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읽어보니 정말 정갈하게 사신 것 같네요”

“자서전을 썼다고? 미친 놈 아냐?” “그냥 써봤어…근데 재밌더라”

글/양승완(작가) | 기사입력 2017/09/04 [10:19]

“자서전 읽어보니 정말 정갈하게 사신 것 같네요”

“자서전을 썼다고? 미친 놈 아냐?” “그냥 써봤어…근데 재밌더라”

글/양승완(작가) | 입력 : 2017/09/04 [10:19]

“자서전을 써? 미친 놈 아냐?” “그냥 써봤어…근데 재밌더라”
“내가 이렇게 살았다 뭐 그런 존재의 참모습을 봤다고 할까?”

▲ 장례식 스토리가 등장하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화장> 한 장면.    


자서전에 관한 콩트.
“우울증이 심각하다 너.”
참 우울하게 생긴 의사 새×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새삼스럽게 그건 걸 입에 올리고.
“넌 세상이 우울한 건지 인간이 우울한 건지 구분이 되냐?”
“그건 신의 영역이다. 교회 다니자.”


찌질한 중년인 나는 동민의 병원을 나서면서 처방전을 찢어버렸다. 동네에 하나 있는 예쁜 여자 민선이가 교회 다닌다고 따라다닌 새×. 사실 민선이를 먼저 좋아한 건 나였는데. 나이가 들면 친구밖에 없다느니 어릴 적 ××친구가 최고라니 하는 말은 저주에 가까운 격언이다. ]


그 놈들을 만나서 뭐 좋은 일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고등학교 때 술과 담배의 세계로 끌어들인 놈도 세민이고 자기 집 이층 창문에서 여대생 누나를 훔쳐보며 자위하는 법을 가르쳐 준 놈도 대현이였다. 돈까지 받았다. 난 딱 한번 했는데 세민이 놈은 시도 때도 없었고 나는 500원이 무거운 우리집 의 가난을 원망하기도 했다. 


술 먹고 기억도 없이 동정을 잃은 것도 놈들 때문이고 내가 알바했던 숯불갈비집에서 잘린 것도 놈들 때문이다. 절대 만나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을 수없이 했지만 거침없이 우리 집 문을 따고 들어오는 무지막지한 놈들이다.


결혼할 때 친구가 하나도 없으면 너무 쪽팔려서 불렀고, 애 돌잔치 때 또 그랬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절대 안 부르려고 했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찾아왔다. 그 일은 아직도 미스터리다. 도대체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지난 달에는 성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해서…. 가만히 따져보니 중학교 때 그 놈 도시락 계란 프라이를 몇 번 훔쳐먹고, 동민이랑 싸움 붙인 일이 조금 미안해 거금 10만 원을 봉투에 넣어 찾아갔다. 계란 몇 개가 먹어야 10만 원인가?

 

“호상엔 즐겁게 놀아줘야 돼”

“부모가 죽었는데 왜 눈물이 안 나냐?”
“너도 곧 죽어서 만날 나이가 돼서 그런 거야.”
시시껄렁한 소리를 하다가 포커판 벌어지고 그리고 일이 벌어졌다. 염병할 유교국가에서 경천동지할 일이 생긴 거다. 그러니까 성재 마누라의 친구들이 고스톱 판을 벌인 건데, 친구 시아버지 장사집에서 고스톱을? 신선한 광경으로 끝났으면 좋았을걸….


“야, 우리도 고스톱으로 바꾸자. 전통은 지켜줘야지.”
동민이 놈이 암내를 맡았다. 그쪽 여인들 분위기가 흔히 지나치는 아줌마들은 아닌 듯했다. 하긴 성재 마누라가 음대 출신이었으니…. 뭐 그럭저럭 순탄하게 살아온 고즈넉함, 온유함이 배어 있었다. 그런 여인들이 검을 정장을 입고 앉아 ‘너 쌌어’ ‘피박이다’ 하고 있으니 음…. 뭔가 색스럽기까지 하다.


판은 합쳐졌고 두 판이 벌어졌다. 그러니까 남녀가 섞여 두 개의 고스톱 판이 벌어진 것인데 나도 남자인지라 내 옆에 앉은 정숙씨가 꽤나 신경이 쓰였다.


이런 판에 꼭 이런 말 하는 놈 있다.
“호상에는 즐겁게 놀아줘야 돼.”


그래 장사집에 와서 무슨 짓을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구나. 나는 일단 아주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고 다시 발칙한 수놈으로 돌아와 어떡하든 정숙씨의 눈에 들어보이려고 애를 썼다. 그렇지만 대현이의 탁월한 언변과 ‘고’를 함부로 외치는 동민이의 여유(순전히 그의 경제력에서 나오는)를 나는 따라 잡을 수 없었다. 여자들과 고스톱 칠 때는 ‘고’를 함부로 외쳐야 인기가 있다.


그때 행운이 왔다. 아직도 계란을 동민이가 빼먹은 줄 아는 성재가 술 한 잔을들고 왔다.
“한 잔씩들 해라.”
그리고 지나가는 안부를 묻는데 ‘오 마이 갓’이었다.
“너 자서전에 내가 진짜 학력고사 88점 맞았다고 썼더라?”


순간 판은 얼어붙었다. 서너 가지의 정보가 동시에 오갔고 짧은 순간 계산을 마친 우리는 한바탕 웃음이 터졌고 이윽고 진정이 되니 주인공은 내가 되고 말았다.
“자서전을 써? 미친 놈 아냐?”
“그냥. 써봤어. 근데 재밌더라. 내가 이렇게 살았구나. 앞으로는 이렇게 살아야겠다. 뭐 그런 존재의 참모습을 봤다고나 할까? 이 무식한 놈들아.”


언 놈이 그새 인터넷을 검색해 온라인 상에서 팔리고 있는 내 책을 찾아내고 만다.
“야, 이거 진짜야. 너 작가야?”
“내가 초등학교 때 일기 써서 상 받은 거 모르냐?”
나는 연달아 ‘고’를 불렀고 10만원을 넘게 날렸지만 기분이 좋았다.
“저 자서전 그거 어떻게 쓰는 거에요? 저도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정숙씨와 나는 전화번호를 주고 받았고 졸지에 들러리가 된 수놈들은 입에 겔포스만 거푸 빨아댔다.

 

“이젠 정갈하지 않을래요”

나는 정숙씨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났다. 행운이 겹치다 보니 정숙씨는 이혼을 했다. 나는 정숙씨를 좀 더 만나보고 이혼을 할 예정이고…. 으히히.


그런 정숙씨가 갑자기 그만 만나자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더 이상 만나면 감정이 싹틀 테고 그러면 다시 사랑을 해야 할 테고 자신은 그것이 두렵다는 것이다. ‘내가 빨리 이혼할게요’라는 말이 맴돌았으나 차마 아직.


그래서 입맛이 없고 으슬으슬 추웠고 회사에 나갈 수가 없었다. 아직 속궁합도 안 맞춰보고 여자를 보내는 건 대한민국의 상스러운 남자로서 자존심 문제였다.


“자서전을 보니 정말 정갈하게 사신 것 같아요.”
“정갈하게 산 것만 쓴 건데요. 그리고 이젠 정갈하지 않을래요.”
나는 나의 오한과 우울을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은 정숙씨 뿐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처방전이다.
나는 광화문 이순신 장군을 바라보며 정숙씨에게 전화했다.


“오늘 뵐까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 교외로 나가고 싶은데요.”
그녀는 말이 없었다. 내 말의 의도를 알아챘을까?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이순신 장군 바라보며 일곱시까지 기다릴게요.”


일곱시가 되고 나서 나는 동민이에게 전화했다.
“오늘 너네 빙장 돌아가신 걸로 하자.”
내년 자서전 수정 때 나는 또 한 대목을 추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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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완 작가는 누구?
1968년 서울생.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졸업. 드라마 작가(MBC 베스트극장, 특집극 등). 어린이 서적 ‘우리 국토 수놓은 식물 이야기’ ‘생각을 뒤집는 논리세상’ 등 출간. 국회의원, 시장 등 다수의 자서전 대필. 연락처 010-7371-1516. e-mail sceney@naver.com

진실 17/09/04 [23:24] 수정 삭제  
  내세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현세의 부귀영화는 중요한 의미가 없다. 성직자들을 포함해서 많은 구도자들이 경전이나 명상에만 의존해서 우주와 생명의 본질을 탐구했기 때문에 올바른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그들의 탐구는 결국 우물 안의 개구리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들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와 종교학자도 유능한 학자로 출세하기 위해서 무비판적이며 맹목적으로 기존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데만 치중하므로 학문의 오류를 탐지하지 못한다. 인간의 장기가 다른 사람에게 이식되면 원래 주인의 생명과 상관없이 생명을 유지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하나의 주체에 의해서 통제되는 단일생명체인가 아니면 여러 생명체가 함께 살고 있는 집단생명체인가? 기존의 과학과 종교이론을 180도 뒤집는 이론으로 우주와 생명을 새롭게 설명하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는데 과학자와 종교학자들이 반론을 못한다. 이 책은 서양과학으로 동양철학을 증명하고 동양철학으로 서양과학을 완성한 통일장이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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