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처음으로 반도체 영업이익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SK하이닉스는 10월 24일 오전 올해 3분기 매출 17조5731억 원, 영업이익 7조300억 원(영업이익률 40%), 순이익 5조7534억 원(순이익률 3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초 증권가 컨센서스(영업이익을 약 6조8000억 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기준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부를 제치고 업계 1위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의 눈부신 질주는 제2의 슈퍼 호황기에 제대로 올라탔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2년 전 챗GPT 등장 이후 엔비디아가 이끄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를 재빠르게 간파하고 고부가가치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을 선점했다. HBM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우위와 고성능 서버용 D램 판매량 증가 덕분에 ‘반도체 겨울론’을 무색케 하는 성적을 냈다.
매출 17조5731억, 영업이익 7조300억, 순이익 5조7534억···신기록 갈아치워
트렌드 간파 고부가가치 HBM 시장 선점···AI發 제2 반도체 슈퍼 호황기 구가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성장세”
호실적 안주 않고 HBM3E 12단 출하 등 AI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
▲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반도체 영업이익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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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좋을 순 없다!”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7~9월)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반도체 슈퍼 호황기 시절의 성적표를 크게 뛰어넘었다. 이 같은 역대급 실적 배경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매출 비중이 크게 증가해 전체 실적 성장세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HBM은 높은 데이터 대역폭을 기반으로 AI의 방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메모리 기술을 가리킨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인 제품이며 세대가 진화할수록 더욱 고난도·고부가 개발이 이뤄진다. AI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메모리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HBM 가격은 같은 용량의 D램 대비 3~5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부터 업계 최고 성능의 HBM3E를 양산하고 있고, 다음 세대인 HBM4 양산 시점을 내년으로 앞당기며 ‘글로벌 1위 AI 메모리 공급사’ 지위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글로벌 1위 AI 메모리’ 존재감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 17조5731억 원, 영업이익 7조300억 원을 기록했다고 10월 24일 밝혔다. 영업이익률은 40%, 순이익 5조7534억 원이다. 매출도, 영업이익도 역대 최고 기록이다. 특히 영업이익률 40%에 대해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수준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견주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11% 수준이다.
매출은 기존 기록인 올해 2분기 16조4233억 원을 1조 원 이상 넘어섰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영업이익 6조4724억 원, 순이익 4조6922억 원)의 기록을 크게 뛰어넘었다.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컨센서스 기준 6조7628억 원)를 웃돌았다.
지금 반도체 시장은 호황도 불황도 아니지만 AI 반도체만 초호황을 누리는 이례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HBM으로 대표되는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몰린다는 이야기.
SK하이닉스는 3분기 호실적의 배경에 대해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다”면서 “이에 맞춰 회사는 HBM, eSSD(기업용 저장장치)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하는 탁월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익성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며 D램 및 낸드 모두 평균판매단가(ASP)가 전 분기 대비 10%대 중반 올라 당사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게 됐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HBM, eSSD 등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성장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생성형 AI가 멀티모달(여러 복합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AI 서비스) 형태로 발전하고 있고,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을 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AI 서버용 메모리에 비해 수요 회복이 더뎠던 PC와 모바일용 제품 시장도 각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AI 메모리가 출시되면서 내년부터는 수급 밸런스가 맞춰지며 안정적인 성장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앞으로도 AI 메모리 세계 1위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늘리며 수익성에 치중하는 전략을 지속해 가기로 했다.
D램은 기존 HBM3에서 HBM3E 8단 제품으로의 빠른 전환을 지속하고, 지난달 양산에 들어간 HBM3E 12단 제품의 공급도 예정대로 4분기에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3분기 전체 D램 매출의 30%에 달했던 HBM 매출 비중이 4분기에는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에서도 투자 효율성과 생산 최적화 기조에 무게를 두면서 시장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고용량 eSSD의 판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김우현 부사장(CFO)은 “당사는 올해 3분기에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 달성을 통해 글로벌 No.1 AI 메모리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며 “앞으로도 당사는 시장 수요에 맞춰 제품 및 공급 전략을 유연하게 가져가,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면서도 수익성을 극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실적 배경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매출 비중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SK하이닉스가 ‘2024 반도체 대전(SEDEX)’에서 공개한 12단 HBM3E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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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실적 가능했던 비결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슈퍼 호황기 시절의 성적표를 크게 뛰어넘어 역대 최대 실적을 가능케 한 비결은 뭘까?
이 같은 역대급 실적 배경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매출 비중이 크게 증가하면서 전체 실적 성장세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호실적 배경으로 고부가 제품인 HBM의 매출 비중이 3분기에 급격하게 증가한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HBM 비중은 1분기 10%대, 3분기 30%를 넘어섰다.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0% 이상 증가했다.
주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향 HBM 5세대 ‘HBM3E 8단’의 공급량 또한 기존보다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연말 HBM 비중 40% 도달
그래서일까. 이날 ‘2024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SK하이닉스가 전체 D램 매출 가운데 HBM 비중이 올해 말 40%에 이를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다.
SK하이닉스는 “회사의 D램 매출 구조는 HBM 비중이 연말 40% 도달할 만큼 커지면서 사업 안정성이 커졌다”며 “HBM의 높은 평균판매단가(ASP)를 고려하면 일부 제품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전제 ASP 개선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HBM 제품은 장기 계약을 통해 가격과 물량이 대부분 확정됐고, 2025년에는 평균 HBM 제품 가격이 올해 대비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HBM3E 판매 확대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HBM3E 출하량이 HBM3를 넘어섰고 4분기는 예정대로 HBM3E 12단 출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HBM3E 12단 제품은 내년 상반기 중 8단 제품 비중을 넘어서고 하반기엔 대부분 제품이 12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SK하이닉스는 업계 최고 성능의 HBM3E 12단 제품 특성을 확보했으며 해당 시장 점유율도 선점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내년 하반기엔 대부분 물량이 12단 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HBM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 우려를 일축했다. SK하이닉스는 “HBM은 일반 D램과 달리 장기계약구조로서 2025년 고객들 물량과 가격 협의가 대부분 완료돼 있기 때문에 수요 측면에서 가시성이 매우 높다”며 “AI 칩 수요 증가에 따라 내년 HBM 수요는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HBM 수요 둔화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오히려 HBM 신제품 개발에 대한 기술 난이도가 점차 증가하면서 메모리 업계가 고객이 원하는 품질을 적기에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요 측면에서의 업 사이드 가능성, 공급 측면에서의 다운 사이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년에도 공급보다는 수요가 강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일반 D램은 연평균 10% 성장이 예상되는 반면, HBM은 이보다 훨씬 높은 성장률이 전망된다”며 “일반 D램 생산 여력은 HBM 생산 확대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DDR5/LPDDR5 재고는 현재 타이트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D램 공급량 확대가 고사양 D램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중국산 구공정 D램 공급량 증가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고 있지만, LPDDR5 D램 첨단 제품 시장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부문별로 시장 양상이 다르다”며 “고성능 고사양 DDR5, LPDDR5는 아직 후발업체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가격 하락 압력이 적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에서는 수익성 위주의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낸드 비트 판매량이 줄어들더라도 가격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올해 전체 회사의 낸드 제품은 물량 기준 점유율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며 “낸드 사업은 외형적 성장보다는 수익성 우선, 투자 최적화에 집중하면서 보수적인 생산 운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투자 10조 원 중반 예상”
최근 SK그룹은 AI 시대를 맞아 그룹 투자를 AI와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맨 앞에 나서서 AI 리더십을 선제적으로 발휘했다.
SK하이닉스는 2년 전 챗GPT 등장 이후 엔비디아가 이끄는 AI 반도체 트렌드를 재빠르게 간파하고 고부가가치인 HBM 시장을 선점했고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반도체 영업이익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호실적에 머물지 않고 AI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 대한민국 대표 기업의 지위를 공고히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HBM 수요가 몰리면서 올해 투자 규모는 당초 예상 뛰어넘어 10조 원대 중반이 될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규모는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성장한 HBM 수요 대응과 M15X 투자 결정을 반영해 연초 계획보다 증가한 10조 원 중·후반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투자 규모는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으나, 고객과의 공급 계양 체결로 수요가 확보된 제품에 대한 투자와, 레거시 제품을 줄이고 LPDDR5 양산 확대를 위한 전환 투자, M15X와 용인 클러스터 인프라 투자 지속 등을 고려해 올해보다는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투자 규모의 증가분이 대부분의 인프라 R&D 후공정에 투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 생산 증가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수익성이 확보된 제품에 한해서 투자를 지속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 시장 시장 변화에 따라 유연한 투자 결정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