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조현병 범죄…‘비현실적 법안’ 한몫

임대현 기자 | 기사입력 2017/04/05 [14:48]

끊이지 않는 조현병 범죄…‘비현실적 법안’ 한몫

임대현 기자 | 입력 : 2017/04/05 [14:48]

인천에서 발생한 여아 살인사건의 범인이 조현병을 앓고 있는 10대 소녀로 밝혀졌다이 때문에 조현병과 관련한 범죄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정부는 지난해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 대해 엄격한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현재 시행을 앞둔 개정안은 현실성이 적다고 지적받고 있다조현병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태에 대해 심도 있게 알아본다. <편집자 주>


 

인천 8세 여아 살인사건 범인, 조현병 알고 있었다

정신보건법 시행 앞두고 논란환자 대거 퇴원 예상

 

 

▲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을 두고 조현병 논란이 불거졌다.     © 임대현 기자

 

[주간현대=임대현 기자] 조현병은 망상, 환청, 언어 와해, 정서 둔감 등의 증상을 보이는 전형적인 정신과 질환이다. 원래 정신분열증으로 많이 불렸는데 분열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부정적이라는 지적이 많아 2011년부터 병명이 바뀌었다.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처럼 환자가 혼란스러운 증세를 보이는 데서 병명이 유래했다.

 

뇌 속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이상으로 발병한다고 한다. 최근 신경전달 물질 조절 등 약물 치료법으로 상당한 효과를 보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고 만성화하는 경향이 있어 환자와 가족에게 큰 고통을 준다.

 

이러한 조현병은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됐다. 조현병 환자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도 적절한 치료를 받기만 하면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게 정신의학계의 주장이다.

 

인천 여아 살해 논란

조현병이 다시 우리사회에서 언급되고 있다. 최근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면서 조현병이 재조명받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329일 인천에서 초등학교 여학생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A(17) 양이 또 조현병 환자였다고 한다. 경찰은 병원 진단서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이 사건을 A양의 단독범행으로 경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A양은 이날 오후 인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초등교 2학년 B(8)양을 자신의 아파트로 유인해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는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고교를 자퇴한 A양은 우울증 증세를 보이다가 조현병으로 악화해 최근까지 정기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유사한 사건이 꼬리를 무는데도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아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건을 되돌아보면, A양과 함께 사는 부모는 사건 당일 오후 74046분 차례로 집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A양은 앞서 당일 낮 1250분께 B양을 데리고 아파트에 들어갔다가 오후 49분께 옷을 갈아입고 집에서 나온 후 귀가하지 않았다. 경찰은 당일 오후 1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살인부터 시신유기까지 모든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별도의 현장검증을 하지 않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검증은 보통 혐의와 관련한 증거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진행한다피의자가 미성년자인 데다 살인 혐의도 인정한 상황이어서 현장검증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으로 조사결과, A양은 친구와 공원 내 놀이터에서 놀다가 엄마에게 연락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빌리려던 B양을 유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B양은 부모의 실종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선 경찰에 의해 사건 당일 오후 1030분께 아파트 옥상 물탱크 건물 지붕 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계속 기억 안 난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다 집에 있던 태블릿 PC 케이블 선으로 피해자의 목을 졸랐다며 범행 도구를 털어놨다. 앞서 경찰은 B양의 목에서 끈에 의한 삭흔(목 졸린 흔적)을 발견했고, B양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도 끈 종류에 의한 목 졸림사라는 1차 구두 소견을 전달받았다.

 

지난 324일에는 아무런 이유 없이 욕설했다며 친부를 때려 숨지게 한 30대 조현병 환자가 경찰에 구속됐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존속살해 혐의로 C(33)씨를 구속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C씨는 지난 315일 낮 1215분께 인천시 연수구의 자신이 사는 빌라 앞 길가에서 아버지를 수차례 발로 차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아버지를 길가로 끌고 나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뚜렷한 직업이 없는 이들 부자는 해당 빌라에 단둘이 살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C씨는 조현병(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아 2년 넘게 정신과에서 입원과 통원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14일에는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길가던 여성에게 아무 이유없이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미수)D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D씨는 지난 313일 오후 1155분께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한 거리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다행히 이 여성은 D씨가 휘두르는 흉기를 피해 상처를 입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D씨는 기분이 우울하고, 누군가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과도 2개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라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 조사결과 서씨는 1시간여 동안 범행 대상을 물색하며 거리를 배회하다가 A씨를 발견하고는 100m가량을 뒤쫓아가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D씨는 조현병으로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조현병과 관련된 사고는 지난 3월 한 달에만 수차례 벌어졌다. 그렇다고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 환자에게 편견을 갖고 무조건 격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에 따르면 전체 범죄 중 정신질환자 범죄는 0.30.4%로 매년 비슷한 수준으로 본다. 적절한 치료를 받은 조현병 환자의 경우 일반인보다 범죄율이 낮다.

 

문제는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 환자는 가족 등 개인에 맡겨 놓지 말고 정부가 책임져야 하지만, 법안은 현실을 못 쫓아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최근 정신질환에 관한 법률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어려움을 호소한다.

 

정신보건법 논란

지난해 정부는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이 조현병을 앓고 있었단 사실을 지적하며 개선안을 내놓기로 했다. 국회에서는 조현병 환자를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 행정입원명령이 실효성을 발휘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이와 반대로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대한 논란도 같이 일어났다.

 

지난해 4월 개봉한 영화 <날 보러와요>를 통해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사례에 대해 공분이 일어난 것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강제입원에 대한 개정안이 논의됐다. 따라서 정신보건법은 조현병에 대한 강제입원을 강화시키려고 했지만, 오히려 입원절차를 복잡하게 하게 됐다.

 

오는 530일부터 시행되는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경찰이 특정 정신질환자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보호자 동의 없이도 전문의 2명의 판단을 거쳐 입원시킬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방안은 조현병으로 발생하는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다만, 현재 입원된 환자들이 대량 퇴원할 것으로 보여 큰 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개정안으로 인해 정신장애인 8만 명 중 4만 명이 퇴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퇴원 후에 법의 사각지대에 놓일 것이란 우려가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의학계는 개정안으로 의사들의 업무가 더욱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환자가 입원하고 나서 2주 이내에 두 명의 서로 다른 의사에게 같은 판정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를 놓고 대한신경정신과학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복직의협회 등 정신과 전문의들이 모인 단체는 모두 개정안을 반대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개정안이 정신과 의사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정신과 의사들의 업무를 치료가 아닌 서류 처리에 집중하게 한다는 것.

 

지난 310일 전문가들은 조현병 환자들이 가장 집중적이고 다학제 접근의 통합적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새로 개정된 법안은 인권존중에 치중한 나머지 현실성과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치료증진 내용은 전혀 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기관의 정신과 의사가 2주 이내 평가해야 하는 조항은 예산과 인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행정부서가 어떻게든 시행에만 목표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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