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눈치게임, 새 정부 걸림돌 되나

한동인 기자 | 기사입력 2017/06/02 [10:19]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새 정부에 대한 지지율 고공 행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선 과정에서 드러난 야당의 반대와 ‘위장전입’ 논란 등은 지지율 고공행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여당 실세의원으로 알려진 김진표 의원의 ‘종교인 과세’ 유예 발언은 향후 논란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국민인식과 종교계의 반발이 예상됨에 따라 현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편집자주>


 

 

與 김진표 의원 “2018 종교인 과세, 준비안돼 마찰 예상”

정의당 노회찬 “공평조세제도 위해 정부·국회 힘 합쳐야”

 

▲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종교인 과세’ 유예 입장을 밝히면서 문재인 정부의 결정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김진표 의원 블로그 갈무리

 

‘국민개세주의’ 한 국가의 국민 된 도리로서 국민은 적은 액수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을 이야기하는 말이다. 이는 한 국가의 국민이라면 모두 세금을 내야한다는 의미로, 소득이 있는 경우 소득이 적은 사람일지라도 일정 부분의 세금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개세주의’의 예외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OECD 국가 중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난 1948년 정부 수립이후부터 관습법으로 자리잡아오면서 개정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종교인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 요소 중 하나는 종교단체의 힘과 정치권력의 눈치 보기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종교인에게 소득세 납세의무가 없도록 특례를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혜를 두는 것도 공평과세라는 측면에서 적정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성직자의 소득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부과되어야 한다는 공평과세의 원칙에서 종교계가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까지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조세행정이 법에 따른 업무를 집행하지 않은 측면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반응은 종교계 내부에서도 사실 엇갈리고 있다. 한국천주교의 경우 지난 1994년부터 성직자들의 성무활동비와 생활비, 수당, 휴가비 등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으며 대한불교 조계종도 종교인 납세에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다. 반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은 “종교인 과세는 시가상조다. 종교인 과세를 법제화하면 종교활동을 근로행위와 동일시하게 된다”면 “종교활동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강제하려는 시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엇갈린 반응 속에서 지난 2015년 정치권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원회에서 오는 2018년부터 종교인 소득 과세를 시행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의 사례금’에서 ‘기타소득 중 종교소득’으로 명시하고, 학자금, 식비, 교통비 등 실비변상액은 비과세 소득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기존 소득에 관계없이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하던 것도 바꿔 소득구간에 따라 4000만원 이하는 80%, 4000만원 초과~8000만원 이하는 60%, 8000만원 초과~1억5000만원 이하는 40%, 1억5000만원 초과는 20%만 인정하도록 차등화하기도 했다.

 

종교과세 논란 재 점화

 

정치권이 합의한 ‘종교인 소득 과세’ 소득세법 개정안 합의 내용은 오는 2018년 1월부터 시행예정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국정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들에게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종교인 과세를 내년부터 시행하면) 불 보듯이 각종 갈등과 마찰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면서 논란이 재 점화 됐다.

 

김 위원장은 종교인에 대한 과세 법안이 종교계에 마찰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언급 하면서 의원들을 상대로 과세를 2020년으로 2년 늦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만들고자 하고 있다. 특히 여당의 실세 의원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이 과세 유예 방침을 밝히면서 문재인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2018년에 추진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진 것이 사실이다. 또한 2020년으로 늦춘다 하더라도 과거의 예를 살펴볼 때 또 다시 늦춰지게 될 것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종교인 과세는 오랜 시간 정부에 의해 추진돼 왔지만 종교계 반발 등의 이유로 계속해서 철회돼 왔다. 지난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 역시 목사, 신부 등 성직자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한 예가 있다.

 

김 위원장의 의사와 달리 청와대는 “청와대와 조율을 통해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그것은 김진표 위원장의 이야기다. 우리는 조금 더 살펴보고 전체적으로 조율이 필요한 사안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대게 우리의 과제를 이야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며 “자세한 확인을 거쳐 추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종교인 과세’와 애매한 입장을 나타내면서 ‘종교인 과세’는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상무위 모두발언을 통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종교인 과세가 유예될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며 “국정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표 의원이 ‘종교인 과세가 현재 준비돼 있지 않아 혼란과 갈등이 예상된다’고 말하면서 종교인 과세 자체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원내대표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2015년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사항을 이제 또 다시 미루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은 온 국민에 공평히 적용돼야 하는 것이지 종교인이라고 하여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종교인 과세 유예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온 국민에게 공평한 조세제도를 세우는데 정부와 국회가 함께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김진표 위원장의 입장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 김진표 의원의 발의에 대해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김진표 의원은 종교인 과세가 시행까지 7개월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시행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2015년 12월 법안이 통과되어 이미 1년 6개월여가 지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이유는 핑계에 불과하다”면서 “제도의 개정은 그 동안 특혜를 누려온 사람들에게는 불편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이유로 2년이 넘는 유예기간을 두어 제도에 적응하도록 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김진표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개혁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 그로 인해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불만을 제기한다면 그와 같은 제도 개혁을 계속 미루어야 한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실제 2015년 법안 통과 당시도 2년 유예를 조건으로 여야가 합의해 법안이 통과되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추가적인 유예 조치는 종교인 과세 자체를 번복하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새 정부가 출범한 지 2주 정도 지난 시점에서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기 위한 여러 조치들이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종교인 과세 또한 공평과세의 원칙을 세우기 위해서 예정대로 이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틈타 공평과세의 원칙을 훼손하는 퇴행을 함으로써 오랜만에 호평을 받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하여 부담을 지우고, 국민의 지지를 거두어들이게 하는 행위를 당장 멈추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bbhan@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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