투자 유치를 담당하고 있는 장 대표가 국내 대부분의 투자사들을 만나면서 라운드를 한 바퀴 돌면 거의 1년이나 걸렸다.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 설득된 곳은 거의 없었다.

 

이 대표는 “회사에 투자가 들어온 시점이 흥미로운데, ‘우리 이 실적 만들 거다’라고 하고 1년 뒤 만났을 때 ‘비슷하게 했네?’라며 그렇게 투자한 분들이 많다. ’이들은 약속하면 지켜가는구나‘가 전달되는 시점부터 잘 풀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운영관리 효율화와 개선 작업, 전 제품 리뉴얼 등의 뼈 깎는 노력을 통해 스윗밸런스는 턴어라운드도 앞두고 있다. 매출의 92%를 차지하는 제조유통 사업만으로는 지난 3, 4월에 이미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 스윗밸런스의 매출 목표는 450억 원이다.

 

스윗밸런스는 기업 상장(IPO) 단계까지 꿈꾸고 있기에 재무적 가치에 대한 고민도 지속하고 있다. 제조·유통 분야로 사업을 키웠던 것도 재무적인 관점에서 도움이 되겠다는 접근이었다.

 

자사몰의 비중을 높이고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고객의 데이터를 통해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식사 구독 서비스 ‘밸런스 위크’ 론칭 역시 이 같은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 샐러드계의 대표 제조사를 지향하는 만큼, 향후 제조 역량의 ‘수직 계열화’도 목표로 두고 있다. 전처리 인하우스와 스마트팜, 농가 협업 등과 나아가 스마트팩토리 구축까지 염두에 뒀다.

 

이 대표는 “개인적으로 매출이든 가치든 1조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좋은 조직문화를 가지고 성과를 내고 좋은 보상을 해주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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