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금융권에 쓴소리 하는 이유

‘보신주의’ 타파 주장…“창조금융 동참하라”

임수진 기자 | 기사입력 2015/05/01 [20:26]

최경환 부총리, 금융권에 쓴소리 하는 이유

‘보신주의’ 타파 주장…“창조금융 동참하라”

임수진 기자 | 입력 : 2015/05/01 [20:26]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이 수용되고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총리직무대행을 맡으면서 ‘실세 부총리’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강력한 정책 발언을 멈추지 않으며 파격적 행보를 이어가 항상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 획기적 개혁을 촉구하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금융권이 고장났다.”, “금융권은 수년 내 고액연봉 받을 수 없다.”, “금산분리 빼고 다 풀겠다.” 모두 최 부총리가 금융권에 한 발언들이다. 하지만 금융권 입장에선 정부가 먼저 서민금융, 기술금융이라는 정책 목적을 위해 은행들을 동원하면서 금융권만 압박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은 보신주의 타파하고 새로운 먹거리 찾아 나서라
부가가치·일자리·세수에 기여 못해 “금융권이 고장났다”


[주간현대=임수진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금융권에 연일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최 부총리의 주요 발언은 금융권 보신주의, 금융개혁, 일자리 창출 등이다.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정부 4대개혁 중 하나인 금융개혁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연일 이어지는 질타가 금융권 입장에선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 금융위기로 인해 전 세계의 금융산업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연일 쓴소리 남발

최 부총리의 금융권에 대한 작심비판은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금융권이 지금 같은 식이라면 앞으로 수년 내 고액연봉이 사라질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이는 예대마진 추구 등 안전한 먹거리에만 안주해서는 고액 연봉은 물론 금융산업의 미래도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금산분리만 빼고 다 풀겠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공략인 금융·산업자본의 상호 소유 및 지배 제한 원칙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규제를 다 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가 과감한 규제개선으로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춰줄 테니 금융권도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하고 해외로 적극 진출해 수익원을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키우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 부총리는 또한 “은행권은 여전히 대출 위주의 영업을 하고 보험사는 손쉬운 채권 투자만 한다”며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질타했다. 연금 등 막대한 의무저축 자산이 금융권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관행에 안주한 보수적 운영으로 수익률이 떨어지고, 경제기여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최 부총리는 연금 등의 안전자산인 의무저축 비중이 높아 문제라며 위험자산인 자발적 저축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에는 금융권 해외 진출이 10∼20년 전보다 못한 상황이며 이는 금융권 보신주의와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은행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일 때 국내 은행의 해외 매출 비중은 7.6%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최 부총리는 “금융권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아시아에 적극 진출해 국제금융 쪽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며 “경제활성화를 위해 다 같이 전력하고 있으니 금융권에서도 동참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지난 3월9일 최 부총리는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간담회를 열고 금융권 관계자들에게 “제조업 등 다른 산업은 죽기 살기로 상품을 개발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려 하는데, 금융업은 예대 금리 차이만 보고 있어 일자리, 부가가치 창출을 못하는 것은 물론 세금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풍부하고 저금리인 지금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창의적 상품을 내놓아야 투자가 일어나는 것 아니겠냐”며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최 부총리는 “산업은행이 리스크를 감수하는 자본 관련 투자보다는 일반 상업은행과 비슷한 대출 위주의 영업을 해왔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며 산업은행을 겨냥한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민영화를 한다고 했다가 정책금융공사와 합치는 등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약해진 점은 있다”면서 “리스크 때문에 투자가 잘 안 되는 산업이나 신성장 산업을 지원하라고 정부가 30조원 규모의 기업투자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은 산업은행이 15조원 규모로 지원하고 일대일 매칭으로 기업(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구조다. 최 부총리는 산업은행이 지금까지 해오던 것처럼 하면 기업투자프로그램을 만든 취지가 변질될 것을 우려하며 “사회기반시설 등 미래 성장에 꼭 필요한데 투자가 잘 안 되는 쪽 위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4일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포럼에서는 금융당국과 금융업을 겨냥해 “뭔가 고장났다”고 강하게 타박하면서 과감한 구조개혁을 촉구한 바 있다. 최 부총리는 부가가치, 일자리, 세수 등 측면에서 금융업이 제대로 경제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 근거로  국내총생산(GDP) 중 금융 및 보험업 비중이 10년째 5~6%대의 벽에 갇혀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비율이 2000년에는 5.8%였고, 2003년 7%가 넘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는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3년 11월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GDP 비중을 10년내 10%로 높이는 이른바 ‘텐텐업(10-10 Value up)’ 비전을 제시했다. 금융업의 가치제고를 통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발전시켜 창조경제 구현 지원, 일자리 및 세수 창출, 국가자산 증대 등에 기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정책추진 첫해인 지난해, GDP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5.4%에 그치고 말았다.

금융·보험업의 일자리도 2013년 12월 85만9000개에서 지난해 말 80만7000개로 줄었다. 지난해 취업자가 12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지만 금융업종의 일자리는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저금리 기조 속에 이자마진이 줄어들었고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업계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또한 부실기업 대손비용 증가, 주식 거래 둔화 등으로 금융권의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세수 기여도도 악화했다. 일례로 증권거래세 징수실적이 2011년 4조3000억원에서 2012년 3조7000억원, 2013년 3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도 세수 목표를 4조원으로 잡았는데 징수액은 3조1000억원에 머물렀다.

지난 3월15일 최 부총리는 5대 금융협회장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해 만났다. 이날 회동은 사적 성격의 만남으로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등이 함께했다. 최 부총리와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금융개혁과 금융업 전반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으며 특히 “금융권이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쓴소리 듣는 금융권

최 경제부총리가 과감한 정책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효과는 나지 않고 있어 시장은 여전이 냉랭한 상황이다. 또한 일각은 최 경제부총리의 타박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전 세계 금융산업이 크게 위축됐고 실물이 살아나지 않고 있어 금융업의 역동성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가 연말정산 파동과 노동개혁을 거치면서 설득력과 신뢰가 하락했다는 지적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서민금융, 기술금융 등의 정책적 목적을 위해 은행들을 동원하고 은행권의 수익원을 차단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가 오는 6월 ‘경쟁제한 규제 개선 등을 위한 2단계 규제개혁 방안’을 발표할 예정에 따라 고강도 금융 구조개혁이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개혁 방안에는 ▲핀테크·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은행·증권·보험 칸막이 완화 ▲전자금융법 전면 재정비 ▲모험자본 활성화 및 정책금융 효율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jjin23@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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