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특검, 국민연금 통해 대통령 뇌물죄 캔다

국민연금 고리로 삼성을 궁지에 몰아 ‘박근혜 뇌물죄’ 캔다?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6/12/26 [21:45]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하 특검팀)의 칼날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의혹을 사고 있는 삼성 심장부를 정조준하고 있다. 특검팀이 지난 1221일 공식 수사를 시작하자마자 삼성 뇌물과의 일전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을 동시에 두드려 삼성 쪽에 최순실·정유라 모녀에게 준 돈의 대가성을 인정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특검팀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을 첫 타깃으로 삼은 것은 최 씨 일가가 삼성으로부터 맞춤형 지원을 통한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의 돈이 최 씨의 독일 회사로 건너간 것에 대해, 무슨 일이 있어도 뇌물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점을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 측에 내비친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정조준한 특검팀은 1221일 명패를 내걸고 공식 수사에 돌입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빌딩에서 현판식을 열고 본격적인 수사 활동에 들어갔다. 현판식에는 박영수 특검과 박충근(60·17이용복(55·18양재식(51·21이규철(52·22) 특검보, 윤석열(57·23) 수사팀장, 어방용 수사지원단장, 조창희 사무국장 등 수사팀 지휘부가 참석해 성역 없는 수사 의지를 다졌다.

 

현판에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박영수라는 글자가 또렷하게 새겨졌다.

 

박영수 특검은 국민의 뜻을 잘 읽고 법과 원칙에 따라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올바른 수사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지난 6일 국정조사 청문회 대부분의 질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했다.     ©김상문 기자

 

 

 

특검이 국민연금 찌른 까닭은?

특검팀은 짧게는 70,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승인 아래 길게는 100일간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60·구속기소) 씨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하게 된다.

 

핵심 수사 대상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과 박 대통령의 뇌물죄 최 씨와 그 측근들의 국정농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의 직권남용 또는 직무유기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주사제 대리 처방 등이다.

 

이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규명은 이번 특검팀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특검팀이 현판식과 동시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보건복지부 관련 부서 전격 압수수색에도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뇌물 혐의를 밝히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특검은 압수수색 영장에 박근혜 대통령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의 피의자로 적시했다. 박 대통령이 최 씨와 공모해 삼성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은 대가로 최 씨와 그녀의 딸 정유라씨가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취지로 범죄혐의를 씌우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최순실·정유라 모녀에게 승마 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220억원을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최 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한 최대 후원기업이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시점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 삼성의 부정 청탁에 의한 것이고 이는 삼성이 최순실씨에 200억여 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한 것에 대한 대가라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특검은 삼성과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5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겠다고 공시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을 원활히 승계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로 여겨졌으며, 삼성의 숙원 사업이었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대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즉각 합병에 반대해 합병에 큰 장애물이 생겼다. 삼성물산 지분의 10%를 보유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측면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결국 2015710일 국민연금이 수천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며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는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한 끝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91일 공식 합병할 수 있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이후 5900억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특검이 보건복지부·국민연금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내용 중 두 번째로 강조한 표현은 국민연금의 배임 혐의다. 특검에서는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공공기관이 큰 손해를 보면서 국민의 쌈짓돈을 운용한 것이 배임에 해당한다며 내부비판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도 특검팀은 삼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지를 대가로 최순실·정유라 모녀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비정상적인 지원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이 최근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을 사전조사를 한 것도 결국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출연·지원금의 대가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1220일 오전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만나 조사를 벌였다. 공식 수사 전인 만큼 장 사장에 대한 특검팀의 조사는 특검 사무실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진행됐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2인자로 통하는 장 사장은 삼성이 승마협회를 통해 최순실 씨 측에 돈을 건네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어 향후 신분이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특검팀은 1219일 정례 브리핑에서 기록 검토에 따른 조사준비와 정보수집을 위해 일부 참고인들을 접촉하고 있고, 수사준비 상황인 점과 수사기밀 등을 고려해 특검 사무실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일부 참고인들을 만났다고 밝혀 눈길을 끈 바 있다.

 

이날 장 사장에 대한 조사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팀은 지난 1218일에는 대한승마협회장이기도 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을 상대로 특검 사무실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새벽까지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렇듯 특검팀의 사전접촉 대상이 삼성 관계자들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삼성그룹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에 대가성이 있는지를 가장 먼저 살피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심판 답변서를 통해 탄핵의 부당성에 대해 주장했다.     ©청와대 공식홈페이지

 

 

삼성의 수상한 지원 자꾸 돌출

특검팀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삼성의 수상한 자금 지원 정황은 계속해서 드러나는 중이다.

 

<조선일보> 1222일 보도에 따르면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이 찬성 의견을 밝히기 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합병이 잘 진행되도록 도와주라고 지시했다는 물증과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이라는 것.

 

박 대통령의 지시는 앞서 검찰이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다이어리)에 담겨 있었다고 한다. <조선일보>안 전 수석은 지난해 6월 말쯤 작성한 수첩에 재임 기간 내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메모해두었다고 보도하면서 삼성물산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그로부터 10여 일 뒤인 지난해 710일 두 회사의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했고, 그로부터 다시 일주일 뒤인 717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성사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시는 당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안 되면 다음 번에라도 꼭 되도록 도와주라는 뜻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것.

 

이뿐만이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를 한 직후 사내 대책회의가 곧바로 열렸고, 곧이어 최순실 일가 지원에 착수한 정황도 드러났다.

 

1221SBS 보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지난해 725일 청와대 근처 안가에서 박 대통령과 비공개 단독 면담을 했고, 독대가 있었던 날 오후 삼성의 고위 임원 몇 사람이 모여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것.

 

이틀 뒤인 727일에도 미래전략실이 주재한 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SBS두 번째 회의에는 미래전략실 소속이 아닌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도 참석했다면서 박 사장은 회의가 끝난 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있는 독일로 곧바로 출국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한 달 뒤 삼성은 최순실 씨가 독일에 세운 회사인 코레스포츠와 220억원대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최 씨 일가에 100억원 가까운 돈을 지급한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최순실-삼성의 삼각 뒷거래 의혹을 캐는 수사를 더욱 밀도 높게 진행할 방침이다. 삼성이 보낸 돈의 이면에 부정한 청탁이 존재함을 규명하면 제3자 뇌물죄 성립 요건을 갖추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삼성 측의 대가성 시인 진술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의 지시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 면담등의 과정이 최순실이라는 비선의 존재를 삼성 수뇌부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인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삼성이 최순실 씨에 대한 존재를 이미 알고서 거액을 지원했다면 대가성을 입증하는 명확한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26일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최순실 씨 측의 지원 과정은 전혀 몰랐고, 모두 사후에 보고받았다는 식으로 자신에게 올라오는 의혹의 연결선을 차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소환 시기를 저울질하는 한편 이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한 증언이 위증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볼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라고 말했다. 뇌물죄 수사에서 삼성의 저지선이 무너지면 박 대통령도 곧장 사정권에 든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국민일보는 1222일자 신문에 특검 주변에서는 삼성이 계속해 궁지에 몰리면 결국 이재용 구하기차원에서 대응전략을 바꿀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사장급 인사가 뇌물공여의 총대를 메고 박 대통령을 물어주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보도해 주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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