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차별 정당화, 軍의 민낯

‘군 동성애’ 사건 집중조명

한동인 기자 | 기사입력 2017/05/25 [15:08]

동성애자 차별 정당화, 軍의 민낯

‘군 동성애’ 사건 집중조명

한동인 기자 | 입력 : 2017/05/25 [15:08]

최근 우리 군이 사적 공간에서 합의된 성행위를 한 육군 대위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군형법이 명시하고 있는 추행이라는 것이 이번 사건에 적용되는 가에 대한 논란 역시 자리 잡고 있어 군 재판의 판결은 큰 질타를 받는다. 한편 대만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동성애 결혼을 사실상 인정하는 판결이 나와 국내 사태와 크게 대조된다. 지난 19대 대선 토론과정을 통해서도 이슈가 된 동성애 합법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편집자주>


 

 

사적 영역 합의된 성행위, 징역형 선고한 軍

김종대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 자유 침해” 

 

▲ 최근 군이 육군 대위의 사적 영역 성행위에 대해서도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인권단체는 물론 정치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 pixabay.com 갈무리

 

최근 군사법원은 영내가 아닌 사적 공간에서의 합의된 성행위를 한 동성애자 육군 A대위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께 진행된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통해 군사법원은 동성과 성관계를 해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A대위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군사법원이 이번 사건의 근거로 든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동성 장병간의 합의된 성관계라 할지라도 처벌하는 법령이다. 하지만 군형법의 이 조항이 ‘동성애 색출’이라는 반인권적 조치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군형법 제92조의6이 추행이라는 점을 명시한 것에서 강제성 없는 합의된 동성 간 성관계가 그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녀사냥’ 논란

 

동성애자 육군 대위가 추행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군인권센터와 인권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선고 직후 성명을 통해 A대위에 대한 판결에 대해 “한국 사법 역사의 오점으로 기억될 것”이라면서 “성소수자들이 병역 의무 이행만으로 전과자가 될 처지에 놓여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A대위 판결 이외)동성애 관련 군인들의 재판이 예고돼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군인권센터는 A대위의 판결이 장준규 육군 참모총장이 직접 동성애자 군인의 색출과 처벌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육군이 ‘게이 데이팅 앱’을 이용해 함정수사를 벌였으며 수사 대상자들을 협박·회유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육군의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SNS상 현역 군인이 동성 군인과 성관계하는 동영상을 게재한 것을 인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관련자들을 관련 법령에 의거해 조사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육군의 이번 재판은 외신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은 A대위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사실을 보도하면서 ‘보수적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이 가혹하게 취급받고 있으며 강력한 기독교계의 로비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정치권의 노력을 무위로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A대위의 변호사는 AP통신에 “사적인 공간에서 상대방과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했다. 우스꽝스런 판결이다”라고 밝혔다.

 

A대위에 대한 판결은 물론 군형법 제92조의6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이 붉어지면서 정치권은 이를 폐지하기 위한 군형법일부개정안을 내놓았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지난 24일 동성 간 합의에 따른 성적관계까지 관여하고 있는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는 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논란이 된 군형법에 대해 “부대 내에서 성적 접촉을 할 경우 행정처벌만 받는 이성애자와 달리 부대 밖에서 이뤄지는 업무 연관성 없는 합의된 상대와의 성적 접촉까지 형법으로 처벌해 동성애자 차별을 정당화하는 대표적인 법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성애를 비범죄화하는 국제인권법 추세에 따라 2012년 유엔은 군형법 92조의6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고, 2015년 11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도 폐지를 권고했다”면서 “이에 따라 그간 국회에서 군형법 92조의6을 폐지하기 위한 법률개정안이 수차례 제출됐지만 국방부와 일부 종교단체 및 보수적인 시민단체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종대 의원은 “부대 밖에서 합의 하에 이뤄지는 상호 간의 성적 접촉을 형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정이 필요한 것”이라며 “동성애는 개인의 성적지향이기 때문에 허용?불허용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군형법 92조의6을 삭제한다 하더라도 강간, 강제추행처럼 폭행이나 협박 등 강제성을 동반하는 성적 접촉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조항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에 김 의원은 “이 조항이 삭제된다고 해서 동성애자가 저지르는 성범죄가 만연할 것이라는 추측은 근거 없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했다.

 

국방부는 군형법 92조의6 폐지에 대한 반대 우려로 국방력 약화를 이야기 한다. 지난 19대 대선과정에서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동성애가 국방전력을 약화시킨다”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지만 이는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은 2011년 9월 20일 17년간 유지해온 성소수자 차별정책인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ADT·Don’t Ask, Don’t Tell)’를 폐지하고 성소수자들이 성적 정체성을 드러낸 상태로 군에 복무하는 것을 전면 허용했다. DADT는 성소수자임을 드러내지만 않으면 군복무를 허용하지만 만약 성 정체성이 밝혀질 경우 강제전역시키는 대표적인 차별정책이었다. DADT 폐지안이 논의될 때 미국 내에서도 군사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DADT 폐지 이후 미군의 군사력이 약화되거나 군 기강이 문란해졌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김종대 의원은 “미군 사례에서 보듯 동성애자의 존재가 전투력 약화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적지향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을 때 더욱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동성애 합헌 

 

우리 군이 동성과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구속된 A대위에 징역형을 선고한 지난 5월24일, 공교롭게도 아시아 최초로 대만이 동성결혼을 사실상 합법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만의 헌법재판소는 동성 결혼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대만 헌재는 결혼 계약이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만 가능하다는 현행법에 대해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을 위반하고 있다며 동성 결혼이 가능하도록 헌재의 민법을 개정하기 위해 의회에 2년의 시간을 주겠다고 밝혔다. 특히 대만 헌재는 동성 간 결혼을 금지한 민법이 “명백한 입법 차원의 결함”이라면서 동성 간 결혼 합법화가 사회의 안정성에 기여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만의 동성결혼 사실상 합법화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민법상 불가한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 후보 당시 교과서 등에 동성애 동성결혼이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동성결혼의 국내 인정은 갈길이 멀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bbhan@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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