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성매매의 상징 ‘집창촌’

변해가는 지역의 흉물…근절 가능할 것인가?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03/10 [10:14]

사라져가는 성매매의 상징 ‘집창촌’

변해가는 지역의 흉물…근절 가능할 것인가?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03/10 [10:14]
▲ 과거 청량리 588 집창촌의 모습.     © 주간현대

 

인류가 문명사회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직업들이 생겨났고, 기록에 남겨진 가장 오래된 직업 중에 매춘업이 들어가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에 상당수의 나라에서는 성을 사고 파는 행위를 과거부터 불법으로 여겨 단속해왔지만, 인간의 기본 욕구인 ‘성욕’을 단속으로 막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들어 강력한 단속을 하고 있지만, 안마방·오피 등으로 음성화 되면서 시장규모는 더욱 커져만 가는 추세다. 다만 길거리에 빨간불을 켜두고 영업하는 ‘홍등가’ 즉 집창촌은 ‘흉물’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다. <편집자 주>

 


 

20년 끌어온 철거작업 마무리 단계 ‘청량리 588’
수원역 집창촌도 철거시작…민간자본으로 재개발
재개발 여력없는 지역은 ‘문화 공간’ 탈바꿈 시도
무시못할 성산업 규모…음성화 막을 방안 찾아야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서울의 대표적인 집장촌(성매매 업소 집결지)인 ‘청량리 588’ 일대 재개발을 위한 철거작업이 재개됐다. 초고층 주상복합단지로 재개발하는 사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지만 아직 일부 주민과의 협의가 완료되지 않아 당분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청량리 588


동대문구청에 따르면 사업자인 ‘청량리제4구역도시환경정비추진위원회(추진위)’는 3월 달 들어 철거작업을 재개했다.


추진위는 청량리 588로 불리는 동대문구 전농동 620번지 일대를 재개발해 6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4개동과 42층 높이의 호텔·오피스텔·백화점 등이 들어서는 랜드마크를 지을 예정이다.


청량리 일대는 1994년 서울시 도심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주민 간 의견 다툼으로 개발이 지연되다 2015년 동대문구가 관리처분 인가를 내리면서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됐다. 추진위와 동대문구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2020년까지 6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과 호텔·백화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전체 세입자 716가구 가운데 85%가량이 이주한 상태다. 남아 있는 세입자들과는 이주 협의를 이달 안으로 마무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철거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늦어도 2021년까지 재개발 사업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거주민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지난해 12월에는 추진위가 무단 점유자 명도소송을 강제집행하려다 거주민들이 집기를 집어 던지며 반발해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전국철거민연합 청량리4구역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주민들과 제대로 된 사전 협의도 없이 재개발을 밀어붙이는 건 명백한 생존권 침해다. 제대로 된 보상이 없다면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성매매업소 등 일부 주민들과의 이주 협상이 완료되지 않는 등 난항을 겪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는 판단에 추진위는 지난해 12월 남은 세입자들을 상대로 무단 점유자 명도소송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추진위와 남은 세입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결국 서울시와 동대문구의 중재로 동절기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제 철거집행을 중단했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강제집행 금지 기간이 끝나 최근 철거 작업을 재개했다"며 "이주 협상이 끝난 지역들을 우선적으로 (철거)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현재 총 156개 성매매업소 가운데 148곳은 추진위와 이주 협상을 마쳤고 남은 업소는 8곳이다. 현재 남은 업소는 전국철거민연합과 함께 거의 매일 동대문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8개 업소와 추진위는 이주비, 보상금 등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국철거민연합의 한 관계자는 "일 평생을 그곳에서 일한 사람들에게 몇 백만원 주면서 나가라고 하면 나가겠나"라고 되물었다. 반면 추진위 관계자는 "일부 세입자들이 터무니없는 액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단됐던 철거 작업이 재개되면서 추진위와 남은 세입자 간 갈등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발생했던 물리적 충돌까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 동대문구 관계자는 "추진위와 세입자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협상을 돕겠다"며 "강제 철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청량리 588’로 불리는 곳은 과거 미아리 텍사스, 파주시 용주골 등과 같이 유명했던 서울특별시의 집창촌 밀집 지역이었다. 이곳의 실제 행정구역은 전농동이지만 청량리라는 명칭으로 알려져 있다. 애당초 588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그곳 위치가 전농동 588번지라서. 다만 청량리라는 명칭으로 알려진 이유는 위치가 지상 청량리역 바로 옆이기 때문이다.


몇 년전 까지 이곳은 여느 사창가와 다를 바 없이 빨간 빛이 비치는 넓은 쇼윈도우에 노출이 심한 복장을 한 여성들이 남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건물 내부는 좌우로는 넓지만 앞뒤로는 좁은 쇼윈도우에는 뒤로 통하는 문이 달려있는데 여기로 들어가면 좌우로 방이 나오는 속칭 벌집이라고 부르는 구조다.


과거 넓었을 때는 중앙선 쌍굴다리를 지나자마자 사창가가 골목을 따라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거의 한 블럭이 통으로 사창가이었던 셈이다. 이정도로 커지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규모다. 이외에는 나이트 클럽, 모텔 등 미성년자 출입금지구역에 있을 만한 유흥업소가 가득했다.

 

▲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은 선미촌 성매매집결지를 문화재생을 통해 열린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사진은 김승수(오른쪽) 전주시장이 소보람 작가(왼쪽)와 함께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전주시청>     © 주간현대

 

사라지는 집창촌


이처럼 국내 최대규모였던 청량리 588이 사실상 철거 단계에 들어가면서 전국의 ‘홍등가’들이 사실상 사라져가는 추세다. 재개발 여력이 안되는 집창촌에 경우에도 문화예술촌 등 시민이 모이는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전주 선미촌이 있다. 지난 1950년대 생긴 이곳은 전주 한옥마을에서 불과 800m 거리에 있다.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규모가 줄었지만 여전히 성매매 업소 29개가 영업 중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성매매 집결지는 23곳이다.


전주시는 지난해 환경부가 주관하는 ‘업사이클센터 설치 사업’에도 선정돼 국비와 시비 48억원을 들여 선미촌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집창촌 건물을 공방과 전시·판매장, 교육·회의장, 카페 등으로 활용하는 사업이다.


오는 7월에는 아예 전주시 서노송예술촌팀이 이 건물 1층에 이른바 ‘현장시청’ 사무실을 두고 활동할 예정이다. 집창촌 안에 거점 공간을 확보해 성매수자의 접근을 막고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보호와 직업 전환을 돕겠다는 취지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성매매 업소들을 강제로 몰아내기보다 예술의 힘으로 선미촌을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집창촌인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대능리 ‘20포 마을’도 주민과 지자체가 손잡고 전통 문화예술촌으로 조성 중이다. 주민들은 2015년 8월부터 전통등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골목길 2.2㎞ 구간에는 벽화를 그리고 도로변엔 꽃밭을 만들었다.

 

빈 점포는 미술작가들에게 작업 공간과 전시장으로 내줄 예정이다. 파주시는 오는 10월까지 5억3000만원을 들여 이곳을 전통등 특화마을로 조성하기로 했다. 또 성매매 업소 80여 개가 성업 중인 파주읍 용주골 1㎞ 구간을 오는 2021년까지 창작 문화의 거리로 바꿀 계획이다.


강원 춘천시의 마지막 집창촌이었던 ‘난초촌’ 자리엔 지난해 10월 택시기사 등이 쉴 수 있는 ‘운수종사자 휴게시설’이 들어섰다. 4300㎡ 부지에 3층 규모다. 운동실과 휴게실, 택시 콜센터 등이 있다. 운수종사자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부산시 사상구는 ‘포푸라마치’라 불렸던 감전동 집창촌 일대를 7080 분위기가 나는 복고풍 거리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상구는 2층짜리 성매매 업소 건물을 개조해 ‘포푸라다방’을 열 예정이다. 70년대 분위기가 나는 간판과 인테리어로 꾸미고 DJ가 음악을 틀어주는 방식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대구시의 경우에도 도원동에 있는 속칭 ‘자갈마당’ 출입구에 방범용 폐쇄회로TV(CCTV) 5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성구매자들에게 경각심을 줘 발길을 끊게 만들기 위해서다. 이후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 집창촌은 사라지고 있지만 성매매 시장규모가 커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오피·안마방 등 변종 업소가 증가, 음성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 주간현대

 

집창촌의 미래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사라지는 추세인 집창촌은 말 그대로 매춘이 이루어 지는 거리로 성매매를 할 수 있는 업소들이 모여있는 곳을 말한다. 주로, 붉은 등을 켜고 영업하기 때문에 홍등가 또는 사창가라고 부른다. 옛날에는 기생집이라는 곳도 집창촌이었다. 다만 기생은 지금으로 치면 연예인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성매매는 불법이며 공창 제도를 실시하는 국가에서는 합법인 경우가 있다. 다만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한 자가 외국에서 성매매를 하고 돌아올 경우 속인주의에 의해 대한민국 경찰에 체포될 수 있다.


공창제를 시행하는 나라가 아닌 이상 대체로 불법이긴 하지만 거의 모든 나라에 있다. 한국에서도 대대적으로 집창촌 숙청을 단행했지만, 음성적으로 사실상 살아남고 있다.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불법인 국가도 사실상 사고만 안 일으킨다면 어느 정도 눈감아주는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오래된 철도역 및 버스 터미널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전개되고 있었고 미군기지 주변에도 상당 규모의 집창촌이 있었다. 그러나 성매매 특별법이 만들어진 이후 단속의 여파로 지금은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으며 특히 서울의 집창촌은 재개발 수요에 밀려서 서서히 철거되고 있는 중이다.


그중 최대의 집창촌 중 하나였던 용산역 주변은 재개발로 완전히 정리된 실정이다. 특히, 학교나 학원가 근처에 집창촌이 있으면 주위 주민들이 땅값이 떨어지는 것 이외에도 자녀 교육상 안 좋기 때문에 시위가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요와 공급이 줄어들지는 않아서 2000년대 들어서 성매매는 집창촌보다 안마시술소, 오피스텔 성매매(오피) 등으로 점점 음성화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오히려 증가세에 있다. 특히 오피나 안마 단속에 경우 문을 걸어잡그고 나오지 않는다면 소방서 구조대원까지 동원해 문을 부수기까지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성매매가 음성화 되어있는 우리나라에 경우에는 특성상 인신매매와 결부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사실상 강제감금이나 인신매매는 사라진 2010년대의 대한민국에서도 채권관계를 비롯한 합법적 수단을 활용한 성노동착취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다른 노동착취와 마찬가지로 법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법률 지식의 부족이나 갑을관계에 의한 현실적 어려움 등에 의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반 노동자들이 당하는 착취보다 더 심각한 이유는 본질적으로 성매매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법적 도움을 요청할 경우 성노동자 여성 역시 성범죄자로 처벌받기 때문이다.


또한 주로 여성인 성매매 종사자에게만 이중잣대로 사회적 낙인이 찍혀지기 때문에 더더욱 드러내놓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힘들다. 성인간의 자유로운 성거래 자체가 결코 비도덕적일 수 없고 자유권에 속한다는 관점은 기본전제로 하고, 성노동자 여성들의 인권 보장과 노동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러가지 상충되는 세력들이 연합하여 이에 반대되는 의견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국적이 대한민국인 이상 성매매는 구매자나 판매자나 둘 다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은 맞다.


성매매 중에서도 집창촌은 인권이 보장되지 못하던 시대 권력과의 유착으로 인해 형성된 경우가 많아서 특히나 인권침해가 심하다고 인식된다. 그러나 어느정도 인권수준이 발달한 국가, 즉 적어도 강제노동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자본주의적 관계와 사회적 낙인에 의한 침해만이 존재하는 국가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한 인권 운동가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성산업에 종사하는 인원이 무시못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이기에 이들의 인권과 노동권 및 성거래의 자유에 대한 고민이 정책결정자들에게도 최우선적인 과제 중 하나로 다가와야 한다”라며 “특성상 공론화가 잘 되지 않는 것이 문제이며, 맹목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력들 역시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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