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100만 실업자, 위기의 한국

‘정부 추산’ 100만 실업자 집계의 함정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01/13 [15:21]

[표지이야기] 100만 실업자, 위기의 한국

‘정부 추산’ 100만 실업자 집계의 함정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01/13 [15:21]
▲ ‘정부추산’ 집계에서 100만 명이 넘는 실업자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PIXABAY>     © 주간현대

 

실업률은 현재 경제 현주소를 드러내는 중요한 경제지표 역할을 한다.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데도 일자리가 없어서 놀고 있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같은 실업자가 ‘정부 추산’ 100만 명이 넘었다. 문제는 이 정부 추산은 사실상 엉터리라는 점이다. 일자리 구할 의지가 없는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시키거나, 일주일에 한 시간만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취업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특히 주위만 봐도 청년실업의 심각성은 대다수 국민들이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숨기려해도 숨길 수 없는 심각한 ‘고용절벽’ 아니 ‘고용재앙’ 상황에 빠져, 제 2의 IMF사태를 넘어서는 경제 파탄이 코앞에 와 있다. <김범준 기자>

 


 

 

역대 최악 ‘실업률’ 기록…100만 달성한 대한 백수들
고통 받는 청년들…양·질을 떠나 아예 사라진 일자리
위기빠진 한국경제 상황…‘실업 우려 수준’ 세계 4위
나아질 기미 없는 경제상황…고용재앙 직격 대한민국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고용시장의 한파가 매섭다. 지난해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은 것이다. 또한 청년실업률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10%에 다다랐다. 탄탄한 일자리인 제조업 취업자 수는 6개월 연속으로 감소하고, 아르바이트 고용 없이 가게를 꾸리는 영세 자영업자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악의 실업률


통계청이 지난 1월11일 발표한 ‘2016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실업자 수는 101만 2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 6000명 늘었다. 실업자 통계 기준이 바뀐 2000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 실업자는 2013년(80만 7000명) 이후 3년 연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실업률은 전년보다 0.1% 포인트 상승한 3.7%로 집계됐다. 2010년(3.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청년실업률은 더 암울하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9.8%였다. 역대 최고치였던 전년 9.2%의 기록을 1년 만에 경신했다. 청년 경제활동인구 10명 중 1명은 일을 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 못 하는 상태라는 뜻이다. 15~29세 인구의 절반에 못 미치는 46.9%만이 경제활동인구임을 고려하면 실제 노는 청년, 즉 체감 실업률은 훨씬 높을 수 있다.


지난해 취업자는 2623만 5000명으로 1년 전보다 29만 9000명 늘었다. 7만 2000명이 감소했던 2009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작은 증가폭이다. 전년 대비 취업자 증가 인원은 2013년 38만 6000명에서 이듬해 53만 3000명까지 늘었다가 2015년 33만 7000명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급기야 3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양질의 안정적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12월 11만 5000명이 감소했다. 지난해 7월 이후 반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됐음에도 구조조정에 따른 일자리 여건이 나빠진 것이 원인이라고 기획재정부는 분석했다.


서비스업 취업자는 지난해 12월 34만 5000명 늘었는데 숙박음식업에서만 11만 3000명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숙박음식업종에서 자영업자와 일용직 등 단기 고용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같은 달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15만 5000명 늘었다. 자영업자 증가폭은 지난해 8월(7만 9000명) 이후 5개월 연속 커졌다. 조기 은퇴자나 구조조정 실직자가 자영업으로 빠르게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실업율 상승 요인은 그동안 고용을 이끌어온 조선 등 제조업 취업자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제조업 취업자는 2015년 15만6000명 늘었지만 지난해엔 5000명이 줄었다. 조선 등 제조업체가 몰린 울산 지역의 지난달 실업률은 4.3%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 높아졌다.


구조조정 영향으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들은 다시 자영업으로 내몰렸다. 2015년 과당 경쟁으로 줄줄이 가게 문을 닫았던 자영업자(8만9000명 감소)는 지난해 다시 7000명 늘었다. 작년 8월 이후 매달 자영업자 증가 폭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영세한 '나홀로 자영업자'였다. 2015년 12만명이나 줄었던 나홀로 자영업자는 지난해 2만7000명 늘었다.


지난해엔 경기 불황 등으로 도·소매업 취업자도 5만4000명이 줄었다. 취업자가 증가세로 돌아선 분야는 공공기관 등이 채용 인원을 늘린 공공부문뿐이었다.


문제는 영세 자영업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는 2013년(2만 8000명)부터 2015년(12만명)까지 해마다 감소했으나 지난해 2만 7000명으로 증가세로 전환했다. 최근 ‘인형뽑기방’, ‘동전노래방’처럼 인건비나 관리비가 적게 드는 불황형 창업이 인기를 끄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도 지난 1월9일 기자간담회에서 “고용원이 없는 소규모 자영업이 늘고 있다”면서 “부진한 경기 영향으로 자영업자의 경영 상황이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올해 1분기 경제심리 위축과 구조조정 영향 확대 등으로 고용 여건 악화가 우려되므로 일자리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등 적극적인 고용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 박근혜 대통령이 걸었던 각종 경제 민주화 공약은 완전히 무력화 된 채, 한국 경제는 어둠의 구렁텅이로 빠져버렸다. <사진=김상문 기자>     © 주간현대

 

고통받는 청년


문제는 실질적 청년실업률은 더욱 높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해 실업자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지만 ‘비공식’ 실업자를 합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분석됐다. 취업준비생, 구직 활동을 포기한 주부 등은 공식 통계에서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동향’에서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생’만 지난해 62만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3.0% 늘어난 수준이다. 이들은 당장 입사원서를 내진 않지만 도서관에서 입사시험을 준비하거나 각종 기능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이다. 대학·대학원생 등으로 분류되는 399만6000명 중에는 취업이 안 돼 졸업을 유예하거나 대학원에 가는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사실상 고용 정책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 정부가 공식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 비공식 실업자를 위해 적극적인 고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들 상당수는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비경제활동’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에서는 4주간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했는데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만 실업자로 분류한다.


청년층의 ‘숨어 있는 실업자’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6월 현대경제연구원이 고용 보조지표를 확장해 자체적으로 추산한 청년 실업자는 2015년 8월 기준 179만2000명으로 통계 상 공식 실업자(34만5000명)의 5배가 넘었다.


한편 국내 금융권에선 최근 3년간 1만2000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3년 3분기부터 1년간 은행, 보험 등 102개 금융사의 고용 인원은 22만303명에서 20만7990명으로 5.6%(1만2313명) 줄었다.


이같은 통계청의 ‘2016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서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5년의 9.2%를 1년 만에 갱신한 것이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2012년 7.5%, 2013년 8.0%, 2014년 9.0%로 꾸준히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는 20대의 실업률이 9.1%에서 9.8%로 크게 뛰었다. 40대(2.3→2.1%)와 50대(2.4→2.3%)의 실업률이 2015년보다 하락한 것과는 완연히 다른 움직임이다. 전체 실업자 수(101만2000명)도 20대(36만8000명→40만8000명)와 60대(9만5000명→10만6000명)를 중심으로 급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실제로 고용시장에서 청년층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지난해 15~29세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인 9.8%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자 수는 43만5000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43%에 달했다.


실제 실업 상태에 놓인 청년은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공식 통계는 지난 4주간 구직 활동을 했고 즉시 취업이 가능한 청년만을 실업자로 본다. 반면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체감 실업률'을 구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22%까지 뛴다. 10명 중 2명 이상이 실업 상태라는 것이다. 여기엔 주당 근로시간이 36시간 미만으로 추가로 더 일하고 싶은 청년과 구직 활동을 하진 않았지만 취업을 원하는 청년 등이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선 청년 3명 중 1명이 실업 상태에 놓여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작년 6월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쉬고 있는 '니트족'과 비자발적인 비정규직까지 포함해 34.2%가 실업자라고 분석했다.


이날 통계청은 “고용률(15~64세)은 사상 최고인 66.1%를 기록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는 고용시장에 쏟아져 나온 60대 이상 장년층과 여성 때문이란 점을 감안하면 통계 착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위기의 한국상황


청년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한국과 달리 최근 일본은 최저실업률이 47개월째 이어지는 등 완전고용 상황이다. 구직자가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취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15~24세 청년실업률은 2010년 8.9%에서 2015년 5.6%로 급감했다. 구직자 1명당 구인 건수를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도 지난해 1.41배(높을수록 구직자수보다 구인자수가 더 많아짐을 의미)를 기록하며 1991년 7월 이후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를 회복하며 최근 기준금리까지 올리고 있는 미국도 15~24세 청년실업률이 2010년 18.4%에서 2015년 11.6%까지 떨어졌다.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국내외 글로벌 회사들을 대상으로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유도하고 있어 고용시장 개선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15~24세 청년실업률은 9.8%에서 10.5%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의 고용시장 개선 배경으로 경기회복과 인구구조 변화를 꼽았다. 강준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청년층 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면서 노동력 공급은 줄어든 반면 경제가 회복되며 기업들의 채용 수요는 많아졌다”며 “미국도 되살아난 경제가 청년층의 취업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고 올해와 내년 경기전망도 어두워 고용시장이 앞으로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강 연구위원은 “기업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한동안 경기불황이 지속될 것이고 올해부터 시작되는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소비위축, 성장률 둔화, 기업의 채용 감소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과감한 구조개혁과 신성장 동력 창출로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동시에 역량 있는 노동력을 길러내야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처럼 한국 실업율에 대한 심각성은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도 제기됐다. 세계 경영인 1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향후 10년간 기업 경영 환경을 위협하는 최고 위험 요인으로 ‘실업’이 꼽혔는데, 한국에서는 실업에 대한 우려 수준이 세계 135개국에서 4번째로 높았던 것이다.


지난 1월11일 WEF가 오는 1월1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되는 연차총회를 앞두고 발간한 ‘세계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35개국 경영인 1만334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실업이 향후 10년간 기업 경영 환경에 가장 위협이 될 요인으로 지목됐다. 29가지 위험 요인 평가에서 실업이 36.6점으로 위험도가 가장 높았고, 에너지 가격 충격이 30.1점, 재정위기가 30.0점, 정부 실패가 28.7점, 사회적 불안정이 23.8점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한국 경영인들은 실업의 위험도를 76.8점으로 평가해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위험하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위험도는 131개국 중 부룬디(80.0점), 코트디부아르(79.5점), 스페인(77.9점) 다음으로 높은 것이다. 한국 경영인들은 실업 다음으로 재정위기(51.5점), 자산 버블(50.5점)을 향후 10년 사이 기업 경영 환경에 가장 큰 위험요소로 꼽았다.


한편 WEF가 포럼 전문가 745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올해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위험 요인으로 ‘대량파괴무기(WMD)’가 선정됐다. 이는 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러시아의 핵 무장 강화 선언, 중국의 무력시위 등으로 군사적 위험도가 높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WEF는 또 향후 10년간 세계 경제에 가장 위협이 될 흐름으로 ‘빈부 격차 확대’를 꼽았다.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실업과 빈부 격차 확대로 인해 각국에서 포퓰리즘이 세를 얻어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포퓰리즘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시장 경제가 지속 가능하려면 자본주의가 보다 포용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실업에 대해 다양한 우스갯 소리가 나올 만큼 현재 진행되는 실업문제는 대한민국에서는 당연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사진=KBS 뉴스 갈무리>     © 주간현대

 

고용 재앙 직격


전문가들은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경제 심리가 위축된 올해에 더 큰 고용 한파가 밀어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난은 소비 심리 위축과 내수 경기 악화로 이어져 다시 고용난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1만2000여명(협력사 포함)을 내보낸 대우조선해양은 올해도 2000명을 더 줄일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1500여명을 내보낸 데 이어 2018년까지 3000명 정도 추가 감원이 예고된 상태이다.


정부도 올해 고용시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대책을 내놓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공공부문에서 6만명 이상을 새로 채용하고 일자리 예산의 30% 이상을 1분기에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올해 신규 취업자 수를 지난해(29만9000명)보다도 4만여명이 적은 26만명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한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은 전자 업종 정도에 불과하다”며 “일자리를 만들어낼 새로운 동력을 빨리 찾지 못하면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고용 재앙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무역이 작년보다 소폭 개선될 것으로 보여 수출업종을 중심으로 고용 여건이 약간 개선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 경제연구기관장은 “작년 연말부터 수출이 되살아날 기미가 보인다”며 “고용 사정이 더 나빠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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