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통 나드리화장품, 결국 부도 처리

“명품에 밀리고 저가에 치이고”

문지혜 기자 | 기사입력 2012/03/12 [16:47]

30년 전통 나드리화장품, 결국 부도 처리

“명품에 밀리고 저가에 치이고”

문지혜 기자 | 입력 : 2012/03/12 [16:47]
34년 전통의 토종 브랜드인 나드리화장품이 경영난 끝에 부도 처리됐다. 최근 만기가 돌아온 수억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를 주름잡던 나드리화장품은 수입 화장품과 초저가 화장품들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결국 도태돼 버린 셈이다. 나드리화장품이 회생 의지를 굳건히 하고 있는 만큼 회생 절차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편집자 주>
 


 
90년대 화장품 업계 주름잡던 ‘빅3’ 나드리, 결국 부도
여러차례 ‘지휘봉’ 바뀌면서 트렌드 놓치자 매출 급감↓
“30년 전통 어떻게든 살릴 것” 강력한 회생 의지 피력

 
[주간현대=문지혜 기자]
1990년대 국내 화장품 시장의 중심이었던 (주)나드리화장품이 최근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드리화장품은 지난 2월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와 관련된 서류를 접수했다고 2월24일 밝혔다.
 

30년 토종 브랜드

나드리화장품은 최근 만기가 돌아온 수억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막지 못하면서 지난 2월23일 금감원이 발표한 당좌거래 정지 기업에 포함됐다. 당좌거래 정지는 당좌수표와 약속어음을 거래하는 기업이나 자영업자 등이 만기가 돌아온 어음을 3회까지 결제하지 못해 4회째 최종 부도 처리되는 것을 말한다. 나드리화장품은 3월 중 법원의 기업 실사를 거쳐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나드리화장품은 1978년 한국야쿠르트가 설립될 당시 야쿠르트화장품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1990년 회사명을 현재의 이름을 바꾼 뒤 이노센트, 메소니에, 헤르본 등 출시하는 브랜드마다 인기를 끌며 5위권 업체로 발돋움했다. 한국화장품, 한불화장품과 더불어 국내 화장품 시장의 ‘빅3’로 분류되기도 했으며, 전성기에는 연간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다 2000년대 들어 수입 화장품과 초저가 브랜드숍 제품의 등장으로 인해 화장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 순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결국 나드리화장품은 최근 몇 년간 매출은 줄고 손실은 계속 증가하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2005년 382억원이었던 매출이 2010년 287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연간 매출액은 지난 2007년 443억원에서 2008년 382억원, 2009년 364억원, 2010년 287억원 등으로 계속 감소했다. 반대로 영업손실은 2009년 6억원에서 2010년 15억원으로, 당기순손실은 2009년 15억원에서 2010년 27억원으로 점점 증가했다.
 

유행 못 따라가니

업계에서는 중간 가격대의 상품군만을 가지고 있는 나드리화장품의 경영권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유행을 놓치고 경영난을 겪게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사였던 나드리화장품은 지난 2006년 대상그룹 계열사인 유티씨인베스트먼트에 인수됐다. 하지만 대상측은 3년 뒤인 2009년 현 나드리화장품 대표인 유충민씨에게 매각했다. 유 대표가 운영하는 블룸즈베리에셋매니지먼트가 지분 69.96%로 최대주주이며 유 대표가 11.67%로 2대 주주다.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유티씨앤컴퍼니도 지분율 8.17%로 3대 주주에 올라 있다.

방문판매 쪽에서는 꾸준히 판매되고 있었지만 백화점·로드숍 중 어디에서도 확고한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헤어·화장품 등에서 브랜드·제품도 다양했지만 중저가의 애매한 가격대 또한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 셈이다. 최근에는 브랜드숍 운영을 검토하기도 하고, 소규모 브랜드숍 회사에 대한 인수설 등도 나돌았지만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하던 나드리화장품이 주인이 몇 번 바뀌면서 유행에 대처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회사가 불안하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는 했지만 결국 부도가 나게 돼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역사가 오래된 만큼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매출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며 “2030대 젊은 층에게 어필이 안 되다 보니 힘들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회사 부도에 대해 나드리화장품측은 “3월 중 법원의 기업실사 후 회생절차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라며 “임직원들의 회생 의지가 강한 만큼 빠른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제품 출시 및 기존 화장품 유통 및 영업활동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나드리화장품은 지난 2월27일 기업회생에 따른 정상화 대응 전략을 공개하기도 했다. 나드리화장품은 현시점에서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회사가 계속 존속하는 것을 근거로 현금흐름 및 계속기업가치를 추정할 경우 약 436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기업존속을 위해 자체브랜드 생산위주의 방식에서 전략적 OEM ODM사업 체제로 전환해 운영자금을 확보, 협력업체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최우선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상품기획 및 개발 시스템 정비 중에 있다.
 

강력한 회생 의지

중국, 일본 등 다수의 투자자들과 제품 생산유통과 관련해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통한 판매물량 확대 노력을 꾀하고 있다. 일본 지사의 경우, 제품수출을 이미 확보한 상태로 TV쇼핑 및 직영점 보유 유통업체 계약 완료돼 올해 20억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중국시장의 경우 중국 대형 유통업체와 협상을 진행 중으로 곧 가시화될 전망이다.
화장품 업계 트렌드이기도 한 스타브랜드 개발에 힘쓰고 있는 나드리화장품은 현재, 총판형태의 업체와 협의 중이며 올 하반기 진행 예정으로 동남아 한류 브랜드 백화점, 멀티숍 등에 대한 진출을 계획 중이다. 더불어 국내 20~30대 젊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젊은 한방 브랜드 론칭 또한 눈앞에 두고 있다.

유충민 나드리화장품 대표는 “현재 자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나 영업이익금 등이 제한적인 만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경쟁력 회복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 직원들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 대표는 “기존 보유하고 있는 영업력 및 유통방식을 강화해 고가중심의 소비계층과 합리적인 소비계층으로 나뉘어 독립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화장품 시장에 30년 이상의 사업영위 노하우를 바탕으로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하겠다”라는 경영 의지를 밝혔다.

jhmoon@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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