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서전 꺼리는 삼촌·이모·친구에게 물어봐~"

[양승완 작가의 따뜻한 성찰 자서전 10]‘가족 관계도’ 작성→취재하면 당신이 잊었던 추억 안겨줄 수도

글/양승완(작가) | 기사입력 2017/08/28 [15:23]

"당신의 자서전 꺼리는 삼촌·이모·친구에게 물어봐~"

[양승완 작가의 따뜻한 성찰 자서전 10]‘가족 관계도’ 작성→취재하면 당신이 잊었던 추억 안겨줄 수도

글/양승완(작가) | 입력 : 2017/08/28 [15:23]

초딩 동창과 콩나물교실에서 반공 포스터 발견…그 자체가 성찰
아주 작은 자신의 경험치도 부풀리고 포장하면 그럴싸한 소설감

▲ 이문열의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몇 장면.    


작가들이 작품을 구성할 때 자기 작품에 등장하는(할 수도 있는) 모든 사람을 만들어 놓고 그에 대한 간단한 캐릭터를 부여한다. 물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조연인 경우는 이름과 나이만 정해놓는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다 보면 이 보잘 것 없던 조연이 엄청난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주인공이 이쯤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했으면 좋겠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다. 그때 그 조연을 투입시켜 대화를 시켜보니 의외로 좋은 장면이나 글대목이 나왔다. 그러면 조연은 일약 주연 못지않은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친척 리스트·친구 질문지 만들라
내가 태어날 당시, 또 내가 자랄 당시, 내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모, 둘째 고모, 사돈의 팔촌…. 어린 시절 우리 집에 한 번이라도 찾아온 분이라면 모두 리스트에 적어넣고 그분들의 이름과 직업을 메모해두는 편이 좋다. 그 다음에 가능하면 그분들을 찾아가 그분들이 가진 내 어린 시절의 단상들을 취재하는 것이 좋다. 역시나 내가 나에 대해 몰랐던 추억을 알려주는 분이 계실 것이다. 나와 내 가족 관계도를 작성하는 이유다.


작은 외삼촌은 사우디에 노동자로 일하고 있었다. 내가 대입을 앞두고 긴 편지를 보내왔다. 공대를 가라는 것이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4남매를 키우는 당신의 누이가 얼마나 안쓰러웠을까?


당신의 눈으로는 당신의 현장에서 자신에게 명령하고 편하게 돈 많이 버는 공대 출신 관리자들이 훌륭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먹고 사느라고 대학 가는 게 아니라는 객기에 휘말린 문제아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나이가 들어 내가 사십이 되었을 때 나는 진심으로 후회했다. 그때 외삼촌 말을 들을걸….


중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 한두 명쯤 있을 거다. 이들과는 정말 무슨 비도덕적인 일을 그렇게 많이 헸는지 지금 만나도 이 새끼 저 새끼다. 교수건 의사건 상관없다. 저 ×새끼 옛날에 약국집 딸 쫓아다니다 ×나 까였지 않냐? 이런 친구 중에 그나마 말귀를 알아듣는 친구 하나를 골라 설득을 해보자.


“중고등학교 때 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게 너지 않니?”


자서전 질문지를 작성해달라는 부탁을 하는 거다. 내가 스스로 질문지를 작성하면 그것은 나의 기억에만 의존한 질문지여서 많은 부분을 놓칠 수 있다. 친구가 물어준 질문지에서 뜻밖에 나의 자서전 꺼리가 생겨날 수 있다.


“너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짤짤이 하다 걸려서 독사한테 죽도록 맞았는데 난 네 표정을 보니 무서웠어. 그때 왜 그런 거니?”


실제로 난 그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아마도 세상 모든 게 우습고 같잖았나 보다.


과거를 회고하며 첫 문장을 만들어낼 때 고민스러운 것은 오감을 활용하거나 주변의 자연환경을 이용하면 좋다.


고샅길 지천에 아무렇게나 쑥부쟁이가 피어올라 나는 그게 참으로 못마땅했다. 그 길 끝에 있는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은 자꾸 고랑내가 났는데 신작로 이충에 기와집인 영미네는 사시사철 아카시아 향기가 나는 듯했다. 뭐 갑자기 소나기라도 찍을 듯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자서전 쓰기에 굉장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지금 초등학교 동창들이 모여 등산도 가고 여행도 가는 문화가 유행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혈연·지연을 중요시 하는 사회가 또 있을까 싶고 그것이 객관적으로 부정적 사회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뭐 자서전을 쓰는 데는 꽤 괜찮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초딩 동창 만나 예전에 못했던 사랑 고백도 해보고 같이 공부했던 콩나물 교실 가서 반공 포스터 하나라도 발견하면 그 자체가 성찰과 치유다.

 

작은 일도 미화하고 부풀려라
일전에 남이 쓴 자서전을 읽어보라고 권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남이 쓴 자서전 읽는 게 쉬운 게 아니다. 재미가 더럽게 없다.


그래서 다시 재미있고 자서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작품을 추천해본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반에 주먹으로 짱 먹는 아이 하나는 꼭 있었다. 우리 반 짱에는 우리 동네 상업은행에 청원경찰을 하고 있었다.


소나기(황순원)-그래 첫사랑이다. 만나기 전의 그 울렁거림. 만난 후의 그 아득함. 헤어진 후의 그 회한. 나는 4학년 때 길한이라는 애를 짝사랑했는데 어느 날 대유라는 놈이 선언을 했다. 내가 길한이를 좋아한다고. 개자식. 동원 예비군 훈련 가서 만났는데 다른 여자랑 결혼했고 길한이 소식도 몰랐다. 나는 그 녀석 군화에 물 한 컵을 쏟아부어 버렸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송기원)-혈기 왕성하고 호르몬 왕성했을 때의 이야기다. 미아리 근처에 서성거리다 술만 먹고 온 일. 쉬는 시간에 여자와 자봤다는 경근이의 입에 집중했던 일. 겨우 그 일을 상상하며 수음했던 일. 장원인가 놀러가서 여자애들 꼬시다가 그 동네 친구들에게 들입다 얻어맞고 온 일.


어찌 내일과 같은 일들이 저렇게 훌륭한 작품들로 탄생했을까? 작가들이 그렇다 보편적 정서에 기인한 구라를 푸는 거다. 안 그러면 책 안 팔린다. 자신이 경험한 아주 작은 일을 미화하고 부풀리고 포장해 소설을 쓰는 거다.

 

이로써 따뜻한 성찰 자서전 10회를 마쳤다. 나름대로 기본기를 갖추고 글에 임하게 하려고 주저리주저리 휘갈겼지만 아무래도 그 성과가 미약할 듯하다.


11회부터는 좀 더 파격적으로 재미있게 쓸 것이다.
재미가 없는 글은 의미가 없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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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완 작가는 누구?
1968년 서울생.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졸업. 드라마 작가(MBC 베스트극장, 특집극 등). 어린이 서적 ‘우리 국토 수놓은 식물 이야기’ ‘생각을 뒤집는 논리세상’ 등 출간. 국회의원, 시장 등 다수의 자서전 대필. 연락처 010-7371-1516. e-mail scen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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