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의 굴레’ 근로기준법 59조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결렬…정기국회 못하면 폐기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7/09/01 [14:53]

 

 

▲ 장시간 운전으로 교통사고 위험에 내몰린 택시·버스 운전 노동자들이 법정 근로시간 초과를 인정하는 노동시간 특례조항 개정을 촉구했다. <사진=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홈페이지 갈무리>


장시간 노동을 종용하는 근로기준법 59조를 폐지하라는 노동계의 요구가 거세다. 이에 국회는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여야 합의가 결렬됐다. 

 

지난달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고 사업장 규모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 유예기간 차등 적용에 대해 논의했지만 여야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갔다. 

 

최근 노동계는 ‘노동시간 특례업종’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59조의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집배원의 과로사, 경부고속도로 버스 참사 등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사건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당 노동시간을 40시간, 최대 연장 노동시간을 12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59조는 주 12시간으로 제한된 초과노동시간과 법적으로 정해진 휴게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특례업종을 규정하고 있다. 즉, 노사가 합의할 경우 법정 근로시간을 무한정 초과할 수 있는 조항이다. 

 

실제로 최근 과로사·자살 등이 잇따라 발생한 집배원(통신업), 졸음운전으로 경부고속도로에서 다중추돌사고를 일으킨 버스기사(운수업), 지난해 장시간 노동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드라마 ‘혼술남녀’조연출 이한빛PD(영화제작 및 흥행업)는 모두 ‘특례업종’에 해당한다. 

 

1961년 탄생

근로시간 특례 조항은 지난 1961년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신설됐다. 박정희 군사정부 시절 근로시간 준수가 어려운 업종에 대해 ‘공익 또는 국방상 필요’가 있으면 근로시간 초과를 예외적으로 허용하자는 취지다. 이후 50여년이 넘도록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장시간노동을 허용해왔고, 과로로 쓰러지는 노동자들을 방치해왔다. 

 

당시 특례업종은 운수업, 통신업, 보건업 등 12개 였다가 산업분류표가 변경되면서 26개종으로 늘었다. 일각에서 근로자들의 과로는 물론, 시민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서비스업 발달로 특례업종 종사자는 400만명으로 증가했다. 

 

다만 이번 국회 환노위에서 여야는 특례업종 개수를 기존 26개에서 10개로 축소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법 개정이 완료되면 특례 업종은 ▲육상 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 ▲수상 운송업 ▲항공 운송업 ▲기타 운송 관련 서비스업 ▲영상 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 ▲전기통신업 ▲보건업 ▲하수 폐수 및 분뇨 처리업 ▲사회복지업 등이다.

 

하지만 특례 제외업종에 버스 운전사는 포함된 반면 월 230시간~280시간 동안 운전해야하는 택시 운전사는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일부 축소'보다는 전면 폐기, 혹은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변 노동위원회 정병욱 변호사는 “1919년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1호 협약은 공업부문 사업장에서 노동시간을 1일 8시간, 1주 48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이었다라며 한국은 100년 전 국제적으로 정한 기준에도 벗어난 근로기준법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공중보건·안전 관련 업종 등 꼭 필요한 부분에는 특례가 적용될 수 있다 하더라도상한선도 없이 광범위하게 무제한 노동을 허용하는 조항은 대폭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hna10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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