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표’로 남은 새누리당 세비 반납 공약

임대현 기자 | 기사입력 2017/06/02 [10:50]

‘공수표’로 남은 새누리당 세비 반납 공약

임대현 기자 | 입력 : 2017/06/02 [10:50]

1년 전 새누리당은 총선을 앞두고 공약을 발표했다이 공약은 5개의 법안을 발의하지 않으면 국회의원의 1년 치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내용이다. 1년이 지난 지금 해당 공약은 공수표가 돼버렸다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나뉜 새누리당 의원들은 각각 법안을 발의했다와 약속을 못 지켜 사과한다로 나뉘었다결국, ‘세비 반납’ 공약은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 약속으로 남게 됐다. <편집자 주>


 

자유한국당 약속 이행했다” vs 정의당 이행률 0%”

바른정당 이행 못 해서 죄송세비 반납엔 침묵해

 

▲ 옛 새누리당의 세비 반납 약속을 적은 계약서.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주간현대=임대현 기자] 지난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4·13 총선을 앞두고 5대 개혁이라는 과제를 내놓았다. 5대 개혁 과제는 갑을 개혁 일자리 규제 개혁 청년독립 4050자유학기제 마더센터 등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이러한 5대 개혁을 이행하지 못하면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파격적인 홍보를 했다.

 

신문에는 대한민국과의 계약이라는 광고도 넣었다. 국민을 상대로 계약을 하겠다는 것이다. 계약 조건은 5대 개혁을 법안 발의하겠다는 것. 만약, 하지 못한다면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조건이다.

 

계약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 과제로 모든 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하는 대한민국 국회의원 후보입니다. 2016413일은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기만 했던 비정상적인 제19대 국회를 끝내고, 새로운 개혁 의무를 지닌 의원들로 국회를 정상화해야 하는 선거일입니다.”

 

우리는 새누리당의 국회의원 후보로서, 대한민국을 위한 개혁 공약을 선언하고 개혁을 완수할 것임을 다짐합니다. 우리는 본 계약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회복하고 뛰는 국회, 헌신하는 국회로의 전환을 시작할 것임을 약속합니다. 대한민국을 위한 5대 개혁과제를 당장 시작해 1년 안에 발의할 것을 약속합니다.”

 

첫째, 대한민국 모두를 위한 갑을개혁. 둘째, 상속자의 나라에서 혁신가의 나라로 만들기 위한 일자리규제개혁. 셋째, 청년의 주거독립과 재정독립을 위한 청년독립. 넷째, 4050대의 새로운 인생도전을 돕는 4050자유학기제. 다섯째, ‘임신에서 입학까지엄마의 일과 자립을 도와주는 마더센터

 

우리는 대한민국과의 계약에 서약합니다. 또한 서명일로부터 1년 후인 2017531일에도 5개 개혁과제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서 1년 치 세비를 국가에 기부 형태로 반납할 것임을 엄숙히 서약합니다.”

 

신문광고에는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의 서명이 들어가 있다. 다른 의원들은 SNS를 통해 자신의 서명이 들어간 계약서를 써서 인증을 하기도 했다. 이 계약엔 당시 총선후보자 56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방적인 계약 파기

이들은 광고에 국민 여러분, 이 광고를 1년 동안 보관해 주세요라는 문구를 붙였다. 자르는데 편리하고, 보관에 용이하도록 절취선까지 넣는 배려도 선보였다. 이런 노력에도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참패했다.

 

과반에 못 미치는 122석을 얻는데 그쳤고, 16년 만의 여소야대 구도에 직면했다. 계약 서명자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56명 가운데 31명만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해당 서약에 이름을 올린 이는 한국당 소속 강석호, 강효상, 김광림, 김명연, 김석기, 김선동, 김성태, 김순례, 김정재, 김종석, 박명재, 백승주, 신보라, 원유철, 유민봉, 이만희, 이완영, 이우현, 이종명, 이주영, 이철우, 장석춘, 정유섭, 조훈현, 최경환, 최교일 의원 등 26명과 바른정당 소속 김무성, 오신환, 유의동, 정병국, 지상욱 홍철호 의원 등 6명이다.

 

계약 만기일이 다가오는데도 이행률은 형편없었다. 2017531일까지 이행했어야 할 5개 과제 중 단 한 가지 청년기본법만 발의했다. 이마저도 법안 통과를 위한 노력은 없었다,

 

여론은 약속한대로 세비를 반납하라고 몰아붙였다. 국회의원 연봉은 약 13000만원으로, 이들이 세비를 반납하면 30억이 넘는 돈이 모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약속을 어길 공산이 커 보인다.

 

새누리당 시절 의원들은 책임을 미루고 있다. 당에서는 당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의원들의 개인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계약 서명자들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라진 상황이 오히려 논란을 회피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한국당은 531일을 앞두고 막판 꼼수까지 내놓았다. 530일에 법안 발의를 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약속을 지켰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한국당은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과 약속한 1년 시점이 도래하고 있는데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므로 계약 내용을 이행했다고 보고드린다고 했다. 해당 5대 개혁과제에 대해 갑을개혁-하도급거래공정화법 개정안 일자리규제개혁-규제개혁특별법,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 청년독립-청년기본법 4050자유학기제-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 마더센터-저출산고령화기본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중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이 마감 시한인 하루 전에 발의됐다. 일각에서 세비반납을 회피하기 위해 부랴부랴 발의했다는 비판을 내놓는 이유다. 또 이들 개혁 입법 과제가 애초 발의보단, 과제 이행에 초점을 뒀다는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도 있다. 이들 법안 모두 해당 상임위에서 계류 중인 상태다.

 

이를 두고 정의당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531일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후보 56명은 이른바 5대 개혁과제를 공약하며 이것이 오늘까지 이행되지 못하면 1년 치 세비를 반납하기로 약속했다면서 현재 개혁과제 이행률은 0%라고 지적했다.

 

추 대변인은 “1년 전 해당 의원들의 약속은 정치불신을 초래하는 또 하나의 쇼로 막을 내리게 됐다면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며 세비반납 이유가 없다고 항변하지만, 모두 상임위 계류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법안 하나는 약속시간을 하루 앞둔 어제 오전에서야 발의됐다세비반납을 회피하고자 알리바이를 마련한 것이라면 참 치졸한 꼼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득표를 위한 정치쇼는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지킬 수 없는 공수표를 국민에 남발하고, 오락가락 말 바꾸는 구태 정치인들의 행보로 인해 정치는 개그콘서트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은 이번에 세비는 지켰을지 몰라도, 국민 신뢰는 잃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과한 바른정당

바른정당 의원 6명은 한국당과는 다른 자세를 취했다.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바른정당 소속 김무성·오신환·유의동·정병국·지상욱·홍철호 의원은 53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시절 20대 총선공약으로 5대 개혁과제의 이행을 약속했지만 과반의석을 얻는데 실패한 데 이어 탄핵과 분당사태를 거치면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대국민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점을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키질 못할 포퓰리즘 공약을 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앞으로 신뢰의 정치가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 의원은 이어 “20대 총선에서 제기한 대한민국 5대 개혁과제는 당과 선거를 떠나 실현돼야만 하는 정책과제라며 개혁과제가 법안발의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국민의 삶 속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이들은 세비 반납 여부에 대해서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각 의원이 자신의 환경에 맞는 방법으로 그 책임을 다하도록 하겠다고만 언급했다.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확답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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