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보다 강력한 ‘섹스 중독’

시도때도 없는 성관계 생각?…‘성범죄도 발생’

조미진 기자 | 기사입력 2015/08/16 [21:01]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으로 인해 유명해진 섹스 중독. 그러나 섹스 중독은 더 이상 외국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수적 사회분위기 탓에 드러내놓지 못하지만 각종 심리·정신 상담 사이트, 센터 등에 성 중독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 상황. 성 관계 자체에 대한 중독뿐만 아니라 음란물 중독 증세를 보이는 이들도 상당히 많다. 청소년 심지어 초등학생이 음란물 중독에 빠져 학업 저하 등 각종 부작용에 노출 된 경우도 적지 않아 심각성이 크다. <편집자 주>


타이거우즈 등 해외 인사 통해 알려져…국내도 많아
병적 집착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성범죄자 비중 커”
성 중독자 다수가 ‘음란물 중독’…청소년에 ‘악 영향’

[주간현대=조미진 기자] # 전 포르노 배우 지니 켓참(32·여)이 최근 발간한 자서전을 통해 ‘섹스 중독증’에 걸렸음을 고백했다. 성관계 중독에 시달려 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놓은 것. 켓참은 또한 자신이 13세부터 자위를 했고, 18세 때 동정 남성들과 성관계를 가지며 쾌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후 21세에 포르노 배우로 데뷔해 11년간 420여 편의 포르노 영화에 출연했다.

켓참은 “포르노 배우로 전성기 때는 큰 돈을 벌었지만 성관계를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병에 걸리게 됐다”며 “습관적으로 자위를 하는 등 병세가 깊어졌다”고 적었다. 섹스중독에 시달리던 켓참은 32세가 된 올해, 포르노업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현재 성관계 중독증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켓참은 섹스중독을 “무척 고통스럽다. 평범한 사람들처럼 성생활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 성 중독 내지 섹스 중독 문제가 최근 국내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주간현대


섹스 중독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음지’에서 섹스에 과하게 집착하는 섹스 중독 내지 성 중독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상황. 국내의 현재 성 중독에 대한 명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일반적으론 인구의 5~6%가 성 중독일 것으로 추정된다.

성 중독 남편들은 부인이 설거지를 하고 있거나, 밥을 먹고 있든, 집안일을 하는 도중이든 개의치 않고 즉시 자기 욕구를 채운다. 문제는 부인이 자제를 요청하면 ‘나를 무시하는 것이냐’며 때리거나 화를 내기까지 한다는 것. 때문에 온전한 부부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

그러나 국내외 많은 정신의학자들은 공식적으로 성 중독을 인정하진 않고 있다. ‘정신의학의 성서’로 지칭되는 정신질환편람(DSM)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 “이 편람 안에 없으면 그런 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상식화 돼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정신질환편람이 성 중독 등의 새로 나타나거나 새로 확산되는 정신질환을 반영하는 것에 몇 년은 뒤쳐졌다는 입장이다.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세계적으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기에 또 다른 전문가들은 성 중독으로 부르지 않고 강박성 행동 장애의 일종인 ‘성욕 과잉 장애’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섹스의 상대는 사람인데다, 몸의 감각은 끝없이 개발되기에 한번 중독되면 다른 중독보다 끊기가 어렵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는 “섹스는 친밀감을 높여주는 행위지만 그것이 감각에만 치중하게 되면 자극은 점점 더 강해져야 한다. 이렇게 말초적인 섹스에 탐닉하면 섹스로만 긴장이 해소되고, 나아가 매일 여러 번 섹스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심각한 중독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성관계는 감각 뿐 만이 아닌 ‘관계’의 문제기도 하다”면서 “강한 자극만 찾다보면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과 영혼의 교통이 막혀 버리고 서로에게 가졌던 애정조차 식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성 중독자들 중 약 20%가 아동 성추행이나 성폭행과 같은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성범죄자의 50% 이상이 성 중독인 것으로 밝혀져 있다. 때문에 성 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은 성범죄 예방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음란물 중독자 많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점이 또 하나 있다. 섹스·성매매·자위행위 등에 빠져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음란물 중독을 호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강동우 성의학연구소장은 “국민의 5% 가량이 음란물 중독으로 추정되는데,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고 타인에게 혐오감이나 정신적 피해를 준다면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소장은 “음란물을 통해 타인의 성관계를 즐기는 관음증은 노출증, 성 도착증, 성범죄 등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인터넷 발달과 무분별한 성매매, 폐쇄적인 성문화 때문에 국내의 음란물 중독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란물의 중독성은 강력하다. 김형근 서울 중독심리연구소장은 “후회하고 자괴감을 느끼며 괴로워 하지만 결국 음란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유외숙 성건강연구소장은 “음란물 중독자들은 실제 파트너와의 관계보다 포르노를 통해 손쉽게 욕구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성은 본능, 쾌락, 수치심과 연결된 부분이라 다른 중독보다 훨씬 파괴적이다”고 설명했다.

회사원인 박모(33)씨도 위험수위의 음란물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직장 내 회식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다. 오후 6시가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집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회사에는 “편찮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고 말을 해놨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이다. 박씨는 퇴근길 지하철이나 근처 편의점에서 빵이나 삼각 김밥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원룸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켠다. 회사에서 남몰래 받아 놓은 동영상을 클릭하며 침을 삼킨다.

그렇게 새벽 1시까지 하루 6시간 넘게 야동(야한 동영상)에 탐닉한다. 주말엔 다른 약속도 하지 않고 밤새도록 음란 동영상만 본다. 그는 군대시절 선임의 손에 이끌려 성매매 업소에서 원치 않는 첫 섹스를 한 뒤 음란물에 집착하게 됐다. 점차 평범한 이성 관계는 불가능해졌다. 그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여성의 치마를 들어 올리고 성폭행하는 상상을 한다. 박씨는 “내가 한심한 쓰레기 같다. 이러다가 결혼도 못 하고 누군가를 강간할 것 같아 두렵다”고 토로한다.

청소년 심지어 초등학생 중에서도 음란물에 중독되는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음란물을 자주 보는 청소년은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1년 11월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에 실린 ‘고등학생들의 사이버 음란물 접촉과 성범죄와의 관계성 분석’에 따르면 음란물 접촉 빈도가 높을수록 강제적인 성접촉 등 성범죄를 일으키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7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537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음란물을 매일 3시간 이상 보는 학생 중 47.6%는 강제 키스나 애무를, 35.7%는 강간이나 준강간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고 답했다. 음란물을 매일 ‘30분 이내로 보거나 전혀 보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의 성범죄 비율은 2.9%였다.

초등학교 1~3학년 때 처음 음란물을 접한 학생들은 강제 키스·애무(26%), 성관계 강요(23.4%), 성적 접촉(11.7%) 등 성범죄를 행한 비율이 비교적 높았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가치관 정립 전에 음란물을 접하면 음란물 속 왜곡된 성의식을 마치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여성은 남성을 만족하게 해 주는 도구로 생각하거나 강간 당해도 결국에는 좋아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음란물을 보고 배설하듯 사정하는 건 윤택하고 행복한 성생활과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청소년을 중심으로 음란물에 대한 더욱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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