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상품 전성시대의 어두운 뒷면

자체제작 유통업체엔 ‘득’, 제조업체엔 ‘독’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08/18 [14:12]

PB상품 전성시대의 어두운 뒷면

자체제작 유통업체엔 ‘득’, 제조업체엔 ‘독’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08/18 [14:12]

로열티, 중간마진 등이 없어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으로 소비자들이 애용하기 시작한 PB(자체)상품은 이제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넘어 온라인까지 점령하는 추세다. 아직 브랜드 네임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성장가능성은 무한하기까지 하다. 다만 PB상품이 많아질수록 제조사들의 매출이 감소하는 등 불공정 거래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는 게 성장의 걸림돌이다.

 


 

대형마트 매출 25% 책임지는 PB…편의점까지 확장 추세로

이마트 ‘노브랜드’·롯데마트 ‘온리프라이스’·홈플러스 ‘F2F’

온라인 업계도 PB 확장…‘유통과정 간소화’로 가격 저렴해

PB의 어두운 뒷면…제조업체 매출은 감소 및 불공정 거래

 

▲ 이마트의 주력 PB상품인 ‘노브랜드’ <사진제공=이마트>     © 사건의내막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유통업계가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저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가정간편식(HMR)을 필두로 가전제품, 패션 등으로의 품목 확대는 물론 고급화 전략으로 소비자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통가 PB 전쟁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전체 매출에서 PB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다. 홈플러스는 20~30%, 롯데마트는 27%에 이른다. 과거에 비해 PB 시장이 성장했지만 영국·미국 등 유통 선진국 매출 비중(50%)에 비해 낮은 수치로, 앞으로 PB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PB 상품은 이마트가 지난 1997년 6월 대형마트 최초로 PB 상품 ‘이플러스 우유’를 출시하며 시장이 형성됐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소비자를 공략해 온 PB 시장은 대형마트가 저마다 고급화 전략을 펼치기 시작하며 시장이 급성장했다.

 

이마트는 2013년에 자체 개발한 가정간편식 브랜드 ‘피코크’를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기존의 PB 상품이 저렴한 가격에 초점을 둔 반면에 이마트는 가정간편식 고급화로 결전에 임했다. 유명 호텔 주방장 등 전문 요리사가 개발한 레시피는 물론 유명 맛집과의 제휴도 꾀하며 ‘품질’과 ‘인지도’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피코크의 첫해 매출은 340억원이었지만 ▲2014년 750억원 ▲2015년 1340억원 ▲2016년 1900억원 등으로 3년 만에 5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3000억원으로, 60% 신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이마트 측은 앞으로 품질을 더 높여서 경쟁사 대비 비싼 가격이라는 약점을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지난 2015년에는 ‘노 브랜드’를 내놓으며 PB 상품을 늘리고 있다. 노 브랜드는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으로, 변기시트·와이퍼·건전지 등 총 9종의 상품에서 시작해 지난해 총 900여종을 취급하고 있다. 매출 역시 첫해 270억원에서 지난해 2000억원까지 급신장하고 있다.

 

특히 노브랜드는 최근에는 ‘전문점’도 생길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감자칩과 쿠키칩, 사과음료 등 각종 식음료에서 시작해 면도기와 화장지, 노트북 받침대도 노브랜드 타이틀을 달고 출시됐고, 전국의 이마트와 노브랜드 전문점, 위드미 매장을 가득채웠다. 농심·오리온·오뚜기처럼 제조업체의 이름 만큼이나 익숙해졌다.

 

경기 불황에 가성비를 앞세운 노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자 롯데마트도 새로운 PB상품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 확보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올 초 출시한 PB 브랜드 온리프라이스 제품을 연내 수백여개로 대폭 확대하며 하반기 정식 론칭할 예정이다. 온리프라이스는 가격 세대교체와 똑똑한 가격을 콘셉트로 한 PB상품이다.

 

출시 초기 칫솔, 주방세제, 휴지 등 일부제품을 판매해왔지만 현재는 제품군을 늘려 우유, 사이다, 과자, 견과류, 튀김가루, 김 등 식품은 습기제거제, 티슈, 속옷, 1회용품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일부 매장에서는 온리프라이스 전용 매대를 놓고 소비자 공략과 브랜드 전파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수도권 일부 매장과 온라인 롯데마트몰에서 시범적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하반기 정식 론칭에 발맞춰 제품 확대는 물론 판매 매장도 전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2003년 PB 브랜드 ‘와이즐렉’을 선보였으나 흥행에 실패했고 이후 2011년 해당 브랜드를 ‘초이스L’로 전면 교체했다. 하지만 여전히 ‘초이스L’은 경쟁사 이마트 노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고 콘셉트도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아 온리프라이스를 선보인 것이다.

 

온리프라이스 핵심 포인트는 ‘균일가’다. 990원, 9900원 등 10원, 100원 단위 가격책정이 아닌 1000원, 2000원 등 1000원 단위로 가격을 책정했다. 상품 디자인은 흰색으로 통일했고 모든 제품 패키지에 가격을 표시해 균일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노란 색상에 제품명과 제품 이미지로 포장지를 디자인한 이마트 노브랜드와 콘셉트는 유사하지만 가격을 내세운 점에서 차이점이다. 포장에 가격을 명시한 것은 연중 할인이나 행사 품목에 포함되지 않으며 연중 동일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포장을 단순화해 불필요한 비용을 빼고 고객에게 가격을 중심으로 새로운 것을 제안하기 위해 선보인 특화 MD”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롯데마트는 스타 디자이너와 협업해 협업 티셔츠를 선보이며 PB 상품 고급화에 나서기도 했다. 대형마트 의류는 ‘가격만 싸고 예쁘지 않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도한 새로운 변화다. 롯데마트는 PB 티셔츠에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입혀 상품 경쟁력을 높였다.

 

홈플러스도 검증된 생산 라인을 활용, 우수한 품질의 패션 PB ‘F2F’를 선보였다. PB 상품의 강점인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를 더해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홈플러스는 글로벌 소싱 파워가 있는 외국 각지에 생산 라인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저렴하고 우수한 품질의 상품 생산이 가능하다. 홈플러스 측은 앞으로 패션 PB F2F가 마트 내 매장뿐만 아니라 복합쇼핑몰 등에 입점, 판매할 수 있도록 유통 채널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한국 대형마트들의 PB매출도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이 적고, 중간에 제조사도 끼지 않는 PB가 수익성이 더 높은 편”이라며 “앞으로도 PB제품에 대한 발굴작업이 계속 이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 편의점 CU에서 판매 중인 PB 상품들 <사진제공=CU>     © 사건의내막

 

편의점·이커머스

 

편의점업계도 최근에는 PB제품을 선보이고 나섰다. 신선식품 비중이 높은 편의점업계에서는 유제품과 음료류 등 다양한 제품들이 PB 옷을 입고 출시되기 시작했다.

 

가장 앞선 업체는 GS25다. GS25의 PB브랜드 유어스(YOU US)는 탄산수와 빙수, 컵라면과 가정간편식으로도 출시됐다. 유어스 오모리김치찌개와 부대찌개, 참치찌개, 홍라면 등 PB상품은 GS25의 올해 상반기 라면 매출에서도 톱10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같은 성공으로 인해 GS25는 ‘유어스’의 상품군을 뷰티용품·디지털용품 등으로 넓히고 있다. 최근 동백꽃 추출물, 귤껍질 추출물, 녹차 추출물 등 제주산 원물을 넣은 마스크팩 4종을 PB로 선보였다. 또 미니언즈 캐릭터를 입힌 휴대전화 기기 충전기, 케이블 등도 유어스 상품으로 출시했다. GS리테일은 편의점 GS25, GS수퍼마켓, 드럭스토어 왓슨스 등 3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유통망에 유어스 상품을 판매하며 PB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CU는 헤이루(HEYROO) 시리즈가 있다. 자체 캐릭터까지 갖고 있는 헤이루는 각종 모바일게임과 연계하는 등 이름값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아이스요구르트와 젤리 등 제품이 PB로 나왔다.

 

이같은 흐름은 대형마트 및 편의점 같은 오프라인 점포 뿐만아니라 온라인까지 미치고 있다. e커머스 기업들이 PB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제품을 싼 가격(가격경쟁)에 빠른 시간에 배송해준다(배송 경쟁)는 점만으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자 PB로 사업 영역을 넓힌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지난 7월24일 PB인 ‘탐사(Tamsaa·사진)’를 론칭하고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이번에 출시한 제품은 총 5가지다. 100% 천연 펄프 소프트롤 화장지, 보습 미용티슈, 미네랄워터 탐사수, 탐사 스파클링 워터, 종이컵 등이다. 이들 제품은 쿠팡에서만 구입할 수 있고 로켓배송으로 쿠팡맨을 통해 받아볼 수 있다.

 

쿠팡에 따르면 탐사는 말 그대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해 찾아낸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쿠팡은 해당 제품군의 상품평 등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PB제품 개발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쿠팡 홍보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가성비를 우선하는 PB제품과 달리 품질이 좋은 ‘프리미엄 PB’를 선보이겠다”면서 “우선은 수익성 개선보다는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공급한다는 측면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쿠팡에 앞서 소셜커머스 티몬은 지난 3월 생활용품 PB ‘236:)’을 선보였다. 브랜드명은 24시간 중 한 시간, 일주일 중 하루를 비웠다는 뜻으로 ‘바쁜 일상 속 여유’와 ‘제품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버렸다’는 브랜드 철학을 담고 있다. 타월·화장지·물티슈·옷걸이·섬유유연제·양말·종이컵·테이프 클리너 등을 먼저 선보였고 최근에는 ‘236 미네랄워터’ 생수를 출시했다. 236:)의 지난 5월 매출은 출시 첫 달인 3월 대비 181% 상승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11번가 역시 지난해 패션PB 브랜드 ‘레어하이’를 통해 캐시미어 니트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G마켓은 PB는 아니지만 제조업체와 공동기획상품(NPB)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지난달 제이크리에이션과 손잡고 스파클링 워터 ‘캬(KYA)’를 출시했다. ‘캬’는 출시된 지 일주일 만에 20만병 이상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최근 자체 의류·잡화 PB 개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어라운드 뮤즈’라는 패션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기도 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아직까지 검토 단계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만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업체들이 PB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차별화와 수익성 개선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에서다. 기존 제품은 마케팅과 유통단계별 비용이 들어가지만 PB 제품은 이런 군더더기를 덜어내 남는게 그만큼 많다. 당연히 가격도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다. 실제로 티몬의 236:) 미네랄워터는 2L짜리 12개 묶음이 5900원에 판매된다. 병당 491원 꼴로 타사 대비 20% 이상 저렵하다.

 

하지만 e커머스 PB개발 확장성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초기 단계라지만 현재 나오는 PB제품들이 대부분 비슷비슷한 생활용품이 주를 이루고 있을 뿐 차별화된 제품은 보이지 않는다. 생활용품부터 의류, 식음료까지 거의 모든 제품을 PB로 만들고 있는 대형마트나 백화점과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대목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생수나 휴지같은 규격화된 공산품은 품질의 차이가 크지 않고 가격 탄력도가 큰 제품이라서 PB로 개발하기에 수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PB의 다양화에 성패가 달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익명을 원한 온라인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섭게 성장해온 온라인 업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차별화 포인트가 별로 없다는 것”이라면서 “비슷비슷한 제품의 PB가 아니라 우리 업체에서만 살 수 있는 다양하고 좋은 상품을 선보이는 업체가 결국에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쿠팡에서 론칭한 PB 상품 ‘탐사’ <사진제공=쿠팡>     © 사건의내막

 

어두운 뒷면

 

이처럼 유통업계가 론칭한 각종 브랜드가 소비재 시장에서 약진하면서 ‘PB 상품 전성시대’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대형 유통업체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제조업체의 질적 성장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가성비 끝판왕’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납품단가 쥐어짜기 등 고질적인 불공정거래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문 결과도 함께 공개됐다. 결국 하청 제조업체는 재주만 부린 곰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월16일 ‘대형 유통업체 자체상품 확대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를 발간하고 피비 상품이 확대되고 있는 경제 구조적 배경과 유통업·제조업 등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먼저 국내 피비 시장은 최근 10여년 동안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피비 상품 경쟁이 본격화된 시기는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의 경쟁구도가 정립된 2000년대 중반부터다. 이들 대형 유통업체는 고객 유치와 영업이익률 제고를 위해 피비 상품 경쟁에 뛰어들었는데, 이때부터 피비 시장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다.

 

대형 유통업체 3사의 피비 매출은 2008년 3조6000억여원에서 2013년 9조3000억여원으로 5년 만에 2.5배 남짓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을 감안하면 놀라울만한 증가세를 기록한 셈이다.

 

또 대형마트에서 시작된 피비 열풍은 편의점이 이어받아, 지에스(GS)25·세븐일레븐·시유(CU) 등 상위 3개 업체의 피비 매출이 2008년 2000억여원에서 2013년 2조6000억여원으로 13배 넘게 팽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피비 상품의 전성시대는 유통 산업의 고도화에 따른 구조적 현상으로 이해된다. 보고서는 유통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며, 궁극적으로 수익 증대를 추구하기 위해 피비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린다고 짚었다.

 

실제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의 실적을 피비 상품의 매출 비중에 따라 분석한 결과, 피비 매출이 증가할수록 매출과 유통이익이 모두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피비 상품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체의 경쟁 전략이 성공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제조업체 쪽 입장은 달랐다. 식료품·의복 등 소비재 제조업체를 고용규모에 따라 대기업, 중소기업(대·중·소), 소상공인 등으로 나눠 피비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 규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니, 오히려 피비 매출이 늘어날 때마다 전체 매출이 감소하는 ‘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음의 상관관계는 기업 규모가 클수록 더 크게 나타났다. 대기업은 피비 상품 비중이 늘수록 자사의 주력 제품 판매가 줄어 오히려 매출이 감소한 셈이다.

 

반면 소상공인과 소형 중소기업은 피비 상품 비중이 늘수록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해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피비 상품 확대에 따른 소상공인과 소형 중소기업의 매출 증가가 영업이익 증가라는 질적 성장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피비 상품 납품에 따른 영업이익률에서 기업 규모 간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피비 상품 매출당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이 대기업 23%, 중소·소상공인은 16~17%로, 6~7%포인트 격차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피비 상품을 기획·판매하는 유통업체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더 많은 유통 마진을 남기고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피비 시장의 확대가 유통업체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먼저 피비 상품을 납품하는 제조업체 309곳을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의 9.7%인 30개사가 불공정거래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겪은 불공정거래 행위는 납품단가 인하 요구가 33.9%로 가장 많았고, 포장 변경 비용 전가(22.0%), 피비 상품 개발 강요(13.6%), 판촉행사 비용 부담(11.9%)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업체 가운데 절대다수인 25개 업체는 이런 불공정거래 행위를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중단 등 불이익이 우려돼, 울며 겨자 먹기로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또 제조업체들은 피비 상품의 차별성 측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존 제품과 피비 상품의 차이를 묻는 설문에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는 응답은 41곳(13.3%)에 그쳤다. 대신 ‘포장 형태만 바꾼 제품’이라는 응답이 81곳(26.2)이었고, ‘기존 제품의 특성을 약간 변형한 제품’이라는 응답이 160곳(51.8%)으로 과반에 달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피비 상품은 유통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따라 확대되고 있지만, 제조업체의 성장과는 무관하며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비우호적인 이익배분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중소 제조업체들이 유통업체의 보복을 우려해 불공정거래 행위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경향마저 나타나므로, 공정위 직권조사와 신고 활성화 등 정책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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