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달걀’ 부른 공장식 축산 위험천만 실상

[건강한 세상을 위한 '주간현대' 심층기획 2]닭도 돼지도 오로지 인간의 식품이 되기 위해 ‘기형적인 삶’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7/08/21 [13:19]

지난 2010년 말,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국가 대재앙이라고도 불린 이 사태로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닭과 오리 약 650만 마리, 돼지 약 340만 마리, 소 약 15만 마리 등 무려 100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땅에 묻혔다. 무너진 축산업에 환경오염까지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 발생한 이 사태의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논의가 분분했으나 공장식 축산업 시스템이 상황을 최악의 상태로 몰고 갔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최근 ‘살충제 달걀’ 파문까지 터지자 ‘에그 포비아(달걀과 공포증의 합성어)’가 확산되고 있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달걀에서마저 피프로닐, 비펜트린 같은 맹독성 살충제 성분이 다량 들어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사람의 안전과 동물의 복지를 되살릴 방법은 없는가? <편집자주>


‘살충제 달걀’ 파문 이후 최악의 공장식 축산업 시스템 논란

친환경 달걀마저 맹독성…전 국민 패닉에 ‘에그포비아’ 확산

▲ 동물보호 시민운동단체 ‘케어’는 8월18일 성명서를 내고 “살충제를 국민이 먹어왔다는 사실을 과연 농식품부는 몰랐을까?”라며 관계당국을 질타했다.  ©케어(Care)

 

산업화와 자동화의 물결을 타고 21세기 초반부터 시작된 공장식 축산업은 기본적으로 생명체에 대한 배려보다는 가축을 공장의 물건처럼 길러내는 방식이다. 환기도 잘 되지 않는 공간에 빈틈이 없을 만큼 가축을 밀집시켜 사육하는 탓에 치명적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오염, 각종 항생제 투입으로 인한 문제, 호르몬 불균형 문제, 종 다양성 파괴 문제, 악취 문제 등 실로 온갖 문제의 온상이 되었다.

 

당신의 고기는 안녕하십니까?
최근 몇 년간 구제역 파문과 해마다 반복되는 조류독감(AI) 사태, 살충제 달걀 파문을 거치면서 대량 동물사육 시스템이 필연적으로 초래한 신종 질병들과 항생제 남용, 동물성 영양분 과잉의 폐해를 온 국민이,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이제 우리가 무엇을 덜 먹고 혹은 더 먹고 살아야 하는지 상식으로 알고 있다.


특히 최근 ‘살충제 달걀’ 파문 이후 산란계 닭을 A4 용지 한 장 크기(0.062㎡)의 좁은 닭장에 가둬둔 채 진드기를 잡는답시고 살충제를 마구 뿌리며 기르는 양계 업체의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달걀에 대한 공포감은 닭으로까지 옮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양계농가 전수조사가 종료된 이후에도 ‘살충제 달걀’ 파문의 기본 원인이 공장식 축산이라는 점이 대두되면서 소비자들은 달걀뿐만 아니라 육계에도 살충제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사실 닭과 돼지 등을 학대하며 기르는 축산 업체의 모습이나 돼지에게 고통을 주며 도축하는 영상 등이 공개되면서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에 대한 관심과 회의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전 세계적으로 양돈업체의 돼지 학대 논란이 계속되자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는 좁은 축사에 가둬 키운 돼지고기는 구매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관심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가 먹는 고기 대부분은 공장식 축산업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어느 통계를 보면 미국인이 소비하는 고기 중 공장식 축산업으로 생산된 고기의 비중이 99퍼센트에 달한다고 한다. 오염되고 학대받은 동물의 살이 우리의 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건강하지 않은 고기를 먹는 우리가 건강해질 수 있을까? 건강하지 않은 고기를 기르는 세상이 건강해질 수 있을까?

 

요즘 축산업은 오염을 유발하는 산업, 가축에게 무자비한 산업으로 변질

콘크리트 위에서 사료로 몸 불린 돼지들, 태어난 지 약 5개월이면 생 마감

▲ 공장식 농장에서 사육 당하는 돼지들은 바깥 공기는 맡아 보지도 못하고 흙도 밟아 보지 못한 채 좁은 공간에서 오로지 인간의 식품이 되기 위해 기형적인 삶을 살고 있다.     ©Pixabay


공장식 축산업 무엇이 문제?

일찍이 미국의 환경운동가이자 변호사인 니콜렛 한 니먼(Nicolette Hahn Niman)은 <돼지가 사는 공장>(수이북스)을 통해 이런 공장식 축산업과 돼지 공장의 실체를 정면으로 고발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미국에서 공장식 돼지 사육 반대 캠페인을 이끌었던 니콜렛은 환경단체인 ‘워터키퍼 얼라이언스(Waterkeeper Alliance)’에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공장식 돼지 사육업체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하다가 공장식 축산업의 현실을 접하게 되고, 그 실체를 알아가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


공장식 축산업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온갖 문제의 온상이었던 것이다. 니콜렛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축산업계의 공장식 사육 실태를 알리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책까지 펴내기에 이른다.


“공장식 축산업체들이 전통적인 사육방식을 바꾸면서 축산업은 기술에 의존하는 산업, 오염을 유발하는 산업, 가축에게 무자비한 산업으로 바뀌고 말았다.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다 보면 간단한 문제가 더 복잡해지고 동시에 미처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문제가 생겨나곤 한다. 공장식 축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안한 장치들은 가격이 비싸고 세금을 축내는 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런 장치들 때문에 축산업체들은 더 많은 돼지를 한 곳에 몰아넣고 더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하게 된다. 대규모로, 때로는 정말 엄청난 규모로 돼지를 키우지 않으면 그 장치에 들인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니콜렛이 방문한 대부분의 돼지 공장에서는 돼지들이 몸을 돌리지도 못하는 좁은 우리에 갇혀 생활하고 있었다.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사료와 약품을 먹고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몸을 불린 돼지들은 태어난 지 약 5개월이면 생을 마감한다. 바깥 공기는 맡아 보지도 못하고 흙도 밟아 보지 못한 채 좁은 공간에서 오로지 인간의 식품이 되기 위해 기형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암퇘지의 경우는 더 심각해서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크기의 ‘임신용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가 도축된다. ‘돼지고기’라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계’ 취급을 받는 것이다.


니콜렛은 이 광경들을 직접 접하며 인도주의적인 사육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축산업에 문외한이던 자신이 어떻게 공장식 축산업 반대론자가 되었는지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설명한다.


“노스캐롤라이나를 돌아다닌 일주일 동안 땅 위를 걸어 다니는 가축을 거의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가축이라곤 여기저기서 간간이 눈에 띈 소 몇 마리가 전부였다. 정말 깜짝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미국 내에서 두 번째로 돼지를 많이 사육할 뿐만 아니라 칠면조 생산에서는 최고이고 닭 생산에서는 다섯 손가락에 들지 않는가! 가축이 많이 길러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가축들은 건물 안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렇기에 그 가축들의 비참한 삶은 쉽게 잊히고 만다.”
 

국내 산란계 닭 사육농장 약 1400여 곳…농장의 99%가 닭을 철창 케이지에 감금

양계장에선 벼룩이나 진드기 잡을 목적으로 산란계 닭들에게 살충제 무차별 살포

▲ 오늘날 국내 양계장에서는 알 낳는 산란계 닭들의 벼룩이나 진드기 등 해충을 잡을 목적으로 살충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Pixabay

A4용지 크기 철창에 갇힌 닭
니콜렛이 조사해 본 결과 돼지 이외의 다른 가축의 경우도 실상은 매한가지였다. 닭의 경우 공장식 시스템이 가장 먼저 도입된 가축이다. 산란용과 고기용 품종의 분리, 자동화, 전문화 등의 방식이 도입되면서 ‘마당을 뛰놀던 닭’은 좁은 철창에 갇혀서 햇빛도 보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이제 어미 닭 대신 인공 부화기가 달걀을 품고, 산란용 품종의 수평아리들은 태어나자마자 산 채로 분쇄기에 넣어져 ‘산업 폐기물’ 신세가 된다. 심지어 ‘걸을 수 있는 닭’을 키운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육업자도 등장했다.


한국의 양계장 실태도 니콜렛의 조사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오늘날 국내 양계장에서는 알 낳는 산란계 닭들의 벼룩이나 진드기 등 해충을 잡을 목적으로 살충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국내의 알 낳는 산란계 닭 사육농장은 약 1400여 곳으로 이들 농장의 99%가 닭들을 철창 케이지에 감금하여 기르는 공장식 축산이다.


닭 한 마리당 케이지 면적은 가로 20cm, 세로 25cm 로, A4 복사용지보다 작은 공간에서 키우고 있다. 닭들은 날개조차 펼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극도의 심각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고 있다.


자연상태에서의 닭들은 흙에 몸을 비비는 흙목욕과 자신의 발을 이용하여 모래를 몸에 뿌려 벼룩이나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는 생존 본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철창 안의 닭들은 흙목욕은 커녕 제대로 움직이지조차 못한다.

 

생선과 쇠고기 환경도 매한가지
생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양식장에서는 바다와 강을 누비고 다녔을 동물들을 한 곳에 모아 가두어 기른다. 한정된 공간 안에 많은 물고기를 몰아넣으니 서로 부딪치기 일쑤고 마음대로 헤엄치며 돌아다니기는 불가능하다.

 

또한 원래 먹던 먹이 대신 알갱이 형태의 인공 사료를 먹는 것까지 공장의 가축들과 다를 바 없다. 심지어 야생의 물고기가 먹지 않는 도축장 폐기물이나 육상 동물의 배설물이 양식장 사료로 둔갑하기도 한다. 질병과 기생충에 취약한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젖소의 경우 품종 개량으로 비정상적으로 큰 젖통을 갖게 되었다. 그런 젖소들은 걷는 것조차 힘겨워하며 매일 엄청난 양의 우유를 만들어낸다. 우유는 원래 송아지의 몫이겠지만 지금 송아지들은 우유 대신 사료를 먹고 자란다. 경제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젖소가 낳은 수송아지의 경우 절반 정도는 태어나자마자 도축되어 송아지 고기로 팔려나간다.


니콜렛은 다만 쇠고기에 대해서만큼은 다소 오해를 받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물론 쇠고기 업계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니콜렛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양돈업계, 양계업계, 낙농업계에 비하면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었다는 것.


그동안 공장식 소 사육과 쇠고기 업계의 문제점이 많이 지적되어 온 것은 쇠고기가 가장 비싸면서도 서양 사람들이 선호하는 고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니콜렛의 생각이다. 돼지와 닭 등 다른 가축이 처한 문제점이 더욱 시급하다는 것이다.

 

가축을 철창에 가두지 않고 콘크리트가 아닌 짚과 흙으로 된 축사에서 길러

그 결과 항생제 따위는 쓸 필요 없고 공장 동물보다 영양 풍부한 고기 생산 

▲ 전통 방식을 지키는 일부 농장에서는 닭을 철창에 가두지 않고 콘크리트가 아닌 짚과 흙으로 만든 닭장에서 살게 한다. 그리고 자유롭게 들판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한다.     © Pixabay


누가 공장식 축산업 옹호?

사정이 이렇듯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공장식 축산업을 옹호하는 거대 축산업체들은 공장식 축산업이야말로 세계적인 기아와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니콜렛은 이 논리가 전제부터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기아와 빈곤 문제는 식품 공급량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생산되는 식품의 양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하루에 3800칼로리 정도를 섭취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니콜렛은 아무리 부작용이 심각하다 해도 대규모 기아 사태를 막을 수만 있다면 공장식 축산업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업으로 동물성 식품을 생산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바람에 오히려 기아와 빈곤 문제가 악화되는 것이 현실이다.


가축 사육 공장을 유지하려면 공장 부지를 비롯해 사료로 쓰일 곡물을 기를 곳, 배설물을 처리할 곳까지 상당한 면적의 땅이 필요하다. 그런데 같은 면적의 땅에서 가축을 방목하며 인도적으로 키울 경우 땅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 3위의 가금류 생산국인 브라질에서는 1년간 2만 명에 달하는 축산 농민들이 공장식 축산업체 때문에 정든 땅을 떠나 빈곤층이 되었다. 이렇듯 공장식 축산업은 오히려 사람들을 빈곤의 늪으로 내몰고 일부 자본가들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가축 인도적으로 기를 순 없나?
공장식 축산 방식의 비효율성을 짚어본 니콜렛은 가급적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축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련 학계의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소규모 농장의 효율성이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좋다는 것이다.


전통 방식을 지키는 일부 농장에서는 가축을 철창에 가두지 않고 콘크리트가 아닌 짚과 흙으로 된 축사에서 살게 한다. 그리고 자유롭게 들판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한다.

 

소는 동물성 사료가 아닌 들판의 풀과 곡식을 먹고, 돼지는 들판의 수풀 사이에서 직접 새끼를 낳아 기른다. 들판을 뛰어다니는 가축들은 공장식 시설에서 자라는 가축들보다 건강하기에 항생제 따위의 약품을 쓸 필요가 없다. 물론 그렇게 자란 가축은 영양이 풍부한 고기를 만들어낸다. 또한 풀밭의 배설물이 햇빛을 받아 자연 분해되므로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는다.


인도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가축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가축을 도축할 때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니콜렛은 또한 소비자들의 실천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들이 동물성 식품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조금의 관심만 보여도 공장식 축산업체의 고기보다는 보다 건강한 고기, 우유, 달걀 생선 등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런 제품들은 공장식 축산업체의 제품에 비해 다소 비싼 것이 사실이다. 공장식 축산업체들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등 사회 전체로 비용을 전가하고, 각종 보조금을 지원받으면서도 동물 복지를 위해서는 지출을 하지 않는 등 원가를 낮추는 데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성 식품을 먹는 빈도와 양을 조금만 줄이면 그런 선택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니콜렛은 말한다.


사실 고기 소비량을 줄이자는 이야기는 그리 급진적인 것이 아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지금처럼 고기를 많이 먹지 않았었다. 고기가 너무 흔해지면서 지금과 같은 육식 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니콜렛은 소비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성 식품을 고를 때, 그 제품이 어떻게 자란 동물에게서 나온 것인지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가급적 인도적 대우를 받은 동물에게서 나온 제품을 고르되 만약 자주 찾는 식료품점에 그런 제품이 없다면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각종 인증 제도의 기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일례로 미국의 ‘인도적 사육 인증’ 라벨의 인증 기준은 과연 ‘인도적’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자연산’, ‘유기농’, ‘방목’ 등의 단어를 붙일 수 있는 기준도 일반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한국 농식품부, 축산업 이익 더 중요하게 생각해 살충제 달걀 문제 수수방관

그동안 제대로 된 전수조사 없고 환경인증제 업체에 대한 감독마저 소홀히 해

▲ 국내 달걀에서 비펜트린, 피프로닐 등 맹독성 살충제 성분이 다량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그 지역 또한 경기도, 강원도, 천안, 전남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Pixabay

한국 농식품부 동물복지 외면
조류독감으로 수많은 가금류들이 생매장, 살처분 당하고 국민들이 불안에 떤 것이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연일 터져 나오는 살충제 달걀 뉴스로 인해 우리 국민은 심각한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국내 달걀에서 비펜트린, 피프로닐 등 맹독성 살충제 성분이 다량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그 지역 또한 경기도, 강원도, 천안, 전남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의하면 사실상 전국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져 왔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동물보호 시민운동단체 ‘케어’는 8월18일 ‘사람의 안전, 동물의 복지 외면한 농식품부가 살충제 달걀의 주범’이라고 규정하는 성명서를 내고 “살충제를 국민이 먹어왔다는 사실을 과연 농식품부는 몰랐을까?”라며 관계당국을 질타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전국 시·도 가축위생연구소는 평균 2년에 한 번씩 살충제 성분 중 하나인 트리클로폰 잔류량 검사를 실시해 왔다. 그런데 여기서 닭고기만을 의도적으로 검사 대상에서 제외해 그동안 살충제를 살포하던 닭사육 농가는 단 한 번도 살충제 잔류량 검사를 받지 않고 넘어갔다.


2016년 계란의 살충제 오염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살충제에 함유된 맹독성의 트리클로폰 성분이 닭의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흡수돼 계란까지 오염됐을 가능성이 알려졌다.


‘케어’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는 전국 산란계 사육 농가의 2%만을 대상으로 살충제 잔류량 검사를 실시했고 허술한 조사방식으로 신뢰성을 떨어뜨린 바 있다”고 지적하면서 “2016년 8월 몇몇 언론에서 이 문제를 기사화한 이후에도 농식품부는 더 이상의 조사나 발표를 하지 않았고 숨기기에 급급했다”고 질타했다.


이 단체는 “이후 농식품부는 올해 4월 살충제 달걀의 문제를 조사, 연구한 농축산물 원산지 안정성 연구소의 발표 이후에도 어떠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었다”고 비판하면서 “사실상 국민들이 살충제 달걀을 먹고 있는 것을 알았음에도 해외에서부터 문제가 불거지기까지 농식품부는 살충제 달걀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던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농식품부는 왜 이 문제를 방관했을까?


‘케어’는 “농식품부가 철저하게 축산업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살충제 달걀 문제에 대해 방관을 해왔고 그동안 제대로 된 전수조사나 환경인증제 업체에 대한 감독이 소홀했다”면서 “이번에 논란이 된 이후의 조사도 엉망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데 이는 농식품부가 축산법에 따른 축산업체의 조사와 감독을 어려워하고 금기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사람의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에서도 이럴진대, 동물복지 업무에 대해서는 오죽할까”라고 개탄하면서 오늘날 양계농장 사육환경의 문제점도 조목조목 짚어냈다.


사실 조류독감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때마다 공장식 축산이 원인이라는 여러 지적에도 불구하고, 농식품부는 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말로 회피한 채 십 수년이 지나도 어떠한 대책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케어’ 측의 지적. 왜 조류독감이 발생하는지, 양계농가에서 왜 살충제를 뿌릴 수밖에 없는지, 오늘날 양계농장의 닭들의 사육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좁은 우리 갇힌 닭들은 진드기 때문에 밤새 잠을 못 자고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심지어는 폐사하기에 이르고 있다. 또한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 스스로가 살충제에 대해 내성이 생기면서, 살충제 살포 주기도 빨라지고 약품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 농식품부는 그동안 철저하게 축산업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겨왔기에 살충제 달걀 문제에 대해 방관을 해왔고 그동안 제대로 된 전수조사나 환경인증제 업체에 대한 감독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장식 축산 해법은 과연?
이 단체는 “살충제 달걀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현재의 공장식 축산, 감금틀 사육을 폐지하고 닭들을 자연상태의 조건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이번 살충제 달걀 사태의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고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그동안 식품산업의 육성에만 중점을 두고,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사람의 안전 문제와 동물의 고통을 외면한, 축산업자의 이해관계에 묶여 있는 농식품부를 규제하기 위해 동물복지 업무를 타 부처로 이관해야 한다는 것.


‘케어’는 “지난 10년 동안 농식품부는 축산업계의 이익을 뿌리치지 못하고 동물복지를 위한 산업개편을 늘 미루어 와서 산업개편과 동물복지의 가능성은 이번에도 매우 희박할 것”이라면서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이 사태가 지나면 농식품부는 또 구태의연한 관행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동물복지 관련 업무를 다른 부처가 담당하는 부처이관을 통해서 산업과 규제를 분리하고 범부처적으로 대처하는 과감한 정부조직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공장식 축산, 감금틀 사육을 단계적으로라도 폐지해야 한다는 것.


핀란드는 20년 전부터 공장식 밀집사육을 법으로 금지하여 조류독감, 구제역이 없을 뿐 아니라, 살충제 달걀 파동을 피해갔다.


세 번째는 과도한 달걀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


‘케어’는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과자 등의 가공식품 등에 불필요하게 달걀을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해외의 많은 가공식품들이 달걀 사용을 배제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식품회사들도 달걀 가공품 남용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살충제 달걀’ 파문으로 온 세상이 에그 포비아에 휩싸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동물복지’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쾌적한 환경에서 자란 행복한 동물이 인간에 이롭다는 원리가 강조되며 관련 제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어쨌든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위해서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대한 많은 수익을 위해 가축에게 고통을 가하는 비인도적인 사육 방식은 이제 그 종말을 맞을 때가 되었다” “오늘날 우리 인간의 과다한 욕심과 탐욕으로 동물들은 병들어 가고 있고, 그 축산물을 먹는 사람들도 병들어 가고 있다” “살충제 달걀은 동물복지를 무시한 인간 욕심의 결과물”이라는 미국의 환경운동가 니콜렛 한 니먼과 동물보호 시민운동단체 ‘케어’의 경고는 ‘에그 포비아’에 벌벌 떠는 한국인들에게 윤리적이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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