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사건의 재구성⑨ 전주 여대생 실종 사건

남자동기의 배웅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이윤희씨의 행방은?

조미진 기자 | 기사입력 2015/12/14 [11:22]

미제사건의 재구성⑨ 전주 여대생 실종 사건

남자동기의 배웅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이윤희씨의 행방은?

조미진 기자 | 입력 : 2015/12/14 [11:22]

2006년 새벽 전북대 수의학과 여학생이 종강 회식에서 남자동기와 자리를 떠난 후 10년째 감감무소식이다. 남자 동기는 여학생이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날 이후 며칠째 학교를 나오지 않자 친구들이 학생의 원룸으로 찾아갔고 가족에게 연락해 실종 신고를 했다. 문제는 범죄 가능성을 낮게 본 경찰의 허락을 받은 남자 동기와 여자 동기가 원룸을 치워버렸다는 점. 가족들은 마지막으로 학생을 목격한데다 3년째 여학생을 쫓아다닌 남자 동기나 그를 이용한 또 다른 인물을 범인으로 의심했다. 그가 실종된 학생의 원룸 키 번호를 알고 있었으며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다는 주장이다. 또한 실종 하루 만에 원룸에서 두 가지 물건이 없어진데다 이후 빈 원룸 안에서 빨래를 한 흔적이 있었기에 최소한 그가 사건의 단서를 쥐고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편집자 주> 


 

전북대 주변 회식 후 새벽 자리 뜬 이씨, 뒤따라간 K군

경찰, 범죄 가능성 낮게 보고 실종학생 원룸 조사 소홀

 

여러 행동과 정황을 들어 K군 의심하는 여대생 가족들

며칠 전 휴대전화와 지갑 소매치기 당해…그들의 소행?  

 

 

[주간현대=조미진 기자] 대학 인근에서 종강 파티를 한 후 남자동기의 배웅을 받아 새벽에 자택인 원룸에 들어간 전북대 수의학과 4학년 이윤희씨가 컴퓨터 접속을 끝으로 9년이 넘도록 행방이 묘연하다.

 

9년 전 전북대 인근의 회식

 

2006년 6월6일 현충일 새벽 전북대학교 주변 먹자골목의 한 술집에서 교수님들과 수의학과 졸업반 학생들의 종강파티가 열렸다. 전날 밤부터 이어진 술판이 시들해진 새벽 2시 30분경 이윤희(29)씨는 서둘러 회식장을 떠났고 잠시 후 옆자리에 앉았던 남자 동기 김모씨가 부랴부랴 이씨를 따라갔다.

 

원룸에 돌아온 이씨는 입고 있던 외출복을 갈아입지도 않고 바로 인터넷에 접속해 ‘성추행’과 ‘112’를 검색하다가 갑자기 중단했다. 02시 58분에 시작해 3분 후인 3시 1분에 끝난 것이다. 이로부터 1시간20분이 지난 4시 21분에는 컴퓨터 메인 스위치가 수동조작에 의해 꺼져버렸다.

 

3일 전인 6월2일 늦은 밤 이씨는 늦은 밤 과외 아르바이트를 끝낸 후 귀가 도중, 핸드폰 등이 들어있는 손가방을 오토바이 치기배에 의해 날치기 당했다. 혼자 자취를 하던 이씨의 원룸 안엔 일반전화도 없었다. 이윤희씨는 이화여대에서 통계학, 미술을 6년 간 수료한 뒤 다시 전북대 수의대에 편입하며 10년간 대학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 2006년 6월 실종된 전북대 수의대생 이윤희씨.     © 주간현대

 

 

이씨의 아버지는 수년전 인터넷 게시글을 통해 “딸이 성격이 호방해 남자친구들의 웬만한 희롱은 가볍게 받아 넘기는 대범한 성격으로 매사에 긍정적이고 항상 자신감 넘치는 활달한 학생이었다. 그런 딸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원룸에 들어오자마자 휴대폰도 없는 상황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112에 신고하려 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회식자리에서 이씨를 따라 나온 김씨는 편입학 해온 이씨의 마음을 얻기 위해 3년 넘게 온갖 일을 가리지 않고 지극정성을 쏟는가 하면 집요하게 그녀 주변을 맴돌며 집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자인 동기와 이씨가 대학 인근에서 맥주를 마신 것을 김씨가 발견하고 두 사람은 다툰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씨는 친구 이상의 관계를 원하지 않아 일정한 거리는 두고 있었다는 것이 가족의 주장이다.

 

김씨는 당시 경찰수사에서 자기는 이씨 모르게 원룸 앞 20m지점까지 뒤따라 와 그녀가 현관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김씨가 추행범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딸이 자신의 추행을 발설이라도 한다면 그 망신당할 일을 생각하거나, 자신의 행동을 사과라도 하며 노여움을 풀어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그녀를 다시 밖으로 불러내거나, 자신이 원룸 안으로 들어갔어야 했을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두 사람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이 이씨의 원룸에 들어가 무언가를 저질렀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씨는 이씨와 4~5분 거리에 살면서 평소 수시로 그녀의 원룸에 드나들었고 원룸 출입문의 비밀번호도 알고 있었다는 것. 또 다른 동기의 증언에 따르면 실종 예상 일 전날, 이씨 원룸 침대 바로 앞에는 찻상이 펼쳐져 있었고, 찻상위에는 커피잔 1개가 놓여있었다.

 

그런데 6월8일 낮 12시경 친구 네 사람이 경찰과 함께 왔을 때 김씨는 원룸 비밀번호를 모른다고 했다. 결국 출입문 자물통을 부수고 방에 들어왔으며 그 찻상은 사라져 버린 상태였다.

 

며칠이 지난 6월13일경 이씨 가족이 원룸주변을 살펴보던 중 원룸 앞 도로변의 폐가구 등을 쌓아놓은 곳에서 가구더미와 길 옆밭 언덕 사이의 좁은 틈 깊숙한 곳에 없어진 찻상이 감춰져 있는 것을 찾아냈다. 발견된 찻상은 네 다리가 없어지고 상판뿐이었는데 다리를 떼어낼 때 드라이버로 정교하게 나사못을 돌려 뗀 것 인양 상판이 매끈하고 깨끗했다.

 

찾아 낸 찻상의 흔적들

 

이씨의 아버지 등은 다리를 떼어낸 인물이 고철 수집인이 아니라 원룸에 침입한 자가 방안에서 드라이버로 다리를 떼어 별도로 버리고 상판만을 감춰놓은 것으로 추정했다. 고철 수집인 이라면 정성들여 떼어낼 필요도 없고 구태여 상판을 감출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또한 상판뒷면에 긁힌 흠집이 있었기에 가족들은 찻상은 원룸에 침입자가 있었다는 증거인 동시에 강간, 살인 등 범죄 행위를 유추했다. 또 실종소식을 듣고 6월8일 가족들이 전주 원룸에 갔을 때 이씨가 집에서 편하게 갈아 입을만한 내의, 잠옷, 티셔츠 등이 전혀 없었다.

 

앞서 설명한 대로 6월5일 낮 12시 경 J양이 이윤희씨 원룸에 함께 들렀을 때만해도 찻상은 방 안의 침대 앞에 펼쳐져 있었고 출입문과 컴퓨터책상사이 공간은 빨래대가 펼쳐져 있어 세탁물이 널려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6월8일 낮 12시경 경찰과 함께 자물통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는 침대 앞에 펼쳐있었던 찻상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펼쳐져있던 빨래 건조대는 접혀져 벽에 기대어 있었고 그 건조대에 널려있던 세탁물은 방안에 전혀 없었던 것.

 

이씨 부모는 김씨를 의심하며 6월6일 새벽 김씨의 추행을 피해 원룸에 돌아온 이윤희씨가 입고 있던 외출복도 갈아입지 못하고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인터넷에 접속해 112에 신고를 시도한 것으로 봤다.

 

이러던 상황에서 뒤따라 온 김씨가 원룸에 침입하는 긴박한 순간에 건조된 세탁물이나 정리하고 빨랫대를 접어서 세워놓는 등 한가로운 행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새벽3시가 넘은 시간에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이런 일은 절대로 이윤희씨가 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경찰과 함께 자물통을 부수고 사람들이 원룸 안을 확인하자 B양과 C군은 이씨의 실종신고를 위해 경찰을 따라 나갔고 김씨와 D양은 원룸에 남아 청소를 시작했다.

 

가족들은 김씨가 그동안 이씨를 그토록 좋아했다면 사안으로 봐선 신고 쪽에 무게를 둬야 정상적일 텐데 누가 시키지도 않은 청소 쪽을 택한 것에 대해서도 의아하게 생각했다. 청소하는 상당시간 동안 김씨는 대걸레로 온 방안을 물걸레질하고 20L쓰레기 봉지에 무엇인가를 가득 담아 발로 꾹꾹 밟아 넣고 있었다는 것. 청소 후 쓰레기를 가득 담은 봉지도 즉시 100m 떨어진 바깥에 내다 버렸다.

 

한편 원룸 현관 열쇠를 부수고 들어왔을 때 D양은 방바닥에 떨어져 있던 마른 꽃다발이 눈에 띄었다. 수개월 전쯤 쉽게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높이 걸어놓은 것이었다. 침입자와 이씨가 다투는 과정에서 무엇인가를 집어던지거나 할 때 떨어졌을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제기됐다.

 

아울러 서랍에 있던 공구류 중 유독 망치만 없어졌으며, 주사기들을 넣어두는 약통 안에 있던 향정신성 의약품으로도 쓸 수 있다는 강력 마취제가 반병쯤 없어졌다.

 

또한 이것들을 버린 시간은 원룸 청소가 시작된 6월8일 낮 12시경 즉 D양이 처음으로 세탁기 뚜껑을 열어본 시간부터 그날 오후 6시경 가족이 원룸 현장에 도착하기까지의 약 6시간동안의 어느 시점이며, 범인은 경찰과 함께 원룸에 들어왔던 친구들-즉 B, D양과 C군,김씨 등 네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 중 B, D양은 해당이 안 되며 남은 김씨와 C군중 C군은 과 전체 회식이 끝난 후 다른 3차 모임까지 참여해 사건현장에 올 수 없었으므로 알리바이가 성립돼 범인이 아니며 유일하게 남은 자는 김씨 뿐 이라는 것.

 

즉 귀가 중 성추행자, 원룸 침입자, 세탁기를 돌린 자, 세탁물을 버린 자가 모두 동일인물로 김씨라고 추정했다. 세탁물을 꺼내 버릴 때 수건 4장과 팬티 1장만을 남겨놓고 다른 세탁물을 버린 것에 대해선 결국 위와 같이 세탁물을 없애버린 것은 사건현장에서 추행, 살인 등 범행증거가 될 만한 것을 제거하려는 의도로 봤다.

 

찻상을 분해해 원룸 밖에 감춰둔 행위, 신고하러 가지 않고 원룸에 남아 온 방안을 샅샅이 물걸레질 하고 방안에 흩어졌던 쓰레기와 물증이 됨직한 것들을 모조리 20L쓰레기봉투에 발로 꾹꾹 밟아 넣어 즉시 내다버린 행위 등이 모두 맥을 같이 하는 사건 은폐 시도라고 추정했다.

 

“김씨의 행동이 수상하다”

 

그러나 수년전 가족들은 단순한 실종인 것처럼 형식적이고 맥 빠진 수사가 6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범행 현장이 원룸 3층으로 주민 출입이 잦은데 시신을 끌고 아래층 까지 내려올 수 없고 6일 04시 21분에 컴퓨터 메인 전원이 수동 조작에 의해 꺼진 것을 근거로 6월의 일출이 빠르기 때문에 곧 날이 밝으면 시체의 이동이나 매장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가족들은 누군가가 원룸에 침입한 6월6일 오전 3시경부터 현관 자물통을 부수고 경찰 등이 들어간 6월8일 12시까지 무려 57시간의 시간 여유가 있었는 입장.

 

또 김씨는 이윤희가 전주시내에 친척이나 친구도 없고 알고 지내거나 찾아오는 사람이 김씨 자신과 몇 사람의 같은 과 동료학생 외에는 전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사건 당일 새벽이 아니라도 세탁기를 돌리거나 시신을 운반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봤다.

 

그는 6월7일과 8일 오전 수업에 빠졌다. 특히 7일 점심때 이씨가 수업에 빠지자 궁금해 다른 친구 두 명이 원룸으로 찾아왔을 때도 김씨는 그녀의 원룸을 찾지 않았다. 엊그제까지 그토록 따라다니고 좋아했고 자기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었는데도 말이다.

 

가족은 경찰이 원룸 현장 보존도 하지 않는 등 스스로 미궁으로 사건을 만들었다고 하소연 했다.

 

이후 가족들이 고소하자 경찰은 김씨를 조사했다. 또 김씨가 자기 차량이 없기에 경찰은 같은 과 남학생중 차량이 있는 사람들을 조사했으며 일부 교수의 차량도 점검했다. 그러나 김씨는 학교에서 특별히 친한 남자친구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 마지막 목격자인 이씨의 대학동기 김씨의 주장. <사진=2006년 7월26일 SBS 뉴스추적 방송화면 캡처>     © 주간현대

 

 

가족들은 이렇게 김씨를 범인으로 봤으며 시신을 실어준 사람으로 김씨의 아버지를 의심하기도 했다. 김씨 아버지는 직업상 경험과 익산, 완주 지역의 공사장 등 지리에 밝은 사람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가족들에 의하면 경찰은 김씨 아버지에 대한 수사를 하지는 않았으며 경찰과 전경들을 동원해 원룸 주변과 수의대 부근 야산 부근을 수색했다.

 

이씨 가족들이 과거 주장한 김씨가 용의자인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범행동기가 뚜렷하고, 3년 이상 짝사랑하면서 애증의 감정과 응어리가 있다. 또한 이씨의 마지막 목격자이며, 알리바이를 댈 수 없었던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 또 인터넷 접속 기록을 통해 유추 해볼 때 성추행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며, 범인은 원룸을 침입했을 가능성이 높고 범행 현장에 대한 고의 훼손 및 증거물을 고의로 폐기한 자라는 것이다.

 

이씨의 아버지는 사건발생 2년 후 “더 이상 경찰수사를 신뢰하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다. 대한민국 경찰의 수사 능력, 말과 약속을 믿고 기다린 세월이 억울할 지경이며 배신감마저 든다”면서 “당연한 책임이 있는 경찰이 이런저런 핑계로 복지부동하고 이 나라는 실종자 따위에는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는 이상 피해가족마저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나?”라며 전단지를 돌리고 전북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김씨와 연관 된 또 다른 인물?

 

그런데 아버지는 지난 2012년부터 또 다른 인물이 범인일 가능성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딸의 사건과 관련한 인터넷 카페에서 지속적으로 회원들과 토론을 한 결과 같은 학교의 또다른 동기를 주목한 것이다.

 

그 역시 당시 전북대 수의대를 다니고 있던 학생으로 집이 부유하다고 전해진다. 아버지는 일요신문을 통해 “전북대 수의대 건물 앞에서 김씨에 대해 1인 시위를 해도 당시 교수나 교직원, 학생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유일하게 B씨만 내 앞에 와서 따지며 협박을 했다. 그는 나에게 심지어 ‘일류 변호사를 고용해 5년 동안 감옥에서 썩게 하기 전에 A씨를 괴롭히지 말라’고 말했다.

 

B씨는 집도 서울이라 A씨와는 연고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내 딸과 관련점이 많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A씨를 감쌌을까”라고 의심했다.

 

B씨는 사건 당시 수의대 종강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모임이 있었던 술집 근처의 다른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이윤희 씨의 실종사건 발생 이후에도 자신은 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혐의가 없다며 알리바이 진술 및 거짓말 탐지기 조사 등에 응하지 않았다.

 

또한 당시 종강모임 술자리에 있었던 한 학생은 “A씨가 사건 당일 ‘누가 날 이용해 먹으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며 “그날따라 A씨는 유난히 말이 없이 앉아있었다”고 기억했다. 이에 이 씨는 B씨가 A씨를 이용하거나 또는 지시해 딸을 불러낸 뒤 어떤 해를 가한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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