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년에서 3년으로? 판결 번복 내막

“네가 판사냐” 한마디에 폭발…법정모욕죄 딜레마?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01/20 [09:42]

징역 1년에서 3년으로? 판결 번복 내막

“네가 판사냐” 한마디에 폭발…법정모욕죄 딜레마?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01/20 [09:42]
▲ 판결에 불복해 법정에서 항의했다는 이유로 형량을 세 배로 수정한 판결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 주간현대

 

우리나라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특히 마지막 형량을 결정해야하는 법원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은 큰 문제로 지적되어 온다. 지난 2015년 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결과 법원 신뢰도는 24.2%로 전국민의 1/4정도 밖에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까지 나왔다. 최근 조의연 판사의 이재용 삼성 부회장 영장 기각에 대반 반발심도 법원에 대한 불신감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법정에서의 결과에 대해 불신하며 난동을 부리는 ‘법정모욕죄’ 행위가 매년 숱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이같은 판결 반발 행위에 대해 그 자리에서 판결을 번복해 형량을 세 배로 높인 재판관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법원 판결 결과 항의했다는 이유로 3배 형량 높여
법정모욕죄 적용해 ‘감치 재판’ 해야 했다는 비판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가 피고인이 판결내용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선고를 번복하고 더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형사재판정에서 재판장이 ‘징역 1년형’을 선고한 직후 피고인이 ‘엉터리 판결’이라며 불만을 표출하자, 선고를 번복해 ‘징역 3년형’을 선고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3배 뛴 형량


지난 1월12일 의정부지법 항소심 재판부에서 무고·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된 A씨(52)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A씨의 항소를 기각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1심에서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선고 형량이 무려 3배나 늘어난 까닭은 무엇일까.


1심 선고공판이 열린 지난해 9월22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단독 B 판사는 판결 과정에서 ‘징역형’을 두 번 선고했다.


사건의 진상은 이렇다. A씨는 지난해 9월22일 무고 혐의로 기소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형사재판을 받았다. B판사는 A씨에게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A씨가 B판사의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의했다. A씨는 법정경위들에 의해 법정 밖으로 내보내졌다. 그러자 B판사는 A씨를 다시 법정으로 불렀고 “징역 3년을 선고한다”고 판결을 번복했다.


결국 한번은 징역 1년, 다음번은 징역 3년을 선고했으며 판결문에는 ‘징역 3년’이라고 적은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법조인들은 ‘1법정 2선고’에 대해 법조계는 ‘불가능한 판결’이라며 반신반의하고 있다.


오는 2월14일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둔 A씨는 “1심 판결 당시 재판장이 징역 1년을 선고했다가 내가 ‘엉터리 재판’이라고 불만을 표출하자 퇴장하는 나를 다시 불러 ‘징역 3년’으로 형량을 늘렸다”고 주장했다.


1심 판결 당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A씨는 “엉터리 재판”이라고 말하면서 판결에 불만을 표출했고 법정경위들에 의해 피고인 출입구를 거쳐 법정을 떠났다. 그러자 B 판사는 A씨를 다시 법정으로 불러 “징역 3년을 선고한다”고 판결을 번복했다.


A씨는 “엉터리 재판이라고 불만을 토로하자 재판장이 징역 2년을 추가했다. 공정한 판결이 아니라 악감정이 실린 판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1심 선고 충격으로 교도소 안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억울해서 수차례 자살충동도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원심 선고 당시 법정에 있었던 A씨의 지인들도 “판사가 징역 1년을 선고한 뒤 A씨가 불만을 표출하자 다시 불러 징역 3년으로 번복했다”고 말했다.


A씨의 변호인은 “항소심에서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객관적 증거로 확인하고자 원심 선고 당시 상황의 법정 영상녹화기록이나 녹취기록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복수의 법조인들은 “선고한 순간 효력이 발생하고 번복할 수 없다. 단순 형량 착오로 잘못 낭독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재판장이 공판정에서 판결주문을 낭독해 선고한 판결을 취소하거나 변경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 법조계에서는 ‘법정모욕죄’의 경우 재판장 직권 결정에 의해 20일 이내의 감치나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또는 동시에 처벌할 수 있다. 즉, 별개의 재판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PIXABAY>     © 주간현대

 

법정 모욕죄


‘법정모욕죄’의 경우 재판장 직권 결정에 의해 20일 이내의 감치나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또는 동시에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수사절차에 의해 기소되지 않았으므로 아무리 법정이라도 상황이 벌어진 그 자리에서 양형에 포함해 넣을 수는 없다는 것이 법조계 다수의 일관된 의견이다.


일단 법정모욕죄 자체는 가벼운 범죄는 아니다. 법정모욕죄는 법원의 재판 또는 국회의 심의를 방해 또는 위협할 목적으로 법정이나 국회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모욕 또는 소동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입법과 사법의 중추인 법정과 국회의 기능을 특히 보호하기 위한 법 규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무거운 죄라도 법관이라면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감치 재판등을 진행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에 의견인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9월4일 수원지법 형사11부 재판장이 특가법상 보복 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에게 징역 4년6월형을 선고하자, 김씨는 법정을 빠져나가면서 욕설과 함께 출입문을 걷어차는 등 난동을 부리다가 감치재판에 회부됐다.


감치재판의 사례는 지난해 또 있다. 지난해 8월16일에도 재판 결과에 앙심을 품고 판사에게 욕설을 한 50대 여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재판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법정모욕 혐의로 기소된 김모(59·여)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판결에 대한 불복절차는 항소 등 법에서 정한 방법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김씨는 재판 결과가 아닌 판사 개인에게 불만을 품고 법정모욕죄를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법원에서 소란을 피우다 이를 제지하는 사회복무요원의 팔꿈치를 장도리로 때리는 등 범행 경위와 수법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남동생을 상대로 강아지 치료비 5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으로부터 기각 판결을 받았다. 이에 불만을 품은 김씨는 지난 6월29일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 법정에서 판결을 내린 판사를 향해 "네가 판사냐. 재판 똑바로 하라"며 욕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지난 5월 초 같은 법원 민원동에서 재판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소란을 피우던 중 이를 제지하던 사회복무요원의 팔꿈치를 26㎝ 길이 장도리로 내리쳐 기소되기도 했다.


결국 이같은 법적모욕죄의 사례상 A씨의 경우도 감치재판에 회부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법조인들은 설명했다.

 

항소심 쟁점


이에 대해 B판사는 “선고 도중에 피고인이 욕설을 하고 난동을 부려 선고를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구두로 형량을 고칠 수 있기 때문에 구두로 형량을 정정해 선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대해 법원의 한 관계자는 “보통 피고인들이 판결에 대해 항의할 경우에는 감치처분을 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항소심에서 사실관계나 선고절차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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