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이 K뷰티로 옮겨가면서 인디 뷰티 브랜드를 중심으로 화장품 수출이 날개를 단 모습이다. K뷰티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른바 ‘경공업 2.0’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중소기업 수출은 571억 달러(약 75조28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특히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프리미엄 대신 중저가 라인을 지속 선보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마케팅에 적극 나서며 글로벌 불황에도 해외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 약진 수출 효자 품목···전년 동기 대비 30.8% 증가
마녀공장, 1분기 매출 51.5% 해외···조선미녀, 미국·유럽·동남아 입지 확대
ODM 투톱 한국콜마·코스맥스, K뷰티 열풍 주역···상반기 매출 1조 원 돌파
▲ K뷰티 화장품이 날개를 달았다. 인종을 뛰어넘어 전 세계 여성들로부터 제품력을 인정받아 중견 화장품 기업들이 글로벌 메가 뷰티 브랜드로 뜨고 있다. 사진은 조선미녀 제품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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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의 최대 수출 효자 품목은 화장품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30.8% 증가하면서 상반기 최고 수출액인 33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기존 주력 시장이었던 중국·미국과 더불어 신흥 시장으로 수출국을 다변화한 것이 주원인으로 꼽혔다. 특히 미국의 경우 그간 1위를 유지하던 중국을 제치고 상반기 최대 수출국 시장으로 등극했는데, 화장품이 전년 동기 대비 61.5%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이 같은 화장품의 수출 증가세에 경공업 수출 비중도 크게 늘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경공업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후반 6%에서 지난해 29.8%까지 증가하며, 1993년 30%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화장품 수출은 인디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다. 특히 생산과 유통이 분리되면서 한국콜마와 같은 전문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하청업체가 제품의 개발과 생산을 모두 담당하는 방식)과 멀티 브랜드 숍, 해외전문 유통사가 각자의 역할을 공고히 해나갔다.
이에 따라 각자의 개성으로 사회관계망(SNS)을 앞세운 인디 브랜드들이 미국을 포함한 서구권과 중동·동남아 매출 확대를 이끌고 있다. 실제 최근 진행된 미국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 코스알엑스와 바이오던스, 티르티르, 아누아 등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뷰티&퍼스널케어 부문에서 상위권에 입점했다. 한국 화장품의 북미 수출 중 70%는 온라인 기반이며, 그중 절반 가까이가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홈케어를 위한 뷰티 디바이스와 컬러 렌즈 등도 주목할 만하다”며 “낮은 가격을 선호하는 현상은 국내 인디 브랜드 제품을 선택하는 기회 요소로 지속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셀프 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초 브랜드 수요 증가와 K뷰티에 대한 확산이 중장기적으로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소 브랜드도 잘나간다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의 약진이 돋보인다. 프리미엄 대신 중저가 라인을 지속 선보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마케팅에 적극 나서며 글로벌 불황에도 해외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4년도 상반기 및 2분기 중소기업 수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중소기업 수출액은 57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이 가운데 화장품은 전년 대비 30.8% 증가한 33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상반기 최고 수출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중소 뷰티 브랜드들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향후 수출액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중소 뷰티 브랜드는 마녀공장과 조선미녀다. 마녀공장은 올해 1분기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51.5%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일본 시장 매출은 전체 해외 매출 중 절반 가까이인 47.5%를 차지한다. 특히 오프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9.6% 증가하며 눈에 띄게 성장했다.
온라인 채널인 큐텐, 라쿠텐, 아마존, 조조타운뿐 아니라 오프라인 점포인 돈키호테 등 약 6300개에 이르는 현지 유력 유통 채널에 입점해 있다. 하반기엔 세븐일레븐 입점을 준비 중이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1분기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한 매출 증가폭을 나타냈으며 미국 아마존을 기반으로 판매 채널을 넓히고 있다. 특히 아마존에서는 244% 성장하며 미국 시장에서 떠오르는 K뷰티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 꼽혀왔다. 또 미국 오프라인까지 영역을 확대해 지난 9월 미국 코스트코 매장 300개에 입점을 마쳤다.
마녀공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뷰티 시장에 보폭을 더 넓힌다는 계획이다. 하반기 대만과 캐나다 코스트코 입점도 확정 지었다. 중국과 유럽(프랑스·스페인·영국·호주) 등에서도 입점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조선미녀는 우리나라 전통 한방 원료와 현대 기술 기반으로 피부 고민 해결에 효과적인 뷰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영어 브랜드명인 ‘뷰티 오브 조선(Beauty of Joseon)’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 데 이어 지난해 하반기에는 유럽 32개국에 제품 판매를 시작했고 동남아시아 시장으로도 입지를 확대 중이다.
이처럼 해외 시장에 적극 나선 결과 매출의 약 90%를 글로벌 시장에서 거두고 있다. 대표 제품인 ‘맑은쌀선크림’은 전통적으로 피부 미용에 사용했던 쌀 추출물을 함유해 촉촉하고 부드러운 제형이 특징이다. 한방과 현대적 성분을 결합한 콘셉트가 입소문을 타면서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 자외선 차단제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환경과 시기”라며 “현지 문화와 트렌드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세분화된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화장품계 TSMC 아시나요?
K뷰티가 중소·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K뷰티 세계화를 이끈 주요 요인으로 국내 화장품 제조자 개발생산(ODM) 업체의 기술력이 꼽힌다. 이른바 한국의 ‘화장품계 TSMC(글로벌 1위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들이다.
화장품 ODM 기업 투톱으로 불리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K뷰티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올해 경영 키워드를 ‘인디 브랜드와 동반성장’으로 설정한 후 집중 육성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최소 주문 수량(MOQ, Minimum Order Quantity) 유연화다. 인디 브랜드 특성상, 주문 수량이 적기 때문에 3000개 이하 주문 건에 대해서도 제품 생산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신제품 출시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점 역시 고려해, AI(인공지능) 조색 시스템을 도입하고 공장 내 자동화 설비 도입을 확대하는 등 다품종 소량 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 지난해에는 인디 브랜드 집중 육성 및 신규 인디브랜드 고객사 영업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한국콜마 역시 10월 1일 열린 서울 뷰티 위크 팝업 스토어 운영을 지원하며, 행사 기간 중 열리는 수출 상담회를 지원하기도 했다. 고객사 마케팅 지원 행사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열리는 ‘2025년 정부지원 정책 설명회’ 등 고객사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두 회사는 R&D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ODM사의 연구개발 기술력과 인디 브랜드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한국콜마의 경우, 전체 직원 중 30%가 연구인력이며, 연 매출의 7% 이상을 R&D에 투입하고 있다. 한국콜마의 R&D 융합연구소인 ‘종합기술원’에는 6개 연구소와 2개의 연구센터, 1개의 실에 소속된 연구원 600여 명이 상주하고 있다. 그 결과, 콜마그룹의 누적 특허건수는 지난 8월 기준 출원 1108건, 등록 661건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코스맥스 역시 9월 말 기준 전 세계 누적 특허 출원 건수는 약 1570건, 등록 건수는 640여 건에 이른다.
한편 한국콜마와 코드맥스는 올해 상반기 나란히 1조 원대 매출을 올리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올해 상반기 한국콜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1조2351억 원, 영업이익은 54% 증가한 1042억 원이다. 코스맥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1조783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922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3.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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