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분으로 되돌아온 국민의당 ‘호남 홀대론’

당직인선-상임위 배치 홍역...문재인 공격했던 프레임 ‘자승자박’ 된 안철수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6/05/11 [10:54]

 

총선에서 기대이상의 성과를 올리며 순항하는 듯 보였던 국민의당에서도 거대양당과 마찬가지로 내분이 불씨가 번지기 시작했다. 국민의당 중진의 다수를 차지하는 호남 지역구 의원들과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비호남계 의원들 간의 갈등이 수면위로 올라온 것이다. 사무총장 등 주요당직 인선으로 불거진 이번 갈등이 심상찮은 이유는 호남 맹주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에서 참패했던 요인으로 지목된 ‘호남 홀대론’이 국민의당 내분의 핵심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김범준 기자>

 


 

 

주요당직 비호남 배치하며 갈등 불씨 커진 국민의당

‘호남출신 사무총장 주장’ 호남계…박지원은 수습 중

인기상임위 몰린 호남 중진에 비호남도 불만 커져가

치명적인 호남 홀대론의 함정…이번 타깃은 안철수?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호남 홀대론’이란 프레임을 사용해 ‘호남 싹쓸이’라는 대성과를 거둔 국민의당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프레임으로 인해 내분이 벌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 인선문제와 상임위 배치 문제로 중진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는 호남계와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비호남계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 국민의당이 총선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줄기차게 외쳐왔던 '호남 홀대론'이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당직인선, 상임위 배치 등으로 인해 '국민의당 내홍 불씨'로 재탄생 했다.     ©국민의당

 

 

 

非호남 중용 안철수

 

국민의당 지도부가 지난 5월10일 당 사무총장에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김영환 의원을 임명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당내 ‘호남 사무총장론’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낙선 인사 중용 방침을 관철시킨 것이다.

 

안철수 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들은 지난 5월10일 오후 9시 반부터 비공개 최고위를 열고 사무총장 등 당직 인선을 논의한 후 다음날인 11일 수도권 지역의 김영환 의원 사무총장으로 인선한 것이다.

 

호남 의원들은 호남 민심 회복을 명분으로 주승용 전 원내대표를 사무총장 후보로 밀었지만 결국 천 대표가 안 대표의 뜻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의원들도 ‘호남 홀대론’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전했다고 보고 있다. 

 

회의 결과 김영환 의원의 사무총장 인선을 포함해 수석사무부총장에 부좌현 의원, 전략홍보본부장에 문병호 의원, 국민소통본부장에 최원식 의원, 여성위원장에 전정희 의원 등 낙선한 의원들을 대거 당직에 배치했다. 수석대변인에는 판사 출신의 손금주 당선자를 임명했다. 또한  김경록·장진영·고연호 대변인 등 4명의 공동 대변인 체제가 짜여지게 됐다.

 

결국 요직인 사무총장과 수석사무부총장, 전략홍보본부장, 국민소통본부장 모두 비호남 지역 의원들에게 자리가 돌아간 것이다.

 

이같은 당직인선에 대해 안철수 대표는 “현역들은 현역으로서 할 수 있는 국회직 일에 집중하고, 가능하면 당직은 원외 인사들로 중용하는 것이 국민의당이 처한 여러 상황에 맞다”고 말했다. 결국 총선에서 낙선한 김영환 의원과 문병호 의원 등을 당 요직에 앉혀야 한다는 비호남파 목소리를 대변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 대표를 위시한 당내 비호남파 인사들은 김 의원을 비롯해 문병호·정호준 의원 등 낙선 인사들을 중앙당 당직 인사에 중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결국 이를 관철 시킨 것이다.

 

한 당내 비호남권 핵심 당선인은 “국회직의 경우 현역(당선인)들이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현역들은 국회에서 일하고 본인들의 의정활동이 더 바쁠 것이다, 그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원외 인사들에게 주요 당직을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호남계는 부글부글

 

그러나 천정배 공동대표를 위시한 호남파 인사들은 입장이 달랐다. 천 대표는 당직 인선이 정해지기 전인 10일 오전 워크숍 직후 ‘호남이 선거에서 국민의당에 기여한 점이 당직 인선에 반영되야 한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직 인선을 지역으로만 접근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정치에서, 야당에서 호남이 갖고 있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호남 당선인들 사이에선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원내대표직을 사실상 양보한 주승용(전임 원내대표) 의원을 사무총장에 앉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이다.

 

한 호남권 정치인은 “호남 쪽이 당선인 숫자가 많으니까, 호남 정서를 당무에 반영하려면 호남 사무총장이 필요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승용 의원 같은 분도 사무총장으로 좋다고 봤다”라며 “당에서도 이번 총선의 결과에 따라 민의가 반영되도록 호남 쪽에서 사무총장을 내도록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결국 안되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호남계의 불만은 당직인선을 넘어 국민의당 지도부에 대한 ‘호남 홀대론’ 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총선 과정에서 호남에 대한 중앙당 차원의 지원이 적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 한 호남계 당직자는 “이번 총선서 '호남 완승'을 거뒀지만, 이와 반대로 호남 지역에선 정말 열악하게 선거를 치렀다”며 “격전을 치르고 있는데 지도부에선 '이미 된 지역'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움직였다”고 역설했다.

 

또한 최근 연말까지 연기하기로 결정된 전당대회를 두고도 당초 호남권 일부 인사들은 호남에서 당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 내지 전당대회를 당헌대로 8월 초까지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었다.

 

전당대회 연기론을 주장하는 비호남계열들이 “당에서 호남이 과잉 대표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당 대부분의 영향력 있는 중진 현역 의원이 호남계기 때문에 대표 경선에서 밀릴 가능성이 낮다고도 본 것이다.

 

결국 이같은 호남계의 인식은 총선에서 38석을 얻는 데 호남이 결정적으로 기여했음에도, ‘호남 자민련’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안철수 지도부’가 의식적으로 호남을 홀대해선 안 된다는 게 호남파의 공통적인 문제의식이다.

 

이같이 호남계에 불만 섞인 목소리가 올라가자 ‘호남계 큰형님’ 박지원 원내대표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주승용 의원에게 물어보니 나한테 사무총장직은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호남이 지지기반이고 당의 인적 자원으로 호남 사람이 많지만 그래서 원내 당직을 호남 당선인들이 고루고루 하지 않느냐”며 “국민의당은 호남만 가지고도 안 되고, 호남을 빼고도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5월7일 전남 여수를 찾아 자신이 원내대표로 추대되는 과정에서 연임 의사를 접게 된 주 전 원내대표를 위로하며 사무총장직을 권유하기도 했었지만 한발 물러선 것이다.

 

국민의당 경제재도약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호남계 유성엽 의원 역시 “호남에서도 사사건건 호남이 당직을 맡아야된다는 식으로 나오겠느냐”며 “사무총장직은 직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맡아야지 굳이 호남에서 맡아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해 사태 진화에 나섰다.

    

호남 vs 非호남

 

이같은 호남 의원들이 제기하는 ‘호남 홀대론’ 지적은 당직 인선뿐만 아니라 호남 중진 의원들이 ‘20대 총선 민심을 받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호남지역 챙기기에 나서면서 당의 기존 입장과 충돌하거나 비호남파의 불만을 자아내는 모습도 노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꺼내들었다가 수면위로 가라앉았던 ‘삼성 미래차산업 핵심사업부 광주 유치 협력’에 대해 박지원 원내대표가 다시 꺼내 든 것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5월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광주시장이 삼성 미래차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한다는 말씀을 국민의당에 했다면 저희도 적극적으로 삼성이 광주에 투자해줄 것을 간곡히 바라고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총선 기간 더불어민주당의 삼성 미래차산업 핵심사업부 광주 유치 공약을 맹비난했던 안철수 대표의 입장과 배치된다.

 

당시 안철수 대표는 김종인 대표가 공약을 꺼내들자 곧장 “정당이 선거를 앞두고 특정 기업의 이전이나 공장 유치를 이야기한다는 건 정치가 시키면 기업이 무조건 따라간다는 발상”이라며 이를 ‘5공화국(전두환 정권) 식 발상’으로 규정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에대한 논란이 커져 당내 갈등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안철수 대표의 이야기는 선거 때 정치권이 기업을 어디 유치하겠다고 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고 내 이야기는 광주시장이 협조 요청을 한다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그걸 견해 차이로 보면 안 된다”고 한발 물러섰다.

 

결국 ‘호남 지역발전’을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밀기에는 안철수 의원의 비호남계와, 호남계의 이견차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이는 국민의당 상임위 신청 현황을 봐도 명백히 드러난다. 호남권 당선인들은 대체적으로 ‘그간 홀대 받았던 호남을 챙겨야 한다’는 명목 하에 상당수가 20대 국회 희망 상임위로 산업자원통상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적어낸 상황이다.

 

이들 상임위는 지역 경제, 사회 인프라 확충과 직결돼 지역구 챙기기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체로 국회에서는 중진의원들이 많이 가는 곳으로, 지역구에 ‘예산 폭탄’을 던지기 수월한 상임위다.

 

반면 테러방지법, 국가기관 대선개입, 국정원, 대북 문제 등 20대 국회에서 첨예한 쟁점이 될 사안을 다룰 정보위원회와 국방위원회 희망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당내 비호남파가 바라보는 ‘호남계’에 대한 시선은 상당히 좋지 않다. 특히 지역구 우선으로 상임위를 배정하기로 한 당내 방침에 따라 호남 현역 의원들이 알짜 상임위를 모두 가져갈 공산이 크다는 점에 대한 불만도 일각에서 드러난다.

 

국민의당 내부 수도권 지지자는 “물론 호남으로 인해 국민의당이 38석이라는 예상 이상의 성적을 거뒀지만 최근 호남계의 요구는 너무 과한 면이 있다”라며 “호남만 외치는 정당이 어떻게 전국정당, 수권정당이 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자승자박 ‘호남 홀대론’

 

하지만 호남계 입장도 매우 단호하다. 한 호남계 당직자는 “당이 호남을 아주 조금이라도 소홀히 취급하려고 하는 모습을 호남에서 눈치채는 순간 국민의당 지지층은 급격하게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남 홀대론’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호남계가 양보하는 모양새로 비쳐, 오히려 호남계 사이에서 누적됐던 불만이 사무총장직 인선을 계기로 터져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 창당 주역이자 4·13 총선에서 강력한 지지기반이 됐던 ‘우군’ 호남이 국민의당의 위협적인 갈등 요소가 되는 모양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공세 이론으로 활용됐던 ‘호남 홀대론’이 당내 호남파의 호남 챙기기 논리로 변질된 양상이다.

 

안철수 대표는 이를 잘 알고 있지만, 향후 ‘전국정당 플랜’및 ‘대권 가도’를 우려해 자신의 당 대표직 연기와 더불어, 주요 당직을 ‘비 호남계’ 또는 ‘안철수 계’에 나눠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안 대표 측은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등을 상기시켜 볼 때 당권을 쥐고 있느냐 없느냐에 차이가 자신의 대권가도에 끼칠 영향력이 크다고 판단하는 듯하다”라며 “이는 결국 안 대표 측의 인사들 중 ‘당 대표 급’의 경륜이나 인지도가 없다는 것이 고민이 커지는 근본적 이유”라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사실상 더민주와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호남 소외론’과 ‘반 문재인 정서’를 이용해 왔다"라며 ”안철수 대표가 원래 호남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같은 프레임이 안 대표 본인에게 역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보장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의당이 총선과정에서 ‘호남 홀대 핵심인물’로 지목했던 문재인 대표 측 인사는 격양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문 대표 측은 “호남계 의원들은 문 대표가 호남 지지를 받지 못해 사퇴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실제로 조사결과를 보면 호남에서 결코 낮지 않고 오히려 높다”라며 “또한 낮다고 해도 전국지지율이 20%가 넘는데, 그렇다면 호남 외에도 전국적으로 골고루 지지를 얻는 점이 더 좋은 대선후보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지난 5월9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5월2~6일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의 광주·전라 지역 지지도는 지난주 대비 7.3%포인트 오른 30.6%를 기록하며 1위를 탈환했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해당지역에서 지난주 대비 8.7%포인트 하락해 27.2%의 지지율을 보여 지지율 역전현상을 보였다. 자세한 조사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결국 이같은 추이를 볼때 국민의당 호남계 의원이 문재인 전 대표에게 씌여놓았던 ‘호남 홀대론의 덫’을 안철수 대표에게 씌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이어 “지금은 국민의당으로 가버린 호남계 의원들이야 말로 제대로 된 총선 승리 제안 내지는 정권 교체 방안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무작정 대권주자인 문재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됐었는가”라면서 “당 대표의 리더십을 떨어뜨리며, 당 지지율을 갉아먹는 사람들이 본인들(호남계)이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문재인 대표가 기득권이 되어 호남이 개혁·청산의 대상이 됐다’라며 비판하고 있는데, 지역감정에 기대어 기득권을 유지하는 쪽이 누군지 스스로 생각해 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남 홀대론의 허상

 

한편, 평소 국민의당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취해온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호남 홀대론’이 허상 임을 현 국민의당 상황에 결부시켜 분석했다. 진 교수는 지난 5월10일 자신의 트위터에 “호남홀대론은 실존하는가”라는 글을 올려 국민의당이 제기하는 호남홀대론에 대해 맹비판을 가했다.

 

이 글에서 진중권 교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28% 이상을 기용. 경상도 인구가 두 배 정도 많은 걸 고려하면 전라도 출신 인사를 우대한 걸로 이야기할 수 있다”라고 옮겨 적었다.

 

진 교수는 “호남홀대론의 실체. 대충 이런 정서입니다”라며 “요약하면 (1) 받은 표 중에서 호남표 비율만큼 자리를 내놔라. 그리고 (2) 대선에 진 것 자체가 호남홀대다”라고 했다.

 

그는 “(1)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설사 그렇게 해도 노무현이 얻은 표 중 호남 비중은 대충 1/4이예요”라며 “참여정부 고위직 비중 27%니까, 호남은 자기 몫에서 2% 더 가져간 거죠”라고 했다. 이어 “(2) 대선에 진 게 호남홀대라면, 정동영이야말로 크게 홀대했죠”라고 지적했다.

     

kimstory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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