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종방극 <웰컴투 삼달리>의 ‘부상도’는 기존 드라마 서브남(두 번째 남자 주인공)과 달랐다. 재벌 3세가 아닌 흙수저였고, 어머니가 차린 횟집이 대박 났지만 여전히 고무장갑을 끼고 장화를 신은 채 일하곤 했다. 처음엔 노란색 람보르기니를 몰고 다니는 모습이 어색해 보였지만, 어느새 삼달리의 상징이 됐다. 배우 강영석은 부상도 역할을 맡아 여주인공 조삼달(신혜선 분)만 바라보며 짝사랑의 정석을 보여줬다.
이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강영석의 발견’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강영석(32)은 “이제야 로맨스 맛을 알게 됐다”며 “멜로 욕심을 내고 싶다”고 털어놨다.
“작가에게 (부상도가 왜 람보르기니를 타는지) 물어봤다. 너무 가난하고 돈 쓸 데가 없어서 그렇다고 하더라. 상도는 착하고 순진해서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보여주기 식으로 타고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촬영하다 보니 괜찮더라. 람보르기니를 몰 때 살짝 긴장했다. 혹시나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엑셀을 세게 밟으면 차 대여 업체 팀장님이 ‘오~ 안 돼요‘라며 제어했다. 박카스 박스에서 돈뭉치를 꺼낼 때도 대리만족을 했다. 현금 800만 원이 들어갔는데, 몰래 주머니에 넣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소품팀이 감시하더라.(웃음)”
이 드라마는 개천을 지켜온 용 조용필(지창욱 분)과 개천을 떠나 승천한 용 조삼달(신혜선 분)이 모든 걸 잃고 추락한 뒤 고향에서 사랑을 찾는 이야기다. <동백꽃 필 무렵>의 차영훈 PD와 <고백부부>의 권혜주 작가가 만들었다. 1회 5.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6회 12.4%로 막을 내렸다.
강영석은 “<동백꽃 필 무렵>을 재미있게 봐서 기대가 컸다”며 “해녀 선배님들이 나올 때 그 느낌이 확 나더라. 감독님은 딱 동백꽃같다. 밝은 에너지가 있어서 현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넷플릭스 TV쇼 부문 비영어권 톱10에 들었지만,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만 명밖에 안 늘었다. 시청률도 나 때문에 잘 나온 게 아닌 것 같다”며 웃었다.
부상도는 초등학생 때부터 16년 넘게 조삼달만 바라봤다. 가난해서 한 번도 고백하지 못했고, 항상 조용필에게 양보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강영석은 “이런 캐릭터를 처음 해봤다. 100점 만점에 50~60점 정도밖에 못 줄 것 같다. 다음번에 하면 더 잘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짝사랑한 기간이 짧은 게 아니라, 몇십 년 아닌가. 순수한데 약간 변태같고 무섭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광기 아닌가”고 분석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나는 성격유형이 ENFP라서 친한 친구의 전 여친을 탐하는 일은 상상도 안 된다”며 “몰입하기 약간 힘들었지만, 어차피 진짜 친구는 아니었으니까. 배우니까 해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처음 상도가 이불을 걷으면서 얼굴이 나오는 장면디 있다. 감독님이 <늑대의 유혹> 강동원 선배처럼 해야 한다고 주문해서 부담이 됐다. 얼마나 힘들겠는가. 강동원 선배와 똑같은 건 성이 강씨라는 것밖에 없다. 입꼬리가 안 올라가서 여러 번 NG가 났다. 모니터링을 할 때도 눈을 가리고 봤다. 계속 차, 하관, 발, 목소리 등만 나오다가 처음으로 얼굴이 나와서 잘해야 했다. 약간 서브남을 기대하게 만든 설정 같다. 내 성에는 안 차서 ‘더 잘했어야 하는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강영석은 전작인 ENA 드라마 <유괴의 날>에선 상반된 캐릭터를 선보였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데 “<유괴의 날>은 <인사이더>와 결이 비슷하다. <삼달리> 촬영과 겹쳤는데, 해본 역은 편한 부분이 있다. <삼달리> 감독님은 ‘착하게 웃으라’고 하고, <유괴의 날>에선 나쁘게 웃으라고 하더라”면서 “난 육각형같다. 못하는 게 없는 건 장점이고, 잘하는 게 없는 건 단점이다. 두루두루 잘하는 게 배우로서는 장점 아닐까. 그래서 나쁜 역과 착한 역을 반반 맡는 것 같은데, 뭐든 시켜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의욕을 다졌다.
강영석은 2011년 뮤지컬 <화랑>으로 데뷔했다. 2017년 <변혁의 사랑>으로 매체 연기를 시작, <백일의 낭군님> <군검사 도베르만>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올해 공개하는 티빙 드라마 <우씨왕후>에도 캐스팅이 된 상태다.
“난 항상 취준생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으니까. 지금은 그래도 운 좋게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공연할 때 오디션을 진짜 많이 봤다. 슬럼프는 딱히 없었지만, 처음 드라마를 할 때 카메라가 무섭고 어렵더라. 어떻게 할지 몰라서 (강)하늘 형한테 많이 물어봤다. 지금도 첫 촬영은 항상 떨린다. 죽을 때까지 그럴 것 같다. 그런데 희열감이 있다. 그래서 계속 연기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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