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박근혜도 탄핵시킨 악질 범죄 ‘뇌물’

뒷돈의 역사…“선물도 진화해 간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10/20 [15:11]

대통령 박근혜도 탄핵시킨 악질 범죄 ‘뇌물’

뒷돈의 역사…“선물도 진화해 간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10/20 [15:11]

지난해를 뜨겁게 달군 후 올해 대통령마저 탄핵시킨 대한민국 헌정사 최대의 스캔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전 국민에 충격을 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일반인 최순실’이 사실상 나라를 좌지우지 하며 사익을 위해 ‘국정농단 행위’를 행한 것이다. 특히 가장 충격을 줬던 것은 삼성·SK·롯데 등 국내 최고의 대기업들이 최순실 등 국정농단 세력에게 뇌물을 건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나라 정치권의 뇌물의 역사는 넓고도 깊지만, 현대사회에서 이뤄진 어처구니없는 ‘뇌물 스캔들’이라는 점에서 국가적인 충격파는 컷다. 이처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와에도 우리나라 지도층의 뇌물 역사는 수천년 전부터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뿌리깊다. 결국 ‘인류 역사는 뇌물의 역사’라는 말과 함께 시작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부패를 화두로 인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지표로 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고대국가와 중세봉건시대의 부패지수가 현대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시민사회와 함께 사회가 다원화 되면서 사회적인 견제와 감시망이 늘면서 부패의 총량은 크게 줄고 있다. 하지만 현세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뇌물이란 괴물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며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편집자주>

 


 

역사적으로 정치권과 뗄 수 없는 관계가 형성된 ‘뇌물’

조선 때 일반적으로 행해진 뇌물…황희 정승도 연루돼

많은 뇌물의 종류들…성매매부터 시작해 미술품까지도

한나라당 ‘차떼기’ 추억…정치권의 탐욕이 부른 흑역사

 

▲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데에는 ‘뇌물’죄가 큰 영향을 미쳤다. <사진=YTN 뉴스 캡처>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역사적으로 정치권과 뇌물은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뇌물에 관한 기록은 고대에서부터 나온다. 즉, 계급제 사회가 되고 ‘정치인’들이 생긴 태초부터 정치인들은 뇌물을 받아온 것이다.

 

대표적으로 고대 이집트 때도 뇌물 때문에 골치를 썩혔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전통깊은 범죄다. 막상 세간에서 뇌물을 범죄라고 인식한 역사는 의외로 길지 않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조선시대에는 외국에서 온 사신에게 뇌물을 주는 일이 성행했다. 관리들도 뇌물을 안 받은 일이 별로 없을 정도였으나 이는 ‘정’이라는 좋은 이름으로 미화된 경우가 많았다.

    

뇌물의 역사

 

뇌물이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는 주장은 미국 연방법원 판사였던 존 누난이 쓴 ‘뇌물의 역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기원전 15세기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이미 뇌물은 사회적인 문제였고, 이집트 왕조는 공정한 재판을 왜곡한다며 단속에 나섰다.

 

고대의 기록 중 하나인 성경에서도 뇌물에 대한 구절이 나온다. 일종의 조언서 역할을 하는 ‘잠언’편에는 “뇌물은 요술방망이 같아 어디에 쓰든 안 되는 일 없다(잠언 17장 8절)”라든가, “선물은 앞길을 여는 물건, 높은 사람에게로 인도해 준다(잠언 18장 16절)”라든가, “은밀히 안기는 선물은 화를 가라앉히고 몰래 바치는 뇌물은 거센 분노를 사그라뜨린다(잠언 21장 14절)” 등 현대인들 뿐만 아니라 고대인에게도 뇌물은 필수품이었다. 물론 잠언이나 또 다른 성경 구절에는 권력자들에게 하는 훈계조로 뇌물을 받으면 정의가 더럽혀진다고 말하는 구절들이 당연히 있기도 하다.

 

이처럼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한 뇌물 사건은 나열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다. 이는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중 대표적인 뇌물 사건으로 고려시대 권력자 이자겸을 들 수 있다. 자신의 둘째 딸을 예종과 결혼시킨데 이어, 예종이 서거한 후 왕위에 오른 인종에겐 셋째 딸과 넷째 딸을 시집 보냈다. 인종은 자신의 두 이모와 결혼하는 해괴한 사건이 벌어졌고, 이자겸은 인종의 외할아버지이자 장인인 셈이었다.

 

사실상 왕권을 장악한 이자겸은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숭덕부’라는 개인 관청을 설치했고, 이곳엔 뇌물을 바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쌓인 뇌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곳곳에서 고기 썩는 냄새가 진동했을 정도다.

 

조선 세조 때도 뇌물 관련 스캔들이 일어났는데, 이때 좌의정 구치관을 제외한 6부 판서와 정승들 모두가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사건이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모든 장관이 다 뇌물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대표적으로 당시 영의정 정인지는 ‘조선 4대 부호’에 들 정도로 뇌물을 포함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산을 축적하기도 했다.

 

또한 ‘명재상의 상징’이자 ‘청백리’로 알려져 있는 황희 정승의 경우에도 비리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이같은 조선 시대에 가장 보편화된 뇌물의 유형은 자리 보전과 승진을 위한 것이었다. 관리의 인사권을 갖고 있는 이조의 요직자나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정승들의 집은 인사를 청탁하는 인물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또한 정권 유지를 위한 비자금도 조선시대에 존재했다. 그 비자금을 관리한 대표적 인물이 숙종의 외척 김석주였다. 그는 남인들을 축출하기 위해 다양한 정치공작을 전개했는데 김환이라는 자를 정보원으로 고용한 후 풍부한 공작금으로 남인 허새의 옆집을 사서 이사시켰고, 다른 남인들의 동태를 파악하게 했다.

 

김석주는 반대파의 암살 기도를 우려 집을 아홉 채나 구입해두고 하루씩 돌아가면서 잤다. 그가 자는 곳은 아무도 모르는, 일급 비밀이었다. 물론 아홉채의 집을 구입한 비용도 비자금이었다. 그가 정국을 주도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 역시 풍부한 비자금이었다. 그는 정치자금에 관한 한 부족함을 몰랐다. 국왕의 비자금인 ‘내탕금’을 사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며, 그의 집안 또한 재력이 풍부했다. 이를 테면 그의 할아버지인 김육의 상을 치를 때 왕가에서만 할 수 있는 수도를 사용했다해서 논란이 됐을 정도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아무튼 김석주가 주도했던 숙종 초·중기의 정치 기상도는 그가 뿌린 공작금만큼이나 어둡고 음울했다. 서인과 남인, 노론과 소론 사이에 정권을 둘러싼 쟁탈전이 끊이지 않았으며 그때마다 막대한 정치자금이 동원됐다. 그만큼 조선의 역사는 퇴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근현대에도 조그만 힘이라도 가진 사람에겐 뇌물이 주어졌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행정관청에서 서류라도 뗄려면 담배라도 한갑 찔러 주어야 했던 시절이 그리 먼 옛날은 아니다. 정치권 상층부에선 검은 돈이 국민들의 가슴을 검게 그을렸고, 한편에선 ‘급행료’라는 뇌물이 서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청교도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국가를 건설했다는 자부심이 강한 현대의 미국에서도 뇌물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워터게이트라는 비리 스캔들로 널리 알려진 닉슨 행정부가 ‘사기 및 부패금지법’을 제정한 이후, 1970년부터 1977년 사이에 시장 43명, 주사법부 판사 44명, 주의회 의원 60명, 경관 260명이 뇌물죄로 연방정부에 기소되었고, 이들 대부분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심지어 닉슨 행정부의 부통령 스피로 애그뉴마저 뇌물사건으로 사임했다.

    

▲ 고대부터 존재해 온 뇌물은 현대에 와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건내진다. <사진=pixabay>

 

뇌물 천태만상

 

이처럼 뇌물이라 함은 부정부패의 전형적인 요소로 꼽히는 것으로, 권력자가 공무를 부정하게 집행하도록 하기 위해 주어진 금전 및 기타 이익들 전반을 의미한다. 즉 단순히 돈을 주는 것만이 뇌물이 아니라 쓸데없이 진귀한 선물이나 단순한 식사 대접등도 포함된다.

 

다만 법적으로 뇌물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에 대해서만 성립되고, 공무원·중재인이 아닌 사람이 뒷돈을 받은 경우에는 뇌물죄가 아니라 배임수증죄가 성립한다. 이는 재산범죄 파트에 규정되어 있지만, 이를테면 민간영역에서의 뇌물죄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공여는, OECD 국제협약에 따라 따로 특별법이 제정·시행중이다. 단순한 언어적·정신적인 이익(칭찬이나 아부)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뇌물이라는 이름 그대로라면 원칙적으로 ‘물질적인 것’에 한정되어 있어야 하다는 것. 그러나 성상납은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로서 뇌물이라고 보고 있다.

 

뇌물과 선물은 명확히 경계선이 나뉘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선 경계가 애매모호한 회색지대가 폭넓게 분포한다는 특성이 있다. 뇌물을 뜻하는 영어의 브라이브(bribe)는 중세엔 ‘선물’을 의미했을 만큼 선물과 뇌물은 참 가깝고도 먼 사이다. 선물은 상대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표시하고 사회의 미덕과 인정을 풍부하게 만들지만, 공정한 게임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뇌물은 조직의 에너지를 흐트러뜨리고 구성원 전체를 악의 구렁텅이로 빠뜨린다는 측면에서, 양자는 구별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선물과 뇌물을 구별할 수 있는 혜안은 사회적인 인식 수준에 좌우된다는 점이 난관이다. ‘공무원 행동강령’은 경조금품을 주고 받을 땐 5만원, 간단한 식사와 선물은 3만원 등으로 명시, 뇌물과 선물을 돈의 액수로 규정 짓고 있지만 숱한 사건 사고를 통해 본 경험에 따르면 이같은 계량적 방법도 한계가 있다. 미국 연방법원 조차 뇌물과 선물을 구분하려 시도했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선물과 뇌물의 경계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결국 뇌물은 의도된 대가를 노리는 노림수가 핵심이고, 선물은 특정한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차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같이 선물과 구분되는 뇌물은 돈 만 바치는 것이 아니다. 현대엔 뇌물로 사용되는 주매체가 ‘돈’이고, 술과 섹스가 분위기 조성용으로 부가된다. 그러나 동서고금의 역사를 살펴보면 뇌물로 사용된 매개체가 참 다양하다. 백제의 공격을 받은 신라의 김춘추는 고구려 연개소문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연개소문에 감금 당한 김춘추는 푸른색 ‘베’를 바치고 영어의 몸에서 풀려났다.

 

조선 중종 때 권력자 김안로는 개고기를 무척 즐겨 먹었고, 맛있는 개고기를 바친 사람에게는 벼슬까지 주었다고 전해진다. ‘개고기’가 뇌물이었던 것이다. 조선 세종 때 관리를 지낸 김도련은 서류를 조작해 선량한 백성들을 노비로 만들었고, 이들을 우의정과 병조판서 등에게 바쳤다. ‘사람’이 뇌물인 셈이었다. 조선 숙종 때에는 권력자에게 담배와 쌀을 전하고, 이익을 취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담배’와 ‘쌀’이 검은 뇌물이었다.

 

‘부의 상징’ 금덩이도 뇌물의 단골 리스트에 포함된다. 일제시대에 엄청난 부를 축적한 김갑순은 순금으로 명함을 만들어 권력자에게 상납하고, 그 대가로 재산을 지키기도 했다. 자본주의와 함께 주식회사라는 형태의 회사가 보편화 되면서 ‘주식’이 뇌물로 활약했다. 정관계 유력인사들이 재벌들로부터 주식을 상납 받았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이어진다.

 

‘성(性)’은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꾸준히 사용되는 품목이다. 작년에 터진 고위층 성접대 사건에서도 성 상납, 성 접대가 거론되고 있다. ‘그림’도 빼놓을 수 없다.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미술관에 걸린 ‘동방박사의 경배’란 작품은 한 금융인이 피렌체의 최고 가문인 메디치가에 바친 사실상 뇌물이었다. 유명 그림은 환금성도 높고 뇌물로서의 이미지가 덜할 뿐만 아니라 은밀하게 주고 받을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상류층들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같은 뇌물은 대한민국 현행법상으로 ‘주어도 범죄(증뢰)’, ‘받아도 범죄(수뢰)’, ‘되기 전에 받아도(사전수뢰)’, ‘그만두고 받아도 범죄(사후수뢰)’, ‘다른 사람이 대신 받아도(제삼자 뇌물공여)’, ‘다른 사람 일로 줘도(알선수뢰)’ 범죄다. 한마디로 뇌물과 연관이 돼있으면 무조건 처벌대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후 수뢰와 제삼자 공여의 경우 공직자와의 관계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특히 정치권에서는 대놓고 본인이 직접 뇌물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개가 허수아비를 끼워놓고 본인 대신 수뢰하게 한 후, 나중에 걸리면 “나는 몰랐다”라며 잡아뗀다. 물론 이 경우 직무관련성과 제삼자성의 증명은 검찰의 일. 증명이 안 되면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 처벌할 수가 없다. 그러나 형법상 처자 기타 생활관계를 같이 하는 가족은 “제삼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공직자 본인이 직접 수수한 것과 동일시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단순수뢰죄가 성립한다

 

다만 제삼공여자가 뇌물을 주지 않고 먹고 튀더라도 법적으로 제제할 방법은 증뢰물전달죄 정도밖에 없다. 횡령죄 적용도 가능하나, 대법원에서 불법원인급여물 명목으로 부정된 이상 적용하기는 힘들다. 더구나 이런 것으로 고소했다가는 여론 문제도 있기에 정말 곤란하다. 다만 전달해야 할 뇌물을 훔쳐갈 목적을 갖고 접근 등을 했을 경우에는 사기죄 적용도 가능하다.

 

또한 현행법상 받은 뇌물은 무조건 전액 국고로 환수되고(몰수), 이미 뇌물을 썼다 하더라도 그 가액에 상당하는 만큼은 다 내게 되어있다.(추징)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거액의 뇌물의 경우에는 아예 그 몰수도 모자라서 받은 뇌물의 수 배에 해당하는 벌금까지 낸다. 다만 수사가 들어오기 전에 돈은 다 빼돌려놓고 처벌받을때는 이미 “내 재산은 하나도 없다”면서 오리발을 내미는 전두환 전 대통령 같은 사례도 있다.

 

또한 뇌물을 다시 되돌려 준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처벌을 받는다. 뇌물을 처음부터 안받고 문전에서 걷어찬 경우라면 뇌물죄가 안되겠지만, 일단 받고나서라면 나중에 동일 금액으로 뇌물 준 사람한테 돌려준다고 해도 죄 성립에 전혀 지장이 없다.

 

더불어 뇌물도 엄연히 과세 대상인 기타 소득 중 하나다. 즉, 처벌 받아서 받은걸 국고에 다 토해내더라도, 뇌물 받은 건 일단 소득으로 쳐서 소득세까지 내야한다. 하지만 뇌물을 기타 소득에 넣는다는 것은, 어차피 뇌물받고 소득신고하는 사람이 있을리 없으니 실효성에 의문이 있긴하다. 또한 소득의 경우에는 나중에 그 소득이 없어지는 사유가 생겼을 시 과세할 수 없다는 원리가 지배하기 때문에, 나중에 세금을 걷었을 때 ‘나 이미 뇌물 몰수당했는데?’ 라면서 낸 세금 돌려달라고 요구하면 국가가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난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논란이 있지만 당시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의 주도로 소득의 종류에 ‘뇌물’을 추가해놓았다.

    

▲ ‘뇌물’은 ‘선물’이란 좋은말로 포장되곤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나온 법안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속칭 ‘김영란법’이다. <사진=pixabay>

 

차떼기의 추억

 

이 같은 강력한 법 처벌로 인해 뇌물을 주는 방법이 매우 다양해젔고, 상식을 깨는 천외한 방법도 나오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나라의 최대 뇌물스캔들인 ‘차떼기사건’이 있다. 이는 지난 2002년 2.5톤 탑차 1대 분량의 현금을 자동차째 받는 방식으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행해 큰 논란이 됐던 사건이다. 당시 한나라당 쪽의 법률고문이었던 서정우 변호사는 만남의 광장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LG그룹으로부터 현금 150억 원이 실린 트럭을 건네받아 직접 운전해 가지고 서울로 올라왔다. 대규모 정치자금 거래는 은행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사과박스 전달 방식이 유행을 타기 시작한 그야말로 금권정치의 새 지평을 연 기상천외한 방식이었으나 검찰에 적발당해 세상에 알려졌다.

 

재밌는 점은 차떼기 사건은 한나라당 입장에서 자충수를 둔 것이다. 간단히 말해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비리 수사를 하다가 민주당에게 SK그룹이 대선자금으로 건네준 25억이 들통났는데, 거기서 더 파다보니 한나라당이 SK그룹에게 100억원대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거기에 더해서 LG그룹에게 차떼기로 받았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한마디로 자기가 더 크게 벌인 걸 생각 안하고 상대편에게만 무작정 포화를 쏟아냈다가 오히려 역으로 법의 심판을 받은 것이다. 결국 이 결과 한나라당은 차떼기라는 창의적 수단으로 받은 불법 정치자금 800억원을 배상해야만 했다. 그뒤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비웃음이 매일 따라붙었으며 천막당사를 차려야했다.

 

이후에도 최근 정치인들의 ‘입법 비리’ 뇌물 사건들이 쏟아져 나오는 등 뇌물은 정치 역사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볼 수 있다. 한 역사학자는 “뇌물의 역사는 권력자들의 일그러진 욕망의 이중 기준에서 반복되는 것이다”라며 “내가 받으면 선물이고, 남이 받으면 뇌물이라는 이중 의식인 것이다”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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