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국방개혁 신호탄 쏘다

사드 논란, 박근혜 정부 안보라인 실세 겨냥해

임대현 기자 | 기사입력 2017/06/02 [10:43]

문재인 정부가 전 정부를 향해 칼을 빼 들었다이번 타깃은 박근혜 정부의 안보라인이다청와대는 전 정부의 안보 실세였던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을 조사할 계획이다이는 논란이 됐던 사드 추가 반입 보고 누락’ 사건을 통해 시작됐다청와대는 이번 사안을 쉽게 넘어가려 하지 않고 있다덕분에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이 신호탄을 쏘게 됐다. <편집자 주>


 

문재인 대통령, 사드 4기 추가 반입 조사 지시

보고 누락 책임, 김관진·한민구 향해 정조준

 

▲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사드 추가 반입 보고 누락의 책임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주간현대=임대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30일 국방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반입 보고가 누락됐음을 알게 돼 진상조사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사드 배치 결정 및 도입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차기 정부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발사대 4기가 반입된 사실을 늦게 알게 돼 문재인 대통령은 심기가 불편해졌다.

 

진상조사 지시

문재인 대통령은 사실을 보고받고 반입 경위 등을 철저하게 진상 조사하라고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에게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정 실장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고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으며,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4기의 발사대가 이미 국내에 반입돼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뒤 이같이 지시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경위로 4기가 추가 반입된 것인지, 반입은 누가 결정한 것인지, 왜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새 정부에도 지금까지 보고를 누락한 것인지 진상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발사대 4기의 반입 사실을 비공개한 이유가 사드 부지에 대한 전략적 환경 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윤영찬 수석은 국방부는 지난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내에 발사대 4기가 추가 보관돼 있다는 상황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발사대 2기와 엑스밴드 레이더가 들어온 것만 알고 있었다. 사드는 발사대 6기의 발사대와 엑스밴드 레이더가 한 부대를 이룬다.

 

이와 별도로 문재인 대통령이 환경영향평가 회피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사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기형적으로 알려져, 해당 사실을 확인하는 조치다. 조사를 맡은 부서는 민정수석실과 안보실이다.

 

조사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청와대는 국방부의 사드 추가 반입 보고 누락 관련 진상조사에 착수 한 지 하루 만에 의도적 보고 누락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윤영찬 수석은 531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보고 누락과 관련 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방부가 4기 추가반입 사실을 보고서에서 의도적으로 누락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차장, 정책기획관 등 실무진을 상대로 밤늦게까지 진상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보고서 초안에는 사드 발사대 6기 반입 사실이 포함돼 있었으나, 강독 과정에서 2기 배치로 바뀐 사실을 확인했다. 하루 만에 조사는 끝났다.

 

민정수석실의 1차 조사는 보고서 작성 경위와 청와대 안보실 보고 때 사드 추가 반입내용이 보고됐는지에 우선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신속한 결론을 내린 측면이 있으나, 청와대가 불과 하루 만에 의도적 보고 누락을 발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문 대통령의 진상조사 지시가 있었음에도 국방부가 “526일 청와대에 보고한 사안이라며 반박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것이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526일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새로 임명되면서 위승호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국방 주요 현안을 보고하는 자리였다. 국방부는 이 자리에서 발사대 4기가 추가 반입돼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정수석실 조사결과 국방정책실장의 보고가 끝난 후 이상철 안보실 1차장이 사드 담당 장성을 따로 불러 캐물은 후에야 해당 관계자가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 사실을 실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국방부의 어설픈 변명이 오히려 화를 자초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청와대는 조용히 일을 조사하거나 묻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의 지시를 국민에 공개하면서 공개수사로 국방부를 압박했다. 진상조사도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불편한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 했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인사를 단행하면서 주요 보직을 인선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안보 문제만큼은 신중하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안보라인 이었던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어색한 동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가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나타나 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검찰개혁을 시작하기 위해 돈 봉투 만찬을 조사한 것과 같이 사드 보고 누락사건을 크게 볼 수도 있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돈 봉투 만찬 사건은 이미 합동조사단이 꾸려져 강도 높은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 사드 보고 누락 사건에 대한 조사단이 꾸려지면 박근혜 정부의 안보라인을 뒤흔들 수도 있다. 우선 해당 문구의 삭제를 주도한 인물이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민정수석실은 초기 보고서에 기록된 사드 발사대 6기 모 캠프에 보관이라는 문구가 최종본에서는 삭제된 경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문구가 삭제된 배경에 상부의 지시나 국방부 외부의 압력이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도 중요하다. 혹은 사드 반입·배치 과정을 조사하던 중 리베이트 등의 비리 혐의가 포착될 경우 전방위적인 방산비리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방개혁 시작

청와대는 사드 보고 누락과 관련해 김관진 전 실장과 한민구 장관에게 청와대로 와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현 정부가 전 정부 안보 실세였던 두 사람을 집중 겨냥한 것이다. 조사 일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우선 진상조사를 위해 두 사람의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보고 누락을 지시한 사람은 둘 중 한 명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추측이다. 사실상 이런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두 사람밖에 없다.

 

한 장관은 국방부가 사드 일부 장비 반입 사실을 업무보고에서 고의로 누락했다는 청와대 발표에 대해 자신이 관련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국방부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지시한 일 없다. 지시할 일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보고서는 실무선에서 만든 것이라며 실무자들은 표현 속에 포함됐다고 봐서 숫자 표기를 안 했다는 것(으로 본다)”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당은 한민구 장관이 이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을 기망한 점에 대해 관련자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한민구 장관, 김관진 전 실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히 조사하란 지시에 따라 관계당국은 신속하게 조사해서 국민에게 소상히 보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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