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폭탄 vs 문자행동…정치권의 다른 해석

임대현 기자 | 기사입력 2017/06/09 [10:26]

문자폭탄 vs 문자행동…정치권의 다른 해석

임대현 기자 | 입력 : 2017/06/09 [10:26]

문자폭탄인가 문자행동인가국민이 국회의원에 보내는 문자가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국회에서 청문회가 진행될 때마다 의원들에게 전해졌던 문자가 야권에서는 테러라고 항의하고 있고여당은 자유로운 행동이라고 주장한다3당은 문자를 보내는 사람에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문자를 보내는 것이 테러일지자유일지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다. <편집자 주>


 

 

▲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자폭탄을 문자행동으로 부르자고 주장했다.  <사진=손혜원 트위터 갈무리>

 

[주간현대=임대현 기자] 야당 의원들이 문자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문자폭탄이 유행을 탄 것은 지난 국회 국정농단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했을 쯤이다. 당시 특조위는 청문회를 열어 생방송으로 중계를 했는데,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내용의 문자가 국회의원들에게 쏟아졌다.

 

처음부터 문자가 폭탄이 된 것은 아니다. 청문회에 관련된 내용이 문자로 이어지면서 긍정적인 면도 발생했다. 청문회를 생중계로 시청하던 시민들의 자발적인 제보가 이어졌다. 특히,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찾기 위해 자신의 전화번호를 일부러 공개한 의원도 있었다.

 

결정적인 문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짓증언을 밝히기도 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이 김 전 실장이 최순실씨를 알고 있다는 증거가 담긴 영상을 제보한 것이다. 이것은 당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해 화제를 일으켰다.

 

폭탄이 된 문자

문자가 폭탄으로 변한 것은 특조위 새누리당 간사였던 이완영 의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당시 청문회에서 박근혜 정부 측 인사를 두둔하는 의견을 내놓아 공분을 샀다. 대기업 총수들이 국회에 출석했을 때에도 비호하기 바빴다. 국민은 단단히 뿔이 났고, 문자로 비판을 하기 시작했다.

 

많은 국민의 문자에 이 의원의 휴대폰은 불이 났다. 더욱 문제가 됐던 것은 최순실씨의 법률 변호사인 이경재 변호사와 함께 있던 술자리 사진이 퍼지고 나서부터다. 국민은 그에 대한 의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청문회에서 이완영 의원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면서 휴대폰을 들고 있기가 힘들다. 수차례 문자가 와서 아직도 뜨겁다라며 항의했다.

 

온라인상에선 의원들의 연락처가 돌아다녔다. 청문회에 속한 의원들의 연락처는 더욱 인기를 탔다. 의원들의 연락처가 온라인상에 떠도는 것을 두고 의견이 대립했다. ‘개인의 정보라는 의견과 공인으로서 밝혀야 한다라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오히려 좋은 점을 누린 의원도 있다. 장제원 바른정당 의원은 자신에게 오는 문자를 받고는 인증샷까지 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 의원을 이후에도 청문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며 여론의 호평을 받았다.

 

문자폭탄은 대선기간 동안 잠잠했다. 이렇다 할 청문회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대선이 끝난 후 다시 부활했다. 기폭제가 된 것은 이낙연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다.

 

이 총리의 청문회에서는 야당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대부분 위장전입과 아들의 병역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이 야당 의원들에게 문자를 날렸다.

 

청문회를 생중계하는 국회방송과 YTN 등을 통해 질의를 하는 야당 청문위원의 이름이 알려지면,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해당 의원의 이름이 오른다. 자연스레 해당 의원의 번호가 SNS에 떠돌게 되면서 문자를 보낼 수 있다.

 

이러한 형태로 문자폭탄의 주요 타깃은 야당이 됐다. 청문회에서 이낙연 총리를 공격할수록 더욱 더 문자폭탄이 심해졌다. 한 청문회 야당 위원은 문자를 받은 것을 주변의 사진기자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문자폭탄은 공론화가 되면서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이를 문제 삼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문자폭탄에 대해 문자테러라고 규정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언주 의원은 이게 통신망이 아니라 직접 행해진다고 생각해 보라얼마나 섬뜩한 일이냐라며 학교에서 집단적으로 특정 학생을 왕따시키고, 린치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이어갔다. 그는 특히 그 내용을 보면 웬만한 기가 센 사람이 아니면 정말 상처를 받을 것이라며 만약에 의원님들이 앞으로 계속 상처를 받게 되면 소신 있는 의정활동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정말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문자테러) 행위들이 표현의 자유와 혼동돼서는 결코 안 된다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에게 반복적, 조직적으로 정보통신망 등을 통해 언어폭력이나 비하, 협박 등을 함으로써 자신의 견해를 강요하거나 혹은 상대의 발언이나 생각을 억압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분명히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이런 행태들이 만연해 있을 경우 우리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앞으로 이런 행태가 계속될 경우 우리 사회가 다양한 견해와 의사표시, 다양한 표현이 위축될까 우려되고, 특히 의회에서 다양한 견해를 표시하거나 다양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이 심각하게 위축되지 않을까 정말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도 이러한 의견에 동조했다. 3당은 뜻을 모아 문자폭탄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61일 기자간담회에서 당 법률지원단에서 의원들의 문자폭탄 사례를 취합하는 중이라며 법률지원단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에 따르면 총리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소속됐던 야당 의원들에게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욕설 및 항의 문자메시지가 하루 수백 건 이상 쏟아졌다. 국민의당도 지난 531문자피해대책 태스크포스’(TF) ‘SNS소통 TF’를 설치한 바 있다.

 

한국당은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함께 문자폭탄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도 제안했다. 정 권한대행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야 3당이 공통으로 느낀다“3당이 어떤 공동보조를 취할지 원내수석부대표들이 논의해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각 당이 알아서 대응한 다음에 관련 입법 단계에서는 협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고, 바른정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제안이 오면 협의해보겠다고 말했다.

 

 

▲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문자폭탄을 문자테러라고 규정했다.     © <사진=김상문 기자>

 

폭탄이 아니라 행동

이 같은 야권의 움직임에 대해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자폭탄이 아니라 문자행동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야권의 잘못을 지적했다. 손 의원은 문자행동에 대해 문자를 보내는 행동’ ‘문자로 행동하다’ ‘자신의 생각을 문자를 보내는 행동에 옮기다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손혜원 의원은 문자 행동은 칭찬도 질책도 가능하다. 혼자서도 할 수 있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함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문자 폭탄은 문자의 을 이야기하지만 문자 행동은 용기 있는 실행을 말한다. 문자폭탄은 제삼자의 부정적인 형식이고 문자행동은 문자를 보내는 자가 책임지는 내용’”이라고 차이점을 집었다.

 

손혜원 의원은 새 명칭 문자행동이 소란스럽고 복잡한 우리나라 정치판을 조금이나마 세련되게 바꿔주기를 소망한다정치인도 유권자도 다 같이 한발씩만 양보하고 가자고 제안했다. 이어 문자행동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새로운 명칭으로 참여민주주의 새 지평을 열어가자. 더 성숙하고 스마트한 문자 행동을 기대한다고 일부 과격한 문자는 지양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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