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통령이 사익 추구” vs 박근혜 “상상일 뿐”

임대현 기자 | 기사입력 2017/05/26 [09:32]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정식 재판이 지난 523일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서 열렸다박근혜는 구속된지 53일 만에 첫 외출은 법정으로 한 것이다재판에서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신경전이 날카로웠다검찰은 사건을 매일매일 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변호인은 반대했다법원은 주 2~3회로 재판을 열겠다고 정했다또한특검이 기소한 사건과 해당 사건을 병합하기로 결정했다. <편집자 주>


 

53일 만에 모습 보여법정에 선 세 번째 전직 대통령

법원, 2~3회 재판 열겠다특검 사건과 병합 결정

 

▲ 지난 5월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첫 재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주간현대=임대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섰다. 지난 523일은 박근혜의 첫 정식 재판이 열렸다. 그가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는 만큼, 관심은 뜨거웠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재판을 앞두고 법정 방청권 추첨에 나섰다. 추첨에는 525명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대법정 전체 150석 중 일반인에게 배정된 좌석이 68석임을 감안하면 하면 7.71의 경쟁률이다. 지난해 12월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첫 공판준비기일 당시 2.61의 경쟁률을 보인 것보다 치열했다.

 

추첨장 입구부터 늘어선 대기 줄은 복도를 따라 건물을 돌아서까지 이어져 이번 재판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체감하게 했다. 응모하려는 시민이 몰리면서 장내 질서를 잡기 위해 대기 줄 사이 사이에 임시 대기선을 만들어야 할 정도였다. 추첨에 참여한 시민들은 박근혜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원칙적인 판단을 기대했다.

 

 

 

피고인이 된 대통령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서는 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이어 21년 만이다. 박근혜는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인 417호에서 열렸다. 417호 형사대법정은 과거에도 거물급 인사들의 역사적인 재판이 자주 열린 장소다.

 

대표적으로 1996312·12사태 및 비자금 사건으로 기소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이곳에서 재판을 받았다. 전직 대통령들이 유독 417호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된 이유에 대해 법원은 특별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법정의 규모를 보면 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 사건을 위한 법원의 배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417호 법정은 150석 규모로 대법원 대법정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을 제외하면 전국 법원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3층 높이의 천장에, 방청객 출입문부터 법관 출입문까지 길이가 약 30, 법대 너비가 약 10에 달한다.

 

·현직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 기업 최고경영자 등 대한민국의 정·재계 거물들이 이 법정에 불려 나와 고개를 숙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모두 417호 법정에서 1·2심 재판을 받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현철씨,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 역시 이곳에서 재판을 받았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재판도 이 법정에서 열렸다. 박근혜와 최씨 측에 400억 원대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도 417호 법정에서 진행되고 있다.

 

첫 재판에서 박근혜는 유영하 변호사 옆자리에 마련된 피고인석에 앉았다. 그는 남색 재킷과 청색계열 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집게 핀 등을 이용해 올림머리스타일까지 연출해 언뜻 보기에는 재임 중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밝은 베이지색 재킷에 검은 바지를 입은 박근혜의 40년 지기 최순실씨가 법정에 들어섰다. 박근혜와 최씨는 이경재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각각 오른쪽과 왼쪽에 앉았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지 않았다.

 

박근혜는 첫 공판 때는 큰 움직임이 없었다. 재판부가 대답을 요구할 때만 답변을 할 뿐이었다. 다소 경직된 모습으로 정면을 바라보면서 약 3시간 동안 앉아 있었다.

 

최순실씨는 작년 12월부터 계속 공판기일에 출석해 법정에 익숙해진 탓인지 재판 진행 중에 박근혜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피고인 신분이 된 박근혜를 직접 보고 감정이 격해진 때문인지 자신의 직업과 주소 등을 대답하는 동안 울먹이듯 코를 훌쩍였다. 검사가 발언할 때 꼼꼼하게 메모를 하기도 했고 적극적으로 발언했다.

 

최씨는 공소사실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차례가 오자 “40여 년간 지켜본 박근혜 대통령께서 재판정에 나오게 한 제가 죄인이라고 말했다. 또 수사에 참여한 검사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며 뇌물로 엮어가는 것은 무리한 행위라고 의견을 밝혔다.

 

법정 기싸움

첫 공판은 박근혜가 모습을 드러낸 첫날인 만큼 검찰과 변호인의 기싸움이 치열했다. 검찰에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이원석 부장검사와 형사8부 한웅재 부장검사 등 검사 8명이 참석했다. 박근혜의 변호인으로는 탄핵심판 때부터 대리인으로 활동한 유영하·채명성 변호사와 부장판사 출신 이상철 변호사 등이 출석했다.

 

이원석 검사는 이날 재판에서 이 사건은 대통령이 최순실씨 등과 공모하여 각종 기밀을 전달해 국정에 개입하게 하고, 기업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아 사익을 추구했으며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지원을 배제한 사안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박근혜는 사사로운 이득을 취득하기 위해 절차를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해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영하 변호사는 추론과 상상에 기인한 기소라고 반박하며 증거 상당수가 언론 기사인데, 검찰 논리대로라면 돈 봉투 만찬사건도 부정처사 후 수뢰죄로 얼마든지 기소가 가능하다고 검찰의 아픈 곳을 찔렀다. 변호인단은 박근혜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을 지시하거나, 롯데 등에 부정한 청탁이나 지원을 부탁한 적이 없다는 주장도 폈다. 특히 유 변호사는 지시를 한 적도 보고를 받은 적도 없는 블랙리스트의 책임을 묻는다면 살인범을 낳은 어머니에게 살인죄를 묻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 변호사는 촛불시위 격화로 수사기관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자 검찰과 특검은 정치·사회 여건의 변동에 따라 사건을 보는 시각과 관점을 달리했다사법부가 정치권의 풍향을 극복하고 불편부당한 자세로 임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이 부장검사는 피고인들이 아주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부인하고 있다정치 상황과 촛불시위에 따라 기소한 게 아니다. 법과 원칙, 법령, 증거와 사실관계 외에 고려한 게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재판 진행을 둘러싸고도 충돌했다. 한웅재 검사가 매일 기일을 지정해 재판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자, 유 변호사는 “10만 쪽이 넘는 기록 파악이 안 된 피고인을 상대로 매일 재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김세윤 재판장이 공소사실 내용과 증거 양이 방대해 1주일에 4회 재판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을 것 같다고 정리하면서 일단락됐다.

 

한편, 재판부는 특검이 기소해 진행 중인 최순실씨 재판과 이번 사건을 병합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소한 주체가 일반 검사건 특별검사건 합쳐서 심리할 법률적인 근거가 충분하고 과거에도 특검과 검찰이 각각 기소한 사건을 하나로 병합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적인 면을 봐도 공소사실이 완전히 일치하는 박근혜와 최씨를 따로 심리하면 중복되는 증인을 소환해서 이중으로 들어야 하고,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측 변호인은 최씨 재판이 이미 여러 차례 진행돼서 두 재판을 합치면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고 예단을 줄 우려가 있다며 병합에 반대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영하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직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유감스럽지만, 재판부의 결정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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