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갑’ 횡포, 고통의 백화점직원들

“네가 감히 나와 눈 마주쳐?”…‘사무치는 모욕감’

조미진 기자 | 기사입력 2015/01/12 [14:32]

절대 ‘갑’ 횡포, 고통의 백화점직원들

“네가 감히 나와 눈 마주쳐?”…‘사무치는 모욕감’

조미진 기자 | 입력 : 2015/01/12 [14:32]

최근 부천 모 백화점에서 모녀 고객이 주차요원들을 무릎 꿇게 하고, 횡포를 부렸다는 사건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차량을 이동해 달라는 말을 듣지 않자 주차요원이 뒤쪽에서 공중 주먹을 날렸고 이를 목격한 모녀가 분개하자 여러 주차요원들이 사람들 앞에서 한동안 무릎을 꿇었다는 것. 관리자의 사과 후에야 상황 종료된 이 사건은 모녀의 ‘갑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고객에 모욕당해도 웃어야 하는 백화점 직원들의 고통과 애환이 재조명되고 있다. <편집자주>


 ‘부천 백화점 갑질 모녀 고객’…SNS 통해 파문 확산
이동 요청 묵살에, 주차요원 부적절 행동…‘무릎 꿇어’
대놓고 무시에, 뺨 때리고, 성추행도…우울증 겪기도



[주간현대=조미진 기자]
 경기도 부천 현대백화점에서 한 모녀 고객이 주차요원들을 무릎 꿇게 하는 등 두 시간 가까이 횡포를 부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파문이 일고 있다.

▲ 최근 백화점 주차장에서 발생한 갑질 모녀 사건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 주간현대

백화점 모녀 사태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백화점 모녀 갑질’이라는 게시물 내용이 다수 언론에 의해 알려졌다. 해당 게시물은 지난해 12월27일 해당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횡포를 부린 모녀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글쓴이의 동생인 주차요원의 지시를 거부하면서 무릎을 꿇게 하고 뺨까지 때렸다는 것. 모녀들은 “내가 이 백화점 VIP 고객이자 백화점 사장의 조카”라고 주장하며 폭언을 했다고 언급했다. 게시물의 사진에는 한 남성이 무릎을 꿇고 있고, 주변에 젊은 여성이 있다. 현재 이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이후 모녀는 주차요원을 밀치기는 했으나 뺨을 때린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CCTV상으로도 뺨을 때린 모습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이날 오후 3시 30분경 백화점 쇼핑을 마친 어머니가 지하 주차장에서 자신의 체어맨 차량을 타고 쇼핑을 하던 딸을 기다리자 주차요원 A(21)씨가 “체어맨이 차량 2대를 세울 수 있는 곳에 주차돼 있어 조금 이동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

백화점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그러나 어머니는 차량을 이동하지 않았고, 이에 주차요원 A씨가 차량 뒤에서 주먹질을 했다”면서 “차 안에서 이를 본 어머니가 격분했고 마침 딸이 도착해 주차요원을 불러 무릎을 꿇게 하고 욕설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처음엔 이를 부인하다 곧바로 “잘못했다”며 사죄했다. 하지만 화가 풀리지 않은 모녀는 A씨를 거드는 3명의 다른 주차요원도 함께 무릎을 꿇라고 했다는 것. 이들은 30~40분가량 무릎을 꿇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동은 한 시간 넘게 지속됐으며 아르바이트생인 A씨는 주차협력 업체에 사과한 뒤 일을 그만두고 ‘머리를 식히겠다’며 여행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모녀는 이날 수제 커튼 등을 700만~800만원가량 구입했지만 VIP가 아닌 일반 고객이며 백화점 사장의 친인척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모녀는 A씨에게만 유리하게 사건이 왜곡돼 알려졌다며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호소하고 있다.

“나보다 한참 아랫급”

하지만 모녀 측의 주장이 알려진 이후에도 한 시간여 동안 소동을 벌이고 주차요원들을 무릎 꿇게 한 것은 지나쳤다는 비판이 가시지 않고 있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인해 백화점 고객들의 직원들에 대한 일상화된 횡포와 하대가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한 백화점 매장에서 중년 남성 고객이 자신을 응대한 젊은 여성 직원에게 “응대가 불친절하다, 나를 만만하게 본다”며 여직원의 얼굴을 때리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의 남성 고객은 이를 말리기 위해 뛰어온 남성 직원까지 폭행했다. 이후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얘기가 나오자 그제서야 갑자기 태도를 바꿔 잘못했다며 빌기까지 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모 백화점에서 주방용품을 팔던 임시 직원 40대 여성 B씨는 고객에게 모욕적 언사를 당하고 견디다 못해 백화점 옥상 난간에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백화점 관계자는 아르바이트 첫날 화를 못 이기고 자살시도를 해버리는 B씨가 당황스럽다고 밝히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서울 또 다른 백화점의 명품매장 직원은 모욕적인 말을 들었던 경험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녀는 부유층이 많이 찾는 해당 매장에서 한 고객이 “네가 뭔데 어떻게 나를 쳐다봐. 너희 레벨이 나랑 같이 눈을 마주칠 레벨이 되느냐”고 말했다는 것.

“너희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싫으니 나가 있으라”는 고객도 있다. 이런 경우 직원들은 해당 고객을 피해 있어야 한다.

또 다른 백화점의 VIP 라운지에 근무했던 C씨는 근무 당시 받은 모욕적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을 흘렸다.

C씨는 VIP가 자신의 일행을 기준 이상 데려온 한 VIP 고객에게 “3명까지 입장 가능해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더니 “우리도 규정 다 안다. 하도급 주제에, 내가 여기 한 두 번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라는 대답을 듣고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억울한 상황에서도 직원들은 고객에게 무릎을 꿇어야 할 때가 많다. 이렇듯 하대하는 고객들 때문에 백화점 직원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있다.

심지어 매장에 매일 찾아와 여성 판매사원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남성 고객도 있지만 제재할 방법이 없어 여성 직원들이 괴로움과 분노를 느끼는 사례도 있었으며, 실제로 직원들을 성추행하는 고객들도 있다.

일종의 감정 노동자에 해당하는 백화점 직원들은 때문에 우울증이나 모멸감 등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인권 유린’ 지적도

이와 관련해 백화점 등의 점원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백화점과 같은 판매직 노동자를 비롯해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서비스직 노동자들은 이른바 ‘진상’ 손님으로부터 폭언을 듣고 감정적 테러를 당하기 일쑤지만 정작 기업은 직원들이 무조건 감내하기만 강요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이런 ‘갑질’은 ‘손님이 왕이다’는 우리 사회의 도를 넘는 소비지상주의가 만들어낸 ‘인권 유린’이라고 지적했다.

happiness@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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