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 삼성 3대 오너 중 ‘유일’

임대현 기자 | 기사입력 2017/02/17 [09:24]

이재용 구속, 삼성 3대 오너 중 ‘유일’

임대현 기자 | 입력 : 2017/02/17 [09:2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새벽 구속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재도전이 먹힌 것이다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 총수 오너 중 유일하게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편집자 주>


 

특검의 재도전, “추가 증거가 구속 가능 사유

이병철-이건희 부자, 논란 속에서도 불구속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할 당시 모습.  ©김상문 기자

 

 

[주간현대=임대현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상대로 낸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앞서 지난 118일 특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첫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의 기각으로 고배를 마셔야 했다. 특검은 심기일전으로 이번 재청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산된 첫 도전

당시 심문을 검토했던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장시간 검토 끝에 특검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조 판사는 이날 오전 1030분부터 오후 210분까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했고 119일 새벽 450분께 기각 결론을 발표했다. 결론을 내리는 데 18시간 이상 걸린 것이다.

 

조 판사는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 공여, 3자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혐의다.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규모는 430억 원대로 알려졌다.

 

가장 우선시 되는 혐의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를 삼성이 지원했다는 의혹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이 승마 유망주 육성 명분으로 지난 20158월 최씨가 세운 독일의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210억 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 원가량을 송금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어 삼성그룹은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씨가 평창올림픽을 활용해 이권을 챙기려 세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2800만 원을 후원했다.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주요 대기업 중 최대인 204억 원을 출연했다.

 

특검팀은 삼성그룹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30여억 원 지원을 약속하고 실제로 250여억 원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뇌물수수죄는 실제 돈이 건너가지 않았더라도 약속한 행위만으로도 성립해 430억 원 전체에 뇌물 공여와 제3자 뇌물 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이 가운데 독일 유령법인에 지급되기로 약속한 돈과 실제 건너간 돈 210여억 원에는 일반 뇌물 혐의를, 각각 재단법인과 사단법인인 미르·K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건너간 204억 원과 162800만 원에는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특검팀은 삼성그룹이 영수증 증빙자료를 갖추는 등 회계 처리를 했더라도 유령회사인 코레스포츠에 실제로 35억 원을 지급한 것은 특정 지배주주, 즉 이 부회장 1인을 위한 행위로 간주해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이 같은 지원은 박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20157월과 20162월 박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 자리에서 독일 비덱 및 영재센터를 도울 것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는 것. 특검은 독대 직후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원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를 통해 얻은 것은 안정적인 경영승계로 파악된다. 특검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는 대가로 이 같은 지원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 박영수 특별검사     ©김상문 기자

 

 

재도전에 성공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7일 오전 535분께 이 부회장을 구속했다. 이 부회장을 심문한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라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5가지다.

 

삼성은 박근혜정부 정경유착의 정점에 있는 기업으로 지목됐다. 이런 삼성의 총수가 구속 처리가 되면서 특검은 수사에 탄력을 받았다. 이제 SK, 롯데, CJ 등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특검팀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또한, 뇌물 공여자인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대면조사하려던 특검팀이 힘을 얻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자체에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특검의 과감한 법리 적용이 일차관문을 넘은 셈이다.

 

한편, 이번 구속영장 청구로 인해 삼성 총수가의 첫 구속 사례가 나왔다. 지난 1938년 삼성상회로 출발한 삼성그룹은 창업 79년을 거치는 동안 여러 번 검찰 수사에 휘말렸다. 그러나 창업주이자 초대 회장인 고 이병철 전 회장부터 이건희 삼성 회장으로 이어지는 오너 2대에 걸쳐 단 한 번도 구속영장이 청구된 적은 없었다.

 

이병철 창업주의 경우 1966년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 사건이 터지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가까스로 구속은 면했다. 한국비료는 삼성의 계열사 중 하나인 비료 제조업체로, 사카린 약 55t을 건축 자재라고 속여 밀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세간의 분노를 샀다. 이른바 사카린 밀수 사건이었다.

 

당시 이병철 전 회장의 차남으로 밀수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창희 한국비료 상무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돼 6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국회에서는 이병철 전 회장도 구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이 전 회장은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하고 경영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구제됐다.

 

▲ 삼성서초사옥에 내걸린 삼성 엠블럼 깃발

 

이재용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회장도 많은 의혹과 소문에 시달렸지만 구속된 일은 없었다. 이 회장은 1995년 대검 중수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할 때 검찰에 소환됐지만 집행유예를 받으면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난 2008년에는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되며 큰 위기를 맞았다. 당시 국회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발족해 삼성 비자금과 불법적 경영권 승계 사건을 수사하도록 했다. 당시 삼성전자 전무였던 이재용 부회장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등을 통한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으로 특검팀에 소환됐다.

 

당시 이 부회장은 불기소 처분을 받고 무사히 넘어갔다. 조준웅 특검팀은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배임·조세 포탈 등 혐의로 기소했지만 불구속 처리했다. 최종적으로는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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