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사람들은 해의 리듬에 따라 깨어나고 잠들었으며 자연에서 얻은 소박한 음식을 먹었고 오염되지 않은 환경에서 살았다. 그러나 전구의 발명 이후 낮과 밤의 구분이 모호해졌고 인터넷, 스마트폰, 편의점 등이 발달하면서 밤늦게까지 일에 몰두하거나 다양한 즐길 거리에 빠져 잠 못 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런 생활습관으로 인해 현대인의 생체시계는 혼란에 빠져 있다. 우리의 뇌 속에서는 생체시계가 작동하는데, 이 생체시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몸의 시계’가 무너져버려 수면장애, 만성 피로, 비만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영국의 저명한 신경과학자 러셀 포스터는 생체시계를 주제로 40년 넘게 연구한 끝에,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생체시계에 관한 포스터 박사의 책은 수면과 일상의 리듬에 대한 최신 과학과 연구, 흥미로운 사례들을 소개해 과학책으로는 드물게 영국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대중성도 인정받았다. 어떻게 하면 잠을 깊이 잘 수 있는지, 신진대사를 강화하는 식사 시간과 면역력이 향상되는 약 복용 시간은 언제인지, 더 나은 수면을 위해 빛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생체시계를 현대의학에 접목한 시간 치료학에 주목하라!
최근 한국에서 출간된 포스터 박사의 책 <라이프 타임-생체시계의 비밀>(김영사)을 바탕으로 내 몸에 딱 맞는 시간과 리듬을 발견하고 최적의 루틴을 설계하는 법을 간추려 소개한다.
우리 뇌에서 생체시계 작동…‘몸의 시계’ 무너져버려 수면장애·만성피로
생물학적 시계는 생명체 내의 생리·대사·행동·노화 등 주기적 리듬 담당
우리 몸은 24시간 몸속 시계 맞춰 진화…미세한 세포 등 복잡한 생물학 조정
단백질·효소 등 화합물 정확한 시간 흡수·분해·대사·생산→조직 복구 이뤄져야
생체시계 맞게 생활하지 않으면 수면 방해받고 암·비만·2형당뇨·정신질환 취약
▲ 과거 사람들은 해의 리듬에 따라 깨어나고 잠들었으며 자연에서 얻은 소박한 음식을 먹었고 오염되지 않은 환경에서 살았다. <사진출처=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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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이 바뀐 생활방식이나 교대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수면의 양을 늘리고, 주말에 잠을 몰아서 잔다고 피로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의 몸속 시계가 고장 났기 때문일 수 있다. 이제 최신 과학은 현대인의 무너져버린 ‘몸의 시계’에 주목하고 있다. 생체시계가 ‘우리의 건강과 수명, 행복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는 사실’이 다양한 연구와 발견들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저명한 신경과학자이자 일주기 리듬의 세계적 권위자인 러셀 포스터의 저서는 생체시계에 관한 책 가운데 가장 믿을 만하고 실용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 주제인 생체시계에 관해 평생(무려 40년)을 연구해온 내용을 담아 〈파이낸셜타임스〉와 〈타임스〉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특히 과학책으로는 드물게 영국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대중성도 인정받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생체시계와 24시간 생물학적 주기의 과학에서 흥미진진한 새로운 발견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주기 중에서 제일 두드러지는 것은 수면과 각성의 하루 패턴이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책에서는 생체시계와 수면을 따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연구 결과들은 이런 단절적인 접근방식으로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제대로 전할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생체시계를 이해하지 않고는 수면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며, 수면 또한 생체시계를 조절하고 있다.”
생체시계에 연구에 평생을 바친 러셀 포스터 박사가 저서 <라이프 타임-생체시계의 비밀> ‘서문’에서 한 말이다.
일주기 리듬 연구의 국제적 권위자인 그는 옥스퍼드대학교 줄스 손 수면 및 일주기 신경과학연구소와 너필드 안과학 연구소 교수이자 소장이다. 브리스틀대학교에서 동물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버지니아대학교에서 국립과학재단 생물리듬센터 조교수로 생체시계를 연구했다.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의학부의 분자신경과학 교수와 학장을 지냈고, 현재는 주로 빛이 수면·각성 리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하며, 우주여행을 위해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NASA의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생체시계’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모든 생명체가 가지고 있다는 ‘생체시계’란 무엇인가? 햇빛이 전혀 들지 않고 시계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 몸은 시간을 알 수 있는가?
정답은 ‘그렇다’다. 컴컴한 동굴 속에서도 인간은 24시간과 유사한 주기에 맞춰 밥을 먹고 잠을 자게 된다. 가장 작은 생명체인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에서 식물이나 다양한 종류의 동물 그리고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생체시계. 생체시계는 시간에 따른 인체의 생체 리듬 전반을 주관하며, 생명체의 다양한 생리·대사·행동·노화 등의 주기적 리듬을 담당하고 있는 생체 내의 생물학적 시계다.
포스터 박사는 우리의 뇌 속에 있는 생체시계의 존재와 작동 원리를 밝히고, 질병에 따른 통증의 발작이나 우리 몸의 호르몬 분비에도 특유의 리듬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또 잠들지 않는 24시간 사회에서 야근과 야식, 수면장애로 인한 생체시계의 혼란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조명한 후, 이를 극복하는 두 가지 키워드, 수면과 햇빛에 주목한다.
아울러 현재의 과학적 지식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하고, 어떻게 하면 우리 각자가 이 증거를 이용해서 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도 다루었다. 잠을 더 잘 자는 법에서 시작해서 일상의 활동에 체계를 세우는 방법, 심지어 하루의 특정 시간에 약을 먹거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은 이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소개한다. 생체시계에 관한 정보를 이해하고 나면 10대와 노년층이 회복 잠을 자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 기분과 의사결정 능력이 오전과 오후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 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사람이 이혼할 위험이 더 큰 이유 등 타인의 행동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포스터 박사는 “생체리듬과 수면은 믿음직한 친구로 인식되기보다는 싸워 이겨 무찌르고 굴복시켜야 할 적으로 종종 묘사된다”면서 “하지만 이 리듬은 우리가 이해하고 끌어안아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한다.
“수면과 일상의 리듬은 유전학, 생리학, 행동, 환경으로부터 생겨나고 우리의 행동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이런 리듬은 우리의 행동,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 태어나서 나이가 드는 과정에 의해 변화된다. 유아기에서 노년이 될 때까지 우리의 생체시계와 수면 패턴은 큰 변화를 겪는다. 하지만 이런 노화 관련 변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수면에 대한 걱정을 멈추고, ‘차이’가 꼭 더 나빠지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님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실 우리 현대인은 오만하게도 인간이 생물학을 초월한 존재라고 여겨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 어느 때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가정이 밤낮없이 돌아가는 현대 사회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의 수면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가 밤을 꼬박 새워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195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전기가 광범위하게 상업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놀랍고 경이로운 자원 덕분에 우리는 밤과의 전쟁을 선포할 수 있게 되었고, 자기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우리 생물학의 필수적인 요소를 그냥 뭉개고 말았다.
하지만 포스터 박사는 “우리는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 아무 때나 할 수 없다”면서 “우리의 생물학은 24시간 생체시계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생체시계는 우리에게 언제 자고, 먹고, 생각하고, 다른 여러 가지 필요한 일을 하면 좋은지 충고해준다. 이렇게 매일 내부에서 조정이 이루어지는 덕분에 우리는 역동적인 세상에서 최적의 기능을 선보이고, 지구의 24시간 자전에 의해 만들어지는 밤낮 주기의 요구에 맞추어 우리의 생물학을 미세 조정한다. 우리 몸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재료가, 올바른 장소에, 올바른 양으로, 올바른 시간에 있어야 한다. 수천 가지 유전자가 특정 순서에 따라 켜지고 꺼져야 한다. 그리고 단백질, 효소, 지방, 탄수화물, 호르몬 등의 화합물이 정확한 시간에 흡수, 분해, 대사, 생산되어야만 성장, 복제, 대사, 운동, 기억 형성, 방어, 조직 복구 등이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하루 중 올바른 시간에 적당한 행동이 이루어지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내부 시계가 이 모든 일을 제때 정확하게 조절해 주지 않는다면 우리의 생물학은 혼돈에 빠져들 것이다!”
▲ 우리의 뇌 속에서는 생체시계가 작동하는데, 이 생체시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경우 ‘몸의 시계’가 무너져버려 수면장애, 만성피로, 비만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사진출처=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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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생체시계의 과학
우리의 몸은 24시간 몸속 시계의 지배를 받도록 진화되었다. 대략 24시간(지구의 자전)의 밤낮 주기에 맞추어 미세한 세포부터 신체 기관까지 우리의 복잡한 생물학을 조정한다. 효율적인 생물학적 적응을 위해서 주기적인 외부 변화를 예측하고 몸이 미리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우리 몸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올바른 재료가, 올바른 장소에, 올바른 양으로, 올바른 시간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수천 가지 유전자가 특정 순서에 따라 작동할 수 있으며, 단백질, 효소 지방, 탄수화물, 호르몬 등의 화합물이 정확한 시간에 흡수, 분해, 대사, 생산됨으로써 성장, 복제, 대사, 운동, 기억 형성, 조직 복구 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
“내부 시계가 존재하면 시간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을 예측하거나, 적어도 환경에서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예측할 수 있다. 우리의 몸은 올바른 장소와 올바른 시간에, 올바른 재료를 필요로 하는데 시계는 이런 서로 다른 필요를 예측할 수 있다. 다가오는 하루를 예측함으로써 우리 몸은 ‘새로운’ 환경이 닥쳤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한다. 예를 들어 혈압과 대사율은 동이 트기 전에 높아진다. 만약 동이 트고 나서야 거기에 반응해서 수면 모드에서 활동 모드로 전환을 시작한다면 에너지, 감각, 면역계, 근육, 신경계의 활동을 준비시키는 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수면에서 활동으로 전환하는 데는 몇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물학적 적응이 이렇게 부실했다면 생존을 위한 싸움에서 크게 불리했을 것이다.”
이 생체시계는 나이나 생활 환경 등에 따라,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개인마다 수면, 영양 섭취, 학습과 신체 활동에 관한 맞춤형 생체시계가 있다. 이 최적의 시간을 발견하고 올바르게 활용한다면 누구나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활기찬 최상의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생체시계는 어디에?
대부분의 생명체는 24시간의 ‘일주기 리듬’을 갖는다고 한다. 심지어 아주 작은 세균조차도 이 일주기 리듬을 따르는데, 이 리듬은 24시간마다 한 바퀴씩 자전하는 지구의 주기에 따라 진화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요한 것은 각 생명체가 낮과 밤 중 특정 부분을 선택해 그동안에만 활동하도록 진화되었고, 낮에 활동하도록 전문화된 우리 인간은 밤에는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생체시계에 맞게 생활하지 않으면 수면이 방해될 뿐만 아니라 암, 비만, 2형 당뇨병, 정신질환 등에 취약해진다는 여러 연구가 입증되었다.
그럼 생체시계는 과연 어디에 자리하고 있을까? 과학자들은 이것을 시각교차위핵(SCN)이라는 뇌 영역에서 찾았다. 이 SCN에는 5만 개 정도의 뉴런이 들어 있으며 각각의 뉴런이 자체적으로 시계를 갖고 있다. 이 분자시계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약 24시간의 리듬이 생겨나는 것이다.
포스터 박사에 의하면 이 분자시계는 생물학 분야에서 유전자가 어떻게 행동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이며, 바로 이 시계 유전자의 작은 변화로 인해 ‘아침형’, ‘중간형’, ‘저녁형’ 크로노타입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사람마다 수면·각성 시간이 다른 것은 게으름과 성실함,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유전자의 문제라는 것이다.
포스터 박사는 880만 뷰 조회수를 기록한 TED 강연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유일한 차이점은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단지 지나치게 우쭐댄다는 정도다.”
“수면은 잠의 덩어리와 덩어리 사이에 짧게 깨어나는 시간이 끼어들면서 두 번(이상수면biphasic sleep) 혹은 여러 번(다상수면polyphasic sleep)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수면 패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패턴을 알고 나면 하룻밤 푹 잔다는 것의 의미를 달리 생각하게 된다. 보통 중간에 깨지 않고 한 번에 쭉 자는 것(단상수면monophasic sleep)을 정상적인 수면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이것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닐 수도 있다. 사회가 밤낮 구분 없이 돌아가고 밤에 잘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수면이 하나의 덩어리로 압축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2020년과 2021년의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자가격리를 하게 된 많은 사람이 더 오래 잘 기회를 얻게 됐고, 그 결과가 이상수면이나 다상수면으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이렇게 중간에 깨면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자가진단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것이 다른 수면 패턴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더 나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동물에게는 이상수면이나 다상수면이 정상적인 상황이다. 산업혁명 이전의 인류도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일주기 리듬과 수면 교란
생체시계가 망가질 때 치러야 할 비용은 만만치 않다. 일부 조사에 따르면 엑슨발데스 유조선 사고,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등 비극적인 사고에 실무자의 수면 부족으로 인한 주의력 과실이 한몫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매년 32만8000건의 졸음운전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보건 의료계에서는 의료과실로 인해 해마다 환자 9만 8000명이 사망한다고 추정되는데, 이 문제의 가장 큰 원인 역시 교대근무나 장기간 근무로 인한 일주기 리듬의 파괴다.
“연속된 야간 교대근무는 심각한 형태의 수면 및 일주기 리듬 교란(SCRD)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의 일주기 생물학을 거슬러가며 일해야 할 뿐 아니라 수면의 양도 줄어들고 질도 저하되기 때문이다. 야간 교대근무 노동자는 자야 하는 시간에는 일을 하고, 생물학적으로 활동할 준비가 되어 있는 시간에는 자려고 애쓰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 아무리 오랫동안 야간 교대근무를 해온 사람이라고 해도 97% 정도가 여전히 낮 시간에 맞춰 동기화되어 있다. 야간 근무를 오래 해도 일주기 리듬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빛 노출과 직접 관련이 있다. 3장에서 이야기했듯이 새벽과 황혼의 빛 노출이 일주기 시계를 지구의 24시간 자전 주기에 맞추어 설정하는 데 필수적이다.”
수면 부족은 기억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잠을 잘 자지 못한 경우 해마의 활성이 줄어들어 새로운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는데, 더 놀라운 것은 수면 부족이 ‘감정적’ 기억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긍정적인 단어에 의한 기억은 크게 감소했고, 부정적인 감정을 연상하는 단어는 잠시 까먹는 정도로만 나타났다.
포스터 박사는 뒤이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은 ’모두’ 이 수면 부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불안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아드레날린 분비를 늘리고, 수면 부족이 인지 능력을 변화시키고 부정적 현저성을 증가시키면서 세상이 실제보다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보여 우울증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일주기 리듬과 수면의 교란이 감정, 인지, 생리학과 건강에 굉장한 영향을 끼친다고 경고한다. 며칠 밤을 새우는 단기간의 수면 손실도 감정적 수행능력과 뇌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야간 교대근무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장기간의 수면 손실은 암이나 심혈관 질환 등의 병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특히 아무리 오랜 기간 교대근무를 오래 해도 일주기 리듬은 바뀌지 않으며, 여전히 우리 몸은 낮 시간에 맞춰 동기화되어 있다. 그들이 일주기 리듬과 수면 교란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야간 교대근무와 암 발병 간의 상관관계가 강력한 것으로 여겨져 현재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교대근무를 발암 추정물질 2A군으로 공식 분류했을 정도다.
그럼 이러한 일주기 리듬과 수면 교란의 위급한 위험으로부터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일까? 개인이 할 수 있는 먼저 아침에 최대한 자연광을 받고, 낮잠은 20분 내외로 제한하고, 잠들기 최소 30분 전에는 조명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이와 함께 잠자리에서 어떤 일상 루틴을 설정하면 좋을지 설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취침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수면의 시점과 지속 시간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의 양에 최적화된 루틴이면 더욱 좋다. 이런 일정은 일주기 시스템을 동조화하는 환경의 신호, 특히 빛에 대한 노출을 강화해준다. 식사와 운동도 역시 효과가 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아침에 몇 시간 더 늦잠을 자면 주중에 밀린 잠을 보충하는 데 좋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밀린 잠을 몰아서 자는 것은 일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날 하루는 졸음이 덜하고 스트레스도 덜해서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수면 손실이 건강에 미치는 누적 효과를 늦잠 한 번 잔다고 지울 수는 없다. 더군다나 늦잠을 자면 일주기 리듬을 설정하는 데 필요한 아침 빛에 노출될 수 없다.”
당신만의 생체시계를 찾아라
“일주기 리듬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시간의 양이 아니라 타이밍이다. 일주기 리듬은 행동을 조절해 최고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일주기를 현명하게 이용하는 사람은 더 오래, 더 행복하게 균형 잡힌 충만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포스터 박사는 우리 모두가 나만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찾도록 권유한다. 아울러 생체시계의 효율을 높여주는 최적의 시간에 관해 몇 가지 팁도 제시한다. 그중 일부만 소개한다.
-하루 중 운동하기 좋은 최적의 시간은 언제인가?
▲근력과 근육 호흡 능력은 늦은 오후와 초저녁에 최고조에 달한다. 체온이 오르면 대사율과 근력을 향상시키는데, 이 심부 체온이 오후 4~6시 절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일반적으로 오전보다는 오후와 저녁에 운동 수행능력이 더 좋다.
-최적의 식사시간?
▲철학자 마이모니데스는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소작농처럼 먹어라”라고 했다. 포도당 대사의 관점에서 이상적인 식사시간을 설명한 말이다. 간이나 지방조직, 췌장의 능력은 항상 일정한 게 아니라 저녁이 될수록 점점 떨어지는 리듬 주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저녁에 섭취하는 칼로리 비율이 높아지면 대사질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진행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혈당 수치는 오전 8시보다 오후 8시에 17%나 더 높게 나왔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언제 하는 게 좋을까?
▲우리의 인지능력은 일주기 시스템, 크로노타입, 수면량 등의 상호작용 때문에 하루 동안 크게 변화된다. 성인의 인지능력은 늦은 오전과 이른 오후에 정점을 찍는다. 하지만 10대의 경우 두 시간 정도 지연되어 오후 중반이 되어서야 정점을 찍는다. 이러한 리듬의 차이로 인해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의 인지능력 시간대가 맞지 않는데, 그 결과 학생들이 최적의 교육을 경험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