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文 정부’ 새 국면 찾아올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요구

한동인 기자 | 기사입력 2017/05/19 [10:00]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 불리는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지 올해로 7년이 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결국 촛불정국을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공약을 내놓은 바 있는 만큼 ‘정부의 태도’가 중요시 되고 있다. <편집자주>


 

 

박근혜 정부가 내버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재인 대통령·국회 해결 원하는 피해자들

 

▲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을 맞아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에 대한 요구를 이어가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지난해 초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의 인과관계가 밝혀진 바 있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했고 이후 2016년 특별수사팀이 꾸려지면서 사건은 급물살을 탔다. 이 시점을 기점으로 제조·판매업체들은 서둘러 공식사과와 피해보상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기업들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으며 검찰에게 보여주기 식 사과라며 질책했다.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4월30일 기준 정부에 신고된 피해 사망자는 1181명에 달한다. 그렇지만 사망자는 피해 규모 최소 추산의 10%에 불과한 수치이다.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대참사 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에서 참사 피해 규모를 축소하려 애썼으며, 피해 구제에도 소극적으로 일관해 왔다. 이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정부를 향해 적극적 피해구제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文에 요구

 

지난 5월 11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참사넷)은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상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지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후보 시절 약속한 공약을 지켜줄 것을 촉구했다. 또한 대선준비 기간 가습기참사넷이 후보들에게 제안한 정책과제들 역시 함께 추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후보 때“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유해물질 사용의 적극적 차단”을 약속하며 ‘살생물제 관리법’ 제정, 화학물질 유해성 평가를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조직의 보강, ‘환경범죄이익 환수법’ 제정 추진, ‘유해물질의 알 권리 보장에 관한 특별법' 제정 추진,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국가 책임 인정과 사과 등의 공약들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인체유해물질과 제품에 대한 통합 관리’, '경제민주화' 정책의 일환으로 ‘집단소송제 전면 도입’과 ‘피해자 지원 기금 설치 추진’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참사의 진상 규명과 피해 구제에 매우 소극적이던 박근혜 정부와 당시 집권세력들과 비교할 때 매우 진전된 정책들이지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에 비추어 볼 때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이날 세퓨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딸을 잃을 뻔했던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의 강찬호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서 피해자들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정부가 책임을 회피해 진상 규명이 제대로 안 됐다. 피해자들은 너무 지치고 힘든 상태다. 문재인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피해자들을 위해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부인을 잃은 왕종현 씨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던 처가 어처구니 없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최소한의 사과와 대책도 없다. 삶의 의욕을 잃었다. 나라가 이래서야 되겠느냐! 새 대통령이 바로 잡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재조사하겠다고 공약했다. 재조사에는 모든 피해자를 찾아내는 일, 검찰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옥시의 외국인 이사들과 본사 소환 수사 그리고 원료 공급한 SK케미칼과 MIT·CMIT 제품을 만들어 판 애경, 이마트 등의 수사와 법적 처벌, 국가 책임 인정 및 사과 등 기본적인 사항들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로의 요구

 

이후 가습기 참사넷은 지난 5월18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정부가 아닌 국회에 대한 요구를 이어갔다. 이들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표 우원식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해결을 위해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해왔다”면서도 “아쉽게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방해와 반대로 정부의 책임과 사과를 끌어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장 책임이 큰 옥시레킷벤키저의 외국인 사장과 임원들 그리고 영국 본사 책임자들을 우리 국회의 청문회장으로 불러 오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또한 “이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연장하려 했지만 이 또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가습기 참사넷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으로 이어진 촛불 집회와 조기 대선으로 나라의 정치 지형도 큰 폭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 관련 부처의 장ㆍ차관들도 모두 바뀔 것이다”라며 “지난해 국정조사장에 나왔던 7~8개 정부 부처의 차관들은 하나같이 책임을 회피하며 국회와 국민을 우롱한 바 있다. 이제 각 부처의 책임자들이 모두 바뀌면 감사원으로 하여금 정부의 문제점을 낱낱이 짚어내고 정부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원장에 재벌개혁 전도사라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내정 된 것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ㆍ판매업체인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등이 표시광고법을 명백히 위반했다는 심사관들의 의견을 모두 묵살하면서까지 심의의 시효를 코 앞에 둔 지난해 8월에야 심의 절차를 종결한 바 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는 만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대참사에 대해 설립 목적에 따른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가습기참사넷은 “2016년 8~10월에 반쪽 짜리로 그쳤던 국정조사와 청문회의 나머지 절반을 채워야 한다”면서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엉터리 피해 대책을 물리고 제대로 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회의 중요성을 강조한 가습기 참사넷은 “억울하게 스러지고 고통의 나날을 보내며 ‘이게 나라냐’ 피눈물로 외쳐야 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약속했듯 너무나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가가 제대로 보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이전 정부와는 달라진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후보 시절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한 공약을 내놓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bbhan@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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