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2’ 스타…‘프런트맨’ 이병헌 인터뷰

“내가 맡은 인물 다가가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5/01/22 [16:10]

‘오징어 게임 2’ 스타…‘프런트맨’ 이병헌 인터뷰

“내가 맡은 인물 다가가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5/01/22 [16:10]

“BTS·블랙핑크 나의 선배님···전 세계인 사랑받는 상황 아이러니+감개무량”

“배우 인생이라는 건 연기 시작한 순간부터 나의 삶···모든 건 다 인연 같다”

 

▲ ‘오징어 게임 2’에서 프론트맨 역할을 제대로 그려낸 배우 이병헌.  

 

한국 배우 중 가장 성공적으로 미국 할리우드에 자리를 잡은 건 이병헌(55)이었다. <지.아이.조> 시리즈(2009·2013), <레드:더 레전드>(2013),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 <미스 컨덕트>(2016), <매그니피센트7>(2016) 등 굵직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잇달아 찍으며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능력과 매력이 있다는 걸 증명했다. 이 정도를 해낸 것도 사실상 이병헌이 유일했다.

 

“미국에서 어떤 승부를 보거나 뿌리를 내리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한 번 배우로 사는데 도전해보자는 거였다. 한 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했다. ‘와 이거 하고 나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날 알아볼 거야’라고.(웃음)”

 

하지만 그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터미네이터>를 했는데도 내가 누군지 못 알아보더라. 공항 직원이 ‘얼굴이 익숙한데, 혹시 유명한 사람이냐’고 물어보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아마도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이병헌을 못 알아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가 주연을 맡은 넷플리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2>가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지.아이.조>를 처음 했을 때 내가 상상했던 반응이 바로 <오징어 게임>을 통해 나오고 있는 바로 이 반응이었다.(웃음) 영어 연기가 아니고 미국 작품도 아니고, 한국 작품으로 한국 동료들과 한국어로 한 작품이 이렇게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는다고? 이 상황이 참 아이러니 하면서도 감개무량했다. 미국 프로모션을 할 때 확실하게 느꼈다. K콘텐츠 위상은 안에서는 오히려 느끼지 못한다. 나가봐야 한다. BTS와 블랙핑크가 나의 선배님들인 것이다.“

 

게다가 이병헌의 연기는 국내 관객뿐만 아니라 해외 관객에게도 극찬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 나온 반응을 보면 그가 이 작품에서 절정의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건 전 세계 대중과 평단의 공통된 생각으로 보인다. 

 

“내가 할리우드 작품을 했을 때 나의 연기에 대한 칭찬이 없었다. 물론 주로 액션 위주이긴 했지만. 내 연기에 대해 딱히 할 말이 없는 건지, 내가 영어로 대사를 하는 압박감이나 불편함이 전해진 건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칭찬을 들으니까 참 기분이 좋더라.”

 

이병헌이 연기한 ‘프런트맨’은 전작에서는 부여된 역할이 거의 없는 캐릭터였다. 황동혁 감독과 2017년 영화 <남한산성>을 하면서 친해졌다. 그는 황 감독의 부탁을 받고 특별출연 형식으로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합류했다. 시즌2가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이 반격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자리 잡히자 이병헌의 프런트맨 역시 전면에 나서게 됐다. 말하자면 시즌2와 시즌3는 ‘성기훈 vs 프런트맨’ 대결 구도다.

 

“처음 <오징어 게임>에 출연했을 땐 이렇게 잘될 줄 몰랐다. 원래 황 감독과는 술도 마시고 밥도 먹는 사이라서 나간 것이었으니까. 그땐 시즌1이라고 부르지도 않았다.(웃음) <오징어 게임>이 잘 되고 나서 황 감독이 나를 한 번 찾아왔다. 제주도에서 <우리들의 블루스>를 찍고 있을 때였다. 시즌2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 (‘특별출연한 작품이 대박이 나서 쾌재를 불렀을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 당연하다. 당연히 그랬다.(웃음)”

 

다만 이병헌은 특별출연했던 시즌1이나 주연이 된 시즌2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이병헌은 아주 짧은 분량으로 출연하더라도 그 캐릭터를 극도로 세밀하게 만들어가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오징어 게임> 시즌1에 나올 때도 황 감독에게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졌다고 했다. 감독에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질문해서 그 인물의 형태를 끄집어내고 그 형태를 봐야 그 인물에 젖어들 수 있다는 게 이병헌의 방식이다.

 

“배우도 기댈 곳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것 없이 어떻게 연기를 하겠는가. 아마 시즌2를 할 때보다 시즌1에 나올 때 황 감독에게 질문을 더 많이 했을 것이다. 황인호(프런트맨)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그런 것들 전부 다 말이다. 오죽하면 황 감독이 ‘선배가 하도 질문을 해서 이 서사가 완성된 것 같다’고 했으니까.”

 

이병헌은 캐릭터가 샅샅이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하는 건 매우 불안한 일이라고 했다. 감독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건 이를 통해 자신이 관객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애초에 글에 담긴 의도를 아주 고스란히 나에게 가져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집요함 덕분인지 프런트맨은 이 작품 속 어떤 캐릭터보다 입체적이다. 이 인물엔 전직 경찰 황인호, 프런트맨, 게임 참가자 오영일 세 사람이 있다. 이병헌은 이 세 사람을 시종일관 한꺼번에 보여주기 위한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황인호와 프런트맨과 오영일을 어느 정도 비율로 보여줄 것인지 고민했다. 그 비율은 상황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그래서 가장 어려웠던 장면이 짝짓기 게임 때 오영일이 참가자 중 한 명을 목 졸라 살해하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에선 황인호, 프런트맨, 오영일이 0.1초 단위로 왔다갔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징어 게임 2>에서 이병헌은 이전에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또 받고 있다. 이건 으레 하는 얘기가 아니다. 대부분 배우들이 비슷한 연기를 반복한다는 평가를 듣는 상황에서 이병헌만큼은 매번 신선하다는 것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 <남산의 부장들>(2020), <그것만이 내 세상>(2018) 등 최근작만 봐도 그가 얼마나 자신을 잘 벼려왔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연기는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으면 사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연기하는 인물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할 뿐이다. 새로운 연기를 보여줘야겠다, 같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진짜 감정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니까. 내가 연기하는 인물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다. 연기하기 위해서 뭐라도 부여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번에 <오징어 게임 2>에 나온 이후 이병헌은 초등학생 아들에게 위상을 높였다고 했다. 초등학생은 볼 수 없는 작품이지만, 유튜브 쇼츠로 보거나 형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와서 온갖 질문을 쏟아낸다고 했다. 

 

“별의 별 얘기를 다 한다. 프런트맨 자리를 뺏기는 거냐, 누가 생존한다더라 등등. 나는 시원하게 답을 해주지 못하니까 답답하다. 만약 말해주면 전국 초등학생들이 다 알게 될 테니까.(웃음) 하여간 <오징어 게임 2>가 나온 이후로 나한테 뽀뽀도 해준다. 평소에도 좀 해주지.”

 

데뷔한 이후 전성기가 아닌 적이 없는 이병헌이지만 최근 그의 활동은 유독 인상적이다. <미스터 션샤인>(2018)이나 <우리들의 블루스>(2022) 같은 TV 드라마, 스트리밍 플랫폼에선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선보였고 영화에선 올해 중 박찬욱 감독과 함께한 <어쩔 수가 없다>를 내놓게 된다.

 

“글쎄.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배우 인생이라는 건 배우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나의 삶이다. 배우로 30년 넘게 살았지만 순간순간에 관해 생각하는 건 딱히···정말 훌륭한 작품인데 내가 못하게 된 작품도 있고, 내가 선택했지만 아쉬웠던 작품도 있다. 모든 건 다 인연 같다. 어떤 결과에 집착하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내 의지를 크게 작용하지 않는 것 같고 인연이 이미 정해져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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