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사임 ‘파문’

한때 승승장구하던 경영인…“추풍낙엽 속으로~”

이동림 기자 | 기사입력 2012/02/21 [09:41]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사임 ‘파문’

한때 승승장구하던 경영인…“추풍낙엽 속으로~”

이동림 기자 | 입력 : 2012/02/21 [09:41]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온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실적부진과 사회적 책임 등을 이유로 돌연 사퇴한 가운데 오너리스크가 기업 리스크로 확대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또 이 회장의 사퇴배경을 두고 그룹은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새 경영진과 사외이사를 영입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특단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결심 공판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법원의 정상 참작을 얻어 내기 위한 ‘꼼수’라는 눈총까지 받고 있다. <편집자주>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등 회장단 전면 줄사퇴 ‘초토화’

결심 공판 앞두고 돌연사임…정상 참작위한 ‘꼼수’ 눈총


오너리스크 기업 리스크로 확대…영업이익 37.4% 하락

 
 
[주간현대=이동림 기자]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회사 돈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는 등 물의를 빚은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태광그룹은 2월10일 “이 회장이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대표이사직, 티브로드홀딩스 등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 자격을 포함해 태광그룹과 관련된 모든 법적 지위를 내려놓는 것과 동시에 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4월 간암수술을 받은 이후 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절대 안정이 필요한 상태로 업무를 볼 수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징역 3년을 구형받은 오용일 부회장과 박명석 대한화섬 대표이사 사장 등도 함께 사임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로써 태광산업은 이호진·오용일·이상훈의 3인 대표체제에서 이상훈 단독 대표체제로 변경됐다. 그러나 이 회장은 태광그룹 대주주로서 지위를 그대로 유지한다.
 
추락하는 경영인
 
이호진 회장은 고 이임용 태광 창업주의 3남으로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지분을 나란히 15%씩 보유해 섬유·방송·금융 부문을 아우르는 전 계열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장본인이다. 이 회장은 경영권을 두고 경쟁을 벌였던 장남인 이식진 전 태광산업 부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2004년 태광그룹 수장에 올랐다.

장남인 고 이식진 전 태광산업 부회장의 장남 원준씨가 태광산업 지분 7.49%를 보유, 이 회장에 이어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그룹 경영과는 거리를 두고 있어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확고한 상황이었다.

1950년 설립된 태광산업을 모태로 하는 태광그룹은 현재 태광산업, 대한화섬, 흥국화재, 흥국생명, 티브로드 등 5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룹 전체 자산은 17조5000억원, 매출은 9조3000억원 규모로 태광산업은 지난해 1분기만 해도 매출액 8085억원, 영업이익 151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이 회장은 지난해 검찰에 전격 구속되면서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이 회장이 제품 생산량을 조작하는 등 무자료 거래와 회계 조작으로 400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했고 매출을 조작해 39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것. 결국 구속 1년여 만에 선거 공판을 앞두고 돌연 사임하는 파국까지 맞았다.

이후 태광그룹은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새 경영진과 사외이사를 영입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계획을 내비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사임이 21일로 예정돼 있는 선고 공판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정상 참작을 얻어 내기 위한 극적 장치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의 이번 사임 배경으로 ‘건강상의 이유’를 직접 언급하면서 ‘형량 낮추기를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는 해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은 회삿돈 400억원을 횡령하고 골프연습장 헐값 매도 등 그룹 측에 1000억원 때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해 1월 구속 기소돼 현재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징역 7년과 벌금 70억원을 구형받은 상태였다.
 
기업 리스크 확대
 
자연스럽게 오너리스크는 기업 리스크로 확대되고 있다. 이 회장의 사임에 겹쳐 최근 공시된 태광산업 실적이 영업이익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그룹 모체인 태광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37.4% 하락한 2592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20.4% 줄어든 2249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매출액은 22.2% 증가한 3조1529억원으로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내실은 형편없었다. 대한화섬도 영업이익이 65.9%, 당기순이익은 23.4%씩 줄었다.

업계에 따르면 영업이익이 이처럼 급감한 것은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석유화학 부문의 PTA(폴리에스테르 섬유 등의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산업)사업이 부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PTA는 한때  중동, 아프리카 등의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유가가 상승해 호황을 누렸지만 국내외 경기침체와 재정긴축으로 수요가 줄어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태광산업 관계자는 “전년에는 시황이 좋아서 마진이 좋았지만 작년에는 유럽발 경제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또 이 회장 등 핵심 경영진의 사임으로 46개 계열사를 거느린 태광그룹의 경영 차질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그룹 내에서 맡은 직책만 태광산업, 대한화섬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등 8개에 이른다. 오 부회장도 태광산업뿐 아니라 티브로드홀딩스, 큐릭스홀딩스 등 대표이사 직책만 5개를 갖고 있었다.
 
당장 3월 국내 처음 탄소섬유 상업생산을 시작하는 태광산업은 증설계획이 불투명해졌다. 케이블TV 업계의 M&A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사업 또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일단 이상훈 태광산업 사장이 경영을 총괄한다”며 “후임 회장단 구성을 서둘러 경영공백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태광산업이 최고의 순간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셈이다.

baghi81@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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