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북사태’ 주동 혐의 받았던 광부, 35년 만에 ‘무죄’

전두환 정권 초에 발생한 노동항쟁…‘물고문’과 ‘전기고문’으로 허위 자백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5/02/12 [09:00]

‘사북사태’ 주동 혐의 받았던 광부, 35년 만에 ‘무죄’

전두환 정권 초에 발생한 노동항쟁…‘물고문’과 ‘전기고문’으로 허위 자백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5/02/12 [09:00]
▲ 사북사태는 어용노조와 회사를 상대로 한 싸움이 경찰과의 싸움으로 전이 되면서 많은 부상자와 구속자를 냈다.     ©강원신문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1980년 ‘사북 광부 난동 사건’(사북사태)의 주동자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들이 35년 만에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었다.

<한겨레>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에서 11일 사북사태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던 이원갑(75)씨와 신경(73)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 등은 광산노조 본부에 요구사항을 전달하거나 탄원서 제출 등에 관해 논의했을 뿐 계엄포고령이 금지한 불법 집회를 했다고 볼 수 없다. 특히 경찰과 광부들 사이에서 중재하는 역할을 담당해, 소요를 선동한 점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과 군검찰이 20여일 간 불법 구금하고 물고문과 전기고문 등 구타를 통해 받아낸 허위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사북사태는 전두환 정권 초기시절인 1980년 4월21일부터 24일까지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에 위치한 국내 최대의 민영탄광인 동원탄좌 사북영업소에서 ‘어용노조와 임금 소폭 인상’에 항의해 광부 6000여명이 일으킨 노동항쟁이다.

당시 동원탄좌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 상황은 열악했다. 방음이 안 되는 스티로폼 벽에 천장은 허물어진 사택에서 겨울에는 수돗물이, 휴일에는 전기가 끊긴 채 생활했다.

또한 사장 친인척으로 구성된 ‘암행독찰대’가 광부들의 사생활을 감시하기도 했다. 회사는 채탄량을 축소 계산해 임금을 낮췄다. 광부들 사이에서 어용노조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다.

이에 최초 노사분규가 4월16일 일어났다. 이때에는 시위가 격렬하지 않았다. 광부들은 4월 18일부터 임금인상과 어용노조 지부장의 사퇴를 요구하였으나, 회사 측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채 경찰을 개입시키면서부터 유혈사태로 번져나갔다.

광부측에서는 경찰이 어용노조와 회사측을 두둔한다고 판단하였고, 더욱이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어용노조 지부장마저 도망쳐 버리자, 이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었다.

특히 4월21일 노조지부 사무실에 배치됐다가 광부들과 다툰 뒤 자리를 뜨려던 경찰관이 이를 막아서는 광부들을 차로 치어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에 분노한 광부들은 몽둥이·곡괭이 등으로 무장하고 경찰과 맞서 지서를 불사르는 한편, 철도와 사북읍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열차를 세워 검문검색을 하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1명이 숨지고, 160여 명의 경찰과 민간인이 부상을 당했으며, 사북읍은 4월24일까지 치안 공백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광부들의 자율적인 통제로 단 한 건의 치안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충돌이 ‘치안 공백’ 상황으로 발전하자, 강원도청과 경찰은 광부들과 원만한 사태수습을 합의했다.

하지만 전두환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이 이끄는 군·검·경 합동수사단은 합의를 깨고 광부들과 그 가족 31명을 구속 기소하는 등 81명을 군법회의에 넘겼다. 이씨와 신씨에게는 불법 집회를 하고 소요를 선동했다는 죄목이 붙었다.

결국 이 사태는 경직된 노사관계와 광부들의 누적된 불만, 값싼 노동력 등이 빚어낸 참사로서, 이 사건 이후 전국 각지에서 노사분규가 잇따라 일어나는 등 1980년대 노사문제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한편, 2008년 4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사북사태와 관련해 “계엄 당국은 과도한 공권력으로 노·사·정 합의를 일방적으로 무시함으로써 지역공동체를 파괴하고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

국가는 당시 연행·구금된 관련자와 가족들에게 인권침해와 가혹행위에 대해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kimstory2@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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