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메디컬 이슈 클로즈업

“체력 뒷받침된다면 80대 고령자도 췌장암 수술 OK”

김보미 기자 | 기사입력 2023/10/12 [14:29]

10월의 메디컬 이슈 클로즈업

“체력 뒷받침된다면 80대 고령자도 췌장암 수술 OK”

김보미 기자 | 입력 : 2023/10/12 [14:29]

삼성서울병원 간담췌외과 연구팀 666명 분석 결과 나이가 미치는 영향 미미

소아·청소년 심장수술 집도할 전문의 올해 33명→2035년 17명으로 반토막

서울성모병원 정준용·김동균 교수팀 다발골수종 ‘신 MRI 모델’ 개발해 눈길

 

◆고령자도 췌장암 수술

 

신체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연결된 장기가 많아 고난도로 손꼽히는 췌장암 수술도 체력 조건이 뒷받침된다면 고령이라는 이유로 수술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간담췌외과 신상현 교수, 정혜정 임상강사 연구팀은 2009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0년간 췌장 두부에 생긴 암으로 췌십이지장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 666명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0월10일 밝혔다.

 

▲ 삼성서울병원 간담췌외과 신상현 교수(왼쪽), 정혜정 임상강사(오른쪽) 연구팀. 

 

췌장암은 치료가 매우 어려운 암이다. 특히 췌장의 두부에 생기는 암을 치료하는 췌십이지장절제술은 췌장과 더불어 십이지장·담도·담낭 등을 복합적으로 절제하고, 연결 과정도 복잡해 외과 수술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큰 수술에 해당한다.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이 최대 40%에 이르고, 수술 중 췌장에서 누출(누공)이 생기거나 혈관이 파열될 경우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해 의료진의 부담도 매우 크다.

 

해외 연구결과를 보면 수술을 받은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12.6개월이었던 반면, 비수술 환자는 3.5개월로 4배 가량 차이가 보고될 만큼 수술의 이점이 분명하지만 나이를 이유로 수술을 포기하는 환자가 많고 의료진 역시 수술을 쉽사리 권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경향은 이번 연구에서도 드러났다. 2019년 국내 암 통계를 보면 췌장암을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 8099명 중 21.3%(1727명)가 80세 이상으로 집계될 만큼 적지 않지만 수술을 택한 환자는 일부에 불과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췌장암 수술 환자 666명 중 80대 이상인 환자는 3.6%(24명)에 그쳤다. 국가 통계상 80대 환자 비율(21.3%)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다. 전체 췌장암 환자의 20~30% 정도가 수술을 받는다고 알려진 것과 견주어도 수술을 결심한 80대가 매우 적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고령에도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나이가 곧 수술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면서 “수술을 포기해야 할 만큼 나이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연구 기간 내 췌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 666명을 80세 미만 환자(642명)와 80세 이상 환자(24명)로 나눈 후 전반적인 건강상태(ASA score)와 심뇌혈관, 심폐질환 등 수술 관련 조건을 토대로 두 집단을 균질하게 통계적으로 보정한 뒤 예후(경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사람들의 일반적 인식과 달리 나이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80대 미만 그룹의 평균 재원 일수는 12.6일로 80대 이상 그룹(13.7일)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고, 합병증 발병율 또한 나이와 관계 없이 엇비슷했다.

 

전체 생존율 역시 80대 미만 18개월, 80세 이상 16개월로 대동소이했고, 무진행 생존도 각각 11개월과 8개월로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80대 이상 환자 6명이 수술 후 24개월 이상 장기 생존한 사례도 있었다.

 

이번 연구를 주관한 신 교수는 “췌장암에서도 건강상 다른 요인 없이 단순히 나이만 갖고 수술이 어렵다고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아직 극복할 과제가 많지만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기대 여명을 늘릴 기회를 제공하고, 환자에게 선택할 권리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에이엔즈 저널 오브 서저리(ANZ journal of surgery)> 최근호에 실렸다.

 

◆소아심장 수술 집도의 17명뿐

 

전공의 기피, 기존 의사 고령화와 은퇴로 소아·청소년의 심장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소아심장외과 전문의가 올해 33명에서 2035년 17명으로 반토막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0월10일 대한소아심장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 소아청소년 심장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사는 111명 남고, 이 가운데 가슴을 열고 심장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소아심장외과 전문의는 17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심장혈관흉부외과·소아심장외과 전문의는 올해 33명에서 2035년 17명으로, 소아·청소년 심장질환 진단과 비수술 치료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 소아심장 내과 전문의는 올해 129명에서 2035년 94명으로 각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아·청소년 심장질환 환자는 2021년 기준 1만7315명으로, 소아심장 전문의 1명당 신규 환자 197명을 돌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산술적인 수치일 뿐 소아심장 전문의 1명당 실제 돌보는 환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심장 질환은 수술 후에도 지속적으로 치료·관리해야 해서 매년 환자가 누적되지만, 의료 현장에서 의료 소송 부담, 고강도 업무 등으로 소아·청소년 심장질환 환자를 실제 진료하지 않는 의사들이 많아서다.

 

대한소아심장학회 관계자는 “국내에서 소아·청소년 심장질환 환자를 실제 진료하는 전문의는 70여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소아·청소년 심장질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사는 외과와 내과를 통틀어 총 162명인데, 절반도 되지 않는 셈이다.

 

국내 소아·청소년 심장질환 전문의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의 경우 보스턴 소아병원 한 곳에서 소아심장을 진료하는 교수만 100명에 이른다.

 

소아·청소년 심장질환을 진료할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한 것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은 고령화되고 있는데 대를 이을 젊은 의사들은 크게 줄고 있어서다.

 

실제 30~40대 전문의가 급감하고 50~60대가 늘면서 소아심장외과 전문의 평균 연령은 2011년 48세에서 올해 52세로 높아졌다. 반면 올 하반기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143명 모집에 4명(2.8%)만 지원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의 경우 모집인원 30명 중 1명(3.3%)밖에 채우지 못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수도권에 비해 더 부족한데 인력 확보 자체가 어려워 수도권에 비해 업무강도가 더 세다.

 

부산의 A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나는 내년에 퇴직해서 업무강도가 낮은 다른 병원을 가면 되지만, 남은 사람들이 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앞으로가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학회와 의료현장 모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회는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수가(진료비) 인상,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 확대, 무엇보다 의사 수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특히 지방은 정주 여건 등으로 수도권보다 의료 인력 확보가 어려운 데다 진료의 연속성을 확보하려면 손과 발을 맞출 동료들도 일정 수준 필요한 만큼 수도권 병원들과 다른 차별화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발골수종 ‘신 MRI 모델’ 개발

 

국내 의료진이 백혈병과 함께 대표적인 혈액암으로 꼽히는 다발골수종의 병기를 평가하는 새로운 전신 자기공명영상(MRI) 영상 기반 점수 모델을 개발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정준용·김동균 교수팀은 혈액내과 민창기·박성수 교수팀과 함께 새로 진단받은 다발골수종 환자의 종양부하를 반정량적(물질의 양에 대한 정확한 수치보다는 대략적인 방식으로 판독값을 분석)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전신 MRI 영상 기반의 점수 모델을 새롭게 개발했다고 10월5일 밝혔다.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정준용(교신저자)·김동균(제1저자) 교수팀은 다발골수종 전신 MRI 영상 기반의 점수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환자군을 나눠 암세포의 수, 종양의 크기, 신체에서 암의 총량을 비교해 개발했다. 새로운 MRI 점수 모델은 다발골수종의 핵심 3가지 영상 소견인 ▲배경 골수 패턴 ▲국소적 골병변의 개수 ▲골수 외 또는 골수 주변 병변의 유무와 개수를 통합한 점수 체계다.

 

연구팀은 139명의 기존 다발골수종 환자군을 기반으로 점수 모델을 개발한 후 판독자간 일치도를 분석한 결과 높은 수준임을 검증했다. 이어 39명의 새로운 다발골수종 환자군에 점수 모델을 적용한 결과 전신 MRI 점수가 상승함에 따라 기존 및 개정된 국제병기분류 체계(ISS)의 병기가 높아지는 결과를 보여 효용성을 입증했다.

 

다발성 골수종은 과증식한 형질세포가 골수에 축적돼 주로 뼈를 침범해 골절, 빈혈, 신부전, 고칼슘혈증 등 심각한 증상을 동반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M단백(이상혈청단백)이라 하는 비정상적 면역 단백을 생성해 정상 면역체계를 파괴한다. 다발골수종의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령화와 독성물질 노출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중장년층 환자가 대다수로 평균 발병 연령이 65~70세다.

 

김 교수는 “국제 골수종 연구그룹의 개정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신 MRI 영상 검사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기존 검사 체계와 함께 전신 MRI를 활용해 비정상적인 형질세포 증식으로 인한 골수종의 위치와 확산 정도를 영상을 통해 높은 민감도로 식별하고 전신 종양 부하를 체계적으로 정량화하면 초기 병기 설정에 도움을 주고, 위험도 분류, 예후 예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북미영상의학회(RSNA)가 발간하는 영상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래디올로지(Radiology)> 9월호에 실렸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8월 둘째주 주간현대 주간현대 1254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