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는 돈, 백에는 백으로 맞서는 재벌 3세 형사 진이수 역 찰떡 소화
‘탕후루 머리’로 능청 연기···“모낭 잃어 다시는 그 머리 하지 않을 것”
▲ 배우 안보현은 드라마 ‘재벌X형사’로 타이틀롤 무게감을 이겨냈다.
|
배우 안보현(35)은 드라마 <재벌X형사>로 타이틀롤 무게감을 이겨냈다. SBS 금토극이 장르물로 탄탄한 시청층을 확보, “부흥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고 돌아봤다. ‘재벌3세가 강력팀 형사가 된다’는 설정 자체는 판타지 요소가 강했지만, ‘사이다’ 전개로 시청자를 끌어당겼다.
초반에는 KBS 2TV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 등과 경쟁하며 화제성이 높지는 않았으나, 중반부터 입소문이 났다. 마지막 16회 시청률은 9.3%에 그쳤으나, 8회 자체 최고 기록인 11.0%(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찍었다. 이미 시즌2도 논의 중인데, SBS 시즌제 드라마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뿌듯함 이전에 불안감이 컸다. 나보다 SBS 금토극 기대치가 굉장히 컸을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시청률) 두 자릿수가 항상 넘어서 압박감이 없지 않았다. 마치 내가 책임감을 다 짊어지는 것 같아서 잘못하면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코어 상으로 채널에서 원하는 지점에 도달해 뿌듯함보다 한시름 놓았다. 사실 나한테 정말 높은 자리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 시간에 TV를 많이 보는 편인데, 내가 거기에 나오니까. 편성됐을 때부터 설렘 반, 부담 반이었다.”
<재벌X형사>는 돈에는 돈, 백에는 백으로 맞서는 전대미문 재벌 3세 형사 진이수(안보현 분)의 수사기다. 안보현은 김바다 작가와 2021년 드라마 <마이네임>에 이어 호흡을 맞췄다.
안보현은 “일부러 원작인 러시아 드라마 <실버 스푼>은 보지 않았다”며 “대본을 봤을 때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다”고 짚었다. “진이수는 정말 골 때리고, 밉상인 행동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굉장히 연민이 가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양처럼 온순한 모습을 보이지만, 내면적으로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2022년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에서 군인이자 검사 연기를 했지만, 이번엔 재벌이자 형사 역을 맡아 “모티브를 찾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진이수는 자신의 재력을 쓰면서 노는데 진심인 인물이다. 형사라는 직업을 쫓기듯 어쩔 수 없이 택했지만, 재미를 느끼는 과정이 신기했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 됐지만, 많은 분들이 ‘실제로 재벌이 형사라면 대박이겠다’고 하더라. <재벌X형사>를 그림책이라 생각하고, 재미있게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안보현은 또한 “영화에서 마치 부자의 정석이 있는 것처럼 각인돼 있는데, 방향성을 조금 다르게 가고 싶었다”며 “내 체형이 좀 특이해서 옷도 거의 맞춤 제작이다. 여태껏 TV에서 봤던 재벌 부자 캐릭터와 다른 색깔을 띠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들이 볼 때 ‘밉상’이라고 느끼게끔 머리를 올리고, 두 가닥만 앞머리를 냈다. 여름에 하와이에서만 입을 것 같은 날티나는 옷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진이수의 앞머리를 두 가닥만 내리고 올백한 머리는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일명 ‘탕후루 머리’로 불렸는데, 안보현은 “그 머리 덕분에 많은 모낭을 잃었다”며 웃었다.
“두 번 다시는 이 머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 5회차 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고집했다. 스타일링을 네다섯 번 바꾸면서 ‘굉장히 재수없다, 이 머리로 가야겠다’고 했다. 앞머리를 두 가닥 내리고 스프레이로 고정시켰는데, 눈썹이 땜빵처럼 비더라. 머리도 린스를 세 번 정도 해야 찰랑거렸다. 그래도 이 머리 아니었으면 많은 분들한테 각인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초반엔 능청스러운 연기를 하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안보현은 “‘재수없는 행동을 밉지 않게끔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지점에서 혼돈이 왔다”며 “원작을 따라하지 않고 내가 하는 게 첫 번째라고 생각했다. ‘진이수는 내가 처음 하는 거니까 맞을 거야’라고 계속 각인시켰다. 괜히 짝다리 짚고, 주머니에 손이 들어가더라. 현장에서 더 웃기려고 한 적도 많은데, ‘빵빵 터뜨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그래서 진이수스러운 행동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재벌 연기를 하며 대리 만족을 하지는 않았을까. 안보현은 “첫 번째로 집 규모를 보고 너무 놀랐다”며 “헬기, 보트를 탄다고 해서 자격증도 땄다. 재력적인 부분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도 있지만, 미술관 전시회를 열어주고 장례식장도 대신 해주는 게 좋았다”고 귀띔했다.
“진이수가 장례식장을 열어주는 걸 보면서 ‘아, 난 돈이 많으면 뭘 하고 싶었지?’라는 생각을 했다. 부산에서 자랐는데 어릴 때 IMF가 터져서 걸어서 등·하교를 했다. 항상 다대포시장을 오갔는데, ‘누가 살까?’ 싶은 나물을 내놓고 파는 이모 할머니들이 많았다. 그런 걸 다 사서 퇴근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시가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사서 ‘빨리 다 퇴근!’이라고 외치고 싶다. 그런 모습이 진이수한테도 좀 묻어난 것 같다. 다른 플렉스지만 어릴 때 (이런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모델 출신인 안보현은 10여 년 만에 뒤늦게 빛을 봤다. 2020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시발점이 됐고 <유미의 세포들> 시즌1·2, 2021년 <마이 네임>, 2022년 <군검사 도베르만> 등으로 입지를 넓혔다. 단역부터 주연까지 올라왔는데, “‘네가 가지고 태어난 건 키밖에 없으니 항상 노력해야 된다’며 계속 채찍질했다”고 회상했다.
안보현은 “인생 그래프에서 크게 내려간 것 없이 조금씩 계속 올라가서 감사하다”며 “부모님께 ‘조금씩 성장하고 있으니까 지켜봐 달라’고 했는데, (원동력은) 그게 제일 크다. 올라가는 게 미미하지만 계속 무언의 응원을 해줬고, 나도 그걸 느끼면서 ‘포기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데뷔작인 2016년 영화 <히야> 촬영감독이 <재벌X형사> 촬영감독이다. 당시 생계를 위해 알바를 병행하면서 촬영했다. 감독님이 을지로, 종로3가 등 스태프 모이는 자리에 데리고 갔다. 슬픈 추억이 많았는데, 극본 리딩 현장에서 만나자마자 우리 둘만 아는 그 눈물이 생각났다. 감독님이 ‘너 성장하는 거 보고 와이프가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라면서 힘을 실어주고 조언도 많이 해줬다. 나도 자연스레 스태프 한 명 한 명, 이름을 외우고, 현장 케미 덕에 드라마가 잘 나왔다. 중간에 MT 갔을 때 ‘시즌2 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뤄져서 행복하다.”
|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