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산업 현장, 그곳에선 무슨 일이?

자코모 공장에서 고약한 가구 냄새 나지 않는 이유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4/10/25 [11:37]

발로 뛰는 산업 현장, 그곳에선 무슨 일이?

자코모 공장에서 고약한 가구 냄새 나지 않는 이유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4/10/25 [11:37]

박경분 자코모 대표 “품질만큼은 타협하지 않기에 친환경 접착제 고집”

GS리테일, 베트남에서 K편의점 GS25 300개 운영하며 현지 시장 안착

 

한세실업 TG법인 행거라인 철저한 품질관리로 제품 불량률 0.0125%

한세실업 C&T법인 베트남 최초로 바이오매스 활용 탄소배출 92% 줄여

 

1. 자코모 5공장 르포

 

“200㎏의 곰이 와서 10년 이상 앉아도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보이지 않는 속까지 꼼꼼하게, 품질만큼은 타협하지 않고 만들어야 된다고 고집하고 있다.”(박경분 자코모 대표이사)

 

지난 10월 15일 경기도 포천시 산자락에 위치한 자코모 5공장을 방문했다. 그곳에는 특별한 점이 있었다. 일반적인 가구 공장에 들어섰을 때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코를 찔러대는 독한 냄새가 없다는 점이다.

 

그 비결은 2000년대 초반 이탈리아에 설립한 ‘디자인 연구소’에서 출발한다.

 

현대리바트, 퍼시스 등 국내 가구 대기업의 OEM(주문자 상표 제품 생산자) 제조사인 재경가구산업에서 출발한 자코모는 IMF 당시 산업 붕괴로 위기를 맞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모멘텀으로 ‘디자인’에 주목했고, 2000년도에 국내 가구 업계 최초로 이탈리아 밀라노에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 2005년에는 자체 소파 브랜드 ‘자코모’를 설립했다.

 

▲ 박경분 자코모 대표이사가 10월 15일 경기도 포천시 자코모 5공장에서 이탈리아 국기 무늬가 새겨진 소파 하단 밴드의 내구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날 자코모 본사에서 만난 박경분 자코모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이탈리아를 자주 오가면서 100년 기업인 아빌라 공장을 찾은 적이 있다. 그곳에선 국내 가구 공장에서 나는 특유의 접착제 냄새가 나지 않아 물어봤다. 그랬더니 ‘소나무 송진에서 나오는 친환경 접착제를 사용한다’고 했다. 그 접착제를 조금 얻어서 국내 최대 본드 회사 담당자를 만나 연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자코모 외에는 원하는 곳이 없으니 만들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어쩔 수 없이 3배 더 비싼 가격이지만 이탈리아에서 친환경 접착제를 수입해서 쓰기 시작했다.”

 

자코모 5공장은 2개 층으로 이뤄진다. 1층에서는 목재와 밴드 등을 이용해 소파의 틀을 만드는 조립 과정과 내장재를 채우는 사전 작업이 함께 진행된다. 목재 사이 사이에는 박 대표가 설명한 친환경 접착제가 발라져 있고, 이탈리아 국기 무늬가 새겨진 밴드가 소파 하단부를 격자무늬로 탄탄하게 지지하고 있었다. 접착제에서 독한 냄새가 진동하지 않는 것은 물론, 소파 내부의 골격이 되는 목재의 깔끔한 외관 역시 놀랄 만한 지점이었다.

 

“예전에 한 공중파 프로그램에 자코모 소파와 다른 회사의 고급 소파 하단을 해체하는 과정이 나온 적이 있다. 다른 회사 합판에는 시멘트와 흙이 묻어 있고 곰팡이가 난 목재를 썼다. 하지만 자코모 제품의 내부는 깨끗해서 국민들이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자코모가 ‘착한 소파, 바른 소파’라고 해서 매출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5공장 2층에서는 가죽을 재단하고 패턴을 만드는 미싱 작업과 마감 등이 이뤄진다. 여기에 사용되는 가죽은 미국 텍사스의 건강한 소를 염장해 이송한 다음 이탈리아의 친환경 고급 원료를 활용해 자코모만의 가공 기술로 만들어진다. 마감이 완료된 가죽은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완성된 틀에 씌우고 포장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국내 종합 가구 대기업들 사이에서 소파 하나로 20년 외길을 걸어온 자코모 저력의 원천은 ‘품질 경영’과 ‘디자인’에 있다. 원자재 하나하나를 친환경, 고품질 요소로 엄선해 사용하는 데다, 디자인까지 연구소를 세워 보장하다 보니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현재 자코모는 300가지 이상의 소파 디자인을 보유하고 있다.

 

자코모를 대변하는 또 다른 키워드로 ‘인재 경영’을 꼽을 수 있다. 사람을 대하는 자코모의 진심과 함께 ‘100년 기업’으로 향하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는 박 대표의 혜안이 담긴 전략적 선택이다.

 

박 대표는 “1986년 처음 (재경가구를) 설립했는데 그때 있던 직원이 아직도 현장에 일하고 있다. 그때 결혼해서 아기를 낳아서 그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경우도 있다. 어떤 고객은 30년 전 재경가구에서 소파를 샀는데 딸 혼수를 사러 왔다는 고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특히 20여 년을 앞서 ‘주 5일제’를 실시했다는 점을 자랑으로 여겼다. 현재는 주 5일제 근무가 흔한 일이지만 당시 가구 업계에서 휴일은 한 달에 2회 정도였다.

 

박 대표는 대기업 주문 물량이 몰리는 상황에서 기술자 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국내 모 제약회사의 ‘격주 5일제 근무’ 소식을 듣고 “우리도 생산량만 맞출 수 있다면 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전적인 결단을 내렸다. 이후 재경가구의 이직률은 제로(0)에 가까워졌고, 직원을 모집하면 줄을 섰다고 한다.

 

2021년부터는 ‘소파 아카데미’를 설립해 생산 현장의 고령화에 대비하고 있다. 자코모의 소파 아카데미에서는 6개월간 기본급을 지급하며 기능직 교육을 실시한다. 이후 심사를 통해 현장에 투입하는데, 현재 5기생까지 배출해 각 공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이날 방문한 5공장의 경우 60% 이상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게 공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소파 아카데미) 입학생들에게 중견 회사의 중견 사원보다 월급이 많을 것이고, 기능을 배우면 70세에도 일할 수 있으니 좋은 직업이라고 얘기한다. ‘사장이 되고 싶으면 소파를 잘 만들어 자코모에 납품하라. 그럼 우리가 밀어주겠다’는 얘기도 한다. 현재 20군데의 협력사가 있고, 원자재도 다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코모의 경쟁력은 해외 시장에서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자코모는 지난 5월 일본 도쿄 롯본기에 첫 해외 매장을 열었고, 11월엔 현지 신규 매장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자코모의 일본 진출은 3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한 일본의 대형 가구 업체 ‘프랑스베드’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박 대표는 “프랑스베드가 소파를 유럽에서 주로 수입했는데 유럽 시장이 무너지면서 한국으로 눈을 돌렸고, 직원들이 우리도 모르게 자코모를 수시로 드나든 것을 나중에 들었다”며 “이후 (프랑스베드 오너가) 한국인 며느리에게 자코모 검증을 맡긴 뒤 보고를 받고 정식으로 우리 회사를 찾아와 계약을 맺게 됐다. 내년까지 일본에 30개 이상의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라고 귀띔했다.       

 

2. GS25 호찌민 매장 르포

 

라면 진열대를 가득 채운 한국 라면, 카운터에서 판매하고 있는 떡볶이, 주류 코너를 가득 채운 참이슬과 진로 소주. 영락없이 여느 한국의 편의점처럼 보이지만, 10월 16일 찾은 베트남 호찌민 GS25 매장의 내부 풍경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대표 K편의점 GS25가 베트남에서 300개 넘는 점포를 운영하며 현지 편의점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GS25는 2018년 1월 호찌민 GS25 엠프리스타워점을 시작으로 지난 9월 기준 베트남에서만 329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 베트남 호찌민 시내에 위치한 GS25 매장 외관 모습. 

 

베트남은 길거리 음식이 익숙한 식(食)문화로 즉석 먹거리에 대한 선호와 수요가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GS25의 톱5 인기 상품은 ▲떡볶이 ▲김밥 ▲도시락 ▲생수 ▲기능성음료(레드불 등) 순으로 나타난다.

 

실제 매장 문을 열자마자 김치라면, 김자반 등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전용 코너를 만나볼 수 있었다.

 

아울러 GS25는 2021년부터 베트남 브랜드 편의점 중 유일하게 가맹점 전개를 시작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유지했다. 그 결과, 베트남 GS25는 써클케이·패밀리마트 등 GS25보다 4~6년 먼저 진출한 미국·일본 등 해외 편의점 브랜드들을 남부베트남에서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호찌민 시내에서는 베트남 특화 매장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국내 브랜드인 진로·농심 등과 컬래버레이션(협업) 매장뿐 아니라, 싱가포르 맥주 회사인 타이거(Tiger) 등 해외 브랜드와도 협업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베트남 내 GS25 매출 역시 2018년 29억5700만 원에서 지난해 855억3300만 원으로 첫 출점 년도 대비 약 29배 성장했다. GS리테일은 내년까지 베트남 내 GS25 점포수 500점 이상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3. 한세실업 TG법인 르포

 

기계에 걸려 있는 티셔츠가 행거라인을 타고 각 직원들에게 전달됐다. 공장 직원은 움직일 필요 없이 자리에서 의류 품질 작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 10월 16일 호찌민 시내에서 60㎞ 떨어진 한세실업 TG법인에서 본 ‘행거라인’ 시스템이다. 패션 제조자 개발생산(ODM) 기업인 한세실업이 행거라인을 비롯한 다양한 IT 시스템을 통해 업무 효율성 증대를 꾀하는 모습이다.

 

▲ 한세실업 TG법인 8공장 봉제 행거라인 모습.  

 

한세실업은 30개 이상의 글로벌 브랜드를 대상으로 매년 4억 장 이상의 의류를 생산·납품하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TG법인은 2010년 설립돼 연간 4500만 장의 의류 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갖춘 회사 대표 공장이다.

 

한세실업은 자체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인 햄스(HAMS·Hansae Advanced Management)를 통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햄스(HAMS)는 전 공장의 생산량과 재고량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공장 가동 및 생산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세실업은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발 빠르게 파악할 수 있으며 불량품 역시 최소화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방문한 1공장 역시 햄스(HAMS)를 적용해 품질 관리를 진행하고 있었다. 특히 봉제라인에서 작업하는 직원들의 자리에는 스마트 기기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생산 과정을 제어할 수 있는 공정관리(SFC) 시스템을 운영해 1명이 작업하는 수량과 생산효율, 개인 인센티브 데이터를 기록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철저한 품질 관리에 힘쓴 결과, 1공장 제품의 불량률은 현재 0.0125%에 불과하다.

 

한세실업은 행거라인을 비롯해 자동 연단기, 자동 재단기 등 각종 자동화 기기를 도입해 효율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크고 무거운 원단을 중심으로 다루는 TG법인 8공장은 자동화를 통해 최적의 생산성을 내도록 설계됐다.

 

8공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무인운반기계(AGV, Automated Guided Vehicle)가 대표적이다. AGV는 의류 생산에 사용할 원단을 작업장으로 옮겨주는 기계다.

 

원단의 이동을 기계가 대체하면서 공장 내 직원들은 움직일 필요 없이 자리에서 품질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한세실업은 최근 개발된 각종 자동화 기계를 분석해 공장에 적용 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자동화 팀’을 운영하고 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자동화 팀은 기계 사전 테스트를 진행할 뿐만 아니라 공장 적용 후에도 기계의 지속적인 관리·감독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고 밝혔다.

 

4. 한세실업 C&T법인 르포

 

“C&T법인에서는 왕겨 등 바이오매스를 사용해 보일러 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석탄과 혼용해 쓰던 기존 장치들과 달리, 해당 장치는 100% 바이오매스만을 활용한 것으로 베트남에서는 최초다.”

 

10월 17일 베트남 호찌민 시내에서 자동차로 2시간 30분을 달려 방문한 한세실업 C&T법인에서 관계자가 이같이 말했다.

 

C&T법인은 한세실업이 2013년 인수한 원단 염색 및 워싱 전문 회사로, 9만8300평 규모의 면적에 약 750명의 인원이 근무하는 대규모 공간이다.

 

C&T 법인의 핵심은 ‘친환경’이다. 2027년까지 탄소 배출 60% 절감, 용수사용 50% 절감, 전기사용 15% 절감을 목표로 친환경 설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 한세실업 C&T 공장에 위치한 보일러. 바이오매스를 100% 활용해 보일러 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법인 내 3공장에서는 바이오매스만을 사용해 보일러 연료로 쓰는 장치가 도입됐다. 베트남에서 연간 생산되는 800만 톤의 왕겨를 연료로 사용함으로써 석탄연료 대비 탄소배출량을 92% 가량 줄이고 있다.

 

같은 공장에 위치한 친환경 염색기는 시운전 시 42%의 용수 절감 효과와 10%의 화학약품 절감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 외에도 C&T법인은 빗물을 산업용으로 재사용하는 빗물 저장 시스템을 통해 폐수를 재활용하고 있다.

 

한편 한세실업은 올해 말 신규 공장을 오픈하고 향상된 친환경 설비를 갖춰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를 추진한다. 신규 공장은 태양광 발전 설비를 포함하며 물과 전기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염색기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장 내 기계에 에너지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고 각 염색기의 진행상태 및 용수·전기·연료 사용량을 관리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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