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 석면’, 무방비로 방치된 아이들

한동인 기자 | 기사입력 2017/09/06 [16:18]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0~30년이라는 잠복기를 가지고 있는 석면 피해는 명확한 규명조차 힘든 만큼 철저한 관리가 요망된다. 하지만 최근 재건축을 비롯해 전국의 학교에서 석면철거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미흡한 관리로 인한 석면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제대로 된 석면철거가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정부부처는 손을 놓고 방관하고 있어 아이들의 미래에 빨간불이 깜빡이고 있다. <편집자주>


 

1급 발암물질 석면, 2007년 본격 사용 금지

전국 학교 70% 노후 석면건축물, 보수 시작

 

김삼화 의원 “환경부 석면 피해예방업무 방기”

과천 문원초 ‘등교거부’, 관문초 석면 ‘작업중지’

 

▲ 서울 도봉구 소재 월천초등학교 교실에서 채취한 시료분석결과 3%의 백석면이검출된 FE-SEM 전자현미경 사진     ©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1급 발암물질 석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백석면을포함한 모든 종류의 석면이 인체노출 시 폐암, 악성중피종암, 후두암, 난소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발암물질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중 가장 많이 사용돼 온 백석면의 경우 WHO, ILO, EPA 등에서 1980 년대부터 사용을 금지하도록 권고했고 한국은 지난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석면시멘트 제품의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석면의 위험은 도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격적으로 석면시멘트 제품의 사용을 금지하기 이전의 석면건축물들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건축물의 노화는 인체의 석면노출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부터 시행 중인 석면피해구제법에 의하면 2016년 기준 석면 피해자는 1635명, 특별유족은 633명에 달한다. 이중 악성중피종은 총 829명, 폐암은 304명으로 나타나 사태의 심각성을 증명하고 있다.

 

또 관련 전문가들은 석면의 2차, 3차 오염으로 인한 환경성 피해 사례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중 일상생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노출되는 현장은 재개발과 재건축 시, 시행되는 건물 해체와 제거현장이다. 건물이 분해, 해체되는 과정 안에서 석면이 부서져 발생하는 먼지는 미세해서 완벽한 보호 장구 착용이 필요하며 건물 출입구는 이중삼중으로 비닐로 밀폐하는 작업을 거쳐야만 한다. 이러한 조치는 석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다. 

 

실종된 안전관리

 

석면 철거 작업의 중요성 부각은 실제 사례로 나타난다. 지난 2009년 홍익 어린이집 사건은 그 대표적 예다. 당시 왕십리뉴타운 개발 현장 속에 홍익 어린이집은 이전되지 못한 채 남아있었고 석면 해체과정에서 분진은 덩그러니 남았다. 왕십리뉴타운 지역 철거 시작 이후 홍익어린이집 아이들은 비염과 아토피, 가려움증, 가래 등의 증상을 호소했으며 한 아이는 폐렴에 걸리기도 했다. 실제로 검사가 이뤄졌을 때 석면이 검출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일기도 했다. 석면의 경우 그 잠복기가 20~30년에 이르는 만큼 당시 학부모들은 서울시에 잠복기 이후 발병에 대한 대책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이후 석면에 대한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석면 지도 작성의 의무화가 생겼다. 석면지도는 해당 건물의 설계도면에 석면의 유무와 파손 정도를 표시한 건축물 평면도다.

 

결국 석면사용금지 이전 석면건축물들의 안전관리는 집중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학교의 경우 전체의 70% 이상이 여전히 석면건축물인 것으로 알려져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정부 역시 석면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미 노후화된 건축물들을 대상으로 예산을 확보해 석면 제거 작업에 들어갔다. 교육청의 경우 예산 확보를 통해 관내 학교의 석면을 제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 석면철거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위험성과 함께 주의가 필요함으로 보통의 경우 방학을 이용해 석면철거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석면철거 공사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석면철거의 미흡은 방학이 끝난 직후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절차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교에선 방학 기간 석면철거 공사를 진행했지만 개학 후 석면 잔해 등이 발견되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학부모들과 시민단체 등은 교육부, 환경부, 노동부 등 중앙정부 관계부처와 교육청 등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교육부가 국회 김삼화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016년 6월말 기준으로 전국 2만856 개 학교 중에서 66.9%인 1만3956개 학교가 석면을 사용한 석면학교다. 무석면학교는 전체의 33.1%인 6900개교이다.

 

약 66%의 학교 중 석면철거 보수 공사에 들어간 학교들 중 상당수가 안전관리를 소홀히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석면의 심각성을 등외시한 채 학교건축물의 개보수공사정도로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경우 석면철거 예산을 배정만 할뿐 안전문제에 대해선 나몰라라 하고 있다. 또 각 교육청은 다시 해당 학교에 예산을 배정하고 철거업체를 통한 공사용역을 발주만 할 뿐 안전문제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형식적 석면철거는 전문화되지 않은 영세업체로 진행됨에 따라 비용절감과 기간단축이 이뤄진다. 이에 따라 석면안전관리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이렇게 진행되는 학교석면관리 문제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교직원에게 전가된다. 석면 특성상 일반먼지와 구분되지 않으며 석면으로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비석면과 구분되지 않으며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없어 방치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학교에서의 석면발생은 단순히 학교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근 지역사회로의 확산 우려도 높다. 

 

한편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환경부의 미진한 대응에 비판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환경부가 지난 2010년부터 전국 자연발생석면 지질 현황을 파악해왔음에도 지금까지 석면노출 예방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환경부는 해당 지자체의 민원을 핑계로 자연발생석면지질도를 비공개하여 빈축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환경부가 자연발생석면 광역지질도를 작성 완료하고도 관리방안 등 석면피해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르면, “환경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지질도를 기초로 하여 자연발생석면이 존재하거나 존재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대하여 공기·토양 중 석면 농도, 석면으로 인한 지역 주민의 건강피해 및 위해성 등에 대한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공고”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연발생석면 관리지역”을 지정하여, 석면안전관리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또 해당 지역에서 개발사업을 하려는 자는 “석면비산방지계획서”를 당국에 제출해야한다(법 제13~17조). 그러나 지금까지 ‘자연발생석면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석면영향조사 역시 2016년 홍성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실시한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김삼화 의원은 “환경부가 2010년부터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고, 2015년에 이미 전국적인 현황 조사를 완료한 후 지자체에 지도를 배포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관리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석면지질도를 비공개한 것은 석면 피해예방업무를 방기한 것에 다름 아니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이어 “세계보건기구가 1987년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음에도 우리 정부는 2011년에야 석면안전관리법을 제정하는 등 국민건강권 보호에 소홀했던 것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석면노출에 따른 피해예방과 건강영향조사 등을 통해 피해자 발굴과 지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과천 주공2단지 재건축 과정 중 석면 철거의 문제로 문원초를 비롯한 주변의 학부모들이 투명한 석면     ©문원초 비대위 제공

 

석면 위협 ‘과천’

 

석면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재개발로 인한 건물의 철거, 학교의 개보수 과정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최근 석면문제로 가장 큰 갈등을 빚고 있는 곳은 과천시이다. 과천시는 대규모 재개발 단지가 들어서면서 석면 처리문제로 진통을 앓고 있다.

 

지난 9월5일부터 과천시에 위치한 문원초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등교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과천시 과천 주공2단지 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석면해체를 놓고 재건축조합과 인근 학교 학부모들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과천 주공2단지 아파트 재건축현장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문원초등학교는 총원 1247명중 결석인원 923명으로 총 324명만이 학교에 등교했다.

 

문원초등학교의 등교거부는 과천 주공2단지 아파트 재건축현장의 석면 해체과정의 불안감 증폭에 따른 것이다. 과천 주공2단지 재건축 현장 인근에 자리한 문원초등학교, 문원중학교, 과천중앙고등학교 등의 학부모들은 1급 발암물질인 석면 해체 과정에서 재건축 계획과 일정 등에 대해 투명한 공개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이에 학부모들은 재건축조합 측에 석면지도를 포함한 석면철거 계획서, 전문가의 석면지도 분석을 통한 안전한 석면해체, 공정한 석면 샘플링 조사 후 석면 철거, 학교 앞 통행로 안전확보 등을 요구사항으로 들고 있다.

하지만 과천 주공 2단지 재건축 조합 측은 최근 일체의 전화 통화조차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원초 비대위 측에 따르면 수 차례에 걸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도모했으나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측은 철저한 무관심과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한편 재건축 현장에서의 문제도 드러나고 있어 그 심각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문원초 이재홍 비대위원장은 <주간현대>와의 인터뷰를 통해 석면 폐기물의 방치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석면 폐기물은 당일 철거 당일 반출을 약속 한 바 있지만 노들 유치원 앞에 폐기물이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상황에 대해 “조합 측에서 우리가 공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단지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클 수 있도록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만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과천 관문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석면철거가 끝난 교실,복도 등에서 채취한 37 개의 석면의심시료를 분류하고 있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인근에 위치한 관문초의 경우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큰 상황이다. 지난 7~8월 여름방학 기간 학교석면철거 이후 상황에 대한 현장 모니터링이 이뤄졌다. 현장모니터링은 석면철거가 끝난 후의 교실과 복도 등에서의 석면의심사료가 있는 지를 조사한 것으로 5개 학교 모니터링 결과 5곳 모두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특히 51개 시료 중 45개에서 1급 발암물질 백석면이 3~5% 함유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관문초등학교는 37개의 채취 시료 가운데 33개 시료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학교에서의 석면철거가 끝나 철거된 석면자재가 모두 외부로 반출된 후인 지난 8월 7일, 학부모 대책위는 교실과 복도 구석구석을 모니터링 했다. 석면철거가 제대로 진행됐다면 석면함유가 의심되는 오래된 천장텍스가 발견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교실과 복도, 화장실 및 계단 등 곳곳에서 석면함유가 의심되는 오래된 텍스 조각들이 다수 발견됐다.

 

8월8일 시료분석결과를 받은 학부모 대책위는 8월9일 학교 측에 석면조사결과를 알렸고, 이어 노동부 등에 신고했다. 노동부는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작업중지명령’을 내리고 현장을 폐쇄했다. 노동부는 자체적인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학부모 대책위는 노동부의 조사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결국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은 철거과정을 통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만들고 있다. 과천 문원초와 관문초 뿐만 아니라 일대의 중 고등학교, 인근 주민들 까지 석면의 위협 속에서 두려워하고 있다. 

 

▲ 과천 관문초등학교 교실의 에어컨 부위(왼쪽)와 게시판위(오른쪽)에 방치된 석면이 함유된 천장마감재 조각들, 석면에 대한 아무런 안전상식과 훈련, 경험이 없는무자격사업자가 마구잡이식으로 석면자재를 부수면서 철거한 것으로 보인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다음은 관문초등학교 학부모의 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관문초등학교 2학년 학부모입니다. 아직 이런 자리에 서는 게 낯설고 떨리지만 아무쪼록 잘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처음에 저희 학교 바로 옆의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저는 공사차량이나 소음, 먼지 등을 위험하다고 떠올렸습니다. 1급 발암물질이라는 석면도 물론 걱정이 됐지만 방학 중에 해체공사를 안전하게 진행하면 괜찮을 거라 맘 편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번에 걸친 설명회와 들려오는 재건축소식을 들으면서 우리아이의 건강을 염려하게 되고 더 나아가 과천에 대한 걱정까지 되었습니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가루가 비산될수 있는 석면철거작업이 방학기간이 아닌 6월에 한다는 것은 '과연 공사를 진행하는 주체가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염두에 두고 공사를 계획한 것은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방학이 3주 뒤입니다. 그 안에 석면비닐보양같은 작업을 진행하시거나 업체수 및 공사인력을 늘여서라도 조합장님 말씀처럼 '내 손자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학부모의 부탁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내 아이에게 달리는 자동차가 돌진하면 부모는 온 몸을 던져 막는 게 당연합니다. 눈에 보여야만 위험은 아니지요.

 

석면은 매우 잘 알려진 1급 발암물질입니다. 숨만 쉬어도 폐에 쌓여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고, 한 번 몸 안에 들어오면 배출할 길이 없어 그저 예방이 최선이라는 물질입니다. 그러한 위험물질이 분지여서 공기가 고이고,이곳 저곳에서 건물을 부숴대는 과천하늘에 떠다니는 것은 상상하기에는 것마저 공포입니다. 

 

이대로 석면 공사가 강행된다고 가정해봅니다. 10년 뒤쯤, 원인을 알 수 없는 젊은 폐암, 악성중피종 환자들이 잇따라 발견됩니다. 병원에선 젊디젊은 환자들에게 1년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내립니다. ‘대체 이들의 공통점이 뭘까’ 정부는 대규모 역학조사를 벌입니다. 그 뒤 환자들이 과거 재건축이 한창 진행될 시기 과천에서 자랐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상상하기도 끔찍한 이런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상상하기도 끔찍한 이런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러 석면전문가들이 경고한대로 석면은 무조건 피하고 노출되는 시간을 피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조금이라면 마셔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간절히 호소합니다. 꼭 방학기간 내에 석면공사와 건물철거공사를 마무리해주시고 석면가루가 우리아이의 폐 속에 들어가지 않도록 철저히 안전한 공사 부탁드립니다.

 

bbhan@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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