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대 전화사기 벌인 전직 경찰관

피싱 수사하다 피싱 전업…매출액 ‘억 소리 나네’

최유리 기자 | 기사입력 2014/11/24 [10:26]

400억대 전화사기 벌인 전직 경찰관

피싱 수사하다 피싱 전업…매출액 ‘억 소리 나네’

최유리 기자 | 입력 : 2014/11/24 [10:26]
피해 금액만 400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전화사기단 조직이 검찰에 적발돼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거대 조직을 이끈 우두머리가 한때 보이스피싱 수사를 전문으로 하던 전직 경찰 간부였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사건의 장본인은 7년 동안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근무하다 특진으로 간부까지 올라섰지만 지난 2008년 비위 혐의로 해임된 A씨로 밝혀졌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이 세계에 발을 담갔지만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3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한때 전화사기 범인을 잡던 유능했던 A씨. 그가 사기꾼으로 전락한 내막을 집중 추적해 봤다. <편집자주>

전직 사이버수사대 경찰이 주도, 조직원 100명

보이스피싱 총책이 김미영 팀장 도용한 장본인?


수백억 피해 입힌 뒤 해외에서 잠적 ‘오리무중’


[주간현대=최유리 기자] 보이스피싱 등 사이버 범죄 수사를 담당했던 전직 경찰관 A(42)씨는 최근 서민들을 상대로 저축은행인 양 속이고 수만 명에게 ‘전화 사기극’을 벌였다. 그의 범죄 대표작은 ‘김미영 팀장입니다’로 시작하는 보이스피싱 문자였다.

▲ 보이스피싱 등 사이버 범죄 수사를 담당했던 전직 경찰관 A(42)씨는 최근 서민들을 상대로 저축은행인 양 속이고 수만 명에게 ‘전화 사기극’을 벌였다. 사진은 화면캡처.     © 주간현대

전직 경찰관의 범죄

광주지방검찰청 형사2부는 중국, 필리핀 등지에 콜센터를 차리고 서민들을 상대로 저축은행인 양 가장해 돈을 뜯어낸 총책 A씨 등 53명을 입건하고 자금관리 책을 맡은 A씨의 친동생 B(39)씨 등 조직원 26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11월19일 밝혔다.

조직원이 100여 명에 이르는 사상 최대 ‘보이스피싱’ 조직을 결성한 A씨는 1995년부터 순경으로 임용되어 2008년까지 경찰 간부로 일했었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A씨는 2008년 해임되기 전까지 13년간 유능한 경찰이었다. 순경으로 임용된 뒤 경사로 특진했고 이후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도 담당 사건들을 해결하는 등 빛을 발하며 간부인 경위로 올라선 것.

그러나 그의 경찰 생활은 2008년 끝이 났다. 아직 구체적인 이유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수뢰 혐의’로 경찰 옷을 벗게 됐다. 이후 A씨는 2011년 보이스피싱의 세계에 발을 담그기 전까지 구직활동 및 사업 구상 등을 했지만 돈벌이는 잘 되지 않았다. 그러자 급기야 A씨는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범죄자들을 조사했던 경험을 살려 직접 ‘보이스피싱’에 뛰어들었다.

2011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조직을 결성한 그는 올해 10월까지 이 같은 생활을 계속했다. 특히, 그는 총책으로 일하면서 경찰생활에서 알게 됐던 인맥들을 총동원했다. 본인이 수사한 적이 있는 피의자 3명을 조직원으로 편입시키거나 1000만원을 주고 현직 경찰관을 매수해 수배조회 등을 부탁하며 협조를 요청한 것.

결국 이 같은 방식으로 범죄에는 광고 모델, 전 프로야구선수, 연예인 매니저, 남녀 유흥종사자, 폭력조직배 등 다양한 신분 출신의 조직원들이 가담했고 부부나 형제, 동서 등 친인척들도 포함됐다.

범죄에는 인맥뿐 아니라 본인이 수사를 담당했을 때 알게 된 노하우도 사용되었다. 조직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금관리담당으로 자신의 친동생을 자리에 앉히고 교육팀, 대포통장 확보팀, 현금 인출팀, 유인팀(콜센터팀), 인력 확보팀 등으로 체계적으로 역할을 나눴다.

특히 A씨는 조직원들을 점조직 형태로 만들었는데 이는 구성원 사이에서 체계나 연관 관계가 잘 드러나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는 조직원들 간에는 서로의 인적 사항을 모르게 하기 위해 철저하게 가명을 사용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결국 총책인 A씨가 사용한 점조직 형태와 가명 시스템으로 검찰은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 제대로 된 규명이 어려웠다. 현재 수사 끝에 밝혀진 조직원들의 수는 51명으로, 인적사항이 제대로 다 파악되지 않아 확인되지 않은 조직원만 50명가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원만 100명으로 추정되는 일당은 주 타깃을 신용이나 담보 부족 등으로 국내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이 거절된 사람들로 삼았다. A씨는 중국 해커로부터 몇  십원에서 최대 5만원가량의 돈을 지불하고 대출 희망자들의 명단과 개인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후 중국과 필리핀에 ‘콜센터’를 차린 유인팀은 저축은행 상담원으로 가장해 피해자들을 현혹시켰다. 대출이 거절당한 사람들에게 전화해 “다시 심사해 보니 대출이 가능하다”며 접근한 것.
 
A씨 일당은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했다. 피해자들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발신번호에 저축은행의 실제 전화번호를 조작해 뜨게 한다거나 여신금융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저축은행 상담 직원들의 사진과 이름을 도용해 위조한 신분증을 피해자들에게 팩스로 보냈다.

이 같은 방식으로 피해자들의 의심을 거둔 일당은 수차례 대출 희망자들에게 전화를 시도했다. 처음에는 상담원으로 그 이후에는 심사원으로 둔갑했고 ‘대출 수수료’, ‘보증 보험료’, ‘신용조회 삭제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고 보이스피싱의 덫에 걸린 사람들 역시 대출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의심 없이 대포통장으로 돈을 입금해왔다.

수만원에서부터 많게는 1억 이상의 금액을 송금한 피해자들 중에는 조직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뒤 삶을 비관한 끝에 음독자살을 기도한 경우도 있었다.

아울러, A씨는 유인팀에 새로 들어온 신입 조직원들에게 사전교육을 하고 범행에 투입시켰다. 이는 주로 대출을 희망하는 피해자들의 예상 질문과 상황별 대처요령 등을 상세히 기술한 ‘매뉴얼’과 상급 유인책들의 실제 범행과정을 녹음한 음성파일로 교육한 것. 또한 관련 행정부처가 연구하고 발간한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대책’ 문건을 입수했고 이를 역이용하여 새로운 범행수법을 개발했다.

현재 밝혀진 피해자만 2000여명에 피해금액은 40억이지만 검찰 측은 범행일계표, 일일환전금액, 범행기간 등을 참작해 총 피해금액은 400억에 달하고 피해자는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일부 조직원들이 검찰 조사에서 “대출을 가장하고 걸려오는 보이스피싱 유인전화의 70%가량은 자신들의 소행이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은 A씨를 비롯해 인적사항이 파악된 조직원 21명에 대해 여권 무효화 조치를 취하고 도주한 조직원들에게는 인터폴 등에 국제 공조를 요청한 상태다.

피해자만 수만 명

검찰 관계자는 “가명을 사용해 인적사항이 밝혀지지 않은 50여명의 조직원들에 대해서 자금추적 및 통신조회 등 가능한 모든 수사방법을 동원해 계속 추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bfl64580@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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