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이다. 그러나 노동·시민단체들은 “현 최저임금으로는 가족은커녕 본인의 생활안정도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 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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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에 위치한 4년재 국립대학교에 재학 중인 성모(20)씨는 학교 기숙사에 탈락해 학교 인근에서 자취를 하게 됐다. 성씨는 월세와 용돈을 벌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학교가 개학을 할 경우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인근 거주 학생들이 차지하기 때문에 수업시간이 아니며, 교통비가 들지 않을 정도의 가까운 장소라는 조건을 가진 아르바이트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학교 사이트 공지에 장소와 시간이 적당한 아르바이트 정보가 올라왔다. 편의점 이었다. 면접을 위해 찾아간 사장님은 당당하게 “휴게 시간이 많다”는 이유로 최저시급보다 1000원이 작은 시급을 제시했다.
‘부당하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급한대로 어쩔 수 없이 수락했고, 그 곳에서 4개월 근무했다. 사장님 말대로 힘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성씨는 “그 편의점에는 나와 같은 ‘바보’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야간 아르바이트는 기본시급의 0.5%를 더 줘야함에도 사장은 주간 아르바이트생과 똑같은 시급(5000원)을 지급했다. 그럼에도 누구하나 불평 한마디도 안하고 노동을 제공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성모(22)씨는 편입준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부모님께 얹혀 살고 있는 만큼 인터넷강의비, 교재비, 독서실비는 “손을 벌리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근 채용된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는 시급 6470원으로, ‘최저임금’을 준다. 그러나 성씨는 근무시간이 오후 7시부터 새벽2시까지이므로 야간수당을 받아야 하지만 30대 젊은 사장은 기본 수당만 챙겨줄 뿐이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야간수당을 계산한 금액이 입금됐지만 다음날 “잘못 보냈다”며 다음달 월급에서 추가 금액만큼 제외하겠다고 통보해왔다.
이러한 이유로 성씨가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30만원 초반에 불과하다. 독서실비, 간식비를 제외하면 한 달에 10만원도 안 남는다. 성씨는 “친구들 보기 무섭다”고 말한다. 외출할 때마다 줄어드는 잔액을 보면 숨 막히기 때문이다.
위 사례처럼 서울시내 편의점 종사자중 일부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간 서울시내 ▲커피전문점 ▲편의점 ▲미용실 ▲화장품판매점 ▲제과점 ▲통신기기소매업 ▲분식점(김밥전문점 포함) 등 7개 업종, 근로자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3481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97.2%(3385명)의 근로자들이 최저임금(시급 6030원/2016년 기준) 이상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이는 77명이었다. 무응답은 19명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편의점 종사자 일부가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4%인 26명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양대노총과 청년유니온, 알바노조 등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최저임금 결정기준 문제를 지적하며 2018년 최저임금 1만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저임금연대는 “현행 최저임금 결정기준으로는 ‘인간다운 생활 보장’이 가능한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저임금제도의 목적과 취지로 “노동자 본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생활안정”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헌법과 최저임금법에도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는 “근로자의 생활안정”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렇기에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물질적 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다운 생활 보장’ 수준이 되어야 하며 가족의 생활 안정까지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반면, 우리나라 최저임금 결정기준은 노동자생계비, 유사 노동자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이다.
최저임금연대는 “지금까지 결정된 최저임금은 생계비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몇몇 경제지표들만을 근거로 결정했다”며 “대다수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평균 2~3인 가구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핵심소득원이라는 점에서 비혼단신가구 생계비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가구 생계비를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UN 사회권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는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최저임금 수준을 권고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은 2~3인 가구생계비를 고려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연대는 2018년 최저임금 결정기준은 ▲최저임금 노동자 중 절대다수가 핵심소득원이라는 점 ▲상당수가 외벌이 가구라는 점 ▲이들 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를 고려한 가구 생계비가 평균값 기준으로 월 270만원에서 343만원, 중위값 기준으로 월 240만원~300만원에 달한다는 점 ▲2인 이상 소득원이 있어도 해당 가구의 총 임금 소득은 최저임금의 약 115%~145%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8년 적용 최저임금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로 월급 209만원, 시급 1만원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최저임금 1만원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만원행동의 걸음을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 자영업자가 피해를 입을 거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재벌의 시장침탈이 문제"라며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또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임금만 빼고 담뱃값, 세금, 공공요금 모두 올랐다”며 “금수저가 아니라 흙수저를 대변하는 ‘최저임금 1만원’ 후보는 시행시기를 2018년으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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