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우리에게 남긴 단 한 권의 책 ‘마왕 신해철’

세상을 향해 쓴 소리 마다않던 자유로운 음악인

박소영 기자 | 기사입력 2015/01/19 [13:41]

그가 우리에게 남긴 단 한 권의 책 ‘마왕 신해철’

세상을 향해 쓴 소리 마다않던 자유로운 음악인

박소영 기자 | 입력 : 2015/01/19 [13:41]

2014년 10월27일 향년 46세의 나이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故 신해철의 정확한 사인은 의료사고 의혹 속에 아직 온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 책은 너무나 안타깝고 슬프게도 우리 곁을 갑작스레 떠난 뮤지션 신해철이 오랫동안 틈틈이 써온 글을 모은 유고집이다. 생전에 출판을 준비라도 한 것처럼 ‘book’이라는 제목의 파일 안에 차곡차곡 쌓인 글들을 엮은 이 유고집에는 어린 시절부터 청년 시절 이야기, 그리고 그의 음악관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내밀한 고백들이 담겨 있어, 우리 대중음악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한 인물의 자전적 기록으로서도 그 가치가 소중하고 특별하다. <편집자주>

[주간현대=박소영 기자] 그만의 독보적인 음악 세계, 거침없는 언변, 세상을 보는 정의롭고 따뜻한 눈과 마음을 지녔던 뮤지션 신해철. 그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삶과 사회의 가식을 걷어내고 그 진면목을 보고자 했던 예술가의 비타협적 정신이 형형하게 숨 쉬고 있었기 때문임을 그의 글들을 통해 확인하게 될 것이다.

▲     ©


고맙습니다, 마왕

혜성처럼 등장해 90년대 이후 우리 대중음악의 판도를 뒤흔든, 한 시대를 풍미한 뮤지션의 생은 화려하기만 할 것이라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그 역시 평범한 그래서 넉넉지 못했던 가정에서 태어났다.

동네 아이들과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맘껏 뛰놀던 사내아이였으며, 집안 살림을 걱정하며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도 학업성적을 고민하고 인기 없는 남자애가 될까 속앓이 하던 착하고 귀여운 소년이었으며,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죽도록 록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시대의 부름 앞에 머뭇거리지 않고 거리로 나가 짱돌을 던질 줄도 알았던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어릴 적부터 학교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어 록음악을 연주해오던 그는, 고등학교 시절 ‘각시탈’이라는 밴드를 결성하면서 본격적인 뮤지션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여전히 아마추어이긴 했지만 이때부터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 시절의 활동은 그가 무한궤도를 결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무한궤도가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로 대상을 수상하자, 음악 신에서는 그가 고가의 음악장비와 인력 지원을 받아 ‘그대에게’를 완성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때까지 들어볼 수 없던, 곡 자체가 환기하는 혁신성이 그 원인이었다.

무한궤도 이후 솔로 시절을 거쳐 ‘넥스트’라는 밴드를 결성해 90년대 한국 록음악의 새로운 전성기를 일궜던 그는, 특유의 거침없고 신랄한 언변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그가 쓴 가사들은 시대와 사회의 보수성, 위선과 가식을 폭로하는 것들이었으며 그가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을 통해 쏟아내는 풍자와 비판은 우리 사회의 그 어떤 방송인이나 예술인에게서 쉽사리 볼 수 없던 면모였기에 그만큼 그는 악의적인 비방에도 시달려야 했다.

특히 MBC ‘100분 토론’에 패널로 출연해 대마초 비범죄화, 간통죄 폐지, 체벌 금지 등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이슈들에 대한 과감한 주장을 펼침으로써 화제를 낳기도 했는데, 이는 연예인으로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킨 그의 뚝심 있는 면모를 엿보게 하는 부분이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음악인으로서의 위험을 감수했던 용기, 대중음악의 유행이 달라지기 시작하고 록음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멀어질 때에도 자신의 음악적인 길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던 뚝심, 시대와 사회의 위선을 꿰뚫어보며 특유의 촌철살인적 일갈을 서슴지 않았던 칼날 같은 비판정신. 우리가 기억하는 신해철은 그런 예술가였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우리 대중음악사에 등장한 최초의, 그리고 최후의 인문주의 예술가, 르네상스인”이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이런 음악인을 만날 수 있을까? 그의 죽음이 너무나 안타깝고 통탄스러운 이유다.

사반세기라는 세월, 삶의 길목마다 우리의 어깨를 다독이던 그의 노래는 우리 가슴속에서 영원토록 울려 퍼질 것이다. 그는 우리 시대의 ‘로커’였다.

추모의 글들

손석희(방송인) ‘100분 토론’에서 저는 신해철씨를 다섯 번 만났습니다. 그때마다 논란의 한가운데 섰고, 그래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 가수였지만 어떤 주제를 놓고도 자신의 주관을 뚜렷이 해서 논쟁할 수 있는 논객이기도 했습니다.

문재인(정치인) 제가 아는 신해철씨는 불합리한 것에 앞장서 당당하게 맞서는 용기를 가진,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대선 때 유세하러 가는 곳마다 울려 퍼지던 ‘그대에게’의 벅찬 음악은 제게는 평생의 고마움입니다. 부디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

배철수(방송인) 신해철이라는 가수는 이미 음악적인 면에서 자신의 탑을 세웠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더 있었는데 그 점이 아쉽다. 그중 다행인 것은 많은 이들이 이렇게 함께 아파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해철의 음악이 재조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불행 중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3월 둘째주 주간현대 1244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