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임박한 몸 이끌고 게임에 참가한 임신부 ‘준희’ 캐릭터 잘 소화
“간절하게 뭔가 원하던 준희처럼 오징어 게임 오디션 볼 때 나도 간절”
“정말 오디션이 끝이 없다고 생각했다. 봐도 봐도 안 끝나더라. 하지만 받아들였다. 끝이 나지 않으면 계속 오디션을 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붙거나 떨어지거나 둘 중 하나다. 간단하게 생각했다.”
배우 조유리(24)는 말하자면 오디션 스타다. 2018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에서 3위를 해 <아이즈원>으로 데뷔했다. 이 오디션이 조유리의 삶을 바꿔놓은 첫 번째 오디션이었다.
가수로 성공적인 경력을 이어가고 있던 그에게 다시 한 번 전환점을 만들어 준 것 역시 오디션이다. 바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2>. 치열할 수밖에 없는 경쟁을 통과하기 위해 조유리는 또 3개월간 4차례에 걸친 평가를 통과해야 했다. <오징어 게임 2>로 가기 전 조유리는 또 다른 오디션에서 여러 차례 낙방한 상태였다. “정말 간절했다.” 그리고 그는 또 한 번 이 결정적인 게임에서 생존하는 데 성공했다.
“3차 오디션을 봤을 때 떨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4차에 불러주시더라. 감사한 마음으로 가긴 했지만 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불안하긴 했지만 오디션 자체는 후련하게 봤다. 합격했다는 말을 듣고 현실 같지 않더라. 이렇게 큰 작품에 내가 들어갈 수 있다니. 진짜 행복했다. 엄마한테 바로 전화했다.”
가수로 연예계에 안착했지만, 배우로는 신인이었다. 2022년 <술꾼 도시여자들2>와 웹드라마 <미미쿠스>에 나오긴 했지만 본격적인 연기 활동에 돌입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어쩌면 <오징어 게임 2>가 조유리의 진짜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 속의 준희는 정말 간절하게 뭔가를 원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이 오디션을 볼 때 나도 그랬다. 아마 감독님이 나의 그런 모습에서 준희를 발견한 게 아닐까.”
조유리가 연기한 준희는 출산이 임박한 몸을 이끌고 게임에 참가한 임신부. 준희는 게임장에서 아이의 아빠, 전 남자친구 명기(임시완 분)를 만난다. 명기는 준희를 만나자마자 이렇게 말한다. “안 지웠어?” 명기 말대로 준희가 아이를 왜 낳기로 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일단 낳기로 결심한 순간 준희는 아이와 함께 살아 남아야 한다. 가족도 없고 돈도 없는 준희는 기필코 살아 남아서 상금을 가지고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촬영하는 내내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 생각들을 곱씹었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이 순간을 기억해야 한다’ ‘당연한 건 없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그래서 조유리는 전력을 다해 준희 역할 연기를 준비했다.
“일단 임신한 준희의 몸부터 이해하려고 했다. 임신을 하면 어디가 아픈지, 어떤 동작을 반복하게 되는지, 어느 정도로 뛸 수 있고 어느 정도로 움직일 수 있는지. 앉을 땐 어떻게 앉아야 하는지, 쪼그려 앉는 건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또 기분은 어떻게 변하는지 등 모든 걸 준비하려고 했다. 임신 경험이 있는 주변 사람들, 특히 엄마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도 임신이 익숙해 보이지 않게 연기하려 했다.”
조유리는 엄마가 쓴 육아일지를 보면서 엄마 마음을 헤아려 보려 했다. 조유리 어머니는 조유리가 서너 살이 될 때까지 육아일지를 썼다고 한다. 그 일지를 쭉 훑어 보며 엄마의 사랑을 이해하려 했다.
“엄마의 마음이라는 게 명쾌해지더라. 이건 절대적인 사랑이구나. 푹 빠지면 된다고.”
<오징어 게임 2>엔 이정재·이병헌·임시완·강하늘 등 각 세대를 대표하는 스타 배우들이 대거 합류했다. 연기 잘한다는 배우들을 한 데 모아 놓은 작품이기도 했다. 긴장과 압박을 견디게 해준 건 철저한 준비였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긴장되겠지만 최대한 긴장하지 않고 연기하기 위해서 철저히 준비했다. 그 준비가 연기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선배님들이 정말 따뜻하고 편하게 대해줬다.”
조유리의 신인답지 않은 연기는 그래서 호평 일색이다. 명기를 향한 복합적인 감정과 살아남으려는 안간힘이 잘 드러났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조유리는 “감독님께서 세세한 부분을 잡아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조유리의 준희 연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어머니는 딸이 임신부 연기를 한다는 말에 보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작품 공개되고 나서 본가가 있는 부산에 갔다. 엄마가 하루종일 <오징어 게임 2>를 보고 있더라. ‘제발 잘 때는 소리를 낮춰 달라’고 할 정도였다.(웃음) 아마 엄마는 지금도 보고 계실 것이다.”
조유리는 연기가 이유 없이 좋다고 했다. 하고 싶고 잘하고 싶다고 했다. 노래하는 게 아무 이유 없이 좋은 것처럼 연기도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직업 만족도가 매우 높다.”
살아 남은 다른 캐릭터들이 그렇듯이 준희의 이야기도 시즌3에서 절정을 향해 갈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은 명기가 준희와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것 아니냐, 준희가 게임장 안에서 아이를 낳고 이 아이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것 같다 등 다양한 예상을 내놓고 있다.
“시즌3를 기다려 달라. 이야기가 더 격해지고 더 자극적일 것이다. 정말 재밌을 것이다. 준희와 명기에게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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