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3]막 내린 경제신화 ‘흥망성쇠’

영업사원 출신 3대 스마트폰 제조업 벤처신화 [팬택 박병엽]

김길태 기자 | 기사입력 2016/03/07 [14:42]

[심층기획-3]막 내린 경제신화 ‘흥망성쇠’

영업사원 출신 3대 스마트폰 제조업 벤처신화 [팬택 박병엽]

김길태 기자 | 입력 : 2016/03/07 [14:42]

말단 월급쟁이로 사회에 뛰어들어 조 단위 매출의 기업을 키워냈고, 샐러리맨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히던 ‘샐러리맨 신화’의 아이콘들이 부진 끝에 줄줄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그 신화가 종결되자 그들의 성공신화가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모두 내실을 기하지 못한 채 과도한 인수합병 등으로 몸집을 불리다 좌절하고 말았지만 그들이 보여준 성과가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무려 3명의 샐러리맨 출신 CEO가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면서 이들 ‘샐러리맨 신화’들의 성공과 실패의 드라마를 들여다본다.


 

▲ 무선호출기 사업으로 시작한 팬택을 국내에서 손꼽히는 휴대폰 생산업체로 성장시킨 박 부회장은 말 그대로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주간현대

 

[주간현대=김길태 기자] 웅진그룹 윤석금, STX 강덕수 회장에 이어 스마트폰 팬택의 창업자인 박병엽 부회장도 재계를 떠났다. 당시 국내 3대 스마트폰 제조업체이자, 업계 3위의 팬택 사내 게시판에는 “구성원 여러분께, 늘 존중하고 아껴 드리고 싶었지만, 많이 부족했습니다. 늘 또한 역량 부재한 경영으로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아픔만을 드린 것 같습니다. 깊은 자괴와 책임감을 느낍니다”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그의 마지막을 알 수 있었다.

    

돌발사의 표명

    

무선호출기 사업으로 시작한 팬택을 국내에서 손꼽히는 휴대폰 생산업체로 성장시킨 박 부회장은 말 그대로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일개 영업사원에 불과하던 박 부회장이 팬택을 설립하고 벤처 신화를 써내려갔다는 점은 일반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했다. 맥슨전자의 일개 영업사원이었던 박 부회장은 맨손으로 팬택을 세운 회사의 창업주다.

    

지난 1991년 팬택을 세워 무선호출기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후 휴대폰 사업에도 도전, 승승장구하며 몸집을 키워나갔다. 이후 팬택은 한때 국내 휴대폰 생산업체 2위에 오르는 등 성공 신화를 써내려갔다. 영업사원 출신의 박 부회장이 세운 팬택은 그의 ‘샐러리맨 신화’와 함께 ‘벤처 신화’도 함께 썼다.

    

이런 그가 돌연 사태를 표명한 것이기에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그도 그럴 것이 박 부회장이 그간 경영 부진 등의 이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팬택을 되살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선 박 부회장의 사의 표명은 최근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에서 팬택의 실적부진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팬택은 최근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상황이었다.

    

팬택은 지난 2006년 금융환경, 유동성 악화 등으로 워크아웃 상태를 맞이한 바 있다. 당시 박 부회장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창업주로서의 모든 권리와 약 4000억원대의 자신의 지분을 모두 포기하는 강수를 뒀다. 또한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쟁사인 삼성전자로부터 530억원을 유치하는 등 처절한 노력을 기울였다.

    

워크아웃 말기에는 팬택을 완전한 스마트폰 전문회사로 변화를 유도해 스마트폰 ‘베가’ 시리즈를 내놓으며 소비자 공략을 시도해 나갔다. 아울러 매일 새벽 출근 및 주말 근무를 자발적으로 택하는 등 약 5년간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매진했다. 그 결과 팬택은 2007년 3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연속 흑자를 기록,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데 성공했다.

    

워크아웃 졸업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재기’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경쟁사인 삼성과 LG의 자금력에 밀려 국내 시장 판매 부진에 시달렸고 해외 시장에서도 삼성과 애플의 시장 양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워크아웃 졸업 이후 연속 적자 상황이 이어졌고 이는 박 부회장의 사의 표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박 부회장이 떠난 이후 팬택은 오너의 부재를 안고 가진 않았다. 팬택은 경쟁사들에 비해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에서 열세였지만 지난 20여 년간의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기술로 시장점유율 간격을 좁히고 한 단계 앞서 나간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박 부회장 사퇴 이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고강도 사업구조 혁신을 시도했다.

    

경영난으로 존폐 위기에 몰렸던 팬택은 기업회생절차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시장에 복귀했고, 최근에는 5년 만에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 참석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또한 스마트워치 개발을 계획, 현재 팬택이 개발 중인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을 넘어 제품군을 다양화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무리한 사업 확장 욕심

    

그렇다면 왜 이들 ‘신화’들은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그 성공 신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몰락하고 만 것일까. 재계에서는 앞서 신화 1세대인 김우중 전 회장과는 별도로 이들 3인의 샐러리맨 신화들의 실패 원인을 두고 전문성을 살리지 못한 무리한 사업 확장과 채권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취약한 자본력을 꼽는다.

    

웅진그룹과 STX그룹 사태의 핵심원인은 모두 무리한 M&A를 꼽고 있다. 이를 통해 IMF를 극복하고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지라 M&A가 그룹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데 있어 얼마만큼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시사해주기도 했다. 무리한 사업 확장 욕심으로 채권단 측에 자본력에 대한 깊이 있는 신뢰를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에 위기에 훨씬 더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kgt0404@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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