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오른 여권發 ‘친박체제’ 구축설

비박 김무성 대표 견제 위해 ‘친박 다 모였네’

이동림 기자 | 기사입력 2014/11/24 [10:18]

수면 위로 오른 여권發 ‘친박체제’ 구축설

비박 김무성 대표 견제 위해 ‘친박 다 모였네’

이동림 기자 | 입력 : 2014/11/24 [10:18]

최근 여권 내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친박계 좌장인 7선의 서청원 의원을 필두로 잦은 회동을 통해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하며 본격적인 세 결집(?)을 시도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전열 정비에 나섰다거나 친박계의 건재함을 확인하려 했다는 등 이런저런 해석과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공교롭게도 새누리당 당권 구도에서 한발 비켜서 있던 성향의 의원들인지라 일각에서는 정기국회 이후 도래할 ‘정치의 계절’에 대비하는 결속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편집자주>



진열 재정비 나선 친박계, 회동 통해 반격 음모론
‘모여든 친박’ 단순 모임?…“확대해석 말라” 손사래


국가경쟁력강화포럼서 실세 최경환 불러 ‘실력행사’
침묵했던 서청원·홍문종 등 30여명 집결…단합다짐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월19일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 참석해 초청 강연을 펼치고 있다.     © 주간현대
 
[주간현대=이동림 기자] 새누리당 친박계가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친박계는 지난 7·14 전당대회에서 사실상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에게 당권을 내준 이후 오랜 기간 침묵을 지켜왔지만 최근 잦은 회동을 통해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잇단 실력행사

지난 11월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친박계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총괄간사 유기준)의 토론회가 열렸다. 친박계 일각으로부터 ‘잠재적 대권주자’ 평을 들을 정도로 실세인 최경환 부총리가 강연자로 나섰다. 이 자리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정갑윤·김태환·안홍준·홍문종·류성걸 의원 등 3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최 부총리는 강연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다 보니 재정건전성의 일시적 악화를 불가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공기업 부채 규모 자체를 내년부터 줄여나가는 강도 높은 관리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도 예산안과 경제전망 등에 대해 설명하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안 처리에 의원들의 협조를 부탁했다. 자신을 겨냥한 야당의 자원외교 공세에 대해 “해외 자원 사업도 한두 개 어쩌다 실패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며 일축했다.

강연 뒤 비공개로 전환된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최 부총리에게 예산 관련 청원을 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의원들이 자기 지역 예산을 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예산 편성권을 쥐고 있는 최 부총리의 ‘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간 친박계 주류와 거리가 있는 김무성 대표가 당권을 차지한 데다 계파 중심을 잡아주던 최 부총리마저 세종시로 떠나면서 친박 진영은 뭉치기 어려워했다. 최근 당 조강특위 구성 문제에서 나타난 비박계의 약진은 위축된 친박계의 모습과 대비됐다. 그렇게 흩어진 친박계가 이날 오랜만에 결속한 셈이다.

전날(18일) 친박계 핵심 의원들이 만찬회동을 가진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만찬 자리에서는 서 최고위원 주도로 정갑윤 국회부의장과 김태환, 정우택 유기준, 서상기, 안홍준, 노철래 의원 등이 만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선 김무성 대표의 공무원 연금개혁안 처리 의지 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 의원은 “매달 정기적인 모임으로 반갑게 만나 덕담을 주고받았다”며 “‘당과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김 대표를 많이 도와주자’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말했다.

다만 참석자들은 한두 달에 한 번씩 밥 먹는 자리일 뿐이고 별 내용도 없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서 최고위원은 일련의 모임들이 ‘친박 세몰이’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구분짓지 말아 달라. 세미나에는 덕담을 해주고 공부하러 왔다”며 “너무 의미를 두지 말아 달라”고 했다. 최 부총리 역시 친박계 의원들이 주축인 포럼에 발표자로 나선 배경을 묻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저는 다른 포럼에도 많이 간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도 지난 10월29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주제로 한 강연이 개최된 지 20여 일 만이다. 당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난 직후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2017년 차기 대선 지지도 판세-반기문 사무총장 출마 가능성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엔 서 최고위원을 비롯한 다수의 의원이 참석해 ‘김무성 체제’ 이후 다소 잠잠하던 세를 과시하는 뉘앙스였다.

이날 토론에서 안홍준 의원은 “반 총장은 절대 야당 성향이 아니다”며 “당내에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는 인사가 있다면 바람직하겠지만 대안으로 반 총장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치열한 경선을 해야 할 입장이라면 반 총장을 영입할 수 없다”며 사실상의 추대론을 폈다. 이에 친박계 의원들은 차기 대권 주자와 관련 반 총장이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등 사실상 반 총장을 향한 ‘러브콜’을 보냈다. 실현 가능성은 문제 삼지 않더라도 다분히 김 대표에 대한 견제용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11월17일엔 최 부총리와 윤상현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이 모여 저녁 만찬회 회동을 열기도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정례적인 모임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듣는 이는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원내대표를 지낸 최 부총리가 내각으로 차출되고, 서 최고위원도 전당대회 이후 활동을 자제하면서 그간 친박계는 구심점을 잃은 게 사실이다. 산발적으로 개헌논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구성 등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냈지만 뚜렷한 무게중심을 갖지 못했던 친박계가 김 대표 체제에 ‘반격’을 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여기서 나온다.

또 21일에는 친박계 ‘투톱’이라 불리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회동을 가졌다. 때가 정기국회 기간이고 예산안과 법안 처리, 공무원연금 개혁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당이 한 방향으로 움직여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오히려 친박들의 잇따른 모임은 정기국회 이후 도래할 ‘정치의 계절’에 대비하는 결속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표면적으로는 동료 의원들의 만남이지만 역시 핵심은 ‘김무성 견제’에 있다. 이와 관련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 등을 적극 추진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잘 돕고 있다. 우리가 자꾸 훈수를 두면 당이 산으로 간다. 연말까지 김 대표를 일단 도와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고, 참석자들이 동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놓고 당 일각에선 서 최고위원이 언급한 ‘연말까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연말 국회가 끝나고 주요 현안들이 처리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2015년부터는 총선 모드로 서서히 진입하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현재 외견상으로 보이는 여권의 단일 대오는 흐트러지면서 친박과 비박 간 권력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비박이 주류를 이루는 현 지도부 구조를 감안하면 친박계 입장에선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친박계는 앞으로도 당 지도부 등 구심점이 될 만한 인사들을 주축으로 크고 작은 모임을 이어가며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김무성 체제’에 대한 견제만이 자신들의 정치적 안위와 직결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친박계가 사후 도모를 위해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하며 전열 정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7·14 전당대회에서 비박계인 김 대표에게 당권을 내준 뒤 뿔뿔이 흩어졌던 친박계가 본격적인 총선 모드로 진입하는 내년을 앞두고 본격적인 세 결집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친박계는 “김 대표 체제의 허니문 기간은 6개월”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김무성 견제카드

한 정치권 인사는 “친박계는 내년 한 해 김무성 체제 흔들기 말고는 할 게 없다”며 “내년 여권 내 친박과 비박 간 권력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서 최고위원은 “우리끼리 식사도 하고 그래야지. 친박, 비박 그런 거 구분하지 말아 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baghi81@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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