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없애는 로봇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을까?

임대현 기자 | 기사입력 2017/04/28 [09:32]

일자리 없애는 로봇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을까?

임대현 기자 | 입력 : 2017/04/28 [09:32]

로봇의 발전이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산업용 로봇의 발전으로 노동자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이로 인해 유럽에서는 로봇세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왔다세계적인 부호 빌게이츠도 로봇세를 찬성하면서 논의는 더욱 활발해졌다찬성 측은 노동문제를 언급하고 있고반대 측은 오히려 로봇이 일자리를 창출시킨다고 반박하고 있다. <편집자 주>


 

일자리 뺏는 로봇에게 세금 부과빌 게이츠 찬성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선 경선토론에서 주장해 화제

 

▲ 산업용 로봇 1대가 6명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주간현대=임대현 기자] 지난 3월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보스턴대의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 1대가 6명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미국에서만 10년 안에 60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향후 경제 전망과 관련해 가장 큰 걱정거리는 자동화와 인공지능이라며 로봇이 구조적 장기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마켓워치에 따르면 실러 교수는 강의를 통해 향후 경제 전망과 관련해 가장 큰 걱정거리가 자동화와 인공지능(AI)이라고 밝혔다. 실러 교수는 특히 로봇의 등장에 따른 인간의 실업을 우려했다. 그는 자신도 이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예일대 강의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공짜로 볼 수 있다면 강의에 직접 출석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러 교수는 “AI는 매우 도전적인 존재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라나는 세대는 자신이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질 준비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이와 관련한 문제가 구조적 장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봇의 등장에 따른 사람의 실업을 우려하는 보고서가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로봇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의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결론 나지는 않았다. 실러 교수는 로봇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는 23세기의 문제일 수 있다고 전했다.

 

로봇세 도입 논의

지난 21일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준비위원회는 지능정보사회 도래에 따른 미래 일자리 변화에 관한 미래전략 보고서 ‘10년 후 대한민국, 미래 일자리의 길을 찾다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AI) 등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진보로 일자리 대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직업 전반의 변화에 대응할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 중 하나가 로봇세.

 

로봇세가 처음 논의된 건 지난해 유럽이다. 20165월 매디 델보 유럽의회 조사위원이 제출한 보고서로 시작된 로봇세 논의는 지난 2월 유럽의회에서 중요한 전기를 맞이했다. 유럽의회는 로봇에게 특수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 전자인간으로 법적 지위를 부여하자는 제안을 승인한 것이다. 이것은 로봇에게 로봇인간으로서의 법률적인 존재를 인정한 것이다.

 

물론 유럽에서도 로봇세를 신설하는 안에 대해선 승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로봇의 법인격을 인정한 점은 결국 로봇세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볼 수 있다. AI 로봇에게 새로운 형태의 법인격을 부여하게 되면 결국 소득세나 법인세를 징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제기된다. 첫째는 로봇이 일으키는 부가가치에 대한 세금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로봇을 독립적인 경제활동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은 무인자동판매기가 위치한 장소를 사업장으로 보고, 무인자동판매기마다 사업자등록번호를 부여하며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로봇도 이처럼 하면 가능하다.

 

두 번째는 로봇을 재산으로 간주해 재산세를 부과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인간이 로봇을 소유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고, 로봇의 소유자에게 로봇세를 부과한다. 현재 재산세는 토지, 주택, 자동차 등에 대해 부과하기 때문에 여기에 로봇을 추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로봇세 도입은 찬반이 나뉘어 있다. 찬성 측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로봇세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반대 측은 로봇세 도입으로 물가가 올라가고, 국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부호 1위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가 로봇세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IT업계 대표적인 인사인 빌 게이츠가 로봇세 도입에 찬성 의견을 보이면서 로봇세 논쟁은 더욱 가열됐다. 비록 그가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지는 않지만 IT업계를 상징하는 인물이란 점에서 사회 전반적으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빌 게이츠는 미 과학 및 테크놀로지 전문매체인 쿼츠와의 인터뷰에서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며 최소한 자동화의 확산을 지연시키기 위해 로봇을 활용하는 기업에 세금을 매기고 다른 형태의 고용 방식에 대해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빌 게이츠는 로봇세가 노령자를 돌보는 직업이나 학교에서 아이들과 같이 일하는 직업에 대해 재정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빌 게이츠는 저소득 근로자들을 돕기 위해 직업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기업에 맡기기보다는 정부가 프로그램을 만들고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장에서 5만 달러 값어치의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소득에 소득세, 사회보장세 등을 내고 있다로봇이 동일한 일을 한다면 비슷한 수준으로 세금을 내야한다고 지적했다. 빌 게이츠는 로봇의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의 재교육에도 돈이 추가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선 이재명 성남시장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시절 경선 토론에서 로봇세를 언급한 바 있다. 이 시장은 일자리 부족 현상에 대해 기본소득제도 및 로봇세 도입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고 말은 하지만 인류는 끊임없이 생산기술을 향상시켜왔고 생산력이 증대해왔다. 필요한 노동시간을 줄여 왔던 것이라며 결국 생산력이 늘어나지만, 노동력은 많이 필요하지 않게 되니 일자리가 줄어든다. 그러면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계속 쌓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가난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시장은 그런 문제가 생겨서 우리가 들여오고자 하는 것이 기본소득제라며 최소한의 공동체의 삶을 유지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도한 생산성에서 오는 일자리 축소에서 로봇세를 걷어야 한다는 것이 요즘 추세라고 덧붙였다.

 

로봇세 두고 찬반 격돌

하지만 로봇세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유럽의회는 로봇세 도입에 반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지난 2, 유럽의회는 로봇과 인공지능의 법적 지위와 개발, 활용에 대한 결의안을 통해 로봇을 전자인간으로 규정한 바 있다. 유럽의회는 노동자의 일자리 재교육과 복지를 위한 로봇세는 반대한다면서도 자율주행자동차 등 로봇 확산에 따른 윤리적 문제 등에 대해서는 입법화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제로봇협회(IFR)는 로봇세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로봇세는 로봇 산업의 혁신을 저해할 뿐 아니라 인간의 고용 분야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임스 베슨 보스턴대학 교수도 “20세기 중반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이야기가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라며 로봇세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세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은 일자리에 미치는 4차 산업혁명의 부정적 영향이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역사가 보여줬듯이 기술 진보로 기존 일자리가 없어지기도 하지만, 보다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로봇으로 인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있다. 로봇이든 무엇이든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부를 확대한 기업은 이미 기업이 내는 법인세를 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종사자들이 따로 내는 소득세로 이중과세 부담을 지고 있다는 항변이다. 이처럼 로봇세 찬반 논쟁은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3월 다섯째주 주간현대 1245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