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울린 ‘취업사기극’ 실태고발

취업 준비자 노린 범죄…“돈 주면 일자리 줄게”

최유리 기자 | 기사입력 2014/12/01 [14:00]

구직자 울린 ‘취업사기극’ 실태고발

취업 준비자 노린 범죄…“돈 주면 일자리 줄게”

최유리 기자 | 입력 : 2014/12/01 [14:00]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을 상대로 한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방식인 ‘인사담당자를 소개해주겠다’부터 시작해 취업을 빙자, 개인정보를 받아 대출을 받는 등 지능적인 방식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범죄의 덫에 걸리는 사람들은 대개 구직자나 이들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이 주를 이루었다. 최근 일어난 사건만 보더라도 ‘취업’에 절박해진 피해자들은 적게는 4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이 넘는 금액까지 주며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집자주>


점차 급증하는 ‘취업사기’…절박한 심정 ‘악용’
前 공무원 ‘취직 미끼’로 지인들에게 5억 갈취
금융당국, 지능적인 범죄에 각별한 주의 ‘당부’


[주간현대=최유리 기자] 심각해지는 구직난 속에서 취업을 시켜주겠다는 ‘취업사기’가 나날이 늘고 있다. 최근 한 고위 공직자가 아들의 취업을 미끼삼아 청소 용역업체 직원에게 수 천만원을 갈취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취업 사기로 갈취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청소용역업체 직원 A씨에게 “아들을 국회사무처 의전과 5급 공무원으로 채용되도록 해주겠다”면서 로비 자금으로 6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국회사무처 이사관 출신의 김모(67)씨를 최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전직 국회사무처 고위 공무원인 김씨는 2008년 A씨를 소개받게 되었다. 당시 A씨는 식당을 운영했고 한 손님으로부터 김씨를 소개받게 된 것. 시간이 지나 A씨는 아들의 취업 문제를 김씨에게 언급했고 그는 “국회사무처에 취직하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확답을 하며 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A씨에게 6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취업 대가로 처음 5000여만원을 들고 오자 거절했고, 3년여 동안 200만~300만원씩 여러 차례 금품을 나눠 받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김씨는 A씨의 아들이 민간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입사원서를 낸 사실을 알게 되자 지인을 통해 취업을 방해한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이는 그가 A씨에게 취업을 빌미로 받던 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벌인 것.

김씨에게 수년간 돈을 주던 A씨는 남편과 사별 후 청소용역업체에 취업해 민간 기업 사무실에서 청소원으로 일했다. 그러던 중 집안 형편으로 아들의 일본 유학이 중단되는 등 여러 어려움을 겪자 김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김씨가 이를 거절하자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결과, 김씨는 실제로 능력이 없는데도 돈을 받았고 아직까지 피해자 외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은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A씨 아들의 취업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돈을 건네거나 또 다른 국회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금품 로비를 벌이지는 않은 것으로 검찰 측은 보고 있다.

이 같은 일은 서울시에서도 벌어졌다. 마포구청에서 공무원으로 채용되게 해주겠다며 채용 알선 명목으로 15명으로부터 5억 원가량을 받은 일이 발생한 것. 사건을 담당한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2009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서울시와 마포구청 공무원 취업을 빌미로 돈을 받아온 박모(60)씨는 22년간 기능직 8급 공무원으로 일했다. 1992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구청 청소차량 운전 업무를 본 것.

그러던 중 2009년 1월부터 그는 주변 지인 등에게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거나 공무원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을 소개받아 취업을 시켜줄 것처럼 언급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자신이 전국공무원노조 간부라서 구청장 또는 인사담당자와 친분이 있다”며 “노조를 통해 공식적으로 기술직 공무원으로 채용되게 해줄 수 있다”며 사람들을 속였다.

경찰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것처럼 현혹한 그는 관련 인사를 만나 채용 청탁에 제공할 돈이나 노조활동비가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다. 한 사람당 적게는 400만원에서 많게는 1억6000만원까지 돈을 받은 것. 박씨에게 돈을 건넨 사람들은 주로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자식을 둔 부모들이었다.

그러나 채용이 되지 않고 지연되자 일부 사람들은 돈을 반환해달라고 요구를 했고 박씨는 돌려 막기식으로 일부 또는 전부를 반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일부 사람들에게는 일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 가짜 합격통지서까지 만들어 우편발송을 했다. 그는 서울시장 명의의 ‘서울특별시 기술직 공무원 채용서류심사 합격자 면접시험 개별안내서’를 위조하는 등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했다.

가짜 합격통지서에는 6월19일 오전 9시까지 서울시청 소서문별관 4층 후생동 강당으로 면접을 보러 오라며 구체적인 면접장소와 시간이 적혀 있었다. 또한 시장직인까지 찍혀 있어 피해자들은 속을 수밖에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이를 서울시 내부전산망에서 내려 받은 문서를 짜깁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이 같은 사실은 피해자들이 받은 가짜 합격통지서가 지난 5월 말 서울시 민원실에 반송되면서 밝혀졌다. 서울시청 인사과가 허위공문서임을 확인하면서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된 것. 당시, 필기시험이 6월29일에 있었기 때문에 인사과는 문서가 조작되었다고 판단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마포구청 기능직공무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채용을 알선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상당액의 돈을 제공한 점에 주목한다”며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 면접시험만으로 채용되는 일부 직군의 채용관련 인사비리에 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이처럼 구직이 어려운 상황에서 ‘취업사기’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번에 일어난 기업 인사담당자와 연결 또는 일자리 제공과 관련된 사기뿐 아니라 취업을 빙자해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이를 도용해 돈을 빼가는 방식도 벌어지고 있다.

구인광고를 통해 채용을 한 뒤, 입사할 때 필요한 서류 외에 신용등급을 높이기 위한 거래실적을 만들어주겠다고 속여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통장 비밀번호 등의 정보를 요구했다. 이후 일당은 피해자로부터 받은 개인정보로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에서 대출을 받고 도주하기도 했다.

치밀해지는 수법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이나 고용노동부 측은 “공인인증서 및 보안카드, 휴대전화 등을 제3자에게 제공하면 본인 몰래 인터넷으로 대출을 받아 편취하는 대출사기에 악용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dbfl64580@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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