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임명동의안 ‘164·20·퇴장’의 의미

한동인 기자 | 기사입력 2017/06/01 [11:00]

여론의 높은 지지를 받아 순조롭게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걸림돌이 생겼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정부와 국회의 소통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하면서 정부와 국회의 협치에 마찰음이 발생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총리 인준에 거센 불만을 표출하며 ‘여야정 협의’참여를 원점으로 돌려놔 반쪽짜리 협치를 시작하게 됐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의 국정운영에서 자유한국당과의 마찰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편집자주>


 

 

자유한국당 퇴장 속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가결

정우택 “이낙연 인준 유감…여야정협의체 없다”

 

▲ 이낙연 총리후보자에 대한 인준동의안 표결이 이루어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인준     ©김상문 기자

 

19대 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지난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새 정부의 국무총리 후보자로 이낙연 전남지사를 지명했다. 당시 청와대는 이낙연 전남지사의 발탁배경에 대해 “해외 특파원 3년을 포함해 언론인 21년, 국회의원 14년, 도지사 3년을 일하면서 많은 식견과 경험을 가졌다”며 “국회의원 시절 합리적이고 충실한 의정활동으로 여야를 뛰어넘어 호평을 받았고, 전남지사로서는 2016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일자리종합대상’을 수상, 문재인 정부가 최역점 국정과제로 설정한 일자리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취임 후 바로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국정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건 ‘인사 5대 원칙’이 청문회장에서 걸림돌로 작용하며 야당의 거센 반대를 겪어야 했다. 특히 보수진영은 문 대통령의 ‘인사 5대 원칙’을 빌미로 총리 인준에 게세게 반대했다.

 

이러한 우여곡절 속에서 지난 5월31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299명 중 188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64표로 가결 처리됐다. 반대는 20표, 무효는 2표가 나왔다. 

 

임명동의안이 가결 처리되기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임명동의안 찬성률은 87.2%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지만 이번 임명동의안은 문재인 정부의 앞길을 상징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한다.

 

예고된 고난의 길

 

총리 인준에 대해 계속해서 반대의사를 밝혀온 의석수 107석의 자유한국당은 이날 본회의장을 퇴장하면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개의하고 임명동의안을 상정하자 고성을 내며 항의를 하기도 했으며 곧바로 퇴장해 국회 중앙홀 앞에서 총리 인준을 규탄하는 항의시위를 가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표결을 가결 처리됐다.

 

총리 후보자에 대한 가결 처리의 배경엔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역할이 컸다. 의석수 120석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 인준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 임명동의안 가결 처리를 위해선 과반수 이상의 의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의석수 40석의 국민의당이다. 국민의당 역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인사 5대 원칙’을 문제 삼은 바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호남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 국민의당이 호남출신의 국무총리 후보자를 반대하기엔 여론의 위험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정의당의 경우 새 정부 출범이후 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당초부터 찬성 쪽으로 손을 들었다.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 후보자는 곧바로 이 총리로 신분이 변화됐지만 장기간의 국정공백상태와 각 부처 통할, 대통령 보좌 등의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첫 번째 고비를 넘긴 이 총리 앞에 놓인 것은 각 부처와의 통합 문제도 있지만 107석의 자유한국당과 20석의 바른정당, 보수진영을 안고 가야한다는 숙제가 더욱 크다.

 

지난 6월1일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 원내대표는 “이런 식으로라면 여야 협치 정신에서 대통령이 제안했던 여·야·정 협의체 구성도 무의미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한국당은 대통령과 정부가 주재하는 일방적 국정 설명회 식의 성격을 가진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는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해 정부와 여당의 강행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국회의 고유 권한인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 지적하며 “진정한 협치 정신의 구현을 위해서 여야가 주체가 되고, 국회가 주체가 되는 협의체 구성을 새롭게 제안한다”고 제시했다.

 

국무총리가 임명되긴 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앞으로의 청문회에 대한 엄포를 더욱 강하게 내놓았다. 정 원내대표는 “앞으로 있을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 더 철저하게 엄중한 자세로 임할 것”이라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청문회에 설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심될 수준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국회 주체의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나선 자유한국당은 정부와 선긋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는 국무총리 인준과정의 원인을 문재인 대통령으로 화살을 돌렸다. 그는 “이런 모든 문제에 대해 원인은 독선과 독주의 길로 빠져든 문재인 대통령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아무런 진정성 없는 협치와 소통에 공허한 노래 소리를 대단히 안타깝다”고 했다.

 

이낙연 총리 역시 앞으로 국정운영에 자유한국당과의 기싸움이 예상된다. 국회 첫 데뷔무대를 임시회 추가경졍예산안 등에 현안질의를 놓고 있는 이 총리는 자유한국당을 넘어서야 한다. 정원내대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0조원 남짓 추경의 근본 주축이 공공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에 있다는 데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런 식의 추경은 발상 자체가 옮지 못하다고 말씀드린다”면서 “일시적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소위 국가재정법에 규정되어 있는 추경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경은 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소신이 담겨져야 하는 예산안이 되어야 한다”면서 “지금 유일호 부총리가 곧 그만두고 새로운 김동연 후보자가 지금 내정되어 있지만 아직 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롭게 재정책임을 맡을 사람이 어떤 정책 기조와 소신으로 예산안에 정책을 담을 것인지가 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만둘 사람 의지에 따른 경제정책 기반이 되어 예산화 되고 추경화 된다면 이것은 옳지 못하다”라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역시 정부가 추진 중인 추경에 대해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난?재해, 남북관계 등 중대한 변화가 있을 때만 편성하도록 규정했다”며 “경기침체가 일자리 창출과 상관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야당 시절 지금의 여당은 추경 요건이 안된다고 늘 비판하고 협력을 거부하는 일이 많았다”며 “일자리 숫자를 맞추기 위한 공공부문 자리 늘리기는 나중에 큰 후유증을 불러올 수 있기에 우리가 철저히 검토하고 챙기겠다”고 말했다.

 

다만 바른정당은 이 총리에 대해 “이 정부 첫 내각 수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봤지만, 국정 공백 장기화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절차에 참가하고 반대 표시를 분명히 했다”며 “이 총리는 본인의 부족한 점을 철저히 인식하고 자세를 가다듬어 성공한 총리가 돼달라”고 주문했다. 결국 이낙연 총리는 반쪽짜리 협치로 출발 한 만큼 앞으로의 국정운영에서 자유한국당을 설득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 

 

bbhan@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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