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업계에 무인화 바람이 거세다. 갈수록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 인력난, 동일한 맛 유지 등에 무인 판매에서부터 서빙 로봇, 조리 로봇 등 다양한 영역으로 로봇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외식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을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추세다.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올 1월을 시작으로 다산신도시 1호점, 상일점, 한양대점, 면목점 등 4곳에 협동 조리 로봇을 도입했다. 교촌치킨은 소스를 붓으로 바르는 조리 방식으로 가맹점 인건비 부담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촌치킨이 로봇 도입을 늘리면서 인건비를 절감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햄버거 만들고…피자 굽고…음식 나르고…외식업계 ‘알바’ 밀려난다!
CJ프레시웨이 스마트 레스토랑…손님 응대·서빙·조리 자동으로 운영
아워홈 두산로보틱스와 로봇 개발…CJ프레시웨이·삼성웰스토리 자동화
교촌치킨, 드론 활용 스마트 물류 배송…CU, 도심 드론 배송 서비스 시행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은 2021년 10월 로봇 제조기업 ‘뉴로메카’와 업무협약을 맺고 치킨 조리 로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협동 조리 로봇은 가맹점 내부 동선과 다양한 조리 상황 등에 맞춰 움직임을 조정할 수 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협동 조리 로봇 실사용에 따른 생산성, 경제성, 가맹점 만족도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향후 도입 가맹점을 늘려 나갈 방침”이라며 “뉴로메카와 반죽 제조 로봇 및 소스 도포 로봇 개발에 대한 연구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교촌치킨은 조리 로봇 도입 확대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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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바른치킨도 최근 인공지능(AI) 로봇 치킨 매장인 ‘바른봇’ 스토어의 문을 잇달아 열고 있다. 올해 바른봇 스토어 40호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강과 망원한강공원 등 특수상권에 로봇이 치킨을 튀겨주는 매장을 개장했다.
바른치킨 튀김공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치킨 조리 로봇이 진행한다. 이를 통해 치킨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인력난 해소, 품질유지, 위생 제고, 운영 안정성 향상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바른치킨 관계자는 “주방 환경에 맞춰 모션 조정이 가능하고 원격 접속이 가능해 보다 효율적으로 매장을 관리할 수 있다”며 “동시에 튀김기 3대까지 컨트롤이 가능하고 항상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치킨 외에도 피자·햄버거 등 다양한 외식 분야에서 조리 로봇 도입에 나서고 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로봇 개발 스타트업 ‘에니아이’와 협업을 통해 햄버거 패티(Patty, 다진 고기와 빵가루 등의 재료를 둥글고 납작하게 만들어서 구운 것)를 구워내는 조리 로봇 ‘알파그릴’을 선보였다.
롯데GRS는 지난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외식산업 박람회에서 로봇이 패티를 구운 롯데리아 메뉴인 불고기 버거, 전주비빔 라이스 버거 등을 시연하기도 했다.
1인 피자 프랜차이즈 고피자는 자동화 기기 ‘고봇 스테이션’을 활용해 피자를 조리한다. 매장 내 제품 및 음식제조 과정에서 제우스 로봇 기술을 활용해 로봇이 직접 피자 등을 만든다.
고피자는 로봇 기술 기업인 ‘제우스’와 수요 맞춤형 사업 서비스 로봇 개발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도 로봇 치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마트 연수점 키친 델리에서는 로봇이 치킨을 튀긴다. 로봇이 치킨 한 마리를 튀길 때 걸리는 시간은 10분이다. 하루 최대 150마리를 튀길 수 있다.
편의점 체인 GS25도 지난해부터 플래그십 점포 내 AI 치킨 조리 로봇을 도입해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조리 로봇보다 먼저 도입된 서빙 로봇은 이미 보편화되는 추세다.
글로벌 외식문화 기업 CJ푸드빌은 지난해 1월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 목동점에 서빙 로봇을 처음 도입했다. 지능형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서빙 로봇이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빈 그릇을 옮기고, 손님에게 자리도 안내한다.
커피 전문점 할리스도 매장 내 서빙 로봇을 시범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피자헛은 2019년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함께 피자헛 목동중앙점에 서빙 로봇 ‘딜리 플레이트’ 운영을 시작했다.
무인 카페도 늘고 있다. 식품 전문 기업 SPC그룹이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는 2021년 12월 위례신도시에 모든 서비스를 완전 비대면으로 제공하는 무인매장 플로우의 문을 열었다.
최첨단 사물인터넷(IoT) 무인 솔루션을 도입해 매장 출입부터 상품 구매까지 누구나 24시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위례신도시와 도곡점 등 2호점에 무인매장이 출점했다.
카페 달콤에서 만든 로봇 카페 ‘비트’는 상주 직원 없이 24시간 운영되는 무인 카페다. 전용 앱과 키오스크, 모바일 기반의 음성 등 100% 비대면 주문 결제로 이뤄진다. 앱을 통한 원격 픽업 알림으로 불필요한 매장 대기시간을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키오스크 도입에 이어 서빙 로봇, 최근엔 조리 분야까지 로봇이 도입되고 있다”며 “조리 로봇은 인건비 감소, 인력난 해소, 동일한 품질 유지 등에 도움이 되고 있어 보편화가 멀지 않았다”라고 귀띔했다.
구내식당 조리 로봇 활약
식품·외식 업계에 이어 급식업계까지 로봇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급식 업계는 정해진 메뉴를 생산하는 식품·외식 업계와 달리 매일 다른 음식을 만들어야 해서 비교적 로봇 도입이 늦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기술 발달로 로봇 도입이 늘면서 조리 공간의 안전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식자재 유통 및 푸드 서비스 전문 기업 CJ프레시웨이는 지난 10월 18일 자사 B2B(기업간거래) 푸드 비즈니스 박람회를 통해 ‘온리원비즈넷’을 공개했다. 메뉴 개발과 브랜딩뿐만 아니라 푸드테크 솔루션까지 한데 모은 포털이다.
이번 포털의 주요 기능은 외식·급식 사업자의 사업 초기·성숙기 등 상황에 따라 알맞은 솔루션 제공과 상담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협력사 솔루션으로 푸드테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협력사 솔루션에선 ‘VD컴퍼니’의 서빙 로봇과 테이블 오더, ‘뉴로메카’의 조리 협동 로봇, ‘업박스’의 음식물 쓰레기 관리 솔루션 등을 제공한다.
CJ프레시웨이는 최근 스마트 레스토랑도 공개했다. 12개 푸드테크 협력사의 기술을 도입해 무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 레스토랑은 로봇을 통해 소비자 응대부터 서빙과 조리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자동으로 운영한다. 외식 업계에 적용한 자동화 기술이 추후 급식 업계에도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J프레시웨이는 2019년 결제 과정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그린테리아 셀렉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 CJ프레시웨이의 사내 급식장 ‘그린테리아 셀렉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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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제조·유통 전문 기업 아워홈은 최근 두산로보틱스와 푸드테크 분야 기술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동 로봇에 기반한 푸드테크 분야 자동화 시스템을 공동으로 연구·개발하고, 급식과 외식뿐만 아니라 제조·물류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적용한다.
아워홈은 이를 통해 노동강도를 낮추고 인력을 효율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두 회사는 푸드테크 협동 로봇 솔루션을 개발하고, 급식장 내 조리·배식·세정 효율화를 위한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특히 로봇 자동화 기술 컨설팅 등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이를 위해 각자 보유한 전문 인력과 인프라, 데이터 등을 공유하고 긴밀하게 협력할 계획이다.
아워홈은 기존에도 푸드테크 도입을 위한 다양한 자동화 장비를 개발하고 도입해왔다. 최근 도입한 자동볶음 솥은 1시간에 제육볶음을 200인분 이상 자동 조리할 수 있고, 식용유와 소스를 자동으로 투입한다.
또 자동 식기세척 시스템은 식기와 잔반을 자동으로 분리해 세척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다. 세척량은 일반 세척기보다 약 400% 이상 많다. 근무자 노동강도 역시 30% 이상 낮출 수 있다.
단체급식 및 프리미엄 식음 서비스 기업 삼성웰스토리는 구내식당에서 로봇이 음식을 조리하고 제공하는 조리 로봇 전문 코너 ‘웰리봇’을 운영하고 있다. 그간 단체급식은 짧은 시간 안에 대량의 음식을 조리하고 매일 다른 음식을 제공해야 해서 조리 로봇을 도입하는데 어려움이 따랐다.
삼성웰스토리는 푸드테크 전문 기업인 로보테크와 협력해 로보틱스 기반의 조리공정 자동화 로봇을 적용한 웰리봇 코너를 삼성웰스토리 본사 구내식당에 오픈했다. 웰리봇 코너에는 국·탕·찌개류에 특화된 조리 로봇이 설치됐다.
▲ 삼성웰스토리가 올해 5월 급식 업계 최초로 도입한 조리 로봇 ‘웰리봇’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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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식당 입구에 설치한 주문 패드를 터치하는 즉시 조리 로봇이 조리하는 오더 메이드 방식을 적용했다. 주문을 인식한 조리 로봇은 각 메뉴의 건더기가 담긴 전용 용기에 육수를 투입하고, 용기를 인덕션으로 이동해 가열한 뒤 배식대로 음식을 전달한다.
삼성웰스토리는 최적의 맛을 낼 수 있도록 100여 가지에 이르는 국·탕·찌개 메뉴의 조리 레시피를 도입했다. 조리 로봇은 당일 제공하는 메뉴에 맞춰 육수 투입량과 가열 시간,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음식이 끓고 난 뒤 국물을 졸이거나 먹기 좋은 온도로 열을 낮출 수 있도록 2~3단계에 걸쳐 가열 시간과 가열 온도에 변화를 주는 조리 방식을 구현했다.
로봇이 야구장 치킨 배달까지
편의점부터 치킨 프랜차이즈까지 로봇이나 드론 등 신기술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의 효율성까지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정부도 규제 완화를 통해 도심 내 드론 배송 상용화 지원에 나선 만큼 유통 업계에 새 패러다임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성남시, 태안군 2개 지자체와 함께 ‘2023년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도심에서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은 CU가 업계 최초다. 지난 8월부터 성남시 탄천 내 물놀이장 2곳에서 배송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탄천 물놀이장은 대표적인 시민 쉼터로서 차량이나 오토바이로 배달할 경우,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 그동안 배송 서비스 이용이 어려웠다.
하지만 드론 배송 도입으로 하천 위의 안전한 길로 비행해 신속하고 안전한 서비스가 가능하게 됐다.
드론 배달 서비스는 탄천에 상품을 보낼 배달 거점과 배달 받을 배달점을 설치해 운영하게 된다. 서비스를 이용할 시민이 배달 주문 전용 QR코드로 주문하는 방식이다.
이마트24는 ‘김천영남대로점’을 첫 번째 드론 배송 점포로 선정하고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점포에서 20km 떨어진 ‘산내들 오토캠핑장’과 6km 떨어진 전원주택마을인 ‘도공촌’까지 드론으로 배달한다.
산내들 오토캠핑장과 전원주택마을은 도보 거리 내에 마트나 편의점이 없어, 물건을 사려면 차를 타고 10~15분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던 곳이다.
8000원 이상 주문 시 배달료는 무료이며 평균 8~15분 이내에 제품을 가져다 준다. 전원주택 단지 앞과 산내들 캠핑장 입구에 설치된 플로팅 스테이션(이·착륙장)에서 상품을 바로 받을 수 있다.
드론 배송 주문이 가능한 상품은 총 115종이다. 캠핑장에서 매출이 높은 신선식품, 밀키트, 냉동육 등이 포함돼 있다. 일반 점포처럼 2+1 덤 증정 행사가 적용된 음료, 과자류 등 20~30여 종도 주문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치킨 프랜차이즈인 교촌은 업계 최초로 드론을 활용한 스마트 물류 배송 서비스 도입에 나섰다. 드론을 활용해 배송 접근성을 높여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더욱 힘쓸 방침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자회사 ‘비로보틱스’는 창원 NC파크에서 야구경기를 즐기러 온 고객들을 대상으로 서빙 로봇 시범운영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문을 원하는 고객들이 NC 다이노스 앱에서 원하는 매장과 메뉴를 정하고 결제하면 서빙 로봇이 주문 장소로 배달해주는 시스템이다.
스카이박스에서는 배민 룸알림 태블릿을 통해 실시간으로 로봇 이동현황을 확인하고 안내에 따라 음식을 수령하면 된다. 경기가 진행될 때에는 음식을 1~2층에 위치한 매장까지 직접 가지 않고 로봇 배달을 통해 관람에만 집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