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회장 일가 안강농협 독점 종식된 사연

한 집안서 수십 년간 농협 독식…“다 해먹네”

김길태 기자 | 기사입력 2012/02/20 [16:37]

농협회장 일가 안강농협 독점 종식된 사연

한 집안서 수십 년간 농협 독식…“다 해먹네”

김길태 기자 | 입력 : 2012/02/20 [16:37]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사촌동생인 최덕병(59) 경주 안강농협 조합장이 금품살포로 구속됐으나 옥중출마를 강행, 결국 조합장 선거에서 패해 물러나게 됐다. 그동안 최 회장과 그의 사촌동생인 최덕병 조합장은 물론 최 회장 일가의 26년 경주 안강농협 독점체제가 종식된 것이다.<편집자 주>

현 조합장, 금품살포 구속…‘옥중출마’ 강행
정운락 후보, 경주 안강농협 조합장에 당선
26년간 최원병 회장 일가 독점, 여론 ‘눈총’

 
일선 농업협동조합장 선거가 과열혼탁 양상을 보이며 경주 안강농협 조합장 선거 경쟁이 치열했던 가운데 입후보 중 현 조합장이 금품살포 혐의로 사법처리 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혼탁한 농협장 선거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이에 농협중앙회측은 “지역농협은 법인이 다른 별개조직으로 봐야 한다”며 중앙회와는 상관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지만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후 옥중출마를 강행한 조합장이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의 사촌동생으로 알려져 세간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옥중출마’

사건의 발단은 초반부터 현직 조합장 우세 속에 출발한 선거가 막판 뒤집기를 우려해, 후보자가 금품살포를 위해 호별방문하자 제보를 받은 선관위에 적발되면서 일어난 것.
경상북도선거관리위원회 특별기동조사팀은 경주시 안강농업협동조합장 선거를 앞둔 지난 2월5일 최덕병(59) 현 조합장이 최근 조합원을 상대로 금품을 살포한 혐의를 적발해 경주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선관위 및 경찰에 따르면 최 조합장은 지난 4일 오후 9시 10분께 선거운동원 최모(52)씨와 함께 경주시 안강읍 금계리 이모씨 집을 비롯, 조합원 6명의 집을 방문해 2명에게 각각 20만원, 30만원의 금품을 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선관위 단속반은 이날 현장에서 최 조합장측이 갖고 있던 현금 220여만원이 든 돈 봉투를 압수했다. 이 과정에서 최 조합장 측은 선관위 직원들에게 발각되자 몸싸움을 벌이고 지폐를 찢어 훼손시키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최 조합장은 경찰 조사에서 “현금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살포하지는 않았다”며 “단속된 조합원들도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 또한 “안강농협은 지역농협이라 법인이 다르다. 중앙회의 터치를 안 받는 것이 지역농협이다”며 “옥중출마 내용에 대해서도 모르는 일이다. 당선이 된다 해도 벌금형에 따라서 무효가 되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불거지자 지역에서는 “한 집안에서 수십 년간 농협을 독식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졌고 교체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에 최 조합장이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여진다. 사법처리 된 최 조합장은 ‘옥중출마’를 선언했지만 당선이 돼도 100만원 미만 벌금형을 받았을 때 직을 유지할 수 있고, 100만원이 초과할 경우 재선거를 치러야 했다.

이번 선거는 최 조합장이 금품살포 혐의로 지난 7일 구속된 상태에서 옥중출마한 가운데 치러졌고 조합장 선거에는 최 조합장을 포함해 이득우(52), 정운락(50)씨 등 모두 3명이 출마, 정운락 후보가 당선됐다. 정 후보는 1288표를 획득해 1194표를 얻은 최덕병 후보를 94표차로 따돌렸다. 결국 지난 2009년 임기 4년의 조합장 선거에 당선된 뒤 이번에 재선에 도전하는 최 조합장은 선거에서 패하면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일가 장악

이득우 후보는 179표를 얻는데 그쳤다. 무효는 16표였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인 조합원 3194명 가운데 2677명이 투표해 83.8%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경주 안강농협의 경우 그동안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과 그의 사촌동생인 최덕병 조합장이 26년간 조합장을 맡아 장악해왔다. 농협중앙회 최 회장이 지난 1986년 임기 4년의 안강농협 조합장에 첫 선출된 이후 2007년 말 중앙회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22년간 6차례에 걸쳐 조합장직을 맡아왔다. 최 회장이 농협중앙회장에 취임이 되자 곧바로 사촌동생 최 조합장이 뒤를 이어와 임기 4년을 수행한 뒤 이번 재선에 도전했던 것.

최 회장의 사촌동생 최덕병 조합장은 물론 육촌동생인 최모씨 또한 안강농협 전무와 안강농협RPC 대표를 거친 후 경주시 농협쌀조합 공동사업법인의 대표를 맡고 있다. 또한 안강농협 주요 임직원 역시 최 회장 일가가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이에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전무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능력으로 올라간 것인데 누가 시켜주고 싶어도 못해준다”며 “임용고시를 거쳐야만 하는 직책이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최 회장의 3남 또한 안강농협의 주임으로 근무하다가 최근 경주농협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가 지난 2011년 국정감사에 제출한 ‘현직 조합장 및 상임이사 자녀의 채용 현황’을 보면 조합장 및 상임이사 자녀 총 116명이 농협 조합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2008년 이후 신규 채용된 인원이 42명이다. 최 회장의 3남도 이들 가운데 한 명인 것. 그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2008년 3월 농협대학에 입학했다.

농협대학은 졸업생 취업률 100%로 널리 알려진 전문대학이다. 최재혁씨는 수능을 치르지 않고 ‘전문대졸 이상자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조합 추천이 없으면 지원이 아예 불가능한 정원 외 전형이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가 한때 조합장으로 있던 경북 안강조합에서 추천서를 받았고 지난 2010년 3월 안강농협에 입사했다.

이때도 공개경쟁을 치르지 않고 ‘전형 채용’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당시 안강농협의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서류 심사 후 면접에 의해 채용됐다. 선발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같이 최 회장 집안이 수십년간 지역농협을 독점한 데 대해 일부 조합원들은 “미리 교통정리를 해 일가가 독점할 수 있게 한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지역에선 한 집안의 장기집권에 대한 반발로 교체여론이 높았고 최 회장 집안이 수십 년간 지역농협을 독식하다 이번 선거의 패배로 물러나자 일부 조합원들은 뒤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조합원은 “최씨 문중이 장기간에 안강농협을 지배해 볼멘소리가 많았다”며 “새 인물이 조합장에 당선된 만큼 새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독점 종식

안강농협은 최 회장의 일가가 지난 26년간 독점해 오며 온갖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측 관계자는 “최 회장의 능력으로 볼 수 있지 않나. 또 선거로 뽑히는 조직인데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안강농협의 새로운 조합장이 된 정운락 당선자는 “낮은 자세로 소통하고 특정인이나 일부 계층이 아닌 전체 조합원이 원하는 대로 이끌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안강농협이 그동안 최원병 중앙회장과 사촌인 최덕병 조합장 등 특정 일가의 독점체제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안강농협은 조합원 3200여 명에 경주지역 최대 규모의 자본금을 보유한 대형 지역조합으로 안강농협의 조합장은 비상임직이며 연봉 7000만~80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kgt0404@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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